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만들 것은 '예쁜 메모장'이 아닙니다
옵시디언을 처음 보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노션처럼 예쁜 페이지가 먼저 보이지도 않고, 구글 독스처럼 익숙한 문서 화면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빈 공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빈 공간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빈 공간이 옵시디언의 장점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들 것은 단순한 메모장이 아닙니다. 내 생각, 경험, 자료, 실패, 질문, 판단 기준을 오래 쌓아 두는 개인 지식 저장소입니다. 조금 더 멋지게 말하면, AI 시대에 함께 일할 수 있는 두 번째 뇌입니다.
두 번째 뇌는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외부 기억 장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많이 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고, 서로 연결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글·기획·공부·업무·AI 질문의 재료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옵시디언은 바로 이 일에 잘 맞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노션, 구글 독스, 옵시디언은 서로 목적이 다릅니다
먼저 오해를 하나 풀고 시작하겠습니다. 옵시디언은 노션의 완전한 대체품도 아니고, 구글 독스의 상위 버전도 아닙니다. 세 도구는 잘하는 일이 다릅니다.
노션은 클라우드 기반의 올인원 작업 공간입니다. 페이지, 표, 데이터베이스, 할 일, 위키, 팀 문서 관리에 강합니다. 특히 팀원과 함께 업무를 관리하거나, 데이터베이스처럼 정보를 정리할 때 편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노션은 실시간 협업, 댓글, 팀 공간 같은 기능에 강하고, 클라우드에서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1
구글 독스는 문서 작성과 공동 편집에 강합니다. 보고서, 제안서, 긴 문서, 피드백이 필요한 글을 여러 사람이 함께 다룰 때 좋습니다. 누가 어느 문장을 고쳤는지 보고, 댓글을 달고, 링크 하나로 공유하는 데 익숙한 도구입니다.
옵시디언은 방향이 다릅니다. 옵시디언은 내 컴퓨터 안에 있는 마크다운 파일을 열고, 그 파일들을 서로 연결하는 도구입니다. 여기서 마크다운은 .md라는 확장자를 가진 가벼운 텍스트 파일 형식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글자 중심의 단순한 노트 파일이라고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노션: 팀과 함께 구조화된 작업 공간을 만들기 좋다.
구글 독스: 완성된 문서를 쓰고 공유하기 좋다.
옵시디언: 내 생각과 지식을 오래 쌓고 연결하기 좋다.
그래서 이 책은 노션을 버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구글 독스를 쓰지 말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생각의 원재료, 공부 기록, 아이디어, 판단 기준을 쌓는 중심 공간만큼은 내가 소유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곳에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옵시디언의 핵심은 '내 파일이 내 컴퓨터에 있다'는 감각입니다
옵시디언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것입니다.
옵시디언은 앱 안에 노트를 가두지 않습니다. 내 컴퓨터 안의 폴더를 지식 저장소로 열어 줍니다.
옵시디언에서는 이 폴더를 Vault, 즉 금고라고 부릅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금고 안에 노트를 하나씩 넣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그 노트들이 평범한 파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옵시디언을 켜지 않아도, 내 컴퓨터 폴더 안에는 실제 파일이 있습니다.
이 감각이 중요합니다.
많은 서비스는 편리합니다. 대신 내 자료가 서비스 안에 들어갑니다. 물론 대부분의 서비스는 안정적이고 훌륭합니다. 하지만 내가 몇 년 동안 쌓은 생각을 한 도구의 화면, 요금제, 서버 상태, 정책 변화에만 의존한다면 조금 불안할 수 있습니다.
옵시디언은 로컬 우선 도구입니다. 로컬 우선이라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내 기기 안의 파일을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이 없어도 노트를 열 수 있고, 내 노트는 텍스트 파일로 남습니다. 개인 사용자는 옵시디언의 핵심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유료 동기화나 게시 기능은 선택 사항입니다.1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우리는 남의 서버에 예쁜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컴퓨터 안에 내가 소유하는 지식 창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내 맥락'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제 AI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AI에게 "시간 관리 방법 알려줘"라고 물으면 꽤 좋은 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 글 목차 짜줘"라고 해도 금방 만들어 줍니다. "마케팅 아이디어 10개 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목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답은 대부분 일반적입니다.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답입니다.
AI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다가 자주 막히는지
나는 어떤 방식의 설명을 좋아하는지
지난번 프로젝트에서 왜 실패했는지
어떤 고객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장에 오래 멈췄는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것이 개인 맥락입니다. AI 시대에 진짜 가치가 커지는 것은 공개된 정보 자체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겪고 쌓은 맥락입니다.
옵시디언은 이 맥락을 쌓기 좋습니다. 하루 기록을 남기고, 독서 메모를 적고, 프로젝트 회고를 쓰고, 질문을 모아 두고, 관련 노트를 링크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글쓰기]], [[업무 회고]]처럼 노트끼리 이어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의 지도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한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내가 설명을 길게 하면 상대가 더 헷갈려한다는 걸 느꼈다.
이 한 줄은 나중에 [[커뮤니케이션]], [[회의]], [[말하기 연습]]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몇 달 뒤 AI에게 "내 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내가 자주 놓치는 설명 습관을 정리해줘"라고 요청한다면, 이 기록은 좋은 재료가 됩니다.
AI는 강력하지만, 내 인생을 자동으로 기록해 주지는 않습니다. 좋은 AI 활용은 좋은 기록에서 시작됩니다.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요즘 많은 도구에 AI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노션 AI처럼 클라우드 기반 작업 공간에 AI가 붙어 있으면 매우 편합니다. 글을 요약하고, 문장을 바꾸고, 워크스페이스 안의 내용을 질문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기본적으로 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사용자는 서비스와 AI 처리 방식을 신뢰해야 합니다.2
옵시디언은 조금 다릅니다. 옵시디언 자체는 내 로컬 파일을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AI를 쓰고 싶다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외부 API를 연결할 수도 있고, 로컬 AI 도구를 붙일 수도 있고, 아무 AI도 붙이지 않고 그냥 노트 앱으로만 쓸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선택권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AI가 알아서 내 지식을 관리하게 만들자"가 아닙니다.
목표는 이것입니다.
내가 모은 지식을 AI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쌓아 두자.
AI에게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흩어진 캡처, 기억나지 않는 링크, 어디에 썼는지 모를 메모만 있으면 AI도 깊이 있는 답을 주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내 노트가 날짜별 기록, 주제별 생각, 프로젝트 로그, 독서 메모, 실패 회고로 쌓여 있다면 AI는 훨씬 나에게 맞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마크다운 지식 저장소는 앞으로 AI가 요약하고, 비교하고,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글감으로 바꾸기 좋은 기반이 됩니다. 일부 실험적인 워크플로에서는 원자료를 넣고, AI가 개념 글·요약·상호 링크가 있는 위키 형태로 정리하는 방식도 제안됩니다.3 지금 당장 그런 고급 기능을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자료를 나중에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습관입니다.
무료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가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거 유료 결제해야 제대로 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 책은 무료 사용을 기준으로 진행합니다.
옵시디언 개인 사용자는 핵심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룰 기본기는 대부분 무료 범위 안에 있습니다.1
앞으로 사용할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고 만들기
마크다운으로 노트 쓰기
[[내부 링크]]로 노트 연결하기백링크로 나를 언급한 노트 찾기
그래프 보기로 연결 구조 확인하기
일일 노트 만들기
태그와 검색으로 다시 찾기
무료 플러그인으로 반복 작업 줄이기
유료 동기화나 게시 기능은 편의 기능입니다. 여러 기기에서 아주 부드럽게 동기화하고 싶거나, 내 노트를 웹사이트처럼 공개하고 싶을 때 고려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먼저 한 대의 컴퓨터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금고를 만들고, 첫 노트를 쓰고, 링크를 연결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두 번째 뇌의 씨앗은 충분합니다.
이 책은 레벨업 퀘스트처럼 진행됩니다
옵시디언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완벽한 시스템을 먼저 설계하지 않습니다. 게임처럼 레벨을 하나씩 올립니다.
처음에는 금고를 만듭니다. 다음에는 마크다운으로 글 쓰는 감각을 익힙니다. 그다음에는 링크를 걸고, 매일 쓰는 노트를 만들고, 지식 지도를 만들고, AI에게 줄 좋은 재료를 정리합니다. 뒤로 갈수록 프로젝트 관리, 글쓰기, 백업, 평생 운영법까지 확장합니다.
각 레벨에서 해야 할 일은 작습니다.
노트 하나 만들기
문장 세 줄 쓰기
링크 하나 걸기
오늘 배운 것 한 줄 남기기
나중에 AI에게 줄 재료 표시하기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옵시디언 실력은 멋진 화면을 꾸미는 능력이 아닙니다. 내 생각을 놓치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게 만들고,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는 능력입니다.
레벨 0 퀘스트: 시작하기 전에 정할 것
설치하기 전에 작은 퀘스트를 하나만 해봅시다. 종이나 메모장에 아래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나는 옵시디언에 ________을/를 쌓고 싶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나는 옵시디언에 독서 메모를 쌓고 싶다.
나는 옵시디언에 업무 회고를 쌓고 싶다.
나는 옵시디언에 글쓰기 아이디어를 쌓고 싶다.
나는 옵시디언에 AI에게 줄 내 경험과 판단을 쌓고 싶다.
나는 옵시디언에 공부 기록과 질문을 쌓고 싶다.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적이 작을수록 좋습니다. "내가 읽은 책에서 써먹을 문장만 모으겠다" 정도도 훌륭합니다.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다음 레벨에서는 실제로 옵시디언을 설치하고, 첫 번째 금고를 만들고, 첫 노트를 작성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무것도 몰라도 시작할 수 있게 하나씩 따라가면 됩니다.
당신의 첫 번째 목표는 완벽한 지식 관리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생각 하나를 미래의 나와 AI가 다시 쓸 수 있는 재료로 남기는 것.
그것이 옵시디언 레벨 1로 가는 입구입니다.
참고
1Notion vs Obsidian (2026): Every single feature compared
2Notion AI vs. Obsidian AI: Is Local Intelligence Better for Your PKM?
3Build Your Own AI-Powered Knowledge Base with LLMs and Obsidian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