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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성공의 재판정

Views 28약 11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아침 회의의 작은 승리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 불은 절반쯤만 켜져 있었고, 커피 머신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낮게 윙윙거렸다. 책상 위에는 어제 출력해 두고 퇴근하지 못한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 빨간 펜으로 표시한 문장들이 밤새 더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의자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손이 자동으로 메일함을 향하려는 것을 잠시 붙잡았다. 어제 소크라테스가 말한 순서를 천천히 떠올렸다.

멈춘다. 이름 붙인다. 몸을 살핀다. 판단을 묻는다. 행동을 고른다.

나는 지금 긴장하고 있다. 팀장에게 말해야 해서 두렵다. 목 뒤가 굳어 있고, 배가 조금 차갑다. 내가 믿고 있는 판단은 이것이다. '이 말을 꺼내면 불편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고를 수 있는 행동은 숨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말을 차분히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한 바퀴를 돈 뒤에야 나는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 어제 팀장이 지적한 대로 핵심은 늦게 나왔다. 첫 장부터 결론이 보였어야 했는데, 나는 배경 설명을 길게 깔아 두었다. 마음속에서 작은 반발이 올라왔다. 그래도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하지만 그 반발 옆에는 다른 사실도 놓여 있었다. 보고서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첫 페이지를 고쳤다. 결론을 앞으로 끌어올리고, 근거는 뒤로 물렸다. 불필요한 문장을 덜어 내자 보고서가 조금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어제는 나를 공격하는 칼처럼 느껴졌던 지적이, 오늘 아침에는 작업대 위의 무딘 도구처럼 보였다. 잡는 법만 바꾸면 쓸 수도 있었다.

아홉 시가 조금 넘자 팀장이 들어왔다. 그는 외투를 벗으며 늘 그렇듯 빠르게 말했다.

"어제 보고서 수정됐어?"

"네. 핵심을 앞쪽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오전 중 공유드리겠습니다."

"좋아. 오늘은 좀 빨리 보자."

그는 자기 자리로 가려 했다. 나는 그 순간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오늘도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을 되감게 될 것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잠깐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가 고개를 돌렸다.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뭔데?"

나는 회의실 쪽을 가리켰다. 팀장은 잠깐 시계를 보더니 따라왔다. 작은 회의실 문이 닫히자, 유리벽 너머로 사무실의 소음이 조금 멀어졌다. 나는 어제 밤부터 마음속에서 수십 번 연습한 말을 꺼냈다.

"어제 지적해 주신 부분은 확인했습니다. 보고서에서 결론이 늦게 나온 건 제 책임이 맞습니다. 그래서 구조를 고쳤습니다."

팀장은 팔짱을 끼고 들었다.

"그런데요."

나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회의 중에 '항상 한 박자 느리다'고 말씀하신 건 조금 어려웠습니다. 제가 개선해야 할 점은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다만 공개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일반화해서 말씀하시면, 제가 다음 행동을 정리하기보다 방어하게 됩니다."

말을 마치고 나니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회의실 밖 사람들도 들을 것 같았다. 팀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푼 뒤,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두 번 두드렸다.

"음."

그 한 음절이 길었다.

"내가 표현이 좀 세긴 했네."

그는 사과와 변명 사이 어딘가에 놓인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일정이 워낙 빠듯해서 나도 예민했어. 그렇다고 네가 느낀 게 틀렸다는 건 아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더 빨리 핵심을 잡겠습니다. 다음 보고서부터 첫 장에 결론과 판단 근거를 먼저 두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나도 다음엔 구체적으로 말할게."

대화는 드라마처럼 끝나지 않았다. 팀장이 갑자기 깊이 반성하며 내 어깨를 두드린 것도 아니고, 내가 오랜 상처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도 아니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도 다리는 조금 떨렸다. 그러나 이상한 안정감이 있었다.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또한 물어뜯지도 않았다.

자리로 돌아오자 메신저 알림이 쏟아졌다. 새 업무, 회의 일정 변경, 고객사 요청, 팀장이 전달한 수정 사항. 세상은 내가 방금 작은 용기를 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계속 굴러갔다.

그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고, 조금 다행스럽기도 했다.

일과 성공의 재판정

바쁨이라는 대답

점심은 책상에서 먹었다. 편의점 샐러드의 닭가슴살은 이상하게 종이를 씹는 맛이 났고, 플라스틱 포크는 자꾸 양상추를 미끄러뜨렸다. 나는 한 손으로 포크를 들고, 다른 손으로 메일을 넘겼다.

오후에는 더 빨라졌다. 고객사에서 갑자기 다음 주 제안서를 앞당겨 달라고 했고, 팀장은 그 일을 내게 맡겼다.

"이번 건 네가 리드해 봐. 잘하면 다음 분기 평가에도 좋을 거야."

다음 분기 평가.

그 말은 이상한 힘이 있었다. 피곤하던 몸이 잠깐 곧게 섰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종이 울렸다. 기회다. 보여 줄 수 있다. 이번에는 느리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곧바로 일정표를 열었다. 이미 빽빽한 칸들 사이로 새 회의가 끼어들었다. 목요일 저녁, 금요일 오전, 금요일 저녁. 빈칸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내 하루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잘게 썰려 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움직였다.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동료들에게 역할을 나누고, 이전 제안서를 뒤졌다. 채팅창에는 내 이름이 계속 올라왔다. 확인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볼게요. 오늘 중으로 드리겠습니다.

그 문장들을 쓰는 동안 나는 유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유능해 보이는 사람처럼은 느껴졌다. 누군가가 찾으면 바로 대답하고, 일이 생기면 받아 내고, 시간이 모자라면 시간을 더 만들어 내는 사람. 회사에서 칭찬받는 사람의 윤곽은 대체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오후 네 시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손을 씻다가 문득 내 얼굴을 보았다. 눈 밑이 어두웠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넥타이는 하지 않았지만 목이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묻고 싶어졌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이지?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바쁘다. 그건 답이 아니었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다.

성공하려고 한다. 그 말은 더 그럴듯했지만, 손으로 누르면 속이 푹 꺼지는 빵 같았다. 성공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내게 필요한지, 그것을 얻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설명하려 하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손에 묻은 물을 털고 자리로 돌아왔다. 화면에는 읽지 않은 메일이 열두 개 쌓여 있었다. 질문은 금세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업무의 소음 아래로 밀려났다.

저녁 일곱 시가 지나도 사무실은 밝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퇴근했지만, 모니터의 흰빛은 여전히 내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팀장은 지나가며 말했다.

"오늘 고생 많네. 이런 식으로만 해 주면 좋아."

이런 식으로만.

나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야 하는지, 경고로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 한쪽이 조금 뿌듯했고, 다른 한쪽은 조용히 식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그 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내가 왜 이렇게 허기진지 알고 싶어서였다.

성공을 증언대에 세우다

식당은 여느 때처럼 따뜻했다. 바깥의 유리창에는 도시의 불빛이 물방울처럼 맺혀 있었고, 안쪽에서는 구운 양파 냄새와 버터 향이 섞여 흘렀다. 소크라테스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접시 위에 생선구이가 놓여 있었다. 그는 생선의 가시를 아주 신중하게 발라내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군."

그가 말했다.

"일이 많았습니다."

"많은 일은 그대를 이곳까지 데려왔고, 적은 말은 그대의 얼굴에 남아 있군."

나는 의자에 앉으며 웃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씀이죠?"

"피곤한 사람은 많네. 그런데 그대는 피곤함을 자랑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얼굴일세."

그 말에 나는 물컵을 들다 말았다. 정확했다. 나는 오늘 바빴다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랐다. 동시에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까 봐 두려웠다.

소크라테스는 생선 가시 하나를 접시 가장자리에 내려놓고 물었다.

"오늘 그대는 무엇을 했는가?"

"보고서를 고쳤고, 팀장님과 얘기했고, 새 제안서 일정을 잡았고, 자료를 모았고, 회의도 세 번 했습니다."

"그것들은 그대가 움직인 흔적이군. 다시 묻겠네. 오늘 그대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했는가?"

나는 잠시 멈췄다.

"일이니까요."

"일이면 충분한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해야 한다는 말은 편리하지. 그러나 그 말은 종종 생각이 쉬고 싶을 때 덮는 이불이네. 누가 해야 한다고 했는가?"

"회사에서요. 팀에서요. 제가 맡은 역할이니까요."

"좋네. 그렇다면 그 역할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죠."

"성과는 무엇을 위해 있는가?"

나는 짜증이 나려 했다. 질문은 늘 이런 식이었다. 대답했다고 생각하면 그는 그 대답의 의자를 빼 버렸다. 나는 허공에 앉은 사람처럼 다시 균형을 잡아야 했다.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요. 고객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있고요. 그리고 제 커리어를 위해서도요."

"커리어라. 그 말은 잘 닦은 접시처럼 반짝이는군.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나?"

"성장, 인정, 연봉, 승진 같은 것들이요."

"그것들은 나쁜가?"

"아니요. 나쁜 건 아니죠."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배고픈 이에게 빵이 필요하듯, 살아가는 이에게 돈과 인정과 역할은 필요하지. 문제는 그것들이 식탁 위의 음식인가, 아니면 그대가 섬기는 신인가 하는 점일세."

그 말이 식탁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나는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팀장이 '평가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내 안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피곤하던 몸이 왜 갑자기 움직였는지. 내가 정말 고객을 위해, 팀을 위해, 더 나은 일을 위해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목마름, 인정받고 싶은 마음, 뒤처지지 않겠다는 두려움이 나를 밀어붙인 것인지.

"성공하고 싶은 게 잘못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대는 또 재판을 서두르는군. 잘못인가 아닌가를 묻기 전에, 먼저 성공이 누구인지 불러 보세."

"성공이 누구인지요?"

"오늘 밤 이 식탁을 법정이라고 생각하게. 이 접시는 증언대이고, 이 포크는 판사의 막대기라 하세. 우리는 성공을 불러 그 정체를 물을 걸세."

그는 포크를 살짝 들어 접시 가장자리를 톡 쳤다. 맑은 소리가 났다.

"증인 성공, 앞으로 나오시오."

나는 피식 웃었다. 피곤한 몸이 조금 풀렸다.

"성공이 뭐라고 대답할까요?"

"그대가 대신 말해야지. 그대가 지금껏 그를 따라다녔으니."

나는 잠시 생각했다.

"성공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 인정받는 것.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부모님께 걱정 끼치지 않는 것. 돈 때문에 선택지가 줄어들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젠가 제 삶을 제가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

말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성공이라는 단어 안에는 반짝이는 트로피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겁먹은 아이와 지친 어른이 함께 들어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그중 어떤 것은 필요한 것이고, 어떤 것은 그대를 묶는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하나씩 보세. 돈 때문에 선택지가 줄어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네. 부모를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도 나쁘지 않지. 맡은 일을 잘하고 인정받는 것도 좋은 일일 수 있네. 그러나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대는 누구에게 증명하려 하는가?"

머릿속에 여러 얼굴이 떠올랐다. 부모님, 팀장, 동료들, 예전의 선생님, 나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늘 환하게 웃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보다 더 끈질긴 얼굴이 있었다. 나 자신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한 번도 충분하다고 말해 주지 않는 내 안의 목소리.

"너무 많습니다."

"많은 재판관을 모시고 살면, 하루도 무죄로 끝나기 어렵지."

그 말에 나는 웃었지만, 웃음 끝이 씁쓸했다.

직업적 성공과 인간의 훌륭함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늘의 메뉴는 버섯 리소토였다. 김이 천천히 올라왔고, 쌀알 사이에 잘게 썬 버섯이 박혀 있었다. 나는 숟가락으로 한 번 저었다. 크림의 고소한 향이 피로한 속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소크라테스가 다시 물었다.

"그대의 회사에서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성과를 내는 사람이죠.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책임지고, 숫자를 만드는 사람."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숟가락을 든 채 멈췄다.

같은 질문처럼 들렸는데, 아니었다. 회사에서 훌륭한 사람과 인간으로서 훌륭한 사람. 나는 두 문장을 늘 섞어 썼다. 일을 잘하면 좋은 사람이고, 인정받으면 괜찮은 사람이며, 실패하면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은근히 믿어 왔다.

"정직한 사람.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자기 욕심만 보지 않는 사람. 필요한 순간 용기 내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

"좋네. 이제 묻겠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정직한가?"

"아니요."

"성과를 많이 낸 사람은 반드시 다른 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가?"

"그렇지는 않죠."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반드시 자기 욕심을 잘 다스리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직업적 성공과 인간으로서의 훌륭함은 같은 것이 아니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완전히 별개도 아니지 않습니까? 일을 통해 책임감을 배우고, 사람들과 협력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니까요."

소크라테스의 눈이 반짝였다.

"바로 그 점일세. 일은 그대를 훌륭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대의 영혼을 닳게 만들 수도 있네. 같은 칼로 빵을 자를 수도 있고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듯이, 일도 도구일세.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가 중요하지."

그는 내 리소토 접시를 가리켰다.

"요리사가 불을 쓰지 않으면 이 음식은 익지 않네. 그러나 불을 다루지 못하면 음식은 타 버리지. 야망도 비슷하네. 적당한 야망은 사람을 깨우고 앞으로 걷게 한다네. 그러나 다스리지 못한 야망은 마음을 태우고, 주변 사람까지 그을리게 하지."

나는 오늘 오후의 나를 떠올렸다. 팀장의 칭찬 한마디에 몸이 달아오르던 순간, 동료의 메시지에 날카롭게 답할 뻔한 순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도움을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던 순간. 성과라는 이름 아래에서 나는 쉽게 조급해졌고, 조급함은 곧 무례함으로 변하려 했다.

"저는 성공하면 더 여유로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성공할수록 더 불안해지지. 지켜야 할 것이 늘어나기 때문일세."

"맞습니다."

"그대가 정상에 오르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상에 오른 뒤에도 그대는 더 높은 정상을 찾아 두리번거릴 걸세. 두려움으로 쌓은 계단은 끝이 없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럼 목표를 갖지 말아야 합니까?"

"아니. 목표는 필요하네. 배가 항구를 정하지 않으면 바람이 어디로 불어도 길이 되지 못하지. 다만 그 항구가 정말 그대가 가야 할 곳인지 묻지 않으면, 그대는 남의 지도를 들고 평생 열심히 노를 젓게 될 걸세."

남의 자로 잰 삶

나는 오래전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대학 졸업식 날이었다. 친구들은 각자 회사 이름과 연봉, 합격한 직무를 조심스럽게 비교했다. 축하한다는 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줄자가 오갔다. 누구의 회사가 더 유명한지, 누구의 출발선이 더 높은지, 누가 더 빨리 어른의 세계에 입장했는지.

그날 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 자리 잡아야지.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그 말은 사랑이었다. 적어도 아버지의 방식으로는. 그러나 그 사랑은 내 안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뒤처지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나는 일을 배우는 기쁨도 느꼈다. 모르는 것을 알아 가는 재미, 복잡한 문제가 풀릴 때의 쾌감, 팀원들과 밤늦게까지 준비한 발표가 잘 끝났을 때의 환함. 그때의 일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은 계속 비교표가 되었다. 내 연봉은 적절한가. 내 직급은 늦지 않은가. 내 동기들은 어디까지 갔나. 누가 이직했고, 누가 승진했고, 누가 집을 샀고, 누가 멋진 곳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일하는 사진을 올렸나.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자주 남의 눈금 위에서 나를 재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그 눈금이 매번 바뀐다는 것이었다. 어제는 연봉이 기준이었다가, 오늘은 직함이 기준이 되고, 내일은 자유로운 삶이 기준이 되었다. 누군가 회사에서 빨리 승진하면 나는 뒤처진 사람 같았고, 누군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를 여행하면 나는 겁 많은 사람 같았다. 남이 선택한 삶이 내 삶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는 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런데요?"

"많이 빌려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에게서, 회사에서, 친구들에게서, 인터넷에서. 제가 원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원해야 한다고 배운 것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에게서 배운 욕망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네. 우리는 혼자 태어나 혼자 언어를 만들지 않으니까. 문제는 빌려온 옷을 자기 몸에 맞는지 살피지 않고 평생 입는 데 있지. 너무 작은 옷은 숨을 막고, 너무 큰 옷은 걸음을 방해하네."

"그럼 제 욕망인지 남의 욕망인지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 욕망이 그대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 보게."

그는 늘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무엇을 얻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

"어떤 목표는 그대를 넓게 만들지. 더 정직하게, 더 성실하게, 더 깊이 배우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게 하네. 그러나 어떤 목표는 그대를 좁게 만들지. 늘 비교하게 하고,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미워하게 하고, 사람을 계단이나 장애물로 보게 하네. 둘 다 겉으로는 '성공'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지만, 영혼에 남기는 흔적은 다르네."

나는 민재를 떠올렸다. 그는 동료이자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었다. 발표를 잘했고, 회의에서 핵심을 빨리 잡았고, 팀장에게 신뢰를 받았다. 나는 그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칭찬받을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가 작게 접혔다. 그 접힌 마음은 곧 나를 재촉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눈에 띄게.

"경쟁은 나쁜 겁니까?"

"운동장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힘을 더 잘 알게 되지. 그런 경쟁은 배움을 준다네. 그러나 옆 사람을 넘어뜨려야만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경쟁은 영혼을 병들게 하지. 경쟁의 문제는 상대가 있다는 데 있지 않네. 상대 없이는 자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데 있네."

"저는 늘 누군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대 자신을 보기 어려웠기 때문일세."

그 말은 조용했지만 깊이 들어왔다. 나는 내 삶을 보려고 하면 불안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싶은지 묻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차라리 남을 보는 편이 쉬웠다. 남의 속도, 남의 성취, 남의 박수. 그것들은 선명했다. 내 마음보다 훨씬 선명했다.

"그대가 남의 기준으로 세운 목표를 향해 오래 달리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는가?"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성공해도 허전하겠죠."

"그렇네. 더 슬픈 일도 있네. 실패하면 자기 삶을 잃었다고 느끼고, 성공하면 자기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나는 그 문장을 오래 씹었다. 실패하면 잃고, 성공해도 낯선 삶. 그보다 이상한 감옥이 있을까.

일을 덕의 연습장으로 바꾸는 법

"그렇다면 저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질문이 조금 막막하게 나왔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도 아니었고, 모든 야망을 버리겠다는 말도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월급이 필요했고, 맡은 일을 잘하고 싶었고, 성장하고 싶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계속 달리면 언젠가 내 안쪽이 텅 비어 버릴 것 같았다.

소크라테스는 리소토를 한 숟가락 먹은 뒤 말했다.

"먼저 일을 신분증으로 삼지 말게."

"신분증이요?"

"그대가 하는 일은 그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지만, 그대의 전부를 말해 주지는 않네. 직함은 사람을 설명하는 표지일 수는 있어도 영혼의 이름은 아니지. 직함이 흔들릴 때마다 자기 존재가 흔들린다면, 그대는 너무 작은 종이에 자신을 적어 둔 것일세."

나는 명함을 떠올렸다. 회사 로고와 이름, 직무, 메일 주소. 처음 명함을 받았을 때는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작은 종이가 나를 대신해 말하게 두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디 다니는 사람. 무슨 일을 하는 사람. 어느 정도 버는 사람. 설명은 빨랐지만, 살아 있는 느낌은 적었다.

"둘째는요?"

"일을 덕을 연습하는 장소로 보게."

"덕이라면 정직, 용기, 절제 같은 것들 말씀이죠?"

"그렇네. 낡은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하루의 가장 실용적인 기술들이지. 보고서를 쓸 때 정직이 필요하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정직. 회의에서 용기가 필요하네. 필요한 말을 하되 상대를 모욕하지 않는 용기. 일정이 몰릴 때 절제가 필요하네. 모든 일을 다 맡아 영웅처럼 보이려는 욕심을 멈추는 절제. 동료와 일할 때 정의가 필요하네. 공을 혼자 가져가지 않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정의."

그가 말을 이을수록, 일은 조금 다른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일을 결과를 얻기 위한 통로로만 생각했다. 돈, 평가, 인정, 승진.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일을 매일 반복되는 훈련장처럼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 드러나는 장소. 내 조급함, 허영, 두려움, 성실함, 배려가 매일 책상 위로 올라오는 장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성과가 안 나면요?"

"성과를 가볍게 여기라는 말이 아닐세. 훌륭한 목수는 좋은 의자를 만들어야 하네. 의도가 선하다는 이유로 삐걱거리는 의자를 내놓아서는 안 되지. 그러나 의자를 잘 만드는 능력과, 그 일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함께 물어야 하네. 하나만 물으면 절름발이가 되지."

"회사는 성과를 먼저 봅니다."

"물론이네. 그래서 그대가 더 깨어 있어야 하지. 세상이 묻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 물어야 하네. 세상이 '얼마나 빨리 했는가'라고 물을 때, 그대는 '정직하게 했는가'도 물어야 하네. 세상이 '얼마나 이겼는가'라고 물을 때, 그대는 '무엇을 잃지 않았는가'도 물어야 하네. 세상이 '얼마나 올라갔는가'라고 물을 때, 그대는 '어디를 향해 올라갔는가'도 물어야 하네."

나는 천천히 물을 마셨다. 목으로 넘어가는 물이 하루 종일 말라 있던 생각을 적시는 것 같았다.

"그럼 내일 회사에 가서 뭘 바꾸면 좋을까요?"

"큰 결심은 대개 큰 소리를 내고 빨리 지치네. 작은 원칙을 세우게. 그대의 하루를 붙잡아 줄 만큼 작고, 반복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것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소크라테스는 기다렸다. 이번에는 그가 말해 주기보다 내가 쓰기를 바라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적었다.

  •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기.

  • 빠르게 답하기 전에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 성과가 급해도 사람을 수단처럼 대하지 않기.

  • 거절해야 할 일은 늦기 전에 말하기.

  • 하루가 끝날 때 '무엇을 해냈는가'와 함께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를 묻기.

다섯 줄을 쓰고 나니 거창하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이 정도라면 내일 당장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완벽히 지키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또 조급해질 것이고, 인정받고 싶어질 것이고, 피곤하면 누군가에게 날카로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돌아올 자리는 생겼다.

"좋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이제 그 원칙들이 그대에게 무엇을 줄 것 같은가?"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겠죠."

"당연하지."

"하지만 실패해도 저 자신을 덜 잃게 해 줄 것 같습니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일세. 지혜로운 원칙은 늘 승리하게 해 주는 주문이 아니네. 승리하든 실패하든, 그대가 인간으로 남게 해 주는 울타리지."

다시 내려진 판결

식사가 끝날 무렵, 지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는 휴대전화 화면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지만 곧장 집어 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심장이 먼저 달려갔을 것이다. 오늘도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숟가락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화면을 확인했다.

'기다려 준다는 말 고마워. 나도 내 마음을 좀 보고 있어.'

짧은 문장이었다. 관계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따뜻한 화해도, 분명한 약속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장은 충분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나는 답장을 쓰려다가 멈췄다. 무언가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관계도, 일도, 나 자신도. 빨리 결론을 내고, 빨리 안심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 나는 그 마음을 문 가까이에 앉혔다.

아직 답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소크라테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법정의 판결은 무엇인가?"

나는 창밖을 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지나갔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며 걸었고, 누군가는 종이컵을 들고 뛰었고, 누군가는 택시를 잡으려 손을 들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사무실 같았다. 모두가 어딘가에 늦은 사람처럼 움직였다.

"성공은 무죄도 유죄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더 말해 보게."

"성공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돈을 벌고, 인정받고, 일을 잘하고, 더 큰 책임을 맡는 건 좋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왜 사는지 대신 대답하게 두면 위험합니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이루려 하는가가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정하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대의 판결문이 꽤 길어졌군."

"아직 초안입니다."

"좋네. 살아 있는 사람의 판결문은 늘 초안이어야 하네."

나는 웃었다. 하루 종일 뭉쳐 있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식당을 나서기 전, 나는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일을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대는 내가 평생 빈둥거리며 질문만 했다고 생각하는가?"

"조금은요."

그는 크게 웃었다. 주변 사람들이 잠시 우리 쪽을 보았다.

"질문하는 일도 꽤 고된 노동일세. 사람들은 대개 자기 생각을 빼앗겼다고 느끼면 화를 내거든. 게다가 나는 한때 돌을 다루는 집안에서 자랐네. 돌은 사람보다 정직하지. 잘못 치면 바로 금이 가니까."

"사람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은 금이 가고도 한참 뒤에야 소리를 내지.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네."

그 말은 그날 아침 팀장과의 대화, 오후의 동료들, 지윤의 메시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까지 이어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금을 내면서 성과를 쌓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계속 깎아 내면서 반짝이는 모양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는 차가웠다. 회사 메신저에는 아직 읽지 않은 알림이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림을 모두 열지 않았다. 꼭 지금 봐야 할 것과 내일 봐도 되는 것을 구분했다. 그 작은 구분이 이상하게 큰 선언처럼 느껴졌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나는 오늘의 질문을 마음속에 적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리고 그것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는가.

첫 번째 질문만으로 살 때, 하루는 성적표가 된다. 두 번째 질문을 함께 놓을 때, 하루는 길이 된다. 성적표는 나를 줄 세우지만, 길은 내가 어디로 걷고 있는지 묻는다.

그날 밤, 나는 여전히 피곤했다. 해야 할 일은 줄지 않았고, 성공의 기준도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내 안의 재판관들은 아마 내일도 다시 법정을 열 것이다. 더 빨리 해야 한다고, 더 많이 보여 줘야 한다고,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법정에 무조건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증인을 부르고, 질문을 던지고, 판결을 미룰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무엇을 이루었는가.

무엇을 위해 이루려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가.

지하철 유리창에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어제와 똑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나는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성공이라는 말 앞에서 조금 덜 속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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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의 저녁 식사: 하루 끝, 나를 되찾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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