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 자립을 볼 때 이제 질문은 "얼마나 팔았나"보다 "그 매출을 얼마의 비용으로 만들었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는 설비투자, 장비 제약, 수율, 고객 믹스가 동시에 손익에 반영되는 사업입니다.
SMIC의 1분기 실적은 이 긴장을 잘 보여줍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5% 늘어난 약 25억 달러였지만, 순이익은 5% 증가한 약 1억9,740만 달러에 그쳐 시장 예상치 2억2,36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1
매출 성장은 맞지만, 이익의 질은 더 복잡하다
확인 가능한 사실만 놓고 보면 SMIC는 성장했습니다. 매출도 늘었고 순이익도 전년보다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증가율의 비대칭입니다.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는데 순이익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습니다.1
이 차이는 단순히 "실적이 나쁘다"로 읽기 어렵습니다. 파운드리 기업은 공장 가동률이 오르면 매출이 빠르게 늘 수 있지만, 연구개발비, 감가상각, 인력, 신규 라인 안정화 비용이 함께 커지면 이익률은 눌립니다. 특히 SMIC처럼 중국 내 수요와 정책적 기대를 동시에 받는 기업은 상업적 효율성만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여기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나옵니다. SMIC를 고객사, 공급망 파트너, 경쟁사 관점에서 볼 때 매출 증가만 추적하면 부족합니다. 앞으로는 매출총이익률, 영업비용 증가율, 감가상각 부담, 설비투자 방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중국 내 주문이 늘고 있다"와 "수익성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제재 환경에서는 비용 구조가 전략이 된다
SMIC는 2020년 미국 상무부의 Entity List에 올라 첨단 장비와 기술 접근에 제한을 받아왔습니다.2 이 사실은 실적 해석에서 핵심 배경입니다. 파운드리는 최신 장비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조건으로 들여올 수 있을 때 비용 최적화가 쉬워집니다. 반대로 장비 선택지가 제한되면 같은 성능을 내기 위해 더 많은 공정 보정, 우회 설계, 엔지니어링 투입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해석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분기의 영업비용 증가가 전부 제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개발 확대, 인건비, 판매관리비, 신규 프로젝트 비용 등 여러 요인이 섞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제재 환경이 SMIC의 비용 구조를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대목은 중국 반도체 생태계를 평가하는 기업에 실무적 함의를 줍니다. 중국 내 공급망을 활용하려는 팹리스나 전자업체는 단가뿐 아니라 납기 안정성, 공정 세대별 수율, 장기 가격 변동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지정학적 제약은 한 번의 비용 항목이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프리미엄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AI 붐의 수혜와 첨단 공정의 한계 사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회복 국면에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4년 6,2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습니다.3 AI 서버, 고대역폭 메모리, 데이터센터 투자가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SMIC가 이 흐름을 TSMC처럼 그대로 흡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 가속기 최첨단 공정의 중심은 여전히 선단 노드와 고성능 패키징에 있고, 이 영역은 장비·소프트웨어·생태계 장벽이 높습니다. SMIC의 강점은 중국 내 수요, 성숙 공정, 로컬 고객 기반에 더 가깝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모든 반도체가 3나노나 5나노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용, 전력관리, 디스플레이 구동칩, IoT용 칩에는 성숙 공정 수요가 여전히 큽니다. 중국 내 수입 대체 흐름이 이어진다면 SMIC는 선단 공정에서 뒤처져도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략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성숙 공정은 수요가 넓지만 경쟁도 치열하고 가격 압박을 받기 쉽습니다. 첨단 공정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성공하면 수익성이 큽니다. SMIC의 이번 실적은 중국 파운드리 산업이 "물량 확대" 단계에서 "비용을 감당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봐야 할 숫자는 매출보다 비용이다
이번 실적을 단순한 어닝 미스로만 보면 핵심을 놓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SMIC가 성장하는 동안 비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입니다. 영업비용 증가가 일시적 투자라면 향후 매출 확대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조적 비용 상승이라면 매출이 늘어도 이익 레버리지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SMIC를 봐야 하는 사람은 투자자만이 아닙니다. 중국 시장에 칩을 팔거나, 중국 내 제조 옵션을 검토하거나,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평가하는 기업 모두에게 이 실적은 신호입니다. 앞으로의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가동률이 유지되는지, 영업비용 증가율이 둔화되는지, 그리고 성숙 공정 중심의 성장으로도 충분한 이익률을 낼 수 있는지입니다.
참고
2Commerce Adds China's SMIC to the Entity List, Restricting Access to Key Enabling U.S. Technology
3Global Semiconductor Sales Increase 19.1% in 2024; Exceed $600 Billion for Firs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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