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위치·운전습관·신원정보를 계속 내보내는 연결 기기를 함께 들여온 것이라면 어떨까요. 이제 자동차 프라이버시는 내비게이션 설정 몇 개를 끄는 문제가 아니라, 보험료·신용평가성 데이터·중고차 거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생활 데이터 관리 문제가 됐습니다.
GM은 캘리포니아 당국과 운전자 개인정보 관련 합의에 도달하며 1,275만 달러의 민사벌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쟁점은 OnStar를 통해 수집된 이름, 연락처, 위치, 운전행태 데이터가 Verisk Analytics와 LexisNexis Risk Solutions 같은 데이터 브로커에 판매됐다는 의혹입니다.1 중요한 건 금액보다도, 자동차 회사가 사실상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처럼 행동할 때 어떤 기준으로 통제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차 안의 개인정보 설정만 믿으면 부족하다
이번 사안에서 확인된 핵심은 "운전자가 어떤 버튼을 눌렀는가"보다 넓습니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GM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OnStar 가입자의 데이터를 판매했고,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거나 명시적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고 봤습니다.2
여기서 OnStar는 단순 편의 기능이 아닙니다. 사고 시 긴급출동, 길 안내, 차량 진단처럼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차량과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데이터 통로입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앱, 딜러 등록, 무료 체험 구독, 보험 연계 프로그램과 얽히면서 운전자가 실제 데이터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개인정보" 메뉴만 볼 일이 아닙니다. 제조사 계정, 모바일 앱 권한, OnStar 같은 연결 서비스, 딜러가 활성화한 체험 서비스, 보험 할인 프로그램 동의 여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위험한 데이터는 의외로 평범해 보인다
가장 민감한 것은 꼭 음성 녹음이나 메시지처럼 눈에 띄는 정보만이 아닙니다. 이번 조사에서 언급된 데이터에는 이름, 전화번호, 집 주소, 속도, 급가속, 급제동, 주행 및 주차 위치가 포함됐습니다.3
위치 데이터는 집과 직장, 병원, 종교시설, 반복 방문 장소를 드러냅니다. 급제동이나 과속 같은 운전행태 데이터는 보험사가 탐낼 만한 위험 신호가 됩니다. VIN이나 계정 정보와 결합되면 "익명 차량 데이터"처럼 보이던 것도 특정 운전자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캘리포니아 운전자의 보험료가 실제로 올랐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당국은 캘리포니아 보험법상 보험사가 운전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쓰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인 요금 인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4 이 대목은 중요합니다. 같은 데이터 판매라도 주법, 보험시장 관행, 소비자보고기관 이용 여부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결차를 사고, 켜고, 팔기 전에 확인할 것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만,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새 차나 중고차를 살 때 딜러에게 연결 서비스가 기본 활성화되는지, 무료 체험 종료 후에도 데이터 수집이 남는지, 보험 관련 제3자 제공이 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답변은 가능하면 문자나 이메일로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GM 차량을 탄다면 제조사 계정과 OnStar 포털에서 데이터 공유, Smart Driver류 프로그램, 앱 권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합의에 따라 GM은 5년간 소비자보고기관에 운전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고, 동의가 없는 경우 보유 운전 데이터를 180일 안에 삭제해야 하며, LexisNexis와 Verisk에도 삭제를 요청해야 합니다.1
차를 팔기 전에는 휴대폰 페어링만 지우지 말고 제조사 계정 연결, 저장된 주소, 차고 위치, 구독 서비스, 원격제어 앱 권한을 해제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듯 자동차도 "디지털 인수인계"가 필요해진 셈입니다.
자동차는 이제 바퀴 달린 소비자 기술 제품이다
이번 합의는 GM만의 일탈로만 보면 부족합니다. 업계 전체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구독 기능, 원격 진단, 보험 연계 할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안전과 편의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사고 자동 신고나 도난 추적 같은 기능은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편의 기능에 필요한 데이터와 나중에 판매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재활용할 데이터는 구분돼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데이터 최소화 원칙의 첫 집행 사례로 본다는 점도 그래서 중요합니다.5 기업은 "언젠가 쓸 수 있으니 모아두자"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소비자는 "서비스를 켰다"와 "데이터 판매에 동의했다"를 같은 말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사람은 GM 운전자만이 아닙니다. 연결 기능이 있는 차를 사려는 사람, 보험 할인 앱을 켜려는 사람, 중고차를 넘기려는 사람 모두가 해당됩니다. 앞으로 자동차를 고를 때는 연비와 안전등급 옆에 하나를 더 놓아야 합니다. 이 차는 나를 어디까지 기록하고, 그 기록을 누구에게 보낼 수 있는가.
참고
1GM agrees to pay $12.75M in California driver privacy settlement
2General Motors to pay $12.75M to settle consumer protection lawsuit
3General Motors to pay $12.75M to settle consumer protection laws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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