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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낡은 말이 아니다

Views 14약 11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아침에 남은 작은 얼룩

아침부터 나는 어젯밤 수첩에 적어 둔 문장을 떠올렸다.

'나는 오늘 무엇을 원했는가. 그리고 그 욕망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는가.'

문장은 짧았지만, 이상하게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녔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을 때도 그랬다. 누군가 새 차를 샀다는 사진, 누군가 강연 무대에 선 사진, 누군가 바닷가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 손가락 하나로 줄줄이 지나갔다. 나는 별생각 없이 넘기고 있다고 믿었지만, 마음은 이미 계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나보다 잘 살고 있나?'

'나는 왜 아직 저만큼 가지 못했나?'

'나도 뭔가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때 알림이 떴다. 회사 단체 대화방이었다. 어제까지 보내기로 한 자료를 팀장이 찾고 있었다. 사실 자료는 절반밖에 끝나지 않았다.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오전 중 공유드리겠습니다."

거의, 라는 말은 참 편리했다. 거짓말은 아니라고 우길 수 있을 만큼 흐리고, 진실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미끄러웠다. 메시지를 보내고 나자 아주 잠깐 안도감이 왔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커피 위에 떠 있는 얇은 거품 같았다. 금방 꺼지고, 아래에는 떫은 맛이 남았다.

점심시간에는 동료가 내게 물었다.

"어제 네가 낸 아이디어, 반응 좋더라. 원래부터 준비했던 거야?"

사실 그 아이디어는 회의 직전 다른 부서 자료에서 우연히 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급히 다듬은 것이었다. 훔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완전히 내 것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전부터 생각하던 거였어."

그 말은 아주 작았다. 누가 경찰처럼 붙잡고 따질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은 내 안에서 오래 울렸다. 종이 위에 떨어진 기름 한 방울처럼, 작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퇴근 무렵에는 더 우스운 일이 있었다. 나는 별로 배고프지도 않았는데 근사한 빵집에 들렀다. 진열장 안의 빵이 먹고 싶어서라기보다, 그 빵집 봉투를 들고 집에 가는 내 모습이 조금 괜찮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오늘 내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정, 회피, 우월감, 편안함. 이름을 붙이고 보니 하루가 낯설어졌다. 나는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심각하게 해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은 깨끗하지 않았다. 먼지를 뒤집어쓴 창문처럼 바깥 풍경이 선명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그 식당 앞에 서 있었다. 간판은 여전히 작고 불빛은 따뜻했다. 문을 열기 전, 나는 잠깐 망설였다. 오늘은 소크라테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가.

덕은 낡은 말이 아니다

덕이라는 낡은 그릇

식당 안은 전보다 조용했다. 창가 쪽 작은 테이블에는 이미 그가 앉아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오늘도 오래된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빵 한 조각과 따뜻한 수프가 놓여 있었다. 그는 내가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

"오늘은 얼굴에 질문이 묻어 있군."

나는 맞은편에 앉으며 웃었다.

"질문이 아니라 얼룩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더 좋네. 얼룩은 어디에 묻었는지 알려 주니까."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씩 말했다. '거의 마무리했다'는 말, '전부터 생각했다'는 말, 먹고 싶지 않은 빵을 사진으로 올린 일. 말하고 보니 사소한 것들이 더 사소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작아서 더 자주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무서웠다.

소크라테스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 수프 그릇을 가리켰다.

"이 그릇이 좋은 그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깨지지 않고, 음식을 잘 담고, 쓰기 편하면 좋은 그릇이겠죠."

"좋네. 칼은 어떤가?"

"잘 들어야죠. 자를 것을 제대로 자르는 칼이 좋은 칼이고요."

"말은?"

"잘 달리고, 길을 잘 따르고, 사람을 안전하게 태우면 좋은 말 아닐까요?"

소크라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가? 사람을 좋은 사람답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잘 모르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착한 사람이라는 말로 충분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인사 잘하고, 양보하고, 어른 말 잘 들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그 말이 자꾸 흐려졌다. 착한 사람은 이용당하기 쉽다는 말도 들었고,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자기 몫을 챙겨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때로 어리숙한 사람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요즘은 '덕'이라는 말이 좀 낡게 들려요." 내가 말했다. "훈계 같고, 교과서 같고, 현실을 모르는 말 같아요."

소크라테스가 빵을 천천히 뜯었다.

"낡은 것은 말일 수도 있고, 그 말을 듣는 우리의 귀일 수도 있네. 덕이라는 말이 불편하다면 다른 말로 불러 보세. 사람을 사람답게 쓰이게 하는 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드는 근육. 선택의 순간에 자신을 잃지 않게 하는 기술. 어떤 이름이든 상관없네."

"기술이요?"

"그렇네. 많은 사람은 덕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성품이라고 생각하지. 어떤 이는 원래 용감하고, 어떤 이는 원래 절제력이 있고, 어떤 이는 원래 정직하다고 말하네. 하지만 만약 그렇기만 하다면 우리는 배울 것도, 고칠 것도 없지 않겠나? 태어난 대로 살다가 끝날 뿐이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나는 덕이 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하네. 적어도 훈련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말이 내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덕이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삶의 기술이라면, 오늘 내가 한 작은 선택들도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가 어떤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회피의 기술, 과시의 기술, 흐린 말로 책임을 미루는 기술.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매일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기, 절제, 정의, 지혜가 앉은 자리

그때 주인이 접시 하나를 내려놓았다. 구운 채소와 올리브, 작은 생선 한 토막이 담긴 접시였다. 소크라테스는 접시를 가운데로 밀어 놓았다.

"오늘은 이 식탁에 네 손님 네 명을 초대해 보세."

"손님이요?"

"용기, 절제, 정의, 지혜."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 고대 철학자답네요."

"그리고 자네는 정말 현대인답게 비웃는군."

그가 웃자 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곧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먼저 용기를 보세. 많은 사람은 용기를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두려움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용기라기보다 무감각일 수 있네. 용기는 두려움이 있는데도 무엇이 옳은지 살피고, 그 옳음 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힘일세."

나는 오전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팀장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일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게는 분명 두려움이 있었다. 무능해 보일까 봐, 혼날까 봐, 평가가 낮아질까 봐. 나는 그 두려움을 피하려고 말을 흐렸다.

"그럼 오늘 제게 부족했던 건 용기였네요."

"부족했다기보다, 연습할 기회가 왔는데 다른 연습을 한 것이지."

그 표현이 이상하게 덜 아프면서도 더 정확했다.

"다음은 절제일세."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절제는 욕망을 없애는 일이 아니네. 배고픔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악마처럼 몰아낼 필요도 없네. 절제는 욕망에게 운전대를 통째로 넘기지 않는 기술일세."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인정받고 싶은 것을 모두 참으라는 뜻은 아니군요."

"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네. 억지로 누른 욕망은 언젠가 더 거칠게 튀어나오지. 절제는 묻는 것이네. '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가?' 하고."

나는 빵집 봉투와 휴대전화 화면을 떠올렸다. 나는 빵을 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샀다. 아니, 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내 것이 아니어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접시에서 올리브 하나를 집었다.

"정의는 어떨까? 사람들은 정의를 법정이나 정치의 큰 말로만 생각하네. 물론 그런 곳에서도 중요하지. 하지만 정의는 식탁에도 있고, 사무실에도 있고, 혼자 있는 방에도 있네. 정의란 각자에게 마땅한 것을 주려는 마음일세. 타인의 공을 타인에게, 나의 책임을 나에게, 약속한 말의 무게를 그 말에게 돌려주는 것."

나는 동료에게 했던 대답이 떠올랐다. '전부터 생각하던 거였어.' 그 말은 누군가의 자료에서 얻은 실마리를 지워 버렸다. 아무도 몰라도, 내 안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럼 정의는 남에게 들키느냐와 상관없겠네요."

"바로 그 점이 중요하네. 들키지 않은 부정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네 안에 자리를 잡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가 무엇을 하는지가 내 영혼의 모양을 만든다네."

마지막으로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렸다.

"지혜는 나머지 손님들이 길을 잃지 않게 돕는 등불일세. 용기도 지혜가 없으면 무모함이 되고, 절제도 지혜가 없으면 메마른 금욕이 되며, 정의도 지혜가 없으면 차가운 심판이 될 수 있네. 지혜는 매 순간 묻는 힘일세.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지키려는 것은 내 허영인가, 아니면 내 영혼인가?'"

나는 네 단어를 마음속에 놓아 보았다.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처음에는 낡은 액자 속 글귀처럼 보였던 말들이 갑자기 식탁 위의 도구처럼 느껴졌다. 포크처럼 집을 수 있고, 칼처럼 구분할 수 있고, 그릇처럼 마음을 담아 줄 수 있는 것들.

"그런데요." 내가 말했다. "이 네 가지를 다 갖춘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요?"

"물론일세. 그래서 완성품처럼 자랑할 것이 아니라, 매일 연습할 것이라네. 훌륭한 연주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틀린 음을 듣고 다시 손을 올리는 사람이지. 좋은 사람도 마찬가지네."

평판이라는 반짝이는 접시

나는 문득 물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요?"

소크라테스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 지었다.

"자네는 이미 그 차이를 오늘 경험했네."

"제가요?"

"팀장에게 능력 있어 보이고 싶었고, 동료에게 준비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근사한 하루를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지. 자네가 원한 것은 선함 자체였나, 선하게 보이는 모습이었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평판은 타인의 마음에 잠시 놓이는 그림자일세." 그가 말했다. "그림자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네. 좋은 평판은 때로 신뢰를 만들고, 함께 일할 기회를 열고, 공동체를 부드럽게 하지. 그러나 그림자를 몸이라고 착각하면 문제가 생기네."

"몸은 덕이고, 그림자는 평판이라는 건가요?"

"그렇게 말할 수 있겠군. 몸이 바로 서면 그림자도 대체로 따라오네. 하지만 그림자만 붙잡으려 하면 우스운 춤을 추게 되지. 빛의 방향에 맞춰 계속 몸을 비틀어야 하니까."

나는 그 장면을 상상했다. 누군가의 시선이라는 햇빛 아래에서 계속 자세를 바꾸는 사람. 칭찬을 얻기 위해 조금 과장하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금 숨기고, 뒤처지지 않아 보이기 위해 조금 꾸미는 사람. 그 사람은 낯설지 않았다. 바로 나였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평판도 중요하잖아요." 내가 항변하듯 말했다. "실력만 있어서는 안 되고, 보여 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 말은 맞네. 문제는 무엇을 위해 보여 주느냐일세. 진실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드러내는 것과, 텅 빈 속을 감추기 위해 포장하는 것은 다르네. 훌륭한 요리사가 음식의 향을 살리려고 접시를 고르는 것과, 상한 음식을 가리려고 장식을 쌓는 것은 같지 않지."

그는 내 앞의 접시를 가리켰다.

"좋은 사람은 좋은 평판을 싫어하지 않네. 다만 평판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을 뿐일세."

그 말에 나는 조금 숨이 편해졌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평가를 모두 무시하며 사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평가에 영혼을 맡기는 일도 아니었다. 평판은 참고할 수 있지만, 명령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실수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빌려 온 생각을 빌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될까 봐,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사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사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잘못 그 자체보다, 잘못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낮게 말했다.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사람은 거울 앞에서 오래 서 있네. 좋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문밖으로 나가 자기 행동을 살피네."

작은 선택이 영혼에 남기는 것

"그런데 정말 그런 작은 일들이 영혼에 흔적을 남길까요?" 내가 물었다. "큰 배신이나 범죄도 아니고, 그냥 하루를 버티려고 한 말들인데요."

소크라테스는 식탁 위에 놓인 흰 천을 손끝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천에 붉은 포도주 한 방울이 떨어졌다고 해 보세. 처음에는 아주 작지. 그러나 닦지 않고 그대로 두면 점점 스며드네. 반복되면 천의 색이 바뀌고, 나중에는 원래 색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워지네."

"영혼도 그렇다는 건가요?"

"그렇네. 사람은 큰 결심보다 반복된 선택에 의해 더 많이 빚어지네. 작은 거짓말은 단지 한 문장이 아니네. 그것은 '나는 불편한 진실을 피할 수 있다'는 길을 마음속에 내는 일이네. 회피는 단지 오늘의 숙제를 미루는 일이 아니네. 그것은 '어려운 것은 내일의 나에게 떠넘겨도 된다'는 습관을 키우는 일이네. 과시는 단지 사진 한 장이 아니네. 그것은 '나는 보이는 만큼만 가치 있다'는 믿음에 밥을 주는 일이네."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오늘의 일들이 갑자기 작은 씨앗처럼 보였다. 씨앗은 작지만, 뿌리를 내리면 뽑기 어렵다.

"그럼 저는 오늘 나쁜 사람이 된 건가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 질문은 조심해야 하네. '나는 나쁜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사람을 쉽게 절망하게 만들거나 변명하게 만들지. 더 나은 질문은 이것일세. '나는 오늘 무엇을 연습했는가. 그리고 내일은 무엇을 다르게 연습할 것인가.'"

나는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다시 읽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연습했는가.'

하루가 갑자기 체육관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정직을 연습하고, 누군가는 회피를 연습한다. 누군가는 용기를, 누군가는 변명을, 누군가는 절제를, 누군가는 충동을 반복한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연습하는지 모른 채 아주 성실하게 연습한다는 데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자신을 미워하는 길이 아니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오래 배우지 못하네. 수치심은 잠깐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오래 걷게 하지는 못하지. 덕의 훈련에는 정직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친절도 필요하네. 자기 자신에게도 말일세."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소크라테스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그는 내 변명을 벗겨 냈지만, 나를 쓰레기통에 던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

"그럼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큰 약속을 하지 말게. 큰 약속은 자주 허영의 옷을 입고 오네. 대신 작고 분명한 훈련을 하게."

"예를 들면요?"

"늦었으면 늦었다고 말하기. 빌린 생각이면 빌렸다고 밝히기. 갖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면 바로 사기 전에 잠시 묻기. '이것은 필요인가, 불안인가.' 칭찬받고 싶을 때는 스스로에게 묻기. '나는 지금 진실을 보여 주려 하는가, 아니면 빈 곳을 가리려 하는가.'"

그의 말은 거창한 계율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붙여 둘 수 있는 작은 손잡이 같았다. 흔들릴 때 잡을 수 있는 것들.

덕은 마음의 근육이다

식사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식당 안에는 따뜻한 빛이 더 깊어졌다.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누군가는 통화를 하며 걷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웃고, 누군가는 피곤한 얼굴로 신호를 기다렸다. 모두 각자의 하루를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루 안에는 아마 나와 비슷한 선택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말할까 말까, 참을까 지를까, 인정할까 숨길까, 나눌까 빼앗을까.

"덕이 마음의 근육이라면," 내가 말했다. "쓰지 않으면 약해지겠네요."

"정확하네."

"그리고 처음 쓰면 아프고요."

"그것도 정확하네."

"하지만 계속 쓰면 조금 강해질 수 있고요."

소크라테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오늘 자네가 나 대신 결론을 말하는군."

나는 수첩을 꺼내 네 단어를 적었다. 용기, 절제, 정의, 지혜. 그리고 그 옆에 내 식으로 뜻을 붙였다.

용기: 두려워도 진실 쪽으로 한 걸음 가는 힘.

절제: 욕망에게 운전대를 빼앗기지 않는 힘.

정의: 남의 몫과 나의 책임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힘.

지혜: 지금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묻는 힘.

적고 나니 단어들이 덜 낡아 보였다. 그것들은 박물관 유리장 안에 놓인 유물이 아니었다. 내일 아침 휴대전화를 켤 때, 회사 대화방에 답할 때, 동료와 이야기할 때, 누군가의 성공을 볼 때, 내 실패를 인정해야 할 때 필요한 것들이었다.

나는 소크라테스에게 말했다.

"덕이라는 말이 아직 조금 어색하긴 해요.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현실과 동떨어진 말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요."

"덕은 현실에서 도망치는 말이 아니네. 오히려 현실 한가운데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말이지."

"그런데 저는 내일 또 비슷한 실수를 할지도 몰라요."

"그럴 수 있네."

너무 쉽게 인정해서 나는 오히려 웃음이 났다.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네요."

"아니, 아주 큰 위로일세. 자네가 내일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은 내일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니까. 다만 같은 실수를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지는 말게. 넘어지는 것은 사람의 일이나, 넘어진 자리를 집으로 삼는 것은 선택의 일이네."

나는 수첩을 덮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휴대전화를 꺼내 회사 대화방을 열었다. 한참 동안 커서가 깜박였다. 나는 천천히 문장을 썼다.

"오전에 말씀드린 자료는 제가 생각보다 덜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정확히는 오후 세 시까지 정리해 공유드리겠습니다.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대단한 용기도 아니었고, 세상이 바뀌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 안쪽 어딘가가 아주 조금 곧게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크라테스가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

"어떤가?"

"불편해요."

"좋네."

"좋다고요?"

"오랫동안 굽어 있던 것이 펴질 때는 원래 불편하네."

나는 창밖을 보았다. 밤거리는 여전히 바빴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내일도 나는 비교할 것이고, 인정받고 싶을 것이고, 쉬운 거짓말의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간들을 전과 똑같이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식당 문을 나서자 찬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주머니 속 수첩이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에 적힌 네 단어는 이상하게 묵직했다.

덕은 낡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일의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오늘의 내가 쥐어 주는 작은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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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의 저녁 식사: 하루 끝, 나를 되찾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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