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는 정보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역할이다
LLM Wiki를 처음 만들면 모든 내용을 한 파일에 넣고 싶어진다. 책 요약도 넣고, 내 생각도 넣고, 관련 개념도 넣고, 앞으로 할 일도 넣는다. 처음에는 편해 보인다. 하지만 자료가 쌓이면 곧 문제가 생긴다.
하나의 페이지가 너무 많은 역할을 맡으면 AI도 헷갈린다. 이 문장이 원문 요약인지, 사용자의 해석인지, 앞으로 검증해야 할 가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다시 읽을 때 "이건 누가 한 말이지?", "결정된 내용인가, 아이디어인가?", "지금도 유효한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LLM Wiki의 페이지 설계 원칙은 단순하다.
하나의 페이지에는 하나의 주된 역할만 준다.
개념은 개념 페이지에, 자료 요약은 자료 페이지에,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프로젝트 페이지에, 결정은 의사결정 기록 페이지에 둔다. 이렇게 나누면 AI는 새 자료를 읽고 어디를 업데이트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위키가 커질수록 이 차이는 커진다.

개념 페이지: 지식의 기본 단위
개념 페이지는 LLM Wiki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페이지다. 개념은 "RAG", "사용자 인터뷰", "전환율", "자기효능감", "벡터 검색"처럼 반복해서 등장하는 생각의 단위다.
좋은 개념 페이지는 사전처럼 짧은 정의만 담지 않는다. 그 개념이 왜 중요한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어떤 주장과 연결되는지를 함께 담는다.
개념 페이지에는 보통 다음 항목을 둔다.
정의: 이 개념을 한두 문장으로 설명한다.
배경: 이 개념이 등장한 맥락이나 문제의식을 적는다.
핵심 주장: 여러 자료에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중요한 관점을 정리한다.
관련 개념: 함께 이해해야 할 다른 페이지를 연결한다.
출처: 이 페이지의 근거가 된 자료를 남긴다.
주의점: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나 아직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적는다.
예를 들어 wiki/concepts/rag.md는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 정의
RAG는 LLM이 외부 문서를 검색한 뒤, 검색된 내용을 참고해 답변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 배경
LLM은 학습 이후의 최신 정보나 조직 내부 문서를 기본적으로 알지 못한다. RAG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 시스템과 LLM을 결합한다.
## 핵심 주장
- RAG는 원문 근거를 찾아 답변해야 하는 업무에 강하다.
- 하지만 검색된 조각만으로는 전체 맥락을 놓칠 수 있다.
- 반복해서 축적되는 해석 지식은 별도의 위키 층으로 관리하는 편이 좋다.
## 관련 개념
- [[LLM Wiki]]
- [[벡터 검색]]
- [[청크]]
- [[출처 관리]]이때 중요한 것은 개념 페이지를 너무 길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개념 페이지는 모든 내용을 담는 창고가 아니라, 관련 지식으로 이동하는 중심 노드다. 상세한 원문 요약은 자료 페이지에, 실제 적용 사례는 프로젝트 페이지에 두는 편이 좋다.
자료 페이지: 원문 요약과 해석을 분리한다
책, 논문, 웹문서, 보고서, 강의 transcript는 LLM Wiki의 중요한 입력 자료다. 하지만 자료를 넣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원문 요약과 내 해석을 한 페이지에 섞어버리는 것이다.
이 둘은 반드시 구분하는 편이 좋다.
원문 요약 페이지는 자료가 실제로 말한 내용을 충실히 정리한다. 여기에는 과도한 해석을 넣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 근거, 사례, 구조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남긴다.
해석 페이지는 그 자료를 읽고 내가 얻은 의미를 정리한다. 내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할지, 기존 위키의 어떤 개념과 연결되는지,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적는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넣는다면 다음처럼 나눌 수 있다.
raw/books/book-title.md
wiki/books/book-title-summary.md
wiki/notes/book-title-interpretation.md
wiki/concepts/새롭게-발견한-개념.mdbook-title-summary.md에는 책의 구조와 핵심 주장을 정리한다. book-title-interpretation.md에는 "이 책이 내 글쓰기 프로젝트에 주는 의미", "기존 관점과 충돌하는 지점", "나중에 다시 검토할 질문"을 남긴다.
이 분리는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원문이 말한 것과 내가 덧붙인 생각을 혼동하기 쉽다. AI도 마찬가지다. 구분하지 않으면 AI가 내 추측을 자료의 주장처럼 다룰 수 있다.
자료 페이지에는 다음 항목을 두면 좋다.
자료 정보: 제목, 저자, 발행일, URL 또는 원문 위치
한 줄 요약: 이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핵심 주장: 자료 안에서 중요한 주장
근거와 사례: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
위키 업데이트 내역: 이 자료로 인해 새로 만들거나 수정한 페이지
남은 질문: 더 확인해야 할 점
자료 페이지는 위키의 증거 창고다. 개념 페이지가 지식의 지도라면, 자료 페이지는 그 지도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사람 페이지: 인물은 주장과 맥락으로 정리한다
사람 페이지는 유명 인물뿐 아니라 고객, 팀원, 인터뷰 대상자, 연구자에게도 쓸 수 있다. 다만 사람 페이지를 단순한 프로필로 만들 필요는 없다. LLM Wiki에서 사람 페이지의 핵심은 "이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맥락에서 중요한가"를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연구자를 다룬다면 소속, 주요 작업, 대표 주장, 관련 논문, 연결된 개념을 정리한다. 고객 인터뷰 대상자라면 직업, 문제 상황, 반복해서 말한 불편, 구매 결정 요인, 관련 제품 아이디어를 적는다.
사람 페이지에는 보통 다음 항목이 유용하다.
기본 정보: 이름, 역할, 소속 또는 맥락
핵심 관심사: 이 사람이 반복해서 다루는 주제
주요 주장 또는 발언: 출처가 있는 내용 중심으로 정리
관련 자료: 인터뷰, 글, 논문, 회의록
관련 개념과 프로젝트: 이 인물이 연결되는 위키 페이지
주의할 점도 있다. 사람 페이지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함부로 넣지 않는다. 특히 팀 위키나 고객 인터뷰 위키에서는 접근 권한과 익명화 기준이 필요하다. AI가 정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축적하면 나중에 위험한 자산이 된다.
프로젝트 페이지: 지식이 행동으로 바뀌는 곳
개념 페이지와 자료 페이지가 이해를 위한 공간이라면, 프로젝트 페이지는 실행을 위한 공간이다. 책 집필, 제품 개발, 마케팅 실험, 연구 보고서 작성, 개인 목표 관리 모두 프로젝트 페이지로 운영할 수 있다.
프로젝트 페이지의 목적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하고 있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좋은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다음 항목이 들어간다.
목표: 이 프로젝트가 이루려는 결과
배경: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현재 상태: 진행 중, 보류, 완료 등
핵심 질문: 프로젝트가 답해야 할 질문
관련 자료: 참고한 책, 논문, 고객 인터뷰, 회의록
관련 결정: 이 프로젝트에서 내려진 주요 의사결정
다음 행동: 가까운 시점에 해야 할 일
변경 로그: 중요한 변화 기록
프로젝트 페이지는 계속 바뀐다. 그러므로 완성된 문서처럼 쓰기보다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운영판처럼 쓰는 편이 좋다. AI에게 프로젝트 페이지를 업데이트하게 할 때도 "멋진 보고서로 다시 써줘"보다 "현재 상태, 결정 사항, 다음 행동만 갱신해줘"라고 지시하는 편이 안전하다.
비교 페이지: 차이를 한눈에 보이게 한다
복잡한 주제를 이해할 때는 비교 페이지가 강력하다. 비교 페이지는 둘 이상의 개념, 도구, 전략, 제품, 이론을 나란히 놓고 차이를 정리하는 페이지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RAG vs LLM WikiObsidian vs NotionClaude Code vs Cursor무료 사용자 vs 유료 고객검색 기반 학습 vs 축적 기반 학습
비교 페이지의 핵심은 승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비교 페이지에는 다음 항목이 유용하다.
비교 대상
비교 목적
핵심 차이 요약
장점과 약점
적합한 상황
부적합한 상황
현재 판단
나중에 다시 볼 조건
특히 팀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비교 페이지는 큰 도움이 된다. 회의 중에 말로 흩어진 판단을 표나 항목으로 정리하면, 나중에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타임라인 페이지: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
어떤 지식은 개별 개념보다 시간의 흐름으로 볼 때 더 잘 이해된다. 기술 발전, 시장 변화, 회사의 전략 변화, 개인의 성장 기록이 그렇다. 이때는 타임라인 페이지가 필요하다.
타임라인 페이지는 사건을 날짜순으로 정리한다. 단순한 연표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읽기 위한 페이지다.
예를 들어 AI 리서치 위키에서는 LLM 발전 타임라인을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 위키에서는 제품 전략 변화 타임라인을 만들 수 있다. 개인 위키에서는 커리어 전환 타임라인을 만들 수 있다.
타임라인 페이지에는 다음 항목을 둔다.
기간: 다루는 시간 범위
주요 사건: 날짜와 함께 기록
의미: 그 사건이 왜 중요한지
관련 자료: 근거가 되는 원문이나 회의록
전환점: 방향이 바뀐 시점
미해결 질문: 아직 해석이 필요한 부분
타임라인은 특히 AI가 패턴을 찾는 데 유용하다. 개별 회의록에서는 보이지 않던 반복된 지연, 고객 요구의 변화, 관심사의 이동이 시간순으로 보면 드러난다.
의사결정 기록 페이지: 왜 그렇게 했는지를 남긴다
많은 팀과 개인이 결과만 기록한다. "A 기능을 만들기로 했다", "이 주제로 책을 쓰기로 했다",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처럼 결정만 남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
의사결정 기록 페이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페이지다. 결정 자체보다 결정 당시의 맥락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결정 기록에는 다음 항목을 넣는다.
결정 제목
결정일
참여자
문제 상황
선택지
선택한 안
근거
반대 의견
예상되는 위험
후속 행동
나중에 확인할 지표
결과 리뷰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가격 정책을 바꾼다면 "가격 인상 결정"이라는 페이지를 만든다. 그 안에 당시의 고객 반응, 매출 상황, 경쟁사 가격, 내부 우려, 최종 선택, 한 달 뒤 확인할 지표를 남긴다.
이 페이지는 나중에 매우 큰 가치를 만든다. 결정이 성공했을 때는 어떤 판단이 맞았는지 배울 수 있다. 실패했을 때도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판단 과정의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복기할 수 있다.
의사결정 기록은 AI와도 잘 맞는다. AI는 과거 결정 기록을 읽고 "비슷한 상황에서 이전에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가"를 찾아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키는 단순한 문서 저장소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 기억이 된다.
주장과 근거를 분리한다
LLM Wiki가 커질수록 가장 중요한 규칙은 주장과 근거를 분리하는 것이다.
주장은 해석이다. "이 고객군은 가격보다 시간 절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기능은 초기 사용자에게 더 적합하다", "이 책의 핵심은 생산성이 아니라 정체성 변화다" 같은 문장이다.
근거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인터뷰 발언, 설문 결과, 매출 데이터, 책의 특정 장, 논문의 실험 결과, 회의록이 근거가 된다.
좋은 위키는 주장을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장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다만 주장 옆에 근거를 붙인다. 근거가 약하면 약하다고 표시한다. 추정이면 추정이라고 쓴다.
간단히 세 단계로 표시할 수 있다.
확인된 사실: 출처나 데이터로 확인됨
해석: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판단
가설: 아직 검증이 필요한 생각
이 구분만 해도 AI 환각과 인간의 착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AI에게도 "확인된 사실, 해석, 가설을 구분해 업데이트하라"고 지시하면 위키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처음부터 많은 유형을 만들 필요는 없다
페이지 유형이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유형을 만들 필요는 없다. 개인 위키라면 개념 페이지, 자료 페이지, 프로젝트 페이지 세 가지만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팀 위키라면 여기에 의사결정 기록 페이지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추천하는 최소 구성은 다음과 같다.
wiki/concepts/ 개념 페이지
wiki/sources/ 책, 논문, 웹문서 요약
wiki/projects/ 실행 중인 프로젝트
wiki/decisions/ 중요한 결정 기록
wiki/compare/ 비교 페이지
wiki/timelines/ 시간 흐름 정리중요한 것은 폴더 이름이 아니다. 정보의 역할을 분리하는 습관이다. 같은 자료에서 나온 내용이라도 개념은 개념 페이지로, 근거는 자료 페이지로, 실행 항목은 프로젝트 페이지로, 선택의 이유는 결정 기록으로 보내야 한다.
LLM Wiki는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아무 페이지나 많아지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만든다. 잘 설계된 페이지 유형은 AI에게 길을 알려준다. 어디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업데이트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다음 단계는 이 페이지들을 실제 생활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다. 개인의 일기와 회고, 반복되는 고민, 목표와 루틴도 같은 방식으로 위키화할 수 있다. 지식 관리는 거창한 자료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생각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페이지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