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Microsoft 365 갱신 때, 회사는 정말 필요한 제품을 고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깔린 Windows, Word, Excel, Teams, Entra, Copilot의 조합 안에서 "가장 덜 번거로운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Microsoft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지배력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은 Windows, Word, Excel, Teams, Copilot 등 제품의 묶음 판매가 경쟁을 약화시키는지, 그리고 AI 경쟁사가 Microsoft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제대로 연동될 수 있는지다. 조사는 2027년 2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1
이번 조사는 Teams 하나가 아니라 '업무 운영체제'에 관한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번들링 조사다. 하지만 핵심은 더 넓다. Microsoft는 단순히 워드프로세서나 메신저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많은 기업의 업무 흐름을 구성하는 기본 계층을 쥐고 있다.
문서 작성은 Word, 표 계산은 Excel, 회의는 Teams, 인증은 Entra ID, PC 환경은 Windows, 클라우드는 Azure, 생성형 AI는 Copilot으로 이어진다. 각각은 개별 제품이지만, 구매와 운영 현장에서는 하나의 패키지처럼 작동한다.
이 구조의 장점도 분명하다. 통합 관리가 쉽고, 보안 정책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직원 교육 비용도 낮다. 그래서 번들링 자체가 곧바로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편리한 통합"이 "경쟁 제품을 검토할 이유가 사라지는 구조"로 바뀔 때다. Teams가 Microsoft 365 안에 포함돼 있으면 Slack이나 Zoom 같은 경쟁 도구는 기능 경쟁 이전에 배포 경쟁에서 밀린다. Copilot이 Office 앱 곳곳에 기본 탑재되면 독립 AI 도구도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질문이 중요해진다. "우리가 이 제품을 쓰는 이유가 성능 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계약서와 관리자 콘솔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인가?"
AI가 들어오면서 번들링의 파급력이 커졌다
과거의 번들링 논쟁은 주로 메신저, 브라우저, 미디어 플레이어 같은 앱 단위 경쟁이었다. 이번에는 AI가 얹혀 있다. CMA가 AI 경쟁사의 Microsoft 업무용 소프트웨어 연동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이유다.1
Copilot은 별도의 앱이라기보다 Word에서 초안을 만들고, Excel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Teams 회의를 요약하는 방식으로 업무 흐름 안에 들어간다. 사용자는 "AI 도구를 도입한다"기보다 "기존 Office에 붙은 기능을 켠다"고 느낀다.
이것은 강력한 유통 우위다. 독립 AI 기업이 더 뛰어난 모델이나 기능을 갖고 있어도, 문서·메일·회의·권한 체계에 깊게 접근하지 못하면 실제 업무에서는 불리하다.
EU의 Teams 사건은 참고할 만한 선례다. 유럽연합은 Microsoft가 Teams를 Office 365·Microsoft 365와 결합해 경쟁 메신저에 불리한 배포 이점을 줬다고 문제 삼았고, 이후 Microsoft는 Teams 없는 제품군 제공, 데이터 이동성, 경쟁 도구와의 상호운용성 관련 약속을 수용했다.2
다만 이 선례가 그대로 Copilot에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는 메신저보다 훨씬 넓은 기능 계층이다. 문서, 코드, 검색, 보안, 고객지원까지 걸쳐 있다. 따라서 규제기관이 단순 가격 분리보다 API 접근, 데이터 이동성, 기본값 설정, 관리자 선택권을 더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까지 이어지는 이유: 라이선스가 인프라 선택을 바꾼다
이번 조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클라우드다. CMA는 Microsoft가 '전략적 시장 지위'로 지정될 경우 클라우드 시장에도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CMA는 Microsoft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방식이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본 바 있다.1
여기서 쟁점은 Azure가 좋은 클라우드냐 아니냐가 아니다. Windows Server, SQL Server, Microsoft 365, 보안 제품의 라이선스 조건이 Azure 사용을 더 유리하게 만들고, 경쟁 클라우드에서 Microsoft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때 비용이나 조건이 불리해지는지가 문제다.
기업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슈다. 클라우드 이전 비용은 단순히 서버를 옮기는 비용이 아니다. 라이선스 재산정, 인증 체계, 문서 저장소, 보안 정책, 사용자 교육, 자동화 스크립트까지 연결된다. 한 번 깊게 묶이면 기술적으로는 이전 가능해도 재무적으로는 이전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금 갱신을 앞둔 기업이라면 가격 할인율만 볼 일이 아니다. 최소한 다음 항목을 따져야 한다.
Teams, Copilot, 보안 제품을 실제로 얼마나 쓰는가
Azure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Microsoft 워크로드를 돌릴 때 조건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장기 계약이 향후 규제 변화의 혜택을 막지는 않는가
데이터 내보내기와 경쟁 도구 연동이 계약·기술 양쪽에서 가능한가
규제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선택권을 회계 처리해야 한다
Microsoft에도 반론은 있다. 통합 번들은 기업 IT의 복잡성을 줄이고, 보안과 관리 효율을 높인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여러 벤더를 조합하는 것보다 Microsoft 중심 구성이 더 싸고 안정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조사의 실무적 결론은 "Microsoft를 떠나라"가 아니다. 더 정확한 결론은 "편의성을 선택하되, 잠금 비용을 숫자로 보라"다.
CMA 조사는 2027년 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Microsoft는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1 즉 단기적으로 제품 가격이나 계약 구조가 바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규제의 방향은 분명하다. 업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를 하나의 생태계 지배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법무팀만이 아니다. Microsoft 365·Azure·Copilot 갱신을 앞둔 CIO, IT 관리자, 조달 담당자는 이번 조사를 협상 카드이자 점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Microsoft를 쓰느냐"가 아니라 "Microsoft를 쓰면서도 다른 선택지를 실제 선택지로 남겨둘 수 있느냐"다.
참고
2Microsoft sidesteps hefty EU fine with Teams unbundling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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