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내 안의 다이몬에게 귀 기울이기

Views 111약 11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밤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소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밤 이후로, 이상하게도 나는 더 오래 살고 싶어졌다.

그 말은 전처럼 오래 버티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뜻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나는 내가 가진 하루를 함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커피가 식는 속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누군가를 기다려 주는 짧은 망설임, 보내 놓고 후회한 메시지, 끝내 하지 못한 말들까지도 이상하게 선명해졌다.

그러나 선명해진다고 해서 곧바로 평온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지윤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에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화면 위에는 광고 알림과 업무 메신저만 쌓여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빈칸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뒤집어 놓는다고 마음까지 뒤집히는 것은 아니어서, 나는 몇 분 뒤 다시 확인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더 많은 소리가 나를 밀었다. 누군가는 이어폰 너머로 웃었고, 누군가는 통화하며 불평했고, 전광판은 오늘의 환율과 날씨와 사건을 빠르게 흘려보냈다. 그런데 그 모든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것은 내 안쪽이었다.

'지윤이 끝내 답하지 않으면 어쩌지?'

'팀장이 제안서 숫자를 조금 손보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또 나만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 질문들은 마치 좁은 방에 갇힌 새들처럼 가슴 안에서 퍼덕거렸다. 지난 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이야기하며 남긴 말이 떠올랐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배우는 일일세."

그렇다면 오늘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답은 생각보다 빨리 시험대에 올랐다.

팀장은 오전 회의가 끝난 뒤 나를 불렀다. 그의 책상 위에는 내가 만든 제안서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펜 끝으로 한 페이지를 톡톡 두드렸다.

"여기 리스크 부분 말이야. 너무 정직해."

나는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너무 정직하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내가 묻자 팀장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까지 적었다는 뜻이지. 클라이언트가 물어보면 답하면 되고, 안 물어보면 넘어가도 되는 거야. 우리가 거짓말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 표현을 조정하자는 거지."

표현을 조정한다.

그 말은 참 편리했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가진 날카로운 모서리를 천으로 감싸는 말이었다. 나는 제안서의 숫자와 문장을 내려다보았다. 실제로 그 리스크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결정하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임은 분명했다.

"오늘 안에 수정해서 다시 보내."

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다른 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화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내 자리로 돌아와 모니터를 켰다. 문서 속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초기 운영 비용 상승 가능성 있음.'

나는 커서를 그 문장 앞에 놓았다. 지우려면 백스페이스 키를 몇 번만 누르면 되었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회사 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모든 정보를 다 말하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라고, 성숙한 사람은 상황을 본다고.

그때 아주 작은 느낌이 일어났다.

목소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용했고, 생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짧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세게 붙잡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손끝이 키보드 위에서 잠깐 멈추었다. 몸이 나보다 먼저 "잠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그 멈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쁠 때 양심은 성가신 손님처럼 느껴진다. 약속도 없이 찾아와 문 앞에 서서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묻는다.

나는 결국 문장을 지우지 못했다. 대신 문서를 닫아 버렸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다른 일을 하는 척했지만, 마음은 계속 그 문장 앞에 앉아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그 식당으로 갔다.

내 안의 다이몬에게 귀 기울이기

멈추게 하는 신호

소크라테스는 이미 앉아 있었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는 빈 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빵과 올리브, 따뜻한 수프가 놓여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인데도, 그 앞에 앉으면 늘 무언가를 처음 먹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워졌다.

"오늘은 그대의 얼굴이 무척 소란스럽군."

그가 말했다.

"얼굴도 소란스러울 수 있습니까?"

"그럼. 어떤 얼굴은 시장보다 시끄럽고, 어떤 얼굴은 새벽 우물보다 고요하지. 그대 얼굴은 지금 회의실과 지하철과 오래된 후회가 한꺼번에 떠드는 것 같네."

나는 피식 웃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농담은 나를 방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늘 회사에서 제안서를 수정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아닌데, 중요한 위험을 덜 보이게 만들자는 거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쉬운 일인데, 이상하게 손이 멈췄습니다."

"손이 멈추었나?"

"네. 누가 말린 것도 아닌데요."

소크라테스는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천천히 삼켰다. 그리고 마치 아주 오래전의 친구 이야기를 꺼내듯 말했다.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대들은 그것을 어떻게 부를지 모르겠군. 사람들은 때로 내 안의 어떤 신호, 다이몬이라고 부르기도 했네. 이상한 괴물이나 귀신을 말하는 것은 아닐세. 내게 그것은 떠들썩한 명령이 아니라 조용한 제지였네. '이 일을 하라'고 밀어붙이기보다, '그 길은 가지 말라'고 나를 멈추게 하는 무엇이었지."

"내면의 목소리 같은 건가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목소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너무 쉽게 속네. 자기 욕망도 목소리이고, 두려움도 목소리이며, 어제 들은 광고 문구도 어느새 내 목소리처럼 말하니까."

그는 빵을 작게 찢어 내 접시 쪽으로 밀어 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들렸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일세."

나는 빵 조각을 집어 들었다.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손바닥에 닿는 온기가 오늘 낮 키보드 위에서 멈춘 손끝을 떠올리게 했다.

"선생님의 다이몬은 늘 옳았습니까?"

내가 묻자 소크라테스는 크게 웃었다.

"그대는 벌써 내 다이몬을 신탁으로 만들려 하는군."

"아닙니다. 저는 그냥…… 그런 신호를 믿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믿는다는 말도 조심해야 하네. 어떤 이는 내면에서 들리는 모든 것을 진리라 여기고, 어떤 이는 내면에서 들리는 모든 것을 미신이라 여기지. 둘 다 게으른 태도일 수 있네. 하나는 검토하지 않아 게으르고, 다른 하나는 듣지 않아 게으르지."

그 말이 내 안쪽 어딘가를 정확히 건드렸다.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자주 두 극단 사이에 던져 두었다. 어떤 날에는 "느낌이 그래"라는 말로 충동을 정당화했고, 어떤 날에는 "쓸데없는 생각이야"라며 양심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러다 일이 잘못되면 운이 나빴다고 했고, 마음이 불편하면 예민해서 그렇다고 넘겼다.

소크라테스는 물잔을 들어 올렸다.

"잔 안의 물을 보게."

나는 잔을 보았다. 식당의 노란 조명이 물 위에 흔들리고 있었다.

"테이블을 치면 물결이 생기네. 그때 물 위에 비친 것을 보고 길을 정하면 어떻겠나?"

"제대로 보기 어렵겠죠."

"그렇지. 마음도 그러하네. 흔들릴 때 들리는 소리를 모두 깊은 지혜라고 부르면 위험하네. 하지만 물결이 가라앉은 뒤에도 남는 모양이 있다면, 그것은 살펴볼 만하지."

충동, 두려움, 양심

나는 그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더 자세히 말했다. 팀장의 말투, 문서의 문장, 커서가 깜빡이던 자리, 손끝이 멈춘 느낌까지. 말하고 나니 사소한 일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회사의 평범한 조정일 뿐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물었다.

"그대 안에서 몇 가지 목소리가 있었나?"

"많았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한데 묶어 '나'라고 부르면, 그대는 자신을 알기 어려워지네. 하나씩 불러내 보게. 먼저 무엇이 있었나?"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귀찮음이 있었습니다.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좋네. 그것은 충동에 가깝겠군. 충동은 대체로 '지금 당장'을 좋아하네. 지금 편해지고 싶다, 지금 이기고 싶다, 지금 인정받고 싶다. 충동은 빠르고 목소리가 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엇이 있었나?"

"두려움이요. 팀장이 저를 답답하게 볼까 봐, 평가가 나빠질까 봐, 동료들이 저만 유난스럽다고 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두려움은 어떤 말을 하던가?"

"괜히 문제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용히 넘어가라고요."

"두려움은 미래의 벌을 미리 보여 주며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 때로는 우리를 지켜 주지만, 때로는 아직 오지 않은 그림자를 왕처럼 섬기게 만드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손을 멈추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느낌은 충동처럼 시끄럽지 않았다. 두려움처럼 협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움에 가까웠다. 하지만 단순히 남에게 들킬까 봐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모른다 해도 내가 알게 될 것이라는 감각이었다.

"아마도……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계속 말해 보게."

"문장을 지우면 일이 쉬워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운 사람으로 하루를 마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거창한 정의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문장을 지운 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조금 낯설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양심의 한 모습일 수 있네."

"양심은 죄책감과 같은 건가요?"

"늘 같지는 않네. 죄책감은 이미 한 일 뒤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 양심은 때로 하기 전에도 우리를 찾아오네. '이것을 하면 그대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고 묻지. 물론 양심이라는 이름을 단 두려움도 있고, 남들이 심어 놓은 수치심도 있네. 그러니 우리는 구분해야 하네."

"어떻게 구분합니까?"

소크라테스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마음속 소리들을 따로 앉히는 의식 같았다.

"충동은 대체로 즉각적인 만족을 약속하네. '지금 해. 지금 가져. 지금 이겨.' 이렇게 말하지. 충동이 지나간 자리에는 종종 설명이 많이 필요해지네. 왜 그랬는지 변명하느라 바빠지지."

그는 두 번째 손가락을 폈다.

"두려움은 대체로 나를 작게 만들며 말하네. '너는 감당하지 못해. 미움받으면 끝이야. 안전한 곳에 숨어.' 두려움은 중요한 안내자일 수 있지만, 주인이 되면 삶을 좁은 방에 가두네."

세 번째 손가락이 펴졌다.

"양심은 대체로 조용하지만 오래 남네. 당장 편한 길을 방해할 때가 많고, 남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내가 되어 가는 사람을 묻게 하지. 양심은 우리를 모욕하지 않네. 다만 피할 수 없는 질문 앞에 세우네."

나는 그 세 가지를 마음속으로 반복했다. 충동은 빠르고, 두려움은 작게 만들고, 양심은 오래 남는다.

"하지만 저는 직관을 믿었다가 틀린 적도 많습니다."

"당연하네."

소크라테스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직관은 하늘에서 떨어진 완성된 지혜가 아닐세. 그것은 오랜 경험, 몸의 기억, 마음의 습관, 때로는 상처가 뒤섞여 빠르게 내놓는 판단이네. 그러니 직관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왕좌에 앉혀서도 안 되네."

"그럼 어디에 앉혀야 합니까?"

"증인의 자리에 앉히게."

"증인이요?"

"그렇네. 재판관이 아니라 증인. 중요한 선택 앞에서 직관은 이렇게 말할 수 있네. '나는 이 길이 불편하다.' '나는 이 사람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나는 지금 멈추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그 증언을 기록해야 하네. 하지만 판결은 질문과 숙고와 대화까지 들은 뒤 내려야 하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도, 맹신하지도 않는 자리. 증인의 자리.

나는 그동안 내 감정을 재판관으로 세우거나, 아예 법정 밖으로 쫓아내곤 했다. 화가 나면 화가 판결했고, 불안하면 불안이 형량을 정했다. 반대로 너무 불편한 느낌은 "예민함"이라는 이름으로 문밖에 세워 두었다. 그러고는 나는 합리적인 사람인 척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마음속에 하나의 목소리만 남기는 일이 아닐세. 오히려 여러 목소리를 알아보는 일이지. 누가 말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 말에나 끌려가네."

침묵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다

식당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저녁 손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주방 쪽에서는 그릇 씻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그 소리 사이에서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다. 도시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테이블 위에서는 소리들이 서로 밀치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대도 그런가?"

"네.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 휴대전화를 봅니다. 음악을 틀고, 영상을 틀고, 누군가의 글을 읽습니다. 조용하면 뭔가 뒤처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 사실은 제가 들릴까 봐 두려운 것 같습니다."

"무엇이 들릴까 봐?"

나는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이 목을 지나갔다.

"제가 미뤄 둔 질문들이요. 제가 피한 말들, 제가 속인 마음들, 제가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남들이 원하길 바랐던 것들…… 그런 게 들릴까 봐요."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리를 부르네. 침묵이 찾아오면, 마치 빚쟁이가 문을 두드린 것처럼 서둘러 다른 소리를 틀지."

나는 웃었지만, 그 웃음은 조금 씁쓸했다.

그는 빈 접시를 한쪽으로 밀며 말했다.

"그러나 침묵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닐세. 침묵은 우리가 하루 동안 흩뿌린 자신을 다시 주워 담는 시간이네. 시장에서 돌아온 사람이 바구니를 내려놓고 무엇을 샀는지 살피듯, 침묵 속에서 우리는 오늘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에 흔들렸고, 무엇을 외면했는지 보게 되지."

"하지만 침묵 속에 있으면 더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네. 오랫동안 닫아 둔 방의 문을 열면 먼지가 먼저 보이는 법이지. 그렇다고 방이 먼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네."

나는 그 말을 오래 바라보았다. 닫아 둔 방. 그 안에는 지윤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 마음도 있었고,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전화를 미룬 죄책감도 있었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불편한 진실을 삼키려 했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는 더 조용한 바람이 있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누군가에게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혼자 있는 시간이 꼭 길어야 합니까?"

"길이보다 정직함이 중요하네. 어떤 이는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자신을 만나지 못하고, 어떤 이는 잠깐의 침묵 속에서도 자신에게 돌아오네. 혼자 있다는 것은 사람을 피한다는 뜻이 아닐세. 내 안에서 떠드는 군중을 잠시 앉히는 일이지."

"내 안의 군중이라……"

"그대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네. 칭찬받고 싶은 아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젊은이, 계산이 빠른 상인, 상처 입은 연인, 정의를 말하고 싶지만 손해는 보기 싫은 시민. 그들을 모두 없애려 하지 말게. 다만 그들이 차례로 말하게 하게. 침묵은 그 회의를 여는 장소일세."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안에서 계속 싸우던 목소리들이 조금씩 의자에 앉는 장면을 상상했다. 충동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고, 두려움은 문 가까이에 앉아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심은 맨 끝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서로의 말을 짓밟지는 않았다.

"그 회의에서 누가 결론을 내립니까?"

내가 묻자 소크라테스는 나를 가리켰다.

"그대."

"제가요?"

"그렇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내 안의 가장 큰 목소리에게 나라를 넘기는 일이 아니네. 여러 목소리를 듣고, 무엇이 좋은 삶에 가까운지 선택하는 책임을 지는 일이지. 그러니 그대가 '내면의 목소리'라고 부르는 것들 중 어느 것도 그대를 대신해 살 수 없네."

그 말은 위로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누군가 확실히 말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길이 옳다, 저 말은 하지 마라, 저 사람에게 돌아가라, 이 문장은 지워라, 지우지 마라.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늘 마지막 책임을 내 앞에 돌려놓았다.

나는 문득 물었다.

"선생님도 두려우셨습니까? 다이몬이 멈추게 할 때, 사람들의 비난이나 손해가 두렵지 않았습니까?"

그는 창밖을 보았다. 밤의 유리에는 식당 안쪽 불빛이 비쳤고, 그 불빛 속에 그의 얼굴이 두 겹으로 겹쳐 보였다. 오래된 사람과 지금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동시에 있는 듯했다.

"두려움이 없어서 멈춘 것이 아닐세. 두려움보다 더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지."

"무엇을요?"

"나 자신과의 우정."

나는 그 말을 듣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나 자신과의 우정.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더 발전시켜야 할 프로젝트, 고쳐야 할 성격, 팔아야 할 상품, 증명해야 할 이력서. 그러나 친구로 여긴 적은 드물었다. 친구라면 속이지 않아야 했다. 친구라면 지쳤을 때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친구라면 잘못된 길로 가려 할 때 붙잡아야 했다.

내 안의 조용한 경고는 어쩌면 나를 벌주려는 목소리가 아니라, 나와의 우정을 지키려는 마지막 손짓인지도 몰랐다.

중요한 선택 앞에서 하는 일

"그럼 오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결국 가장 현실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

"제안서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팀장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는 회사의 방식이 있고, 저는 조직 안에 있습니다. 제 기준만 앞세워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좋네. 이제야 질문이 땅에 발을 디뎠군."

소크라테스는 만족한 듯 말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신비한 기분을 좇는 일이 아닐세. 그것은 구체적인 선택 앞에서 더 정직하게 묻는 일이네. 그대에게 몇 가지 방법을 권하겠네."

그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 먼저 멈추게. 중요한 선택 앞에서 바로 답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을 벌게. 충동과 두려움은 속도를 좋아하네. 속도를 늦추면 그들의 힘이 조금 줄어들지.

  • 다음으로 목소리에 이름을 붙이게. 지금 말하는 것이 편해지고 싶은 충동인지, 벌을 피하려는 두려움인지, 내가 되어 가는 사람에 대한 양심인지 구분해 보게.

  • 셋째, 몸의 반응을 살피게. 몸은 때로 마음보다 먼저 알고 있네. 가슴이 조이는지, 손이 급해지는지, 숨이 얕아지는지 보게. 다만 몸의 신호를 곧장 진리로 삼지는 말고, 증언으로 기록하게.

  • 넷째, 질문으로 검토하게. "아무도 모른다면 나는 이것을 해도 괜찮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하겠는가?", "이 선택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 하고 물어보게.

  • 마지막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해 보게. 혼자만의 확신은 쉽게 왜곡되네. 좋은 대화는 내면의 목소리를 더 또렷하게 만들고, 나쁜 자기합리화를 부끄럽게 만들지.

나는 그의 말을 천천히 받아 적었다.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오늘 낮에 키보드 앞에서 멈추었던 손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요?"

"그렇다면 종이에게 말하게. 종이는 끼어들지 않지만, 거짓말도 쉽게 받아 주지 않네. 쓰다 보면 자신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중요한 부분에서 흐려지는지 알 수 있지."

"그리고도 확신이 없으면요?"

"확신 없이도 선택해야 할 때가 많네. 좋은 삶은 언제나 완벽한 확신 위에서만 시작되지 않지. 다만 그대가 할 수 있는 만큼 묻고, 살피고, 대화했다면 그 선택을 책임 있게 하게. 틀렸다면 배우고,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하고, 다시 묻게. 다이몬은 우리를 실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네. 다만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을 잃는 일에서 멈추게 하지."

나는 그 문장을 마음속에 조용히 넣어 두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을 잃는 일.

어쩌면 나는 그동안 큰 실패보다 작은 무심함으로 나를 잃어 왔는지도 몰랐다. 한 번의 배신이 아니라 사소한 침묵들로, 한 번의 거짓말이 아니라 애매하게 흐린 표현들로, 한 번의 잔인함이 아니라 귀찮아서 외면한 메시지들로. 그렇게 조금씩 나와 멀어졌고,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보았다. 지윤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소크라테스는 아무 말 없이 물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를 열었다.

'네가 보낸 말 읽었어. 바로 답하기 어려웠어. 미안하다는 말보다, 네가 뭘 알게 됐는지가 더 궁금해.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 아직은 천천히.'

짧은 메시지였다. 화해도 아니고 이별도 아니었다. 문이 활짝 열린 것도 아니고 닫힌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작은 틈이 있었다.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왔다.

나는 한참 화면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나라면 곧장 긴 답장을 썼을 것이다. 내 진심을 설명하고, 변명을 섞고,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약속하고, 그녀가 마음을 풀어 주길 은근히 요구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시간을 다시 빼앗았을 것이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 떠 있었다.

또 그 느낌이 왔다. 이번에도 큰 목소리는 아니었다. "멈춰."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답하지 않는 건 비겁한 걸까요?"

내가 묻자 소크라테스가 되물었다.

"지금 답하려는 마음은 무엇인가?"

나는 눈을 감고 살폈다. 지윤을 위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앞에 불안이 있었다. 그녀가 다시 멀어질까 봐 붙잡고 싶은 마음, 내 사과가 받아들여졌는지 확인하고 싶은 조급함,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판결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두려움이 큽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에게 판결을 맡기지 말게."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까요?"

"침묵이 회피인지 존중인지 물어보게."

나는 다시 화면을 보았다. 지윤은 "아직은 천천히"라고 했다. 그 말은 분명했다. 나는 짧게 답장을 썼다.

'읽어 줘서 고마워. 천천히 할게. 네가 준비될 때 이야기하자.'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 나는 한 번 더 읽었다. 변명은 없었다. 요구도 없었다. 조금 서툴지만, 기다림을 담으려는 문장이었다. 나는 전송했다.

이상하게도 답장을 보내고 나서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한쪽이 불안했지만, 다른 한쪽은 조용했다. 지윤이 어떤 답을 하든, 적어도 이번에는 그녀의 시간을 내 불안의 약으로 삼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방금 그대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네. 그리고 검토했지. 좋은 시작일세."

"이 정도로 충분합니까?"

"오늘의 선택으로는 충분할 수 있네. 삶 전체로는 다시 물어야겠지."

나는 웃었다.

"선생님은 늘 다시 묻게 하십니다."

"삶이 늘 다시 시작하니까."

나와의 우정을 지키는 밤

식당을 나서기 전, 나는 회사 제안서를 다시 열었다. 소크라테스는 맞은편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나는 리스크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표현을 더 정확하게 고쳤다. 겁을 주는 문장이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문장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팀장에게 보낼 메일 초안을 썼다.

'리스크 항목은 삭제하기보다 표현을 조정해 남기는 편이 좋겠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초기 비용을 나중에 알게 되면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신 대응 방안을 함께 제시해 우려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했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팀장이 싫어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내일 아침 불편한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메일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도망가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보내겠나?"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나는 숨을 내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보내고 나니 이상하게 손이 가벼워졌다.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내가 나를 조금 덜 버렸다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는 차분했고, 멀리서 버스가 지나갔다. 도시의 창문들은 저마다 작은 사각형의 빛을 품고 있었다. 그 빛들 안에도 누군가는 망설이고, 누군가는 후회하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들킨 마음을 피해 영상을 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모든 방 안에 조용한 다이몬들이 앉아 있을 것만 같았다. 명령하지 않고, 다만 때때로 손끝을 멈추게 하는 작은 신호들.

"선생님."

내가 불렀다.

"왜 그러나?"

"다이몬의 목소리가 점점 잘 들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소크라테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거짓말을 줄이게."

"그게 전부입니까?"

"큰 전부이지. 남에게 하는 거짓말도 줄이고,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도 줄이게. 거짓말이 많아질수록 내면은 시끄러워지네. 무엇이 진짜 경고이고 무엇이 꾸며 낸 변명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지."

그는 다시 걸었다.

"그리고 자주 혼자 있게. 벌로서가 아니라 우정으로. 자신을 심문하지 말고, 찾아가게.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의 집 앞에 서듯이."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를 몰아세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와 다시 친해지는 시간.

"하지만 혼자 있으면 제 부족함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친구의 집이 어질러져 있다고 해서 친구를 버리나?"

"아니요."

"그럼 치우는 것을 도우면 되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단순한 말이 이상하게 목에 걸렸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았다. 침묵은 두 사람 사이의 빈틈이 아니라, 함께 들을 수 있는 넓은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안에서 내 숨소리를 들었고,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을 들었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두려움이 조금 멀리 물러서는 것을 느꼈다.

골목 끝에 이르렀을 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오늘 그대가 배운 것을 한 문장으로 말해 보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좋은 문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올라왔지만, 곧 내려놓았다.

"내 안의 목소리를 신처럼 믿지도, 소음처럼 무시하지도 않겠습니다. 멈추게 하는 신호가 오면, 그것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지키려 하는지 묻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오늘 저녁의 빵값은 했군."

나는 웃었다.

"제가 계산했는데요."

"그렇다면 그대는 지혜와 빵을 모두 산 셈이네."

그의 농담에 웃음이 났다. 그러나 웃음 뒤에 갑자기 묘한 쓸쓸함이 밀려왔다. 그가 가로등 아래 서 있는 모습이 전보다 조금 희미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그는 그대로였다. 낡은 외투, 맑은 눈,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처럼 가벼운 손.

"내일도 오실 겁니까?"

질문은 생각보다 급하게 튀어나왔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밤하늘에는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별자리라도 읽는 사람처럼 오래 바라보았다.

"그대는 이제 내가 없어도 질문을 조금은 들을 수 있지 않나?"

"그 말은 작별 인사처럼 들립니다."

"모든 좋은 대화는 언젠가 침묵으로 돌아가네. 그러나 침묵이 끝은 아니지. 거기서 그대 자신의 대화가 시작되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은 따뜻했다.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분명했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온기였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네."

그가 말했다.

나는 그제야 동쪽 하늘의 아주 낮은 곳이 조금 옅어지고 있음을 보았다. 밤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검은색의 가장자리가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골목 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내 안에서 아주 조용한 신호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었다. 붙잡고 싶은 충동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장면을 온전히 보라는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망이 아니라 존중일 수 있음을 알았다.

그의 뒷모습이 새벽빛 속으로 조금씩 멀어졌다. 도시가 깨어나기 전의 짧은 침묵 속에서 나는 내 숨을 들었다. 불안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 이상하게 맑은 감사도 있었다.

내 안의 다이몬은 거창한 예언을 들려주지 않았다. 다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잃어버리지 마라.'

무엇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인지,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성공보다 먼저, 사랑보다 먼저, 타인의 평가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

나 자신과의 우정.

나는 새벽이 오는 골목에 서서 오래도록 그 말을 들었다.

책 목록

소크라테스와의 저녁 식사: 하루 끝, 나를 되찾는 질문들

전체 목차 보기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틸노트는 사용자가 AI를 활용해 노트를 쉽게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AI 스퀘어 단톡방에 함께해요

AI 활용과 틸노트 사용 팁을 나누는 오픈채팅방입니다. 입장 비밀번호는 tilnote입니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