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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이름이 비슷해서 더 어려운 세계

AI를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의외로 수식이 아닙니다. 용어입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 모델, 신경망, 알고리즘 같은 말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뉴스에서는 모두 AI라고 부르고, 강의에서는 머신러닝이라고 부르며, 제품 소개 페이지에서는 딥러닝 기반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다 같은 말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같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완전히 따로 떨어진 말도 아닙니다. 이들은 서로 겹쳐 있고, 포함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이 인공지능이고, 그 안에 머신러닝이 들어 있으며, 머신러닝 안에 딥러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자주 듣는 생성형 AI는 주로 딥러닝, 특히 거대한 신경망 모델의 발전 위에서 꽃핀 기술입니다.

이 장의 목표는 어려운 정의를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날 여러 모델과 기법이 전체 지도에서 어디에 놓이는지 감을 잡는 것입니다. 지도를 먼저 보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나중에 선형회귀, 결정트리, 랜덤포레스트, K-means, 신경망 같은 이름이 나와도 '아, 이건 머신러닝 안의 어떤 방식이구나' 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원: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든다는 꿈에서 출발한 넓은 분야입니다. 여기서 사람처럼이라는 말은 꼭 사람의 뇌를 똑같이 복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할 법한 지능적 행동을 컴퓨터가 해내도록 만드는 모든 시도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길 찾기 앱이 교통 상황을 고려해 빠른 경로를 추천합니다. 스마트폰이 얼굴을 알아보고 잠금을 풉니다. 게임 속 적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따라오거나 피합니다. 병원에서는 영상 속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쓰입니다.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번역기는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꿉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기계가 지능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규칙을 하나하나 적어 넣을 수도 있고, 데이터를 많이 보여주며 스스로 규칙을 찾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목표에 가깝고, 머신러닝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초기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규칙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봅시다. 개발자가 이렇게 규칙을 쓸 수 있습니다. '제목에 무료라는 단어가 있으면 의심한다.' '본문에 대출, 당첨, 긴급 같은 단어가 많으면 스팸으로 분류한다.' 이런 방식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람이 직접 판단 기준을 정하고, 컴퓨터는 그 규칙을 빠르게 적용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세상은 규칙 몇 줄로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스팸 메일 작성자는 단어를 바꿉니다. 무료를 무.료라고 쓰거나,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정상 메일처럼 문장을 꾸밉니다. 반대로 진짜 중요한 메일에도 무료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경우의 수를 규칙으로 적으려 하면 금세 벽에 부딪힙니다.

이 지점에서 머신러닝이 등장합니다.

두 번째 원: 머신러닝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핵심은 명시적인 규칙을 사람이 전부 작성하는 대신, 데이터에서 규칙을 배우게 한다는 점입니다.

스팸 메일 예시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통적인 규칙 기반 방식에서는 사람이 '이런 단어가 나오면 스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 정했습니다. 머신러닝 방식에서는 수많은 메일과 그 메일이 스팸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답을 모델에게 보여줍니다. 모델은 데이터를 보며 어떤 표현, 어떤 패턴, 어떤 조합이 스팸과 자주 연결되는지 찾아갑니다.

여기서 모델은 데이터를 보고 예측하는 작은 판단 기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서툽니다. 진짜 메일을 스팸이라고 하기도 하고, 스팸을 정상 메일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측한 결과와 실제 정답을 비교하면서 조금씩 고쳐집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학습이라고 부릅니다.

머신러닝의 기본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데이터를 준비합니다. 그 데이터에서 예측에 도움이 될 특징을 뽑습니다. 모델이 예측합니다. 예측값을 실제값과 비교합니다. 틀린 만큼 오차가 생깁니다. 모델은 그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신을 조정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처음 보는 새로운 데이터에도 그동안 배운 패턴을 적용합니다.

이 흐름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입니다. 집값 예측도, 생존 여부 예측도, 스팸 분류도, 고객 이탈 예측도 모두 이 구조 위에 있습니다. 데이터의 모양과 문제의 종류가 달라질 뿐입니다.

머신러닝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보고 예측 규칙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규칙입니다. 다만 이 규칙은 사람이 손으로 쓴 규칙이 아닙니다. 데이터 속에서 모델이 찾아낸 규칙입니다. 그래서 머신러닝 모델이 내놓는 규칙은 사람에게 직관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값 예측 모델은 '면적이 넓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식의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패턴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반면 수많은 클릭 기록과 구매 기록을 분석하는 추천 모델은 사람이 단번에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취향 패턴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신호를 찾고, 그 신호를 이용해 앞으로의 값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규칙을 쓰는 프로그램과 학습하는 프로그램

머신러닝의 차이를 더 선명하게 느끼려면 전통적인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의 프로그램은 사람이 규칙을 정하고, 컴퓨터가 그 규칙을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총 결제 금액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은 어렵지 않습니다. 상품 가격에 수량을 곱하고, 배송비를 더하고,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됩니다. 규칙이 분명합니다. 이런 문제에 굳이 머신러닝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객이 다음 달에 서비스를 해지할지 예측하는 문제는 다릅니다. 해지 여부에는 너무 많은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로그인 빈도, 결제 이력, 고객 문의, 사용 시간, 최근 불만, 경쟁 서비스의 등장, 가격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사람이 '이 조건이면 반드시 해지한다'고 단순한 규칙을 쓰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머신러닝은 유용합니다. 과거 고객 데이터를 모읍니다. 어떤 고객이 계속 사용했고, 어떤 고객이 떠났는지 정답을 함께 준비합니다. 모델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지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패턴을 찾아냅니다. 이후 새로운 고객을 보면 '이 고객은 이탈 가능성이 높다'거나 '이 고객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합니다.

차이는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방식사람이 하는 일컴퓨터가 하는 일잘 맞는 문제
규칙 기반 프로그램규칙을 직접 작성한다규칙을 그대로 실행한다계산, 명확한 조건 처리, 업무 자동화
머신러닝 프로그램데이터와 정답을 준비한다데이터에서 규칙을 찾아 예측한다분류, 예측, 추천, 패턴 탐지

물론 세상의 모든 문제를 머신러닝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명확한 규칙으로 해결되는 문제에 머신러닝을 억지로 쓰면 더 복잡해집니다. 머신러닝은 '규칙을 사람이 직접 쓰기 어렵지만, 데이터 속에는 패턴이 있을 때' 빛을 발합니다.

세 번째 원: 딥러닝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한 종류입니다. 머신러닝 전체와 딥러닝을 같은 말로 쓰면 헷갈립니다. 모든 딥러닝은 머신러닝이지만, 모든 머신러닝이 딥러닝은 아닙니다.

딥러닝의 중심에는 신경망이 있습니다. 신경망은 입력을 받아 여러 단계의 계산을 거쳐 출력을 만드는 모델입니다. 깊다는 말은 이런 계산 단계가 여러 층으로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딥러닝은 깊은 신경망을 이용해 복잡한 패턴을 배우는 머신러닝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조금 더 쉽게 비유해보겠습니다. 사진 속 동물이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해봅시다. 전통적인 머신러닝에서는 사람이 먼저 특징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귀의 모양, 눈의 위치, 털 색, 얼굴 윤곽 같은 정보를 숫자로 뽑아 모델에게 전달합니다. 모델은 그 특징들을 보고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합니다.

딥러닝은 이 과정의 많은 부분을 모델 내부에서 함께 배웁니다. 낮은 층에서는 선이나 모서리 같은 단순한 패턴을 감지하고, 더 높은 층에서는 눈, 귀, 털 같은 부분을 조합하며, 더 깊은 층에서는 고양이다움이나 강아지다움에 가까운 복잡한 패턴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람이 특징을 전부 손으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한 데이터와 계산 자원이 있으면 신경망이 여러 단계의 표현을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이 점 때문에 딥러닝은 이미지, 음성, 자연어처럼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데이터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비정형 데이터란 표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숫자 데이터가 아니라, 사진, 소리, 문장, 영상처럼 구조가 복잡한 데이터를 말합니다.

하지만 딥러닝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데이터가 적거나, 설명 가능성이 중요하거나, 표 형태의 데이터에서 빠르게 좋은 성능을 내야 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머신러닝 방법이 여전히 매우 강력합니다. 실제 현업에서도 선형 모델, 결정트리, 랜덤포레스트, 그래디언트 부스팅 같은 모델이 널리 쓰입니다. 딥러닝은 대단한 도구이지만, 모든 나사를 박는 망치는 아닙니다.

생성형 AI는 어디에 있을까

요즘 AI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챗봇, 이미지 생성기, 코딩 도우미를 떠올립니다. 질문을 입력하면 긴 답변을 생성하고, 간단한 설명만 주면 그림을 만들어내며, 코드의 오류를 찾아주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을 보통 생성형 AI라고 부릅니다.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새로운 내용을 생성하는 AI입니다. 기존의 분류 모델이 '이 메일은 스팸인가 아닌가'를 고르는 데 집중했다면, 생성형 AI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문장을 만들어라', '이 설명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라', '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라'처럼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과 어떤 관계일까요? 생성형 AI는 인공지능의 한 흐름이며, 오늘날 강력한 생성형 AI의 대부분은 딥러닝 기술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은 엄청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이용해 언어의 패턴을 학습한 딥러닝 모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성형 AI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기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큰 목표가 있었고, 데이터를 통해 규칙을 배우는 머신러닝이 발전했으며, 깊은 신경망을 이용하는 딥러닝이 복잡한 패턴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흐름 위에서 문장, 이미지, 코드, 소리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크게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전통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는 서로 경쟁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없애는 관계가 아닙니다. 더 넓은 지도 위에서 각자 역할이 다릅니다. 어떤 문제에는 간단한 회귀 모델이 가장 좋고, 어떤 문제에는 결정트리가 이해하기 쉽고, 어떤 문제에는 딥러닝이 필요하며, 어떤 문제에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엽니다.

포함 관계로 보는 전체 지도

지금까지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봅시다. 가장 바깥에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지능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려는 넓은 목표입니다. 그 안에 머신러닝이 있습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통해 규칙을 배우는 접근법입니다. 그 안에 딥러닝이 있습니다. 딥러닝은 깊은 신경망으로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생성형 AI는 주로 딥러닝의 발전을 바탕으로 텍스트, 이미지, 코드 같은 결과물을 생성하는 기술 흐름입니다.

이 관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어핵심 질문대표 예시이 책에서의 위치
인공지능컴퓨터가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게임 AI, 챗봇, 경로 탐색, 자동 번역가장 큰 배경
머신러닝데이터에서 규칙을 배우게 할 수 있을까?집값 예측, 스팸 분류, 고객 이탈 예측이 책의 중심 주제
딥러닝깊은 신경망으로 복잡한 패턴을 배울 수 있을까?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언어 모델마지막 부에서 연결
생성형 AI학습한 패턴으로 새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글 생성, 이미지 생성, 코드 생성딥러닝 이후의 확장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줄은 머신러닝입니다. 이 책은 딥러닝이나 생성형 AI를 깊이 파고들기 전에, 머신러닝의 기본 감각을 튼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왜냐하면 딥러닝과 생성형 AI를 이해하려 해도 결국 데이터, 특징, 모델, 손실, 학습, 평가, 일반화 같은 개념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들은 머신러닝의 기본 뼈대입니다.

예측하는 AI와 생성하는 AI

또 하나 구분해두면 좋은 축이 있습니다. 바로 예측과 생성입니다.

머신러닝을 처음 배울 때 많이 만나는 문제는 예측입니다. 집의 면적과 위치를 보고 가격을 예측합니다. 승객의 나이, 성별, 객실 등급을 보고 생존 여부를 예측합니다. 메일 제목과 본문을 보고 스팸 여부를 예측합니다. 고객의 사용 기록을 보고 이탈 가능성을 예측합니다.

이때 모델은 입력을 받아 어떤 값을 내놓습니다. 그 값은 숫자일 수도 있고, 범주일 수도 있습니다. 집값 예측처럼 연속적인 숫자를 맞히는 문제를 회귀라고 합니다. 스팸인지 아닌지처럼 정답의 종류를 고르는 문제를 분류라고 합니다. 앞으로 2부에서 자세히 다룰 내용입니다.

생성형 AI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질문을 넣으면 답변 문장을 만들고, 설명을 넣으면 이미지를 만듭니다. 하지만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역시 패턴 학습이 있습니다. 언어 모델은 수많은 문장을 보며 어떤 단어와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이어지는지 배웁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은 이미지와 설명 사이의 관계를 배웁니다. 겉으로는 창작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배우는 머신러닝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측형 모델과 생성형 모델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누기보다는, 학습한 패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다르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모델은 값을 맞히는 데 쓰이고, 어떤 모델은 새 결과물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하지만 둘 다 데이터에서 배운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합니다.

전통 머신러닝은 낡은 기술일까

딥러닝과 생성형 AI가 워낙 화려하다 보니, 전통 머신러닝은 오래된 기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선형회귀, 로지스틱 회귀, 결정트리 같은 이름은 어쩐지 고전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오래되었다고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현실 문제에서는 전통 머신러닝이 빠르고, 강하고, 이해하기 쉬운 선택지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고객 이탈을 예측한다고 해봅시다. 데이터가 표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고객의 가입 기간, 결제 금액, 로그인 횟수, 문의 횟수, 최근 사용일 같은 열이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에서는 결정트리 계열 모델이나 그래디언트 부스팅 모델이 매우 좋은 성능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습 속도도 빠르고, 어떤 특징이 예측에 중요했는지 분석하기도 비교적 쉽습니다.

반대로 수백만 장의 이미지에서 질병 징후를 찾거나, 긴 문서를 이해해 답변을 생성하거나,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야 한다면 딥러닝이 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복잡하고, 사람이 직접 특징을 설계하기 어려우며, 충분한 데이터와 계산 자원이 있다면 깊은 신경망이 큰 힘을 발휘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요즘 유행하는 기술인가?'가 아닙니다. '이 문제에 알맞은 도구인가?'입니다. 작은 못을 박을 때 굴착기를 부르지 않습니다. 반대로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손망치만 들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좋은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는 도구의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모양을 보고 적절한 도구를 고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 책에서 전통 머신러닝을 먼저 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 머신러닝은 데이터와 모델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특징을 어떻게 만들고, 모델이 어떻게 예측하며, 오차를 어떻게 줄이고, 과적합을 어떻게 피하는지 이해하기 좋습니다. 이 감각이 생기면 딥러닝으로 넘어가도 훨씬 덜 흔들립니다.

같은 데이터도 문제 정의에 따라 달라진다

AI, 머신러닝, 딥러닝을 구분할 때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 데이터가 있다고 해봅시다. 고객의 나이, 지역, 방문 기록, 장바구니 기록, 구매 내역, 상품 클릭 기록이 들어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음 달 매출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숫자를 맞히는 회귀 문제가 됩니다. 어떤 고객이 재구매할지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분류 문제가 됩니다. 비슷한 구매 패턴을 가진 고객끼리 묶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정답 라벨 없이 패턴을 찾는 군집화 문제가 됩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추천 시스템 문제가 됩니다.

데이터는 하나인데 질문이 달라지면 문제 유형이 달라집니다. 문제 유형이 달라지면 적합한 모델도 달라집니다. 이것이 머신러닝을 배울 때 문제 정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모델을 고르기 전에 먼저 '나는 무엇을 예측하려는가?', '정답이 있는가?', '결과가 숫자인가, 종류인가, 묶음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 책은 이런 질문을 차근차근 다룹니다. 회귀는 숫자를 예측하는 문제입니다. 분류는 정답의 종류를 고르는 문제입니다. 비지도학습은 정답 없이 데이터 속 구조를 찾는 문제입니다. 추천은 사용자와 아이템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다음 선택을 돕는 문제입니다. 이 장에서 큰 지도를 잡았다면, 이후 장들은 지도 위의 길을 하나씩 걸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머신러닝을 이해하는 가장 작은 문장

머신러닝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용어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작은 문장 하나만 붙잡아도 충분합니다.

모델은 데이터를 보고 예측을 하고, 틀린 만큼 고쳐진다.

이 문장 안에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데이터는 모델이 배울 재료입니다. 예측은 모델이 내놓는 답입니다. 틀렸다는 말은 실제값과 비교했다는 뜻입니다. 고쳐진다는 말은 오차를 줄이도록 학습한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손실 함수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손실 함수는 모델이 얼마나 틀렸는지 숫자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최적화라는 말도 나옵니다. 최적화는 그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모델을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일반화라는 말도 나옵니다. 일반화는 학습한 데이터뿐 아니라 처음 보는 데이터에도 잘 맞는 능력입니다. 지금은 이 용어들을 완벽히 알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모두 같은 흐름의 일부라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데이터를 준비한다. 특징을 만든다. 모델이 예측한다. 실제값과 비교한다. 오차를 줄인다. 새로운 데이터에 적용한다.

이 흐름을 이해하면 머신러닝은 더 이상 정체불명의 마법이 아닙니다. 물론 내부에는 수학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학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요리를 배울 때도 분자 구조부터 외우지 않습니다. 먼저 재료를 보고, 불을 조절하고, 맛을 보며, 무엇을 더 넣어야 할지 감을 익힙니다. 머신러닝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데이터와 예측의 감각을 익히고, 그다음 필요한 수학을 조금씩 만나면 됩니다.

용어가 흔들릴 때 돌아올 기준

앞으로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말이 계속 등장합니다. 인공신경망, Transformer, 앙상블, 강화학습, 표현학습, 임베딩, 파운데이션 모델 같은 단어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모든 용어를 외우려고 하면 지칩니다. 대신 이 장에서 만든 기준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먼저 이것이 인공지능의 어떤 목표를 다루는지 봅니다. 사람의 어떤 지능적 행동을 흉내 내려는 것인지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데이터에서 규칙을 배우는 방식인지 확인합니다. 그렇다면 머신러닝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깊은 신경망을 사용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렇다면 딥러닝과 관련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새 문장, 이미지, 코드, 음악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봅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렇게 보면 용어가 조금씩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스팸 메일 분류기는 인공지능 시스템일 수 있고, 데이터로 학습한다면 머신러닝 모델입니다. 단순한 로지스틱 회귀로 만들었다면 전통 머신러닝 모델입니다. 거대한 신경망으로 메일 내용을 이해하게 만들었다면 딥러닝 모델입니다.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답장 초안을 생성한다면 생성형 AI의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서비스 안에도 여러 기술이 섞일 수 있습니다. 쇼핑몰 추천 서비스는 전통 머신러닝 모델로 사용자의 구매 가능성을 예측하고, 딥러닝 모델로 상품 이미지를 이해하며, 생성형 AI로 상품 설명을 자동 작성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AI 시스템은 교과서처럼 딱 한 칸에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큰 지도가 필요합니다.

이번 장에서 가져갈 것

이번 장에서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핵심은 포함 관계와 역할의 차이입니다. 인공지능은 지능적 행동을 하게 만들려는 큰 목표입니다. 머신러닝은 명시적 규칙 대신 데이터에서 규칙을 배우는 방법입니다. 딥러닝은 머신러닝 중에서도 깊은 신경망으로 복잡한 패턴을 배우는 방법입니다. 생성형 AI는 주로 딥러닝의 발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흐름입니다.

이 네 가지를 구분하면 앞으로 등장하는 모델들이 훨씬 덜 혼란스럽습니다. 선형회귀와 결정트리는 딥러닝은 아니지만 훌륭한 머신러닝 모델입니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일부이며, 이미지와 언어처럼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 강합니다. 생성형 AI는 딥러닝의 강력한 응용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한다는 원리가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모델이 학습한다는 말은 멋있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배우는 걸까요? 사람처럼 개념을 이해하는 걸까요, 아니면 숫자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모델이라는 작은 예측 기계가 데이터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바뀌어 가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책 목록

처음 만나는 머신러닝: 데이터가 스스로 규칙을 배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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