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아래로 떨어진 소식
네룬은 기쁨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곳에는 웃음이 있었으나, 웃음은 대개 이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견디기 위해 내는 메마른 소리, 혹은 위를 향해 던지는 차가운 조롱. 네룬의 웃음은 따뜻한 배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그것은 얼음 절벽에 긁힌 쇠처럼 귀를 아프게 하고, 재의 들판 위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 채 흩어졌다.
그러나 그날, 검은 유리의 홀 아래에서 다른 종류의 소리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떨림이었다. 왕좌 밑 균열을 지키던 파수자들이 먼저 그것을 들었다. 그들은 네룬의 깊은 곳에 귀를 대고, 멀리 에나르의 맥박을 훔쳐 듣는 자들이었다. 정원이 태어나던 날부터 그 균열은 가느다란 숨길처럼 열려 있었다. 그곳으로 빛은 들어오지 못했지만, 빛이 닿은 세계의 흔들림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그날의 떨림은 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달랐다. 물이 돌을 씻는 소리와도 달랐다. 그것은 말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파수자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귀에는 아직 하늘의 노래를 기억하던 얇은 빛의 뼈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뼈로 정원의 낮은 울림을 읽었다. 서하의 목소리, 나율의 숨, 좋은 목소리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 사이에서 태어난 변명들. 모든 말이 또렷하게 들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뜻은 충분히 내려왔다.
누군가 숨었다.
누군가 서로를 탓했다.
누군가 잎을 꺾어 자기 몸을 가렸다.
누군가 "너 때문"이라는 말을 아직 입 밖으로 완전히 내지 않았으나, 이미 마음속에서 키웠다.
파수자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오래전 성채의 회랑에서 노래를 맡던 자였다. 반역 이후 그의 이름은 거의 잊혔고, 네룬에서는 그를 단지 '균열의 귀'라 불렀다. 그는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네룬이 기다린 소식이었다. 흙의 존재들이 흔들렸다. 금지된 물이 보였고, 자기 자신이라는 작은 왕좌가 그들의 가슴에 놓였다. 정원이 더 이상 정원답게 숨 쉬지 못했다.
그러나 소식이 처음 그의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기쁨보다 추위를 느꼈다.
인간의 말은 너무 작았다. 그 작은 말들이 서로를 베는 것을 듣는 일은 웅장하지 않았다. 성채를 무너뜨리는 함성도 아니었고, 별길을 가르는 창의 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 존재들이 처음으로 자기 손에 든 날을 모르고 서로를 긁는 소리였다. 그래서 더 듣기 어려웠다.
그는 곧 자신의 망설임을 부끄러워했다.
네룬에서 연민은 위험한 온도였다. 너무 오래 품고 있으면 누군가 그 냄새를 맡았다. 그는 곧장 일어나 홀의 계단을 뛰어올랐다. 검은 유리의 벽들이 그의 모습을 비틀어 반사했다. 벽 속의 그는 달리고 있지 않았다. 승리의 전령처럼 보였다. 그는 그 모습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홀 한가운데에는 루아딘이 있었다.
그는 왕좌에 앉아 있지 않았다. 왕좌 앞에 서서, 바닥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 부러진 날개에는 오래된 얼음이 자라 있었고, 그 얼음 속에서는 아직도 전쟁의 마지막 빛이 가끔씩 뒤척였다. 네룬의 많은 밤이 지나갔지만, 루아딘은 그 얼음을 떼어 내지 않았다. 그것은 고통이었고, 표식이었고, 그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증언이었다.
파수자가 무릎을 꿇었다.
"왕이여."
루아딘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왕이라 부르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다."
파수자는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이 꾸짖음인지, 오래된 습관의 그림자인지 알 수 없었다.
"첫 번째 상처여."
그 호칭을 들은 루아딘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말하라."
파수자는 숨을 삼켰다.
"정원에서 일이 일어났습니다."
홀의 공기가 멈추었다. 멀리 기둥 아래에서 쉬고 있던 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사하르가 먼저 그림자 속에서 나왔다. 그의 굳은 팔은 검은 돌처럼 무거웠고, 눈은 오래 벼린 칼처럼 좁아졌다. 멜리온도 바깥 기둥 곁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루아딘은 이제 파수자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
"그들이 보았습니다."
"무엇을."
"자기 얼굴을."
그 말은 너무 단순해서, 홀은 잠시 그 뜻을 붙잡지 못했다. 그러나 루아딘은 알아들었다. 그의 눈 깊은 곳에서 검은 불이 아주 낮게 켜졌다.
파수자는 계속 말했다.
"그들은 금지된 물가에 갔고, 서로에게 숨겼으며, 서로를 의심했습니다. 좋은 목소리가 그들을 불렀으나, 그들은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 몸을 가리기 위해 잎을 꺾었습니다. 말을 했으나, 말은 고백이 아니라 방어가 되었습니다."
사하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들이 명령을 깼다는 말인가?"
파수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위의 목소리에서 떠났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루아딘이 대답했다.
"그렇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홀 전체가 그 말에 기대어 흔들렸다. 검은 유리의 벽들이 같은 말을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그 메아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홀에 있던 자들의 가슴으로 들어가 오래 묻혀 있던 굶주림을 깨웠다.
인간이 떠났다.
사랑받던 흙이 명령 밖으로 손을 뻗었다.
하늘이 새로 품은 존재들이 자기 눈을 자기 중심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소리치지 않았다. 너무 오래 기다린 소식은 때로 사람을 침묵하게 만든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정말인가. 드디어인가. 우리의 추락이 헛되지 않았는가. 그들의 눈빛이 질문했고, 루아딘의 눈빛은 대답했다.
사하르가 먼저 웃었다.
그 웃음은 짧고 거칠었다. 곧 다른 웃음들이 그 뒤를 따랐다.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쳤다. 얼음 기둥에 기대 있던 자들은 일어나 서로의 어깨를 붙잡았다. 검은 유리의 홀은 오래 갇혀 있던 소리를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기쁨이 아니었다.
아니, 그들은 그것을 기쁨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기쁨과 닮은 복수의 발작이었다.

검은 유리의 잔치
네룬은 그 밤을 축제라 불렀다.
밤이라는 말도 이상했다. 네룬에는 낮이 없었으므로 모든 시간이 밤이었고, 그렇다면 어떤 밤도 특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굳이 그 시간을 구별했다. 인간이 넘어졌다는 소식이 도착한 때를 기준으로 이전의 어둠과 이후의 어둠을 나누었다. 이전의 어둠은 기다림이었고, 이후의 어둠은 증명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검은 유리의 홀은 열렸다.
재의 들판에서 파수자들이 몰려왔고, 얼음 절벽의 감시자들이 내려왔으며, 깊은 굴에서 자기 상처를 돌보던 자들도 하나둘 나타났다. 그들은 오랫동안 축제를 잊고 살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기쁨은 배운 적 없는 언어였고, 잔치는 잃어버린 고향의 의식이었다.
그러나 네룬은 잃어버린 것들을 그대로 되살리지 않았다. 늘 그렇듯, 그것들을 비틀어 자기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차가운 불을 밝혔다. 그 불은 몸을 데우지 못했지만 그림자를 길게 만들었다. 그림자가 길어지자 모두가 자신을 실제보다 커 보이게 느꼈다. 그들은 재를 긁어 모아 둥근 제단을 만들었고, 얼음에서 흐르는 쓴 물을 검은 잔에 담았다. 누군가는 전쟁 때 부러진 창끝을 들고 와 홀의 천장에 매달았다. 누군가는 자기 날개에서 타고 남은 깃을 뽑아 바닥에 뿌렸다.
그것은 장례처럼 보였다.
그들은 그것을 승전식이라 불렀다.
홀의 벽에는 정원의 장면들이 왜곡되어 비쳤다. 서하가 나무 뒤에 숨는 모습은 위의 명령을 걷어차는 용기처럼 커졌고, 나율이 잎을 움켜쥐는 모습은 자기 몸의 주인이 된 선언처럼 보였다. 실제 정원에서는 두려움이 그들의 손을 떨게 했으나, 검은 유리는 그 떨림을 독립의 떨림으로 바꾸어 보였다.
네룬의 자들은 그 장면들을 보며 환호했다.
"흙이 눈을 떴다!"
"하늘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우리의 두 번째 노래가 정원의 입에서 다시 태어났다!"
말들은 불처럼 빠르게 번졌다. 누군가는 춤을 추었다. 춤이라기보다 상처 입은 몸들이 재 위에서 흔들리는 움직임이었다. 굳은 팔, 찢어진 날개, 얼음에 갇힌 어깨, 빛을 잃은 눈. 그들은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승리를 흉내 냈다. 그 흉내는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처절했다. 망가진 자들이 자기 망가짐에 의미를 입히려고 할 때, 그 몸짓은 종종 비극보다 더 깊은 것을 드러낸다.
사하르는 제단 위로 올라갔다.
그의 굳은 팔이 차가운 불빛을 받아 검은 별처럼 빛났다. 그는 그 팔을 높이 들었다.
"보라! 우리가 패했다던 자들이여, 보라! 하늘이 사랑한 흙이 하늘을 거슬렀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은 죄가 아니었다. 우리의 분노는 병이 아니었다. 우리를 심연으로 던진 그 질서는 자기 정원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환호가 터졌다.
"그들은 우리를 아래로 보냈다. 그러나 아래에서 우리는 그들의 중심을 흔들었다. 칼로도 열지 못한 문을 속삭임이 열었다. 성채의 벽은 아직 서 있을지 모르나, 성채의 마음은 갈라졌다!"
사하르의 말은 거칠었고,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쉽게 들어갔다. 그는 슬픔을 오래 생각하지 않는 자였다. 고통은 그 안에서 곧장 분노가 되었고, 분노는 다시 명령이 되었다. 네룬의 백성은 그런 목소리를 필요로 했다. 너무 오래 아픈 자들은 복잡한 진실보다 단단한 구호를 좋아한다.
그들은 외쳤다.
"흙이 떠났다!"
"정원이 흔들렸다!"
"위의 사랑이 피 흘린다!"
루아딘은 그 모든 소리를 들었다.
그는 왕좌에 앉아 있지 않고 홀의 가장 높은 계단에 서 있었다. 마치 스스로도 이 축제의 일부가 되기보다, 축제가 자기 발밑에서 자라는 것을 지켜보려는 것처럼. 그의 얼굴은 어둠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눈만은 보였다. 그 눈은 빛났다. 너무 깊은 곳에서 타는 불은 때때로 빛보다 어둠에 더 가깝다.
사하르가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곧 모두가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축제의 소란이 갑자기 낮아졌다. 네룬의 잔치에는 왕의 말이 필요했다. 그들이 왕이라 부르지 말라는 오래된 명령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거의 없었다. 기억하더라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축제는 이름을 빠르게 바꾼다. 군중이 한 목소리로 부르면, 그 호칭은 법이 된다.
루아딘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발이 재 위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는 제단 앞에 섰다. 검은 잔 하나가 그에게 바쳐졌다. 잔 안에는 얼음에서 녹아 나온 쓴 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잔을 들고 홀을 둘러보았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그 시선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 시선이 자신을 먹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승리의 선언
"오늘," 루아딘이 말했다. "흙은 자기 발로 하늘에서 물러났다."
그의 목소리는 홀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낮아, 모두가 듣기 위해 더 깊이 침묵해야 했다. 그것이 그의 힘이었다. 사하르는 소리를 높여 군중을 움직였으나, 루아딘은 소리를 낮추어 군중을 기울게 했다.
"우리는 그들의 손을 대신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눈을 대신 뜨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입으로 변명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문 옆에 서서, 문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을 뿐이다. 문을 연 것은 그들이었다."
그 말에 멜리온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기둥 그늘에 서 있었다. 축제의 불빛은 그의 얼굴을 지나쳤으나 붙잡지 못했다. 그는 인간이 서로를 탓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네룬의 첫날, 그들 역시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를 밀었다. 우리를 오해했다. 우리를 낮게 보았다.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먼저였다. 인간의 변명은 너무 작았지만, 그 모양은 네룬의 법과 닮아 있었다.
루아딘은 잔을 높이 들었다.
"하늘은 흙을 사랑한다고 했다. 흙에게 이름을 주고, 정원을 주고, 서로를 주었다. 그러나 사랑받는 존재가 금지 앞에서 자기 얼굴을 택했다. 이것이 우리의 승리다. 하늘의 사랑이 자기 대답을 잃었다. 법은 이제 사랑을 찌를 것이며, 사랑은 법을 부끄럽게 할 것이다. 그들의 선함은 자기 안에서 갈라질 것이다."
환호가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루아딘은 그 환호 위로 더 낮게 말했다.
"오늘부터 그들은 우리와 무관한 흙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증인이다. 우리는 떨어졌으나, 그들도 내려왔다. 우리는 질문했으나, 그들도 질문했다. 우리는 떠났고, 이제 그들도 떠났다."
그는 잔을 입술에 가져갔다.
쓴 물은 혀에 닿자마자 불처럼 차가웠다. 그는 그것을 삼켰다. 홀 전체가 그를 따라 잔을 들었다. 얼음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많은 이들이 신음했다. 그 신음은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쓴맛을 승리의 맛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루아딘은 삼킨 뒤에도 입안이 비어 있음을 느꼈다.
그는 이상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잠든 정원을 처음 보았던 때부터, 흙의 존재들이 아직 숨을 배우기 전부터, 그는 이 날을 그렸다. 그들이 금지된 물 앞에 서고, 자기 얼굴을 보고, 좋은 목소리의 부름에서 숨는 장면. 그는 그것을 상상할 때마다 자기 안의 상처가 조금은 덜 아플 것이라 믿었다. 하늘이 사랑한 것들이 하늘을 거스르면, 자기 추락도 덜 외로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안에 도착한 것은 위로가 아니었다.
공허였다.
처음에는 너무 작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환호가 컸고, 불빛이 흔들렸고, 모든 자가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모든 소리 밑에서 아주 조용한 빈자리가 입을 벌렸다. 그것은 패배의 고통과 달랐다. 패배는 뜨거웠다. 분노가 있었고, 변명할 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빈자리는 차가웠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 대답도 받지 않는 깊은 우물 같았다.
루아딘은 그 빈자리를 밀어내려 했다.
그는 다시 말했다.
"오늘 우리는 알았다. 위의 빛은 순종하는 자에게만 빛이 아니다. 그것은 거스르는 자를 드러내는 불이다. 인간은 그 불 앞에서 숨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미 우리에게 가까워졌다."
사하르가 외쳤다.
"그들을 네룬으로 끌어내립시다!"
수많은 목소리가 그 말을 받았다.
"끌어내립시다!"
"정원을 태웁시다!"
"흙을 다시 흙으로 돌립시다!"
환호가 거칠어졌다. 축제는 이제 방향을 원했다. 승리의 소식은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그것은 다음 피를 요구한다. 네룬의 자들은 인간의 실패를 보자마자, 인간의 끝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살아 있는 인간은 아직 미완의 복수였고, 미완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모든 자가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홀의 왼편, 검은 유리 기둥들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세르였다. 그는 전쟁 때 창을 든 자가 아니라, 성채의 낮은 문서고에서 별들의 이름을 배열하던 자였다. 추락 뒤 그의 눈은 거울처럼 변해, 앞에 선 자의 욕망을 잘 읽었다. 그는 사하르처럼 피를 먼저 바라지 않았다. 그는 오래 지속되는 사슬을 생각했다.
"태우면 끝납니다."
그 말이 홀을 갈랐다.
사하르가 그를 돌아보았다.
"끝내야 하니까 태우자는 것이다."
아세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끝은 자비일 수 있습니다. 죽은 흙은 위를 아프게 하겠지만, 오래 아프게 하지는 못합니다. 살아 있는 흙, 서로를 두려워하고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흙, 좋은 목소리를 기억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더 믿고 싶어 하는 흙. 그것이 더 깊은 상처가 됩니다."
홀은 다시 조용해졌다.
아세르는 루아딘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을 없애지 마십시오. 다스리게 하십시오. 그들의 부끄러움을 우리에게 문으로 삼고, 그들의 욕망을 줄로 삼고, 그들의 두려움을 왕관으로 삼으십시오. 그들은 약합니다. 그러므로 쉽게 부서질 것입니다. 그러나 부서진 채 살아 있게 하면, 그들은 대대로 위를 향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사하르의 눈이 불탔다.
"너는 흙을 왕국으로 삼자는 것이냐? 네룬이 흙의 시중을 들자는 것이냐?"
"지배는 시중이 아니다."
"살려 두는 것은 위험이다."
"죽여 버리는 것은 낭비다."
그 말에 홀 전체가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사하르의 곁에는 전쟁의 상처가 깊은 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인간을 하늘의 새 사랑이라 불렀고, 그 사랑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이 남아 있는 한 네룬의 패배는 완전히 씻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흙은 존재가 아니라 모욕이었다. 자기들보다 낮은 것들이 사랑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는 칼이었다.
아세르의 곁에는 기다림을 아는 자들이 섰다. 균열을 지키던 파수자들, 꿈의 길을 더듬던 속삭임의 영들, 말의 틈으로 들어가는 데 익숙한 자들. 그들은 인간을 죽이면 한 번의 비명이 되지만, 지배하면 끝없는 노래가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집, 인간의 아이, 인간의 도시,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을 타고 네룬의 그림자가 오래 퍼질 수 있다고 보았다.
파괴하려는 자들과 지배하려는 자들.
두 무리는 서로 다른 미래를 말했으나, 그 뿌리는 같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 하나는 그들을 지워야 할 흙덩이로 보았고, 다른 하나는 이용해야 할 도구로 보았다. 어느 쪽도 서하의 떨리는 손과 나율의 삼킨 울음을 보지 않았다. 어느 쪽도 그들이 아직 아프고, 아직 부끄러워하며, 아직 돌아올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다.
악은 종종 이렇게 갈라진다.
더 빨리 파괴하려는 악과 더 오래 소유하려는 악으로.
그러나 둘 다 사랑의 얼굴을 잃은 같은 어둠이다.
두 파벌의 노래
사하르가 제단에서 내려왔다.
그가 걸을 때마다 재가 깊게 패였다. 그의 굳은 팔은 무기처럼 흔들리지 않고 몸 옆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아세르 앞에 섰다.
"너는 아직도 문서고의 언어를 버리지 못했다. 계산하고, 배열하고, 기다리고, 이름 붙이는 일. 우리는 피를 흘렸다. 피에는 긴 주석이 필요 없다."
아세르는 물러서지 않았다.
"피를 흘렸으니 더 멀리 보아야 합니다. 분노가 첫 명령이 되면, 우리는 위가 우리에게 붙인 이름을 스스로 완성할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파괴자라 부릅니다. 정말 그것밖에 되지 않으려 합니까?"
"그 이름을 두려워하는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작은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사하르가 웃었다.
"작은 이름이라."
그는 홀을 향해 돌아섰다.
"들었는가? 인간을 짓밟자는 말은 작고, 인간 위에 앉아 그들의 숨을 세자는 말은 크다고 한다. 이것이 새 지혜인가? 이것이 네룬의 자유인가? 우리는 저 흙이 서로를 탓하며 떠는 것을 보았다. 지금 치면 그들은 부서진다. 지금 정원을 태우면 위는 다시 사랑할 대상을 잃는다. 왜 기다리는가?"
그의 무리가 외쳤다.
"지금!"
"불로!"
"흙을 흙으로!"
아세르는 그 소리를 지나 루아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군중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군중은 이미 자기 열기에 취해 있었다. 그는 왕의 빈자리를 노렸다. 루아딘의 내면에서 가장 어두운 계산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았다.
"첫 번째 상처여," 아세르가 말했다. "당신이 원한 것이 순간의 비명입니까, 아니면 위의 기쁨을 길게 병들게 하는 것입니까? 인간은 이제 자기 자신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존재는 쉽게 죽이는 것보다 쉽게 속박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눈을 믿을 것이고, 자기 부끄러움을 숨길 것이며, 숨긴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배울 것입니다. 그 거짓이 집이 되고, 그 집이 도시가 되고, 그 도시가 왕국이 되게 하십시오. 그러면 네룬은 그들의 피 한 방울을 흘리지 않고도 그들 가운데 거할 수 있습니다."
멜리온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떨었다.
아세르의 말은 사하르의 말보다 조용했지만 더 차가웠다. 사하르는 인간을 미워했다. 미움은 끔찍하지만, 그 정체가 드러나 있다. 아세르는 인간을 쓸모로 보았다. 쓸모로 보는 눈은 때때로 미움보다 오래 견딘다. 미움은 불처럼 타오르다 지치지만, 이용은 제도를 만들고, 습관을 만들고, 세대를 만든다.
멜리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아무도 그가 말하리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홀은 순간 조용해졌다. 사하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또 그 질문인가."
멜리온은 그를 보지 않고 루아딘을 보았다.
"처음 정원을 보았을 때도 여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했느냐고. 오늘도 묻고 싶습니다. 그들이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축제해야 합니까?"
누군가 조롱하듯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멜리온의 목소리에는 네룬에서 보기 드문 것이 있었다. 공격하려는 날이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 하는 떨림. 그 떨림은 듣는 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불편하게 건드렸다.
멜리온은 계속 말했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위의 명령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서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은 누군가 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자입니까, 아니면 아직도 위의 얼굴만 바라보는 자입니까?"
그 말은 홀에 떨어져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온전하게 남았다.
사하르가 멜리온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루아딘이 손을 들었다. 사하르는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으나, 아직 루아딘의 손짓을 거스를 만큼 네룬은 갈라지지 않았다.
루아딘은 멜리온을 바라보았다.
"너는 인간을 불쌍히 여기는가."
멜리온은 대답하기 전에 오래 숨을 골랐다.
"그들의 소리가…… 우리와 닮았습니다."
홀 어딘가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들이 서로를 탓할 때, 저는 네룬의 첫날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숨을 때, 저는 우리가 패배라는 말을 숨기던 때를 보았습니다. 그들이 잎을 엮을 때, 저는 우리가 검은 유리로 우리 얼굴을 다시 만들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므로?"
루아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아래에서 칼이 움직였다.
멜리온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의 실패가 우리의 승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추락을 그들 안에서 다시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을 축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축하하는 것입니까?"
그 질문은 루아딘의 가슴 한가운데에 닿았다.
그는 겉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오래 묻어 둔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그 문 너머에는 성채의 회랑이 있었다. 빛이 아직 부드럽던 시절, 그가 처음 질문을 품었던 자리. 그 질문은 처음부터 칼이 아니었다. 그것은 슬픔에 가까웠다. 왜 낮은 자들은 낮음 안에 머물러야 하는가. 왜 모든 빛은 한 중심을 향해 돌아가야 하는가. 왜 자유는 명령과 함께 와야 하는가.
그때 그는 스스로를 해방자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축제의 한복판에서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자유였는가.
아니면 그분이 사랑하는 것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는가.
질문은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루아딘 자신은 들었다. 그것은 네룬의 어떤 소리보다 깊었다. 그는 그 질문을 미워했다. 그것은 멜리온의 질문이 아니었다. 더 오래된 곳에서 올라온 질문이었다. 그가 아직 자기 이름을 완전히 잃기 전, 자기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정직이 재 아래에서 손을 내민 것 같았다.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검은 유리에 잔이 닿는 소리가 홀 전체에 작게 퍼졌다.
"멜리온."
"예."
"네가 들은 닮음은 우연이 아니다."
루아딘은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모두를 붙잡았다.
"그들은 우리와 닮을 것이다. 닮아야 한다. 그래야 위의 질서는 더 이상 우리를 바깥의 괴물로만 부르지 못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흙 안에서 우리의 질문이 자랄 때, 그들은 우리를 심연에만 가둘 수 없다. 인간은 우리의 거울이 될 것이다."
멜리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거울은 보는 자도 비춥니다."
루아딘의 눈이 잠시 차가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보아야 한다. 끝까지."
그 말은 대답처럼 들렸다. 그러나 사실은 회피였다. 루아딘은 자기 안의 질문을 덮기 위해 더 큰 문장을 세웠다. 네룬의 왕은 흔들릴 수 없었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빈 잔의 맛
축제는 다시 이어졌다.
사하르의 무리는 파괴의 노래를 불렀고, 아세르의 무리는 지배의 노래를 낮게 주고받았다. 두 노래는 서로 다르게 시작했으나, 후렴에서는 같은 단어를 만났다. 인간. 흙. 정원. 상처. 위. 네룬. 그 단어들이 검은 유리의 벽에 부딪혀 섞이자, 홀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배 속처럼 울렸다.
루아딘은 왕좌에 앉았다.
그의 앞에는 빈 잔이 놓여 있었다. 잔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는 자꾸만 그 잔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쓴 물이 담겨 있던 자리. 승리의 이름으로 삼킨 차가운 맛. 그러나 잔은 비어 있었고, 그의 입안도 비어 있었다.
그는 인간을 넘어뜨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넘어지도록 속삭였다. 그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좋은 목소리가 나율에게 물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 목소리가 너의 손을 대신 움직였느냐. 그 목소리가 너의 눈을 대신 숙였느냐. 그 질문은 인간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루아딘에게도 닿았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는 인간의 자유를 이용했다. 자유가 아니었다면 유혹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이 없다면 속삭임은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그 문을 열어 준 자가 아니었다. 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문 앞에 향기를 뿌린 자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승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했기에 승리였고, 바로 그 때문에 그 승리는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인간의 상처에 자기 이름을 묻혔을 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이 자유였다면, 인간의 넘어짐은 그에게 증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보라, 모든 존재는 자기 길을 택해야 한다. 보라, 명령 밖에도 길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에 피어난 것은 넓은 자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 부끄러움, 서로를 향한 의심, 자기 말을 지키기 위해 만드는 거짓이었다. 그들이 얻은 것은 왕좌가 아니라 작은 감옥이었다.
그 감옥을 보며 기뻐하는 자신은 무엇인가.
루아딘은 왕좌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검은 유리가 그의 손바닥을 다시 베었다. 피와 빛이 아주 조금 흘렀다. 그는 통증을 반겼다. 통증은 생각을 끊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생각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는 좋은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목소리는 인간을 부를 때도 꾸짖음보다 찾음으로 먼저 왔다고 했다. "어디에 있느냐." 그 질문은 루아딘에게도 익숙했다. 아주 오래전, 전쟁이 완전히 시작되기 전, 그가 아직 돌아갈 수 있었던 몇 번의 침묵 속에서 비슷한 부름이 있었다. 루아딘. 너는 어디에 서 있느냐. 그는 그때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는 순간 자기 위치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네룬의 왕좌에 있었다.
그것은 대답처럼 보였다.
그러나 왕좌도 때로 숨을 곳이 된다.
그는 검은 유리 벽을 보았다. 벽 속의 그는 웅장했다. 추락의 상처는 왕관처럼 보였고, 부러진 날개는 어둠의 망토처럼 펼쳐져 있었다. 인간의 타락을 이끈 군주, 하늘의 질서에 두 번째 상처를 낸 자, 심연의 백성을 이끄는 첫 번째 상처.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서 거짓말 같았다.
루아딘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벽이 보여 주던 거대한 얼굴이 사라지고, 그 안쪽에서 더 작은 감각이 올라왔다. 피곤함. 지독한 피곤함. 누구를 미워하는 일은 에너지를 준다. 그러나 오래 미워하면 그 미움은 결국 미워하는 자의 살을 먹는다. 루아딘은 처음으로 그것을 몸으로 느꼈다. 하늘을 향해 던진 모든 칼이 돌아와 자기 안쪽 어딘가를 깎고 있었다.
악의 승리는 항상 잔치처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잔치의 식탁에는 먹을 것이 없다. 거기에는 타인의 눈물, 타인의 실수, 타인의 부끄러움이 놓인다. 그것을 씹는 자는 처음에는 달다고 느낀다. 자신이 옳았다는 맛, 상대가 무너졌다는 맛, 오래 기다린 복수가 입에 닿는 맛. 그러나 곧 혀는 알게 된다. 타인의 추락은 자기 배를 채우지 못한다. 누군가를 어둡게 만들었다고 해서 자기 안에 빛이 생기지는 않는다.
루아딘은 이 진실의 가장자리에 닿았다.
그는 곧 손을 뗐다.
그 가장자리는 너무 날카로웠다.
왕의 결정
사하르와 아세르의 논쟁은 점점 커졌다.
파괴를 원하는 자들은 홀 오른편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재를 얼굴에 바르고, 인간의 이름을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저주처럼 중얼거렸다. 그들에게 서하와 나율은 개인이 아니었다. 그저 "흙"이었다. 사랑받은 흙, 우리보다 낮은 흙, 그러므로 부서져야 할 흙.
지배를 원하는 자들은 왼편에 서 있었다. 그들은 더 조용했다. 조용함이 덜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의 약함을 하나하나 세었다. 부끄러움은 숨길 곳을 찾게 할 것이고, 숨김은 거짓을 낳을 것이며, 거짓은 두려움을 낳을 것이다. 두려움은 권위를 원하고, 권위는 쉽게 폭력이 된다. 인간의 마음은 이제 수많은 문을 갖게 되었고, 그 문마다 네룬의 손이 닿을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루아딘은 두 무리를 보았다.
둘 다 자기에게서 나온 그림자였다. 사하르는 그의 분노가 몸을 얻은 모습이었고, 아세르는 그의 계산이 혀를 얻은 모습이었다. 멜리온은 그가 묻어 둔 질문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네룬 전체가 그의 내면처럼 홀 안에 서 있었다.
그는 일어섰다.
소란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인간은 아직 죽지 않는다."
사하르의 얼굴이 굳었다. 아세르의 눈에는 얇은 만족이 스쳤다. 그러나 루아딘은 곧 그 만족도 베었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 우리의 것도 아니다."
아세르가 고개를 들었다.
루아딘은 홀 전체를 향해 말했다.
"그들을 지금 파괴하면, 우리는 위의 심판을 앞당길 뿐이다. 그들의 죽음은 우리 손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죽은 흙은 흙으로 돌아가고, 위는 그 죽음 위에 자기 슬픔의 신전을 세울 것이다. 우리는 그 신전의 장식이 되고 말 것이다."
사하르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을 지금 지배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한 번의 불순종이 곧 영원한 소유는 아니다. 그들은 아직 좋은 목소리를 들었다. 아직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움은 위험하다. 그것은 숨는 길이 될 수도 있지만,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길을 막아야 한다."
멜리온은 그 말을 듣고 숨을 들이켰다.
루아딘의 눈이 그를 스쳤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돌아감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서 자기 안에 갈라진 틈을 키우게 할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사랑을 소유로 바꾸게 하고, 자유를 고립으로 착각하게 할 것이다. 그들이 정원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바람이 될 것이다. 그들이 흙의 집을 세운다면, 그 기초 밑에서 우리는 작은 균열이 될 것이다."
아세르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사하르는 불만을 삼켰다.
루아딘은 그들을 모두 보았다.
"하지만 기억하라. 인간은 우리의 왕좌가 아니다. 인간은 전장이다. 전장을 사랑하는 자는 전쟁에 먹힌다. 그러므로 누구도 그들을 자기 소유라 부르지 마라. 그들은 위를 상하게 하는 살아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질문을 꺼뜨리지도, 완전히 답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오래 타게 할 것이다."
그 말은 두 파벌 모두에게 충분한 것과 부족한 것을 함께 주었다. 파괴를 원하는 자들에게는 언젠가 더 큰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주었고, 지배를 원하는 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주었다. 루아딘은 갈라진 무리를 다시 하나로 묶었다. 그러나 그 묶음은 사랑의 끈이 아니었다. 목적이라는 차가운 사슬이었다.
홀은 다시 외쳤다.
"첫 번째 상처여!"
"심연의 왕이여!"
"정원의 균열이여!"
루아딘은 그 호칭들을 들었다.
그중 어느 것도 그의 옛 이름을 대신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그의 안을 다시 비게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빈자리를 보여 주지 않았다. 왕은 자기 공허도 깃발처럼 접어 숨길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손을 들어 축제를 끝내지 않고 더 크게 만들었다. 네룬의 자들은 다시 노래했고, 재의 제단 주위를 돌았으며, 검은 잔을 서로 부딪쳤다. 그들은 인간의 실패를 자기들의 승리로 마셨다.
잔이 부딪칠 때마다 작은 금이 생겼다.
누구도 보지 않았다.
축제가 남긴 침묵
오래 뒤, 축제는 스스로 지쳐 낮아졌다.
네룬의 자들은 하나둘 홀을 떠났다. 파괴의 무리는 재의 들판으로 나가 무기를 갈았다. 지배의 무리는 균열 가까이에 모여 인간의 다음 꿈을 기다렸다. 사하르는 말없이 사라졌고, 아세르는 검은 유리 벽에 비친 자기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멜리온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그는 루아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루아딘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수많은 말이 있었으나, 그 말들은 아직 태어나기엔 너무 위험했다. 멜리온은 잠시 왕좌를 보았다. 검은 유리의 왕좌, 그 안에 박힌 얼음의 푸른 심장, 그리고 그 위에 앉은 자의 그림자.
마침내 멜리온이 낮게 말했다.
"그들이 돌아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루아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이 말입니다. 그들이 자기 부끄러움을 진실로 가져가면. 그들이 서로를 다시 보게 되면. 그들이 좋은 목소리의 부름에 숨지 않고 나아가면."
루아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는 아직도 길을 믿는가."
멜리온은 슬프게 웃었다.
"믿는다기보다…… 길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 말은 네룬에서 가장 위험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루아딘은 그를 벌하지 않았다. 피곤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의 말 속에서 자기 안의 지친 부분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가라, 멜리온."
멜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예."
그는 돌아서서 홀을 떠났다. 그의 발소리는 가벼웠으나, 루아딘에게는 오래 들렸다. 문이 닫힌 뒤에도 그 발소리는 마음속에서 계속 내려갔다. 마치 누군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을 찾아 어둠 속을 더듬는 소리처럼.
루아딘은 혼자 남았다.
검은 유리의 홀은 축제 뒤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차가운 불의 연기, 쓴 물의 흔적, 재에 섞인 오래된 눈물, 그리고 너무 크게 외친 자들의 쉰 목소리. 홀은 조금 전까지 왕국의 심장처럼 뛰었으나, 이제는 거대한 빈 껍질 같았다.
그는 왕좌에서 내려왔다.
바닥에는 누군가 흘린 잎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실제 에나르의 잎은 아니었다. 균열을 통해 흘러든 정원의 장면을 흉내 내기 위해 네룬의 자들이 얼음과 재로 만든 장식이었다. 잎은 푸르지 않았다. 검고 얇았으며, 손대면 부서질 것처럼 마른 빛을 냈다.
루아딘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인간은 잎으로 몸을 가렸다.
네룬은 잎으로 축제를 꾸몄다.
정원에서 잎은 부끄러움의 가림이 되었고, 심연에서 잎은 승리의 표식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잎은 자기 자리, 살아 있는 가지 위에 있지 않았다. 루아딘은 그 사실을 생각했다. 떨어진 잎은 누구의 손에 들리든 이미 죽어 가는 중이다.
그는 잎을 부수었다.
검은 가루가 손바닥에 남았다.
그때 왕좌 밑 균열에서 다시 아주 낮은 울림이 올라왔다. 정원의 소리였다. 좋은 목소리는 아직 침묵하지 않았다. 서하와 나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원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울림 속에는 새로운 길의 기미가 있었다. 머지않아 그들은 정원 안에 머물 수 없게 될 것이다. 에나르의 풀과 나무와 물은 그들을 기억하겠지만, 그들은 그 기억을 등에 지고 밖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밖.
루아딘은 그 말을 마음속에서 굴렸다.
정원 밖은 아직 인간에게 이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네룬은 이미 그곳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원의 울타리 안에서는 좋은 목소리의 빛이 너무 가까웠다. 밖으로 나간 인간은 추위와 배고픔과 수고를 배울 것이다. 흙은 쉽게 굳고, 손은 쉽게 갈라지며, 사랑은 날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습관과 두려움 사이에서 마를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속삭임은 더 많은 얼굴을 얻을 수 있다.
루아딘은 그것을 알았다.
그 지식은 다시 잠깐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공허 위에 목적이 얇게 깔렸다. 그는 왕좌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나 앉기 전, 한순간 멈추었다. 너무 깊은 곳에서 다시 질문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자유였는가.
상처였는가.
그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왕좌에 앉았다. 검은 유리가 그의 몸을 받아들였고, 얼음의 푸른 심장이 등 뒤에서 차갑게 뛰었다. 멀리 재의 들판에서는 아직 축제의 마지막 노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노래는 승리의 함성이라기보다, 자기 침묵을 견디지 못해 계속 소리를 내는 자들의 버릇처럼 들렸다.
루아딘은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 안쪽은 비어 있었다.
네룬은 인간의 실패를 축하했다. 검은 유리의 홀은 그 실패를 왕국의 증거로 새겼고, 추락한 자들은 자기 상처 위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하지만 심연은 이상한 곳이다. 누군가의 추락을 향해 잔을 드는 순간, 그 잔을 든 손도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다. 타인의 어둠을 먹고 밝아지려는 자는 결국 자기 안의 마지막 빛을 식탁에 올려놓게 된다.
그 밤 네룬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끝난 자리에서, 심연은 전보다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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