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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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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힘을 직접 주고받는다는 생각의 한계

지난 장에서 우리는 전하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같은 종류의 전하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종류의 전하는 서로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그 힘의 크기는 쿨롱 법칙으로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양전하 하나와 음전하 하나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두 전하는 서로 끌어당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묘한 질문이 생깁니다.

"두 전하는 서로 닿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힘을 주고받을까?"

손으로 책상을 밀 때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손과 책상이 닿아 있으니까요. 공을 발로 찰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이 공을 직접 밀어 냅니다. 그런데 전하는 떨어져 있어도 힘을 주고받습니다. 두 전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그냥 "멀리서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쿨롱 법칙은 두 전하 사이의 거리만 알면 힘의 크기를 바로 계산해 줍니다. 하지만 전자기학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 관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자기학은 단순히 전하 두 개 사이의 힘을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전하가 주변 공간을 어떻게 바꾸고 그 공간이 다른 전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요한 생각이 바로 전기장입니다.

전기장은 "전하가 주변 공간에 만들어 놓은 성질"입니다. 어떤 공간에 전기장이 있다는 말은, 그곳에 전하를 가져다 놓으면 전기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전기장은 보이지 않는 공간의 기울기, 흐름, 분위기 같은 것입니다.

조금 비유해 보겠습니다. 향수를 뿌리면 향수병 자체는 한곳에 있지만 냄새는 주변 공간으로 퍼집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 공간에 들어오면 향을 느낍니다. 전하도 비슷합니다. 전하는 자기 주변 공간에 전기장을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다른 전하가 그 공간에 들어오면 전기력을 받습니다.

물론 전기장은 냄새처럼 코로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하가 공간에 어떤 영향력을 만들어 둔다"는 생각은 전자기학 전체를 이해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전기장이라는 생각

전기장은 단위 양전하가 받는 힘이다

전기장을 정확히 정의해 봅시다.

전기장 E는 어떤 위치에 놓인 단위 양전하가 받는 전기력입니다.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E = F / q₀

여기서 F는 시험 전하가 받는 전기력이고, q₀는 그 위치에 살짝 놓아 본 작은 양전하입니다. 이때 q₀를 보통 시험 전하라고 부릅니다. 시험 전하는 말 그대로 "이곳의 전기장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놓아 보는 전하"입니다.

왜 하필 양전하일까요? 이것은 약속입니다. 전기장의 방향을 정할 때,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을 전기장의 방향으로 삼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기장을 말할 때는 항상 이런 기준이 깔려 있습니다.

"이 위치에 아주 작은 양전하를 놓으면 어느 방향으로 밀리거나 끌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전기장의 방향입니다.

여기서 전기장과 전기력을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초보자가 자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 전기력은 실제 전하가 받는 힘입니다.

  • 전기장은 그 위치의 공간이 가진 성질입니다.

  • 전하량은 전기장이 전기력으로 나타나는 정도를 결정합니다.

비유하자면, 바람이 부는 공간에 깃털을 놓으면 깃털이 움직입니다. 이때 바람 자체와 깃털이 받는 힘은 다릅니다. 바람은 공간의 상태이고, 깃털이 받는 힘은 그 바람이 깃털에 실제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전기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장은 공간의 상태이고, 전기력은 그 공간에 놓인 전하가 실제로 받는 힘입니다.

만약 어떤 위치의 전기장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면, 그곳에 양전하를 놓았을 때 양전하는 오른쪽으로 힘을 받습니다. 그런데 음전하를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음전하는 전기장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기력은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F = qE

전하량 q가 양수이면 힘은 전기장과 같은 방향입니다. 전하량 q가 음수이면 힘은 전기장과 반대 방향입니다. 그래서 전기장을 먼저 알고 나면, 그 공간에 어떤 전하가 들어왔을 때 어떤 힘을 받을지 훨씬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바꿔 놓는 전하

이제 전하 하나가 주변에 어떤 전기장을 만드는지 살펴봅시다. 가장 기본적인 경우는 점전하입니다. 점전하는 크기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한 점에 모여 있는 전하를 뜻합니다. 현실의 전하는 완벽한 점이 아니지만, 물체의 크기보다 거리가 충분히 멀면 점전하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전하 Q가 하나 있을 때, 그 전하로부터 거리 r만큼 떨어진 위치에서 전기장의 크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E = k|Q| / r²

여기서 k는 쿨롱 법칙에 나왔던 비례 상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식의 모양입니다. 전기장의 크기는 전하량 |Q|가 클수록 커지고, 거리 r이 멀어질수록 작아집니다. 특히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말은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하에서 2배 멀어지면 전기장의 세기는 1/4이 됩니다. 3배 멀어지면 1/9이 됩니다. 멀어질수록 약해지지만, 단순히 조금씩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꽤 빠르게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방향은 전하의 부호에 따라 달라집니다.

양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은 바깥쪽으로 뻗어 나갑니다. 양전하 근처에 작은 양전하를 놓으면 서로 밀어내므로, 시험 양전하는 원래 전하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힘을 받습니다. 그래서 양전하 주변의 전기장은 전하로부터 바깥으로 향합니다.

반대로 음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은 안쪽으로 향합니다. 음전하 근처에 작은 양전하를 놓으면 서로 끌어당기므로, 시험 양전하는 음전하 쪽으로 힘을 받습니다. 그래서 음전하 주변의 전기장은 전하를 향해 들어갑니다.

말로만 보면 조금 추상적이므로, 머릿속에 이런 그림을 떠올려 봅시다.

양전하의 경우:

+ 전하 → 전기장이 사방으로 바깥쪽을 향함

음전하의 경우:

- 전하 ← 전기장이 사방에서 안쪽으로 향함

여기서 전기장은 실제로 화살표가 공간에 박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살표는 우리가 전기장의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 그린 표시입니다. 지도에서 바람 방향을 화살표로 나타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화살표 자체가 바람은 아니지만, 화살표를 보면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기력에서 전기장으로 생각을 바꾸기

쿨롱 법칙으로 두 전하 사이의 힘을 계산할 때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전하 A가 전하 B를 얼마만큼의 힘으로 밀거나 끌까?"

전기장 관점에서는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전하 A가 주변 공간에 어떤 전기장을 만들어 놓았고, 전하 B는 그 전기장 속에서 어떤 힘을 받을까?"

결과적으로 계산되는 힘은 같지만, 생각의 방식은 크게 다릅니다. 전기장 관점은 한 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굳이 공간의 성질을 따로 생각해야 하니 더 복잡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하가 여러 개 있거나, 전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전자기파를 다룰 때는 전기장이라는 생각이 훨씬 강력해집니다.

예를 들어 방 안에 향을 뿌렸다고 해 봅시다. 방 안 여러 위치에서 향의 세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향수병이 내 코를 직접 잡아당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공간에 향이 퍼져 있고, 내가 그 공간에 들어가서 냄새를 맡는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장도 비슷합니다. 전하가 공간을 바꾸어 놓고, 다른 전하는 그 공간 속에서 힘을 받습니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전자기학의 많은 현상이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전기장의 단위와 의미

전기장의 정의가 E = F / q₀였으므로 전기장의 단위는 힘의 단위 나누기 전하의 단위입니다. 힘의 단위는 뉴턴 N, 전하의 단위는 쿨롱 C이므로 전기장의 단위는 N/C입니다.

즉 1 N/C는 "1쿨롱의 양전하가 그 위치에서 1뉴턴의 힘을 받는 전기장"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위치의 전기장이 10 N/C라고 해 봅시다. 이곳에 1 C의 양전하를 놓으면 10 N의 힘을 받습니다. 2 C의 양전하를 놓으면 20 N의 힘을 받습니다. 반대로 -1 C의 음전하를 놓으면 전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10 N의 힘을 받습니다.

물론 실제로 1 C는 매우 큰 전하량입니다. 일상적인 정전기 현상에서 다루는 전하량은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단위의 뜻을 이해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전기장이 크다는 것은 그 공간이 전하를 강하게 밀거나 끌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장이 작다는 것은 같은 전하를 놓아도 받는 힘이 약하다는 뜻입니다.

전기장선: 보이지 않는 장을 그리는 방법

전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기장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사용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 전기장선입니다.

전기장선은 전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한눈에 보여 주기 위한 선입니다. 선의 방향은 그 위치에서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선이 촘촘할수록 전기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전기장선을 읽는 기본 규칙은 간단합니다.

  • 전기장선의 화살표 방향은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입니다.

  • 전기장선은 양전하에서 나와 음전하로 들어갑니다.

  • 전기장선이 조밀한 곳일수록 전기장이 강합니다.

양전하 하나만 있을 때 전기장선은 전하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갑니다. 마치 햇빛이 태양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그림처럼 보입니다. 음전하 하나만 있을 때 전기장선은 사방에서 전하를 향해 모여듭니다. 마치 배수구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처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함께 있으면 어떨까요? 전기장선은 양전하에서 출발해 음전하로 들어갑니다. 두 전하 사이의 공간에서는 전기장선이 비교적 빽빽하게 모이기 때문에 전기장이 강해집니다. 반대로 두 전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선들이 퍼지므로 전기장이 약해집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전기장선은 실제로 존재하는 실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전기장선은 우리가 전기장을 이해하기 위해 그린 도구입니다. 지도에 그려진 등고선이 실제 산 위에 그어진 선이 아닌 것처럼, 전기장선도 실제 공간에 그어진 선이 아닙니다. 하지만 등고선을 보면 산의 높낮이를 이해할 수 있듯이, 전기장선을 보면 전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기장선이 촘촘하면 왜 강할까

전기장선이 조밀할수록 장이 강하다는 말은 단순한 그림 규칙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꽤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전하 하나에서 전기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전하 가까이에 작은 원을 그리면 그 원 둘레에는 전기장선이 빽빽하게 지나갑니다. 그런데 전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큰 원을 그리면 같은 수의 전기장선이 훨씬 넓은 공간에 퍼져 지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멀리 갈수록 선 사이의 간격이 벌어집니다.

이 모습은 전기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약해지는 것과 연결됩니다. 전기장이 사방으로 퍼질수록 같은 영향이 더 넓은 면적에 나뉘어 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는 강하고, 먼 곳에서는 약합니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장면을 떠올려도 좋습니다. 분무기 입구 가까이에서는 물방울이 좁은 영역에 몰려 있어서 세게 느껴집니다. 멀리 가면 물방울이 넓게 퍼져 약하게 느껴집니다. 전기장선도 이와 비슷하게 전기장의 강약을 시각적으로 보여 줍니다.

전기장선 그림을 볼 때는 화살표의 방향만 보지 말고, 선들이 어디에서 촘촘하고 어디에서 넓게 퍼지는지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방향은 "전하가 어느 쪽으로 힘을 받을까?"를 알려 주고, 조밀함은 "얼마나 강한 힘을 받을까?"를 알려 줍니다.

여러 전하가 있을 때의 전기장

현실에서는 전하가 하나만 있는 경우보다 여러 전하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장은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중요한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전기장은 벡터이므로 여러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은 방향까지 고려하여 더합니다. 이를 중첩 원리라고 합니다. 이름은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각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을 따로 구한 뒤, 방향을 고려해서 모두 합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점에서 전하 A가 오른쪽 방향의 전기장을 만들고, 전하 B도 오른쪽 방향의 전기장을 만든다면 두 전기장은 더 강한 오른쪽 전기장이 됩니다. 반대로 A는 오른쪽, B는 왼쪽 전기장을 만든다면 서로 일부 상쇄될 수 있습니다. 크기가 같고 방향이 완전히 반대라면 그 지점의 전기장은 0이 됩니다.

이때 전기장이 0이라는 말은 그 위치에 전하를 놓아도 전기력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 주변 전체에 전기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정 위치에서 여러 전하의 영향이 정확히 상쇄된 것일 뿐입니다.

이 생각은 앞으로 매우 자주 등장합니다. 복잡한 전하 분포가 있을 때도 결국 기본은 같습니다. 작은 전하들이 만드는 전기장을 하나씩 생각하고, 그것들을 합쳐 전체 전기장을 구합니다.

균일한 전기장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점전하 주변의 전기장을 주로 생각했습니다. 점전하 주변의 전기장은 위치에 따라 방향도 달라지고 크기도 달라집니다. 전하 가까이에서는 강하고, 멀리서는 약합니다.

그런데 어떤 영역에서는 전기장의 크기와 방향이 거의 일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기장을 균일한 전기장이라고 부릅니다.

균일한 전기장은 말 그대로 어디에서나 같은 전기장입니다. 크기도 같고 방향도 같습니다. 그림으로 그리면 전기장선이 서로 나란하고 간격도 일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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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이런 모양입니다. 화살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선 사이의 간격도 일정합니다. 이것은 그 영역 어디에 양전하를 놓아도 같은 방향으로 같은 크기의 힘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균일한 전기장은 평행한 두 금속판 사이에서 잘 나타납니다. 한쪽 판을 양전하로, 다른 쪽 판을 음전하로 대전시키면 두 판 사이의 가운데 영역에서는 전기장이 거의 일정해집니다. 이때 전기장의 방향은 양전하를 띤 판에서 음전하를 띤 판 쪽입니다. 왜냐하면 전기장 방향은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이고, 양전하는 양전하 판에서 밀려나 음전하 판 쪽으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이 균일한 전기장은 앞으로 축전기, 전위, 전기 에너지 등을 배울 때 아주 중요한 무대가 됩니다.

균일한 전기장 속 전하의 운동

이제 전기장이 실제 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간단한 예로 살펴봅시다.

오른쪽 방향으로 균일한 전기장 E = 500 N/C가 있다고 합시다. 이곳에 전하량이 +2 μC인 작은 입자를 놓습니다. μC는 마이크로쿨롱이라고 읽고, 1 μC = 0.000001 C입니다. 따라서 +2 μC는 0.000002 C입니다.

전기력은 F = qE로 구합니다.

F = 0.000002 C × 500 N/C = 0.001 N

이 입자는 오른쪽으로 0.001 N의 힘을 받습니다. 전기장이 오른쪽이고 전하가 양전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입자가 처음에 가만히 있었다면, 오른쪽으로 점점 빨라질 것입니다.

이제 같은 위치에 -2 μC의 전하를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전하량의 크기는 같지만 부호가 음수입니다. 힘의 크기는 여전히 0.001 N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전기장과 반대입니다. 따라서 음전하는 왼쪽으로 힘을 받고, 왼쪽으로 점점 빨라집니다.

이 장면은 전기장과 전기력을 구분하는 데 아주 좋은 예입니다. 전기장은 그대로 오른쪽입니다. 공간의 성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 놓인 전하가 양전하인지 음전하인지에 따라 실제 힘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운동까지 생각해 봅시다. 질량이 0.01 kg인 작은 양전하 물체가 오른쪽으로 0.001 N의 힘을 받는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 F = ma에 의해 가속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a = F / m = 0.001 N / 0.01 kg = 0.1 m/s²

즉 이 물체는 오른쪽으로 0.1 m/s²의 가속도를 가집니다. 이 말은 1초마다 속도가 0.1 m/s씩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전기장이 물체를 직접 "잡아끄는 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전하를 가진 물체의 운동을 분명히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기장의 힘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운동으로 드러납니다.

전기장은 지도이고, 전하는 여행자다

전기장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전기장을 지도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도에는 길의 방향, 경사, 위험한 구간, 목적지까지의 흐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는 그 지도를 따라 움직입니다.

전기장도 비슷합니다. 전기장은 공간 곳곳에 "양전하라면 이쪽으로 힘을 받을 것이다"라는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전하는 그 전기장 속에 들어가 힘을 받고 움직입니다. 양전하는 전기장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고, 음전하는 전기장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합니다.

물론 실제 운동은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속도를 가지고 있던 전하라면 전기장 방향으로 곧장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을 옆으로 던졌는데 아래쪽으로 중력이 작용하면 포물선 운동을 하듯이, 전하도 기존 속도와 전기력의 방향이 합쳐져 휘어진 경로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전기장은 전하의 운동을 결정하는 배경입니다. 그래서 전자기학 문제를 풀 때는 먼저 "어떤 힘이 작용하는가?"라고 묻기 전에 "그 위치의 전기장은 어느 방향이고 얼마나 강한가?"라고 묻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전기장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전기장을 처음 배우면 오히려 한 단계 더 복잡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하 사이의 힘만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공간의 성질을 새로 도입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장은 전자기학의 언어입니다. 전기장을 이해하면 전하가 하나일 때뿐 아니라 여러 전하가 있을 때, 도체가 있을 때, 축전기가 있을 때, 전류와 자기장이 함께 나타날 때도 훨씬 넓은 시야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장은 "멀리서 힘이 갑자기 작용한다"는 느낌을 줄여 줍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전하가 주변 공간에 전기장을 만들고, 다른 전하는 그 전기장 속에서 힘을 받는다."

이 한 문장은 앞으로 배우게 될 많은 내용을 이어 주는 중심 문장입니다.

전자기학에서 장이라는 생각은 전기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자기장도 배우고,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파동처럼 퍼져 나가는 전자기파도 만나게 됩니다. 빛 역시 전자기파입니다. 그러니 지금 배우는 전기장은 단순히 한 챕터의 개념이 아니라, 전자기학 전체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번 장의 핵심 정리

전기장은 전하가 주변 공간에 만들어 놓은 성질입니다. 어떤 위치에 전기장이 있다는 것은 그곳에 전하를 놓았을 때 전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장의 방향은 그 위치에 놓인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으로 정합니다.

전기장과 전기력은 다릅니다. 전기장은 공간의 성질이고, 전기력은 전하가 실제로 받는 힘입니다. 둘은 F = qE로 연결됩니다. 양전하는 전기장 방향으로 힘을 받고, 음전하는 전기장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습니다.

점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의 크기는 E = k|Q| / r²입니다. 전하량이 클수록 전기장은 강하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집니다. 양전하의 전기장은 바깥쪽으로 향하고, 음전하의 전기장은 안쪽으로 향합니다.

전기장선은 보이지 않는 전기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전기장선의 방향은 전기장의 방향을 나타내며, 선이 조밀할수록 전기장이 강합니다. 균일한 전기장에서는 전기장선이 나란하고 간격이 일정하며, 그 안의 전하는 일정한 전기력을 받아 가속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하 사이의 힘을 단순히 "서로 잡아당기거나 밀어낸다"고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하가 공간을 바꾸고, 그 공간이 다시 전하의 운동을 바꾼다는 더 깊은 관점에 들어섰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전기장이 공간을 얼마나 통과하는지를 나타내는 새로운 개념, 전기 플럭스를 배우고, 전자기학의 가장 아름다운 법칙 중 하나인 가우스 법칙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책 목록

처음 배우는 전자기학: 전하에서 빛까지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힘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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