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는 장식이 아니라 안내다
RPG에는 체력, 마나, 장비, 스킬, 퀘스트, 돈, 상태 이상처럼 많은 정보가 있다. UI는 이 정보를 플레이어가 헷갈리지 않게 보여 주는 장치다. 좋은 UI는 예쁜 화면보다 먼저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이 바뀌었는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화면을 만들 때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보여 주려 하지 말자. 플레이어가 그 순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먼저 보여 주고, 자세한 설명은 버튼을 눌렀을 때 확인하게 만들면 된다.

메뉴 화면에 꼭 필요한 정보
기본 메뉴에는 보통 상태, 아이템, 장비, 스킬, 퀘스트, 저장, 설정이 들어간다. 항목이 많아 보여도 역할은 분명해야 한다.
인벤토리는 아이템 이름, 종류, 수량, 효과, 사용 가능 대상이 보여야 한다. 회복 아이템이라면 "HP 50 회복"처럼 결과가 바로 이해되어야 한다. 장비창은 현재 장비와 새 장비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력이 오르면 초록색 화살표, 내려가면 붉은색 화살표처럼 변화가 한눈에 보여야 한다.
스킬창에는 소모 자원, 대상, 효과, 사용 조건을 적는다. "MP 8, 적 하나, 불 피해" 정도면 충분하다. 퀘스트 로그에는 제목, 현재 목표, 관련 장소, 보상, 완료 여부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목표는 짧아야 한다. "북쪽 숲에서 약초 3개 찾기"처럼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전투 UI는 판단을 빠르게 만든다
전투 화면에서는 행동 순서가 중요하다. 턴제 RPG라면 화면 위나 옆에 아군과 적의 순서를 아이콘으로 보여 주면 좋다. 플레이어는 "지금 회복해야 하는지, 다음 적 공격을 버틸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피해량도 명확해야 한다. 일반 피해, 치명타, 회복, 빗나감, 약점 공격은 색상과 글자 크기로 구분한다. 숫자가 너무 빨리 사라지면 의미가 없으므로 짧은 시간이라도 읽을 수 있게 한다. 적이 강한 기술을 준비 중이라면 아이콘이나 문구로 알려 주자. 예고가 있어야 방어, 회복, 상태 이상 같은 선택이 의미를 가진다.
전투 로그도 도움이 된다. "슬라임에게 24 피해", "리아가 독에 걸림"처럼 한 줄 기록을 남기면 플레이어가 방금 일어난 일을 놓치지 않는다.
편의 기능은 피로를 줄인다
미니맵은 길 찾기의 스트레스를 줄인다. 처음부터 모든 길을 보여 주기보다, 지나간 곳을 밝히고 중요한 장소만 표시하면 탐험의 재미도 남는다. 목적지 표시는 현재 퀘스트와 연결하면 좋다. 단, 모든 답을 화살표로 알려 주면 탐험이 단순해질 수 있으므로 켜고 끌 수 있게 만드는 편이 안전하다.
저장 기능도 게임 경험을 크게 바꾼다. 자유 저장은 편하지만 긴장감이 줄어들 수 있고, 저장 지점 방식은 긴장감은 있지만 불편할 수 있다. 작은 RPG라면 자동 저장과 수동 저장을 함께 두는 방식이 무난하다. 전투 직전, 지역 이동 직후, 중요한 선택 직후에는 자동 저장을 넣으면 실수로 진행을 잃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그 밖에 빠른 이동, 아이템 정렬, 퀘스트 추적, 대화 기록, 텍스트 속도 조절, 키 설정 같은 기능은 작아 보이지만 플레이 시간을 편안하게 만든다.
폰트, 아이콘, 색상은 규칙이 있어야 한다
폰트는 분위기보다 가독성이 먼저다. 장식적인 글꼴은 제목이나 로고에만 쓰고, 대사와 메뉴에는 오래 읽어도 피로하지 않은 글꼴을 사용한다. 글자 크기도 충분히 크게 잡아야 한다.
아이콘은 단순해야 한다. 검은 공격, 방패는 방어, 물약은 회복처럼 형태만 봐도 의미가 떠올라야 한다. 색상도 일관되게 사용한다. 빨강은 위험이나 피해, 초록은 회복, 파랑은 마나나 마법처럼 규칙을 정하면 플레이어가 설명을 읽지 않아도 이해한다.
좋은 UI는 플레이어를 대신해 게임을 해 주지 않는다. 대신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주고, 선택의 결과를 분명히 보여 준다. RPG의 시스템이 많아질수록 UI는 더 중요해진다. 플레이어가 화면을 이해하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일수록, 모험과 전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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