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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깨움이다

Views 46약 11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그날 오후, 나는 작은 정직의 대가가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것을 배웠다.

전날 밤 나는 회사 대화방에 짧은 문장을 보냈다. 자료가 거의 끝났다고 둘러대지 않고, 생각보다 덜 준비된 상태였다고 인정하는 문장. 대단한 고백도 아니었고, 세상을 바꾸는 용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정직은 다음 날까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크게 칭찬해 준 것도 아니고, 모든 일이 갑자기 쉬워진 것도 아니었다. 정직은 축하받지 못했다. 정직은 그저 나를 혼자 남겨 두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나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지윤에게 보낸 메시지는 읽음 표시만 남긴 채 대답이 없었다.

어제 이야기해서 좋았어. 오늘 저녁에 잠깐 볼 수 있어?

문장은 지나치게 담백했다. 사실 그 안에는 담백하지 않은 마음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직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와 나는 애매한 사이였다. 오래된 친구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표정을 너무 많이 기억했고,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미래를 너무 적게 약속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도, 어느 날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척했다. 나는 그 애매함이 싫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그 애매함 속에서 작은 가능성을 주워 먹고 살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켤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답장이 없으면 가슴 아래쪽이 살짝 꺼졌다. 답장이 오면 온몸이 밝아졌다. 내가 내 하루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분은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다른 사람의 엄지손가락 하나에 묶여 있었다.

그때 팀장이 내 자리로 다가와 보고서 수정을 부탁했다.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왜 답장이 없지? 바쁜가? 아니면 어제 내가 너무 솔직했나? 혹시 부담스러웠나? 다른 사람이 생겼나?

나는 그녀가 내 불안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통해 확인되는 나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답장이 왔다.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 미안. 요즘 좀 생각이 많아.

짧은 문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짧은 문장 위에 긴 이야기를 지어 올렸다. '어렵다'는 말은 거절처럼 들렸고, '미안'은 거리처럼 느껴졌으며, '생각이 많다'는 말은 내게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뜻처럼 읽혔다. 나는 그녀의 문장을 읽은 것이 아니라, 내 두려움을 읽었다.

퇴근길에 나는 곧장 그 식당으로 향했다. 초대장을 받은 적도 없고, 예약을 한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 가면 내가 피하던 질문이 먼저 와 앉아 있을 것 같았다.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구운 빵, 올리브유, 오래된 나무 탁자의 냄새.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는 거기에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창가 자리에 앉아 포도 몇 알을 접시 위에서 굴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그는 마치 한 시간 전에도 나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처럼 손짓했다.

"오늘은 그대의 얼굴이 누군가의 답장처럼 늦게 도착했군."

나는 의자에 앉으며 웃지도 못하고 말했다.

"사람을 기다리면 얼굴도 늦어집니까?"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나쁘지 않네. 다만 자신을 잃어버린 채 기다리면, 얼굴이 주인을 잃지."

나는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그의 말은 늘 그렇듯 부드러운 빵처럼 보이다가도 씹으면 돌멩이처럼 단단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깨움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소크라테스는 내 앞에 물잔을 밀어 주었다.

"오늘 그대는 누구에게 사랑받고 싶어 이곳에 왔는가?"

나는 물잔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물 위에 식당의 노란 불빛이 흔들렸다.

"누구에게라기보다…… 그냥,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나를 중요하게 여겨 주는 것. 나를 선택해 주는 것. 내가 사라지면 아쉬워해 주는 것."

"그렇다면 그대는 사랑을 원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줄 증인을 원하는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포도 한 알을 집어 들었다.

"이 포도가 달다는 것을 알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달다고 말해야 하는가?"

"아니요. 제가 먹어 보면 알 수 있죠."

"그런데 그대는 왜 자신이 소중한 사람인지 알기 위해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가?"

나는 손가락으로 물잔의 가장자리를 문질렀다. 맑은 소리가 작게 울렸다.

"사람은 혼자서는 자신을 알기 어렵잖아요.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 말에는 진실이 조금 들어 있네.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니까. 하지만 거울이 없으면 얼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네. 거울은 얼굴을 보여 줄 뿐, 얼굴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

나는 지윤의 답장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녀의 마음보다 내 가치가 더 궁금했다. 그녀가 나를 원한다고 말해 주면, 나는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곧장 하찮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저는 사랑이 아니라 인정을 원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네. 하지만 너무 급히 자신을 꾸짖지는 말게. 사람은 배고플 때 빵집 냄새와 집 냄새를 혼동하곤 하네. 인정은 빵처럼 즉시 허기를 달래 주지. 사랑은 집처럼 오래 머물 곳을 마련하지. 배고픈 사람은 집 앞에서도 먼저 빵 냄새를 찾는다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나쁜 건가요?"

"나쁘다기보다 가난한 마음이지. 그것이 전부가 될 때 마음은 구걸을 시작하네.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 줘' 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지."

그의 말은 잔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다정했다. 다정했기 때문에 더 아팠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사실은 많은 것을 요구했다. 나를 먼저 떠올려 줄 것. 내 메시지에 빨리 답할 것. 내 불안을 눈치채고 달래 줄 것. 나에게 충분한 관심을 보일 것. 그것들이 이루어지면 나는 사랑받는다고 느꼈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버림받는다고 느꼈다.

소크라테스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

"그대가 사랑받고 싶다는 말 속에는 두 목소리가 섞여 있네. 하나는 '나도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고 싶다'는 건강한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 나 대신 나를 견뎌 주었으면 좋겠다'는 지친 목소리일세. 오늘 우리는 그 둘을 구별해 보세."

식탁 위의 촛불이 가늘게 흔들렸다. 나는 그 작은 불꽃이 나보다 더 침착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

그날의 음식은 구운 생선과 레몬, 그리고 따뜻한 렌틸콩 수프였다. 소크라테스는 생선 살을 조심스럽게 발라내며 물었다.

"그대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요. 계속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좋네. 그 마음이 처음 찾아오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들뜨죠.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이고요. 평범한 거리도 예뻐 보이고, 별것 아닌 말도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그대에게 아름다움을 보게 하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상대의 얼굴에만 있는가? 목소리에만 있는가? 그 사람이 내게 주는 관심에만 있는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죠. 어떤 태도나 마음에도 있겠죠. 이를테면 친절함, 용기, 성실함 같은 것들."

소크라테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대가 방금 중요한 문을 열었네. 사랑은 처음에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듯하지만, 제대로 자라면 그 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묻게 하네. 아름다운 얼굴에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마음에서 아름다운 행동으로, 아름다운 행동에서 아름다운 삶으로 눈이 옮겨 가는 것이지."

나는 수프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따뜻한 기운이 목을 지나 속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그렇게 고상하지 않습니다. 질투도 하고, 확인받고 싶고, 상대가 나보다 다른 사람과 즐거워 보이면 화도 납니다."

"물론이지. 배가 처음부터 항구를 아는 것은 아니네. 사랑도 처음에는 파도에 휩쓸린다네. 그러나 파도에 휩쓸리는 것과 바다를 배우는 것은 다르지."

"사랑을 배운다는 말인가요?"

"그렇네. 사랑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배움이기도 하네. 그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대는 자신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는지 배운다네. 또한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배우지. 상대를 통해 그대 안의 욕망, 불안, 허영, 용기, 다정함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네. 그러니 사랑은 즐거운 연회이면서 동시에 엄격한 학교라네."

나는 지윤과 보낸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녀와 함께 걸으면 나는 조금 더 좋은 말을 고르고 싶었다. 그녀가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싶었다. 그녀가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오래 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 나는 내가 얼마나 성급히 판단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분명 그녀는 내 안의 좋은 부분을 깨우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내 안의 못난 부분도 깨웠다. 답장이 늦으면 나는 조급해졌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농담에 크게 웃으면 마음이 좁아졌다. 그녀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나는 그것을 휴식이 아니라 거절로 받아들였다.

"사랑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사랑은 그대를 좋은 사람으로 자동으로 만들지 않네. 사랑은 그대 안에 있는 것들을 밝은 곳으로 끌어낼 뿐이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대의 몫이지."

그는 레몬 조각을 손으로 가볍게 눌렀다. 생선 위로 맑은 즙이 떨어졌다.

"레몬은 생선의 냄새를 지우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생선의 맛을 덮어 버리네. 사랑도 그렇다네. 적절한 갈망은 우리를 깨어나게 하지만, 지나친 갈망은 상대를 보지 못하게 하지. 그때 우리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덮어 버리는 것이네."

"무엇을 덮어 버립니까?"

"상대의 실제 모습. 그리고 자신의 공허함."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의 말이 식탁 위에 오래 머물렀다.

내 불안을 대신 안아 줄 사람

"그대가 오늘 기다린 답장은 무엇을 해결해 주기로 되어 있었는가?"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아직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요."

"상대가 답장하면 그대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답장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는가?"

"머리로는 말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판결했군."

"네."

"그렇다면 그대는 상대를 재판관의 자리에 앉힌 것이네. 그 사람은 그대의 죄와 무죄를 결정해야 하지. 그런데 불쌍하지 않은가? 그 사람은 그저 오늘 피곤했을 수도 있고, 자기 삶의 무게를 들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대는 그에게 그대 존재의 판결문까지 맡겨 버렸으니."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 보니 지윤의 "요즘 좀 생각이 많아"라는 말에 나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힘든지 묻기보다, 그 생각 안에 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만 계산했다.

"저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았네요."

"그대의 두려움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일세. 두려움이 큰 사람은 상대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 자기 심장 소리를 먼저 듣네."

"그럼 불안한 사람은 사랑하면 안 됩니까?"

소크라테스가 고개를 저었다.

"불안한 사람도 사랑할 수 있네. 오히려 사랑 속에서 자신의 불안을 배울 수 있지. 다만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하네. 자신의 불안을 상대에게 던져 놓고 그것을 사랑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하네."

"어떻게 구별하죠?"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 천천히 선을 그었다.

"그대가 상대에게 다가갈 때, 마음속으로 물어보게.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이 사람을 이용해 내 불안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은가?' 둘은 아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네."

나는 그 질문을 마음속으로 따라 읽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이 사람을 이용해 내 불안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은가.

사랑한다는 말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그 말이 뜨겁고 아름다운 고백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 안에 책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내 결핍의 창고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하면 기대하게 되잖아요."

"물론일세. 기대 없는 관계는 메마른 나무와 같네. 문제는 기대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기대가 상대를 사람으로 남겨 두는가, 아니면 도구로 바꾸는가일세."

"도구로 바꾼다는 건……."

"상대가 웃으면 그대가 살아나고, 상대가 조용하면 그대가 무너지는 것. 상대의 자유로운 하루가 그대의 불안을 위협하는 것. 상대의 침묵을 자기 처벌로 해석하는 것. 그때 그 사람은 더 이상 한 인간이 아니네. 그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눌러야 하는 단추가 되지."

나는 고개를 숙였다.

지윤을 떠올리면 따뜻한 장면도 많았다. 그러나 내 안에는 분명 단추를 누르려는 마음이 있었다. '좋아해'라는 단추, '보고 싶어'라는 단추, '너는 특별해'라는 단추. 나는 그 단추가 눌릴 때마다 잠시 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다 단추가 눌리지 않으면, 세상이 고장 난 것처럼 화가 났다.

소크라테스는 내 침묵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기다림을 재촉으로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사랑에 실패한 이유는 사랑을 너무 많이 원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아닌 것들을 사랑에게 너무 많이 맡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붙잡는 손과 일으키는 손

식사가 중간쯤 지났을 때, 소크라테스는 빵 한 조각을 둘로 나누었다. 그는 한쪽을 내게 건네고 다른 한쪽을 자기 접시에 놓았다.

"이 빵을 보게. 내가 그대의 몫까지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면, 나는 빵을 아끼는 사람인가 탐내는 사람인가?"

"탐내는 사람이죠."

"그런데 사랑에서는 왜 자주 그것을 아낌이라고 착각하는가?"

나는 빵을 손에 든 채 그를 바라보았다.

"상대를 잃을까 봐 두려우니까요."

"두려움은 손에 힘을 주게 하지. 그러나 손에 힘이 들어가면 무엇이 어려워지는가?"

"만지는 것…… 느끼는 것."

"그렇네. 움켜쥔 손은 붙잡을 수는 있어도 느끼기 어렵다네."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거칠지만 따뜻해 보이는 손이었다.

"사랑에는 두 종류의 손이 있네. 하나는 붙잡는 손이고, 다른 하나는 일으키는 손일세. 붙잡는 손은 말하지. '너는 내 곁에 있어야 해. 그래야 내가 안전하니까.' 일으키는 손은 말하네. '너는 너 자신이 되어야 해. 그리고 나도 나 자신이 되도록 돕겠네.' 둘 다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는 감옥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길을 만든다네."

"길을 만든다는 건 멀어질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네. 그래서 좋은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지. 사랑은 상대를 잃지 않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더 진실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라네."

나는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 더 진실해진다면요? 그걸 축복해야 합니까?"

소크라테스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장난스럽지 않았다.

"아파할 수 있네. 슬퍼할 수도 있지. 철학은 사람에게 돌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네. 다만 슬픔 속에서도 거짓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할 뿐일세.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거짓된 평온 속에 머무르는 것보다 진실한 길 위에서 흔들리는 편을 더 바랄 수 있어야 하네. 물론 그 말은 쉽지 않지. 그래서 사랑은 우리를 어른으로 만든다네."

나는 한동안 빵을 먹지 못했다.

사랑이 나를 어른으로 만든다는 말은 낯설었다. 나는 사랑이 나를 어린아이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말에 삐치고, 확인받고 싶어 하고, 버려질까 봐 떼쓰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 드러난 나의 미성숙이었다.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이 자유롭기를 바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 상대를 별처럼 바라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별을 자기 방 천장에 붙이려 하지. 별은 가까워지지만 빛을 잃네."

"그럼 좋은 사랑은 거리를 두는 건가요?"

"거리가 아니라 숨을 주는 것이네. 아주 가까워도 숨을 빼앗지 않는 사람이 있고, 멀리 있어도 숨통을 조이는 사람이 있지. 중요한 것은 몸의 거리가 아니라 영혼의 태도일세."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덧붙였다.

"좋은 사랑은 이렇게 묻네. '너는 내 것이냐?'가 아니라 '너는 너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느냐?' 또 이렇게 묻네. '너는 나를 얼마나 채워 주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를 더 진실하게 만들고 있느냐?'"

나는 마음속으로 지윤과의 장면들을 다시 살폈다. 내가 그녀에게 던진 질문들은 대부분 나를 향해 있었다. "나 보고 싶었어?" "왜 답이 늦었어?" "나는 네게 어떤 사람이야?" 겉으로는 그녀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사실은 모두 내 불안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말이었다.

나는 그녀가 요즘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영혼이 어느 방향으로 자라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조용히 부끄러웠다.

사랑은 깨우는 것

"그대는 좋은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나는 처음에는 지윤을 떠올렸지만 곧 다른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전 대학 시절의 친구 현우였다. 그는 연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거짓말로 내 실패를 숨기려 할 때, 그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실패한 건 알겠어. 그런데 네가 실패를 숨기느라 너 자신까지 잃는 건 보고 싶지 않아.'

그 말은 당시에는 야속했다. 위로가 필요했는데 그는 거울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말이 아니라 일으키려는 말이었다. 그는 내 체면보다 내 진실을 더 아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소크라테스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그대를 소유하지 않았지만 사랑했군."

"그게 사랑인가요? 연애 감정이 아니었는데요."

"사랑을 너무 좁은 방에 가두지 말게. 사랑은 연인 사이에만 사는 작은 짐승이 아니네.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스승과 제자, 시민과 도시 사이에도 사랑은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지. 핵심은 이것이네. 사랑은 상대가 더 좋은 것을 향해 깨어나도록 돕는 힘일세."

"더 좋은 것이라면…… 성공이나 성취를 말합니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네. 더 진실한 말, 더 용기 있는 선택, 더 자유로운 마음, 더 넓은 시선. 때로는 세상이 박수치는 방향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올바른 방향일 수도 있지."

나는 전날의 작은 정직을 떠올렸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조금 덜 비겁해졌다. 만약 누군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는 내 거짓된 승리보다 그런 작은 정직을 더 기뻐해 줄 것이다.

"좋은 사랑은 사람을 편하게만 해 주지 않는군요."

"그렇네. 좋은 사랑은 안전한 잠자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침이 되었다고 커튼을 여는 손이 되기도 하네. 잠든 사람에게 햇빛은 처음엔 불편하지. 그러나 깨어난 사람은 자신이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그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편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까?"

"있네. 그러나 조심해야 하지. 많은 사람이 상대를 깨운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찌른다네. 깨움에는 존중이 있고, 찌름에는 우월감이 있네. 깨우는 사람은 상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지만, 찌르는 사람은 상대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옳음을 즐기지."

나는 그 차이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옳은 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말 안에 상대를 향한 신뢰를 담는 것은 어려웠다. 나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고하면서 사실은 내 불안을 던졌다. "그러니까 네가 문제야"라는 말을 "나는 너를 위해 말하는 거야"로 포장했다.

소크라테스는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사랑은 진실을 말하게 하지만, 진실을 무기로 만들지는 않네."

이 문장은 조용히 내 안에 내려앉았다.

나는 지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왜 답이 늦었냐고, 왜 나를 헷갈리게 하냐고, 나를 좋아하는 게 맞냐고 묻고 싶었다. 그 질문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 관계에는 분명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말들을 지금의 마음으로 꺼낸다면, 나는 그녀를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몰아세우게 될 것이다. 내 불안을 해결하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럼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합니까?"

"아니네. 침묵도 때로는 비겁한 거짓말이 되지. 다만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정돈해야 하네. 정돈되지 않은 마음은 사랑의 말을 빌려 협박을 하기도 하니까."

"어떻게 정돈해야 할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먼저 자신의 몫을 보게. '나는 네 답장이 늦을 때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 불안이 전부 너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다음 상대를 사람으로 보게. '요즘 네가 생각이 많다고 했는데, 그 생각 안에 네 삶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계의 진실을 서두르지 말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관계인지 언젠가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대화를 내 불안의 약으로 쓰지는 않겠다.' 이런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면 붙잡는 말보다 만나는 말에 가까울 걸세."

나는 그 문장들을 마음속에 적었다. 이상하게도 그것들은 약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해 보였다. 나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몰아세우지 않는 태도. 내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상대에게 떠넘기지 않는 태도. 관계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함께 바라보자는 태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사랑은 정말 다른 것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너를 통해 나를 넘어서기

식당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에 빗방울이 하나둘 맺혔다가 아래로 미끄러졌다. 거리의 불빛은 물에 젖어 길게 번졌다.

소크라테스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상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네. 그러나 좋은 사랑은 이상하게도 우리를 자기 자신 너머로 데려가네."

"자기 자신 너머요?"

"그대는 지금 자기 불안의 좁은 방에 앉아 있네. 그 방에서는 모든 소리가 그대에 관한 것으로 들리지. 누군가의 침묵도 그대에 대한 평가이고, 누군가의 피곤함도 그대에 대한 거절이며, 누군가의 자유도 그대에 대한 위협이 되지. 사랑은 그 방의 문을 열 기회를 주네. 상대에게도 그대만큼 복잡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하니까."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조금 지쳐 보였고, 조금 어려 보였다.

"저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녀에게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었습니다."

"그것을 깨달았다면 이미 문고리를 잡은 셈이네."

"하지만 문을 열면 무섭습니다. 그녀가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녀가 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네. 그리고 그대도 그녀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하네."

그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건 너무 차갑게 들립니다."

"아니, 오히려 따뜻한 말일세.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믿는 두 사람은 처음엔 뜨거워 보이지만, 곧 서로에게 무거운 짐이 되네. '네가 없으면 나는 무너져'라는 말은 고백처럼 들리지만, 상대에게는 감옥의 열쇠를 쥐여 주는 말이 될 수 있지. 좋은 사랑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네. '나는 너 없이도 나의 삶을 책임지겠다. 그렇기에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선물로 여기겠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듯 들었다.

너 없이도 나의 삶을 책임지겠다. 그렇기에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선물로 여기겠다.

사랑을 덜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깨끗하게 사랑하겠다는 말에 가까웠다. 상대가 내 생존의 산소통이 아니라, 함께 바라보는 하늘이 되는 것. 상대가 내 빈칸을 채우는 답안지가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동행이 되는 것.

"그럼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하면 안 됩니까?"

"많은 사랑이 결핍에서 시작하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외로운 사람이 사람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러나 결핍에서 시작한 사랑이 계속 결핍만 먹고 자라면 위험하다네. 배고픔 때문에 식탁에 앉을 수는 있지만, 평생 상대의 접시를 빼앗아 먹을 수는 없지."

"사랑이 자라려면 무엇을 먹어야 합니까?"

"진실, 존중, 자유, 그리고 함께 좋아지는 기쁨."

그는 네 단어를 천천히 말했다. 그 단어들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래된 기둥처럼 든든했다.

"함께 좋아지는 기쁨이라……."

"그렇네. 상대가 더 자기답게 웃을 때 기뻐하는 것. 그대 자신도 더 정직하고 넓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을 기뻐하는 것. 둘 중 한 사람만 빛나고 다른 사람은 점점 작아지는 관계는 사랑의 이름을 빌린 그림자일 수 있네."

나는 문득 지윤이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는 가끔 내가 네 기분을 맞춰 줘야 하는 사람처럼 굴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억울했다. 내가 얼마나 그녀를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그녀는 나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단추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내지 않은 메시지

식사가 끝날 무렵, 비는 더 굵어졌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하나둘 우산을 펴 들고 나갔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에는 지윤의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 미안. 요즘 좀 생각이 많아.

이 문장은 몇 시간 전과 같았다. 그러나 읽는 내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문장은 더 이상 나를 거절하는 칼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닫힌 문이 아니라, 아주 조심스럽게 열어 둔 창문일 수도 있었다.

나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알겠어. 말해 줘서 고마워.

거기서 멈추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어서 가벼운 척하는 문장을 붙였을 것이다. "괜찮아, 다음에 보자"라고 쓰고는 혼자 밤새 마음을 뒤집었을 것이다. 또는 반대로, "혹시 나 때문이야?" 하고 바로 확인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더 긴 문장을 쓰려 했다. 내 불안을 설명하고, 그녀의 마음을 듣고 싶다고 말하고, 우리 관계를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고 청하는 말들이 떠올랐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문장들 사이로 작은 갈고리 같은 마음이 보였다. 지금 당장 답을 받고 싶다는 마음. 내가 나아졌다는 것을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보내지 않는 것도 선택입니까?"

내가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다만 왜 보내지 않는지 보아야 하지. 두려워서 숨는 침묵도 있고, 상대에게 숨을 주는 침묵도 있네."

"지금 제 침묵은 어느 쪽일까요?"

"그대가 말해보게."

나는 다시 화면을 보았다. 내 안에는 두 마음이 있었다. 하나는 그녀가 멀어질까 봐 당장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녀가 말한 '생각이 많다'는 시간을 진짜로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둘은 비슷한 문장을 쓸 수 있었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나는 긴 문장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오늘은 보내지 않겠습니다. 제가 보내고 싶은 말이 정말 그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제 불안을 향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좋네."

"좋다고요?"

"서두른 말보다 정직한 망설임이 나을 때가 있네. 사랑은 언제나 결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 말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지."

이상하게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문제를 해결해서가 아니었다. 관계가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방금 전의 나보다 조금 덜 붙잡고, 조금 더 보려 했다.

소크라테스는 빈 접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그대는 사랑을 잃지 않았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붙잡지 않는 것은 다르네. 오늘 그대는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조금 지켰네. 그것은 상대가 당장 답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지."

나는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누군가를 소유하는 힘이 아니라, 누군가 앞에서 조금 더 진실해지는 힘일지도 몰랐다. 내 불안을 숨기지 않되, 그것으로 상대를 묶지 않는 힘. 상대의 자유를 두려워하면서도 존중하려는 힘. 함께 있을 때 서로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더 깨어 있게 만드는 힘.

사랑의 식탁에서 배운 것

비가 조금 잦아들자 소크라테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늘 그랬듯 계산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식당에서는 누구도 그에게 값을 요구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값을 치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의 확신을 조금씩 가져가고, 대신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문 앞에서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 배운 것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잠시 생각했다.

"사랑은 상대에게서 나의 가치를 빼앗아 오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더 진실한 사람이 되도록 깨우는 일입니다."

그는 미소 지었다.

"제법 배부른 문장이군. 그러나 조심하게. 좋은 문장은 쉽게 살이 찌네. 내일 그 문장을 가볍게 만들려면 행동이 필요할 걸세."

"무슨 행동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낄 때, 세 가지를 물어보게. 나는 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는가. 나는 이 사람을 내 불안의 해결사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서로를 더 진실하고 자유롭게 만드는가."

그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보이지 않는 점을 찍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상대에게만 향하게 하지 말게. 먼저 그대 자신에게 향하게. 그대가 깨어 있지 않으면, 사랑도 잠든 채 그대를 끌고 다닐 테니."

우리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비에 젖은 거리는 검은 유리처럼 반짝였다. 사람들은 우산 아래서 서로의 어깨를 스치며 걸어갔다. 어떤 연인은 한 우산을 같이 쓰고 있었고, 어떤 남자는 통화하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하고 있었고, 어떤 여자는 혼자 빗속을 걸으며 웃고 있었다.

사랑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은 보내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다. 내 걸음이 누군가의 즉각적인 반응에 묶여 있지 않았다.

골목 끝에서 소크라테스는 멈추었다.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가?"

나는 예전 같으면 "행복"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또는 "안정"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른 대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자신으로 서 있고 싶습니다."

"좋네. 사랑의 식탁에는 두 사람이 앉아야 하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삼키거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빈 접시가 되어서는 안 되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빗속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 전에 급히 물었다.

"그럼 사랑이 끝나면요? 서로를 깨우지 못하게 되면, 사랑은 실패한 겁니까?"

소크라테스는 비를 맞으며 웃었다.

"끝난 사랑도 그대를 깨웠다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네. 다만 깨어난 사람이 다시 잠든 척한다면, 그때는 그대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지."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골목의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조금 전보다 차갑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문장들이 올라왔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문장, 붙잡고 싶은 문장, 괜찮은 척하고 싶은 문장. 하지만 오늘은 그 문장들을 곧장 보내지 않기로 했다. 먼저 내 마음의 출처를 읽고 싶었다.

나는 나를 버려두지 않은 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묶어 두지 않은 채 가까워지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내 두려움의 방에 가두는 대신,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 밤, 나는 답장보다 먼저 내 마음을 읽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사랑은 누군가를 내 곁에 묶어 두는 줄이 아니라, 잠든 영혼의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는 손이라는 것을. 그 손은 흔들어 깨우지만 밀어내지 않는다. 붙잡지 않지만 버리지 않는다. 그 손길 아래에서 우리는 묻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나는 너와 함께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가.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와 나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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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의 저녁 식사: 하루 끝, 나를 되찾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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