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는 아이디어를 작업으로 바꾸는 문서다
RPG를 만들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대충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때입니다. 처음에는 이야기, 캐릭터, 전투, 던전이 모두 선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기 시작하면 질문이 쏟아집니다. 첫 마을에는 NPC가 몇 명 필요한가? 전투는 턴제인가, 실시간인가? 장비는 몇 종류인가? 퀘스트는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가?
기획서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준점입니다. 멋진 문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개발 중에 계속 열어 보고, 지금 무엇을 만들지 판단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최소 기획서에 들어갈 내용
처음부터 두꺼운 기획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RPG라면 다음 항목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적을 내용 |
|---|---|
| 게임 콘셉트 | 어떤 RPG인지 한두 문장으로 설명 |
| 세계관 | 배경, 시대, 주요 갈등 |
| 주인공과 주요 인물 | 플레이어 캐릭터, 동료, 적 |
| 진행 구조 | 마을, 필드, 던전, 보스, 엔딩 흐름 |
| 전투 시스템 | 턴제/액션 여부, 스킬, 승리 조건 |
| 성장 시스템 | 레벨, 능력치, 장비, 보상 방식 |
| 콘텐츠 목록 | 맵, 퀘스트, 몬스터, 아이템 수 |
| 제작 범위 | 반드시 만들 것과 나중에 만들 것 |
예를 들어 "저주받은 숲을 조사하는 2시간짜리 턴제 RPG"라면 기획서는 그 규모에 맞아야 합니다. 왕국 전체의 역사, 10개 대륙, 30명의 동료를 적기 시작하면 제작 범위가 금방 무너집니다.
기능을 세 등급으로 나누기
기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선순위입니다. 모든 아이디어를 같은 중요도로 다루면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기능을 다음 세 가지로 나누세요.
필수 기능은 게임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동, 대화, 전투, 저장, 기본 퀘스트 진행처럼 없으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기능입니다.
선택 기능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게임이 끝까지 진행되는 요소입니다. 낚시, 요리, 호감도, 제작 시스템, 숨겨진 보스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포기할 기능은 지금 만들지 않기로 정한 요소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만들 수도 있음"이 아니라 "이번 버전에서는 만들지 않음"이라고 명확히 쓰는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예시 |
|---|---|
| 필수 | 이동, 전투, 대화, 퀘스트 완료, 저장 |
| 선택 | 서브 퀘스트, 장비 강화, 수집 요소 |
| 포기 | 온라인 협동, 랜덤 던전, 복잡한 직업 전직 |
이렇게 나누면 개발 중 흔들릴 때 판단하기 쉽습니다. 일정이 부족하면 선택 기능을 줄이고, 필수 기능부터 완성하면 됩니다.
제작 분량을 숫자로 계산하기
RPG는 콘텐츠가 많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많이 만들겠다"가 아니라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첫 버전의 범위를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 시간: 30분
마을: 1개
던전: 1개
전투 가능한 몬스터: 5종
보스: 1종
NPC: 6명
메인 퀘스트: 3개
서브 퀘스트: 2개
장비: 무기 5개, 방어구 5개
아이템: 회복 아이템 3개, 기타 아이템 3개
숫자로 적으면 작업량이 보입니다. NPC 6명은 대사 6묶음이 필요하고, 몬스터 5종은 그래픽, 능력치, 공격 패턴, 보상이 필요합니다. 맵 1개도 타일 배치, 이동 경로, 이벤트, 배경음이 필요합니다.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10시간짜리 RPG를 목표로 잡기보다, 30분짜리 완성본을 먼저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짧아도 시작, 중간, 끝이 있으면 그것은 완성된 게임입니다.
마일스톤으로 개발을 나누기
마일스톤은 개발의 중간 목표입니다. "언젠가 완성"이 아니라 "이번 주에는 이동과 대화를 끝낸다"처럼 확인 가능한 단위로 나눕니다.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마일스톤 | 목표 |
|---|---|
| 1단계 | 주인공 이동, 맵 전환 구현 |
| 2단계 | NPC 대화와 퀘스트 시작 구현 |
| 3단계 | 기본 전투와 승리 보상 구현 |
| 4단계 | 마을 1개와 던전 1개 완성 |
| 5단계 | 처음부터 엔딩까지 플레이 가능하게 연결 |
| 6단계 | 밸런스 조정, 버그 수정, 편의 기능 추가 |
각 단계가 끝날 때는 체크리스트를 사용합니다.
플레이어가 길을 잃지 않고 다음 목표를 알 수 있는가?
퀘스트를 시작하고 완료할 수 있는가?
전투에서 이기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저장과 불러오기가 정상적으로 되는가?
처음부터 엔딩까지 막히지 않고 진행되는가?
체크리스트는 감으로 판단하지 않게 해 줍니다. "거의 됐다"가 아니라 "된다"와 "안 된다"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획서는 계속 고쳐도 된다
기획서는 한 번 쓰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만들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반대로 생각보다 어려운 기능도 발견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획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은 분명해야 합니다. 이 변경이 게임의 핵심 재미를 더 강하게 만드는가? 필수 기능을 늦추지는 않는가? 작업량이 얼마나 늘어나는가?
좋은 기획서는 창의력을 막는 문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먼저 만들고 무엇을 버릴지 알려 주어 게임을 끝까지 완성하게 돕는 도구입니다. 이제 기획서에 적은 범위를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RPG의 세계관과 이야기의 뼈대를 구체적으로 세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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