AI에게 "대본 써줘"라고 하면 왜 평범해지는가
AI를 처음 쓰는 크리에이터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이 주제로 유튜브 대본 써줘."
그러면 AI는 대체로 무난한 대본을 준다. 틀리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다. 첫 문장은 "오늘은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로 시작하고, 본문은 상식적인 설명으로 흐르며, 마지막은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로 끝난다. 문제는 AI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당신이 AI에게 맡긴 일이 너무 넓고 흐릿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도 "그냥 재밌게 써봐"라고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좋은 작가실은 먼저 질문한다. 누구에게 말하는가. 몇 분짜리인가. 이 채널은 친절한 선생님인가, 날카로운 해설자인가, 친구 같은 관찰자인가. 시청자가 끝나고 무엇을 느끼거나 행동해야 하는가.
AI도 같다. AI는 한 명의 천재 작가라기보다 여러 명의 보조 작가로 쓸 때 강해진다.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 구조를 짜는 사람, 대사를 다듬는 사람, 지루한 구간을 찾아내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AI 스크립트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써준다"가 아니라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AI를 단계별로 지휘한다"는 점이다.1

먼저 입력해야 할 다섯 가지
AI에게 대본을 맡기기 전에 반드시 넣어야 할 정보가 있다. 이것이 없으면 AI는 평균값으로 쓴다. 평균값은 안전하지만, 시청자를 붙잡지 못한다.
첫째, 대상 시청자다. "20대 직장인"보다 "퇴근 후 유튜브를 보며 부업을 고민하지만 아직 실행은 못 한 20대 직장인"이 낫다. 대상이 구체적일수록 문장이 구체적이 된다.
둘째, 영상 길이다. 30초 숏폼과 8분 유튜브는 같은 메시지도 다르게 말해야 한다. 30초에서는 한 장면, 한 감정, 한 반전이면 충분하다. 8분에서는 문제 제기, 사례, 해석, 적용법, 회수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톤이다. "전문적"이라고만 쓰면 AI는 딱딱해진다. "친한 선배가 현실적으로 조언하듯, 단 과장된 자기계발 톤은 피할 것"처럼 말해야 한다.
넷째, 채널 포지션이다. 같은 경제 이야기도 채널이 '초보자를 위한 쉬운 해설'인지, '업계 내부자의 날카로운 분석'인지에 따라 문장과 사례가 달라진다.
다섯째, 핵심 메시지다. 영상 하나에는 메시지 하나가 가장 강하다. "AI로 스크립트를 잘 쓰는 법"은 넓다. "AI에게 대본을 통째로 맡기지 말고 역할별로 나눠 지시해야 한다"는 선명하다.
이 다섯 가지는 AI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사실 크리에이터 자신을 위한 기준이다. 기준이 있어야 좋은 초안과 나쁜 초안을 구분할 수 있다.
AI 작가팀의 역할을 나눠라
AI를 제대로 쓰려면 한 번에 완성본을 요구하지 말고 역할을 쪼개야 한다.
| 역할 | 맡길 일 | 주의할 점 |
|---|---|---|
| 아이디어 생성기 | 소재, 관점, 후킹 후보 만들기 | 너무 많은 아이디어보다 다른 각도 5개가 낫다 |
| 리서치 요약자 | 자료 요약, 쟁점 정리, 반론 찾기 | 사실 확인은 사람이 다시 해야 한다 |
| 구조 설계자 | 오프닝, 전개, 전환, 결말 구성 | 영상 길이에 맞게 밀도를 조절한다 |
| 대사 편집자 | 말하기 쉬운 문장으로 변환 | 읽는 글이 아니라 말하는 글로 바꾼다 |
| 리텐션 감수자 | 이탈 구간, 반복, 약한 보상 지점 찾기 | 비판만 시키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
예를 들어 "퇴사 후 1인 창업을 시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다고 하자. AI에게 바로 대본을 쓰라고 하면 뻔한 성장담이 나온다. 대신 이렇게 나눈다.
아이디어 생성 프롬프트
너는 유튜브 스토리 기획자다.
주제는 "퇴사 후 1인 창업을 시작한 이야기"다.
대상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두려워하는 30대 직장인이다.
흔한 성공담 말고, 시청자가 끝까지 궁금해할 만한 관점 5개를 제안해줘.
각 관점마다 ①첫 문장 ②중간 갈등 ③마지막에 남길 메시지를 함께 써줘.
이 프롬프트의 핵심은 "대본"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관점을 뽑는다. 대본은 관점이 정해진 뒤에 써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구조를 맡긴다.
구조 설계 프롬프트
아래 관점을 6분짜리 유튜브 영상 구조로 바꿔줘.
형식은 ①0~15초 후킹 ②15~60초 문제 확대 ③1~3분 개인 경험 ④3~5분 깨달음과 방법 ⑤5~6분 정리와 CTA로 나눠줘.
각 구간마다 시청자가 계속 봐야 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적어줘.
지루해질 수 있는 구간에는 전환 질문을 넣어줘.
이렇게 하면 AI는 작가가 아니라 구조 담당자가 된다. 역할이 좁아질수록 결과가 좋아진다.
작업 순서는 아이디어에서 검수까지 나눠야 한다
AI 스크립트 작업은 다음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1단계: 아이디어 발굴
처음부터 정답을 찾지 않는다. 같은 소재를 최소 5개 각도로 본다. 정보형, 고백형, 반전형, 실험형, 비교형으로 나누면 좋다.
2단계: 리서치 요약
자료가 필요한 콘텐츠라면 AI에게 먼저 쟁점을 요약하게 한다. 단, AI의 요약은 출발점일 뿐이다. 통계, 인용, 최신 정보는 반드시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3단계: 아웃라인 작성
대본보다 먼저 뼈대를 만든다. 오프닝에서 어떤 약속을 하고, 중간에 어떤 긴장을 만들고, 끝에서 무엇을 회수할지 정한다.
4단계: 초안 작성
이때도 "자유롭게 써줘"가 아니라 구간별 목표를 준다. 예를 들어 "첫 20초는 불안을 건드리되 공포 마케팅처럼 보이지 않게"라고 지시한다.
5단계: 리라이트
문장을 말하기 쉽게 바꾼다. AI 초안은 문서처럼 반듯한 경우가 많다. 영상 대본은 입으로 말했을 때 자연스러워야 한다. AI 스크립트 편집에서도 소리 내어 읽고 어색한 문장을 줄이는 과정이 중요하다.2
6단계: 품질 검수
마지막으로 AI에게 비평가 역할을 맡긴다. 반복되는 말, 약한 후킹, 보상이 늦은 구간, 불필요한 설명을 찾게 한다.
리텐션 검수 프롬프트
너는 냉정한 유튜브 리텐션 편집자다.
아래 대본에서 시청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문장을 표시해줘.
기준은 ①이미 아는 말 ②너무 추상적인 말 ③앞 문장과 반복되는 말 ④다음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는 말이다.
삭제할 문장, 줄일 문장, 더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한 문장을 표로 정리해줘.
단, 대본 전체를 새로 쓰지 말고 문제 지점만 지적해줘.
여기서 중요한 문장은 "대본 전체를 새로 쓰지 말라"이다. AI에게 모든 것을 다시 쓰게 하면 원래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검수는 검수로 끝내야 한다.
도구는 유행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고른다
AI 도구는 많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기준은 단순하다. "내가 지금 막힌 단계가 어디인가?"를 먼저 봐야 한다.
ChatGPT는 범용 작가팀으로 쓰기 좋다. 아이디어, 제목, 구조, 초안, 리라이트, 체크리스트까지 폭넓게 처리한다. 다만 지시가 흐리면 일반론이 많아진다.
Claude는 긴 자료를 읽고 맥락을 유지하는 작업에 강점이 있다. 긴 인터뷰, 긴 원고, 롱폼 대본의 구조 피드백을 받을 때 유용하다. 장문 대본을 넣고 "어디서 힘이 빠지는지" 묻는 식으로 쓰면 좋다.3
Gemini는 구글 생태계와 함께 쓸 때 편하다. 자료 탐색, 문서 정리,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와의 연결을 고려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맞다. 예를 들어 Google Flow 같은 영상 제작 도구는 이미지와 영상, 장면 구성을 한 작업 흐름 안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4
Jasper는 브랜드 보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마케팅 팀이나 기업 채널에 적합하다. 같은 톤으로 여러 캠페인 문구와 영상 스크립트를 만들어야 할 때 강하다.
Descript는 글보다 편집 과정에서 빛난다. 녹음된 말을 텍스트처럼 다루고, 불필요한 말과 침묵을 줄이는 식의 후반 작업에 유용하다. 스크립트를 실제 말로 녹음한 뒤 수정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맞다.
vidIQ는 유튜브 주제 발굴, 키워드, 경쟁 영상 분석 쪽에 가깝다. 대본을 잘 쓰는 도구라기보다 "무슨 주제를 어떤 제목으로 포장할지"를 판단하는 보조 도구로 보면 된다.
Kapwing은 스크립트에서 영상 제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장점이다. 훅, 말할 포인트, 내레이션, 장면 지시, CTA를 만들고 이를 영상 편집 워크플로우와 연결할 수 있다.5
정리하면 이렇다. 생각이 막히면 ChatGPT, 긴 원고를 다루면 Claude, 자료와 멀티모달 흐름은 Gemini, 브랜드 문구는 Jasper, 녹음 기반 편집은 Descript, 유튜브 주제 판단은 vidIQ, 빠른 제작 연결은 Kapwing이다. 하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가팀도 한 명으로 꾸리지 않는다.
AI 초안에서 반드시 지워야 할 네 가지 냄새
AI가 쓴 대본에는 자주 나타나는 냄새가 있다. 첫째, 일반론이다.
"꾸준함은 성공의 핵심입니다."
맞는 말이지만 약하다. 이렇게 바꿔야 한다.
"제가 3개월 동안 조회수 200을 못 넘겼을 때, 그만두지 않게 해준 건 의지가 아니라 업로드 시간을 고정한 알람이었습니다."
둘째, 과장이다.
"이 방법 하나면 인생이 완전히 바뀝니다."
시청자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봤다. 과장 대신 조건을 말해야 한다.
"이 방법은 모두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많은데 시작을 못 하는 사람에게는 꽤 효과적입니다."
셋째, 반복이다. AI는 같은 뜻을 다른 말로 여러 번 설명한다. 영상에서는 반복이 곧 이탈이다. 같은 메시지는 한 번 말하고, 다음에는 사례나 반전으로 넘어가야 한다.
넷째, 무미건조한 말투다. AI 문장은 안전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사람의 결이 없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보다 "제가 이걸 깨달은 건 망한 영상 때문입니다"가 강하다.
AI 초안을 고칠 때는 문장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숫자, 장면, 실수, 선택, 감정을 넣으면 AI 냄새가 줄어든다.
휴먼 폴리시: 마지막 20%는 반드시 사람이 넣는다
AI 시대의 스크립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이다.
AI는 구조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신뢰는 크리에이터의 경험에서 나온다.
시청자는 완벽한 설명보다 "이 사람이 직접 겪어봤구나"를 느낄 때 더 오래 본다. 그래서 최종 단계에는 반드시 휴먼 폴리시가 필요하다. 휴먼 폴리시는 AI 초안에 사람의 판단과 경험을 넣는 과정이다.
다음 다섯 가지를 확인하자.
내가 실제로 겪은 장면이 들어갔는가?
"어려웠다"가 아니라 "첫 촬영 때 40분을 찍고 38분을 버렸다"처럼 말한다.내 의견이 분명한가?
정보만 전달하면 검색 결과와 다르지 않다. 크리에이터는 선택과 해석을 보여줘야 한다.시청자의 반론을 예상했는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신뢰를 만든다.말투가 내 채널과 맞는가?
평소 쓰지 않는 단어는 지운다. AI가 좋아하는 "혁신적", "놀라운", "필수적인" 같은 단어는 특히 조심한다.끝나고 남는 문장이 있는가?
좋은 영상은 정보가 아니라 한 문장을 남긴다. 이번 장의 문장으로 말하면 이것이다. "AI에게 대본을 맡기지 말고, 작가팀처럼 지휘하라."
AI는 크리에이터를 대신하는 작가가 아니다. 잘 쓰면 작가실이 된다. 하지만 작가실에도 책임자는 필요하다. 그 책임자가 바로 당신이다.
참고
1Writing the Future: AI's Role in Today's Screenwriting
2How To Write A Video Script With AI (Step-By-Step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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