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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포함된 노트재의 정원에 부는 새벽

추락하는 자들의 왕국

Views 60약 11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네룬으로 떨어지는 밤

추락은 한순간에 끝나지 않았다.

하늘에서 밀려난 자들은 아래로 떨어졌으나, 아래라는 말은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바닥을 갖지 못했다. 그들은 빛과 어둠 사이의 긴 틈을 지나갔다. 그 틈은 밤보다 검고, 침묵보다 깊었으며, 기억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누구도 숨을 쉬지 않았으나 모두 질식했다. 누구도 몸을 잃지 않았으나 모두 찢어졌다. 그들에게서 먼저 떨어져 나간 것은 날개가 아니었다. 이름이었다.

전쟁터에서 마지막으로 울린 노래의 파편이 그들 뒤를 따라왔다. 한때 성채의 높은 회랑에서 서로의 빛을 받치던 음들은 이제 칼날처럼 휘어져 그들의 귀를 베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렀던 선율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 선율은 더 이상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루아딘은 가장 앞에서 떨어졌다. 앞이라는 말도 이상했다. 추락하는 자들에게 앞과 뒤는 없었고, 위와 아래도 없었다. 다만 모든 시선이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가 그들의 질문을 대신했고, 그가 그들의 분노에 이름을 주었으며, 그가 그들에게 하늘을 향해 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서 있지 않았다. 그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너지는 동안에도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아직 깨진 빛관의 잔광이 남아 있었다. 그 잔광은 더 이상 축복처럼 빛나지 않았다. 그것은 속에서부터 타는 병처럼 그의 얼굴을 밝히고, 다시 어둡게 만들었다. 그가 이를 악물 때마다 빛은 검은 금속처럼 굳었고, 그의 주위로 떨어지던 자들은 그 굳어지는 빛을 보고 두려움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두려움은 그가 자신들과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왔다. 안도는 그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왔다.

누군가 울부짖었다.

"우리는 끝났는가?"

그 말은 바람에 찢겨 모두의 몸을 지나갔다. 끝났는가. 그들은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들이 끝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전쟁에서는 패배가 칼로 오지만, 추락에서는 패배가 말로 온다. 말이 가슴에 닿자 몇몇은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입을 막으면 그 말이 자기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루아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대답을 만들고 있었다.

한참 뒤, 아니 시간이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간 뒤, 어둠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것은 별빛이 아니었다. 별빛은 위에서 내려오나, 그 빛은 밑에서 올라왔다. 희지도, 금빛도 아니었다. 재 속에 묻힌 얼음이 스스로를 잊지 않으려고 내는 창백한 빛이었다.

그곳이 네룬이었다.

네룬은 하늘이 만든 감옥이 아니었다. 하늘이 외면한 자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 어떤 노래에도 불리지 않은 낮은 심연, 식지 않는 재와 녹지 않는 얼음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땅이었다. 불은 이미 지나갔으나 뜨거움은 남아 있었고, 물은 오래전에 얼었으나 목마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반대되는 성질로 서로를 괴롭혔다. 발밑의 재는 밟으면 차가웠고, 벽처럼 솟은 얼음은 가까이 다가가면 살을 태웠다.

그들은 네룬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소리는 없었다. 너무 깊은 곳에서는 충돌도 소리가 되지 못했다. 다만 재가 솟구쳤다. 검은 새 떼처럼, 혹은 죽은 별의 먼지처럼, 재는 그들의 몸 위로 피어올라 한동안 하늘을 흉내 냈다. 그리고 내려앉았다. 그들의 머리와 어깨와 부러진 날개 위에.

그리하여 반역자들은 처음으로 같은 색을 입었다.

추락하는 자들의 왕국

재와 얼음 사이에서 깨어난 자들

그들이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신음이었다.

신음은 노래가 아니었다. 그러나 노래를 잃은 자들에게 신음은 노래의 가장 낮은 친척처럼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는 자기의 잃어버린 날개를 불렀고, 어떤 이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는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 어떤 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재를 움켜쥐었다. 재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지만, 손바닥에는 검은 얼룩을 남겼다. 마치 그곳이 이제 그들의 땅이라는 서명처럼.

루아딘은 늦게 일어났다.

그의 등 뒤에는 빛으로 짜인 날개의 뿌리가 남아 있었으나, 날개는 온전하지 않았다. 깃은 대부분 불타 검게 말려 있었고, 남은 깃들 사이로 얼음이 자라났다. 그 얼음은 투명하지 않았다. 그 속에는 전쟁의 마지막 장면들이 갇혀 있었다. 하늘의 문이 닫히는 장면, 이렌이 손을 뻗던 장면, 장로들이 슬픔을 숨기지 못하던 장면,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이 자신을 왕처럼 바라보던 장면.

그는 얼음을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고통은 그에게 아직 남은 유일한 왕관이었다.

주위로 하나둘씩 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가운데는 북쪽 회랑에서 가장 날카로운 음을 맡았던 사하르가 있었다. 전쟁 때 검은 창을 들어 성채의 문을 찌른 자였다. 그의 팔 하나는 어깨에서부터 빛을 잃어 돌처럼 굳어 있었다. 또 한쪽에는 멜리온이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루아딘의 말에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으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가장 늦게 칼을 뽑은 자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에는 분노보다 부끄러움이 더 많았다.

아무도 먼저 축하하지 않았다. 아무도 승리를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서 자신들의 꼴을 보았다. 그 모습은 견디기 어려웠다. 빛의 형제들이었던 자들이 이제 검은 재를 뒤집어쓴 채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누구도 소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고통은 죽음보다 더 긴 형벌일 수 있었다.

마침내 사하르가 말했다.

"우리는 패했다."

그 말이 네룬의 공기를 갈랐다. 심연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멀리 얼음 절벽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패했다. 하늘에서 그 말을 들었다면 그들은 칼을 들고 반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모두 그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몸이 증거였고, 부러진 빛이 증거였으며, 네룬의 바닥이 증거였다.

멜리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가 옳았다면, 왜 이곳에 있는가?"

그 질문은 사하르의 말보다 더 깊이 들어갔다. 패배는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견딜 수 없었다. 반역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동안에는 불꽃이지만, 의심이 스며들면 재가 된다. 그들은 이미 재 위에 누워 있었다.

모두가 루아딘을 보았다.

루아딘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으나, 그 느림 속에는 계산이 있었다. 그는 너무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빨리 일어나는 자는 상처를 가벼이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고통이 모두의 눈에 충분히 보이도록 기다렸다. 피와 빛과 얼음이 뒤섞인 그의 얼굴은 비극 그 자체였고, 비극은 때때로 논리보다 강하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쉰 금속처럼 낮았다.

"패배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느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위에 남은 자들이 만들었다. 높은 문 안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자들이. 그들은 우리가 아래에 있으므로 패했다고 부를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상처 입었으므로 잘못되었다고 부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요를 평화라 부르고, 우리의 비명을 죄라 부를 것이다."

그는 한 걸음 내디뎠다. 재가 그의 발목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이름은 힘이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두 번 떨어진다. 한 번은 여기로, 또 한 번은 그들의 말 속으로."

사하르가 굳은 팔을 움켜쥐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이 상처는 무엇인가? 이 차가움과 불은 무엇인가?"

루아딘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는 연민이 있었다. 혹은 연민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는 사하르에게 다가가 굳어버린 팔 위에 손을 얹었다. 사하르가 이를 악물었다. 루아딘의 손은 차갑고 뜨거웠다.

"그것은 증거다."

"무엇의 증거란 말인가?"

"우리가 떨어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높이 섰다는 증거다. 우리가 버려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명령의 품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다. 갓 태어난 자유는 언제나 피를 흘린다. 낡은 집을 떠난 자는 문지방에서 발을 베이기 마련이다."

그 말은 완전한 진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완전한 거짓도 아니었다. 고통은 실제였다. 그들의 상처는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루아딘은 그 진짜 고통 위에 다른 의미를 덧씌웠다. 그는 고통을 들어 올려 제단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자신이 원하는 진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어 했다. 무릎 꿇을 대상이 없으면 고통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멜리온이 속삭였다.

"우리가 쫓겨난 것이 아니라…… 떠난 것이라고?"

루아딘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 우리는 떠났다. 그들은 우리를 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밀침조차 우리의 길이 되었다. 위에 남은 자들은 자신들의 빛을 보존했다. 우리는 빛이 가보지 못한 곳까지 왔다. 그들이 부르는 순종의 나라에는 새벽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밤을 차지했다."

그 순간 몇몇이 울었다. 슬퍼서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방금 자신들의 고통이 다른 모양을 얻는 것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벌받은 자들이었으나, 이제는 개척자라 불릴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버려진 무리였으나, 이제는 선택한 자들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말은 땅보다 먼저 왕국을 세운다.

패배를 독립이라 부르는 의식

네룬의 첫 밤은 끝나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침이 없었다. 그러나 반역자들은 시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의식을 만들었다. 의식은 기억을 한 방향으로 걷게 하는 길이다. 그들은 무작정 흩어지면 자신들의 추락을 각자 다르게 기억하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누군가는 후회라 부르고, 누군가는 죄라 부르고, 누군가는 헛된 야망이라 부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루아딘은 먼저 이름을 정해야 했다.

그는 네룬의 한복판, 재가 가장 깊고 얼음이 가장 검은 곳에 섰다. 그곳에서는 발을 딛는 순간 바닥 아래에서 묵은 열기가 올라왔고, 머리 위에서는 차가운 안개가 내려왔다. 고통이 몸의 위아래에서 동시에 자랐다. 루아딘은 그 자리를 마음에 들어 했다. 왕국은 편안한 곳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잊지 못하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를 따르던 자들이 둥글게 섰다. 원은 한때 하늘의 조화를 뜻했다. 그러나 네룬에서 그 원은 포위처럼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감싸는 동시에 서로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루아딘은 두 손을 들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추방자가 아니다."

그 말에 재가 낮게 흔들렸다.

"오늘부터 우리는 패잔병이 아니다."

몇몇이 숨을 삼켰다.

"오늘부터 우리는 첫 자유의 백성이다."

그 말은 네룬의 얼음 절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첫 자유의 백성. 첫 자유의 백성. 메아리는 말의 뜻을 알지 못했으나, 반복은 뜻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허리를 폈다.

루아딘은 계속 말했다.

"위에서는 하나의 노래만 허락되었다. 우리는 두 번째 노래를 불렀고, 그 대가로 이곳까지 왔다. 그러므로 이 심연은 형벌의 구덩이가 아니라 우리의 독립이 태어난 자궁이다. 재는 우리가 벗은 옛 이름의 가루이며, 얼음은 우리가 더 이상 그들의 불꽃에 녹지 않겠다는 맹세다."

사하르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그의 굳은 팔이 재에 닿았다. 그는 오래 참았던 울음을 낮게 삼켰다.

"우리는 떠났다."

그가 말했다.

다른 이들이 따라 했다.

"우리는 떠났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어떤 이는 너무 빨랐고, 어떤 이는 망설였다. 그러나 세 번째 반복부터 그들의 말은 하나의 박자를 얻었다. 하늘의 노래와는 달랐다. 그 노래에는 높낮이의 조화가 없었다. 대신 돌을 두드리는 듯한 단단함이 있었다. 그것은 아름답지 않았으나 기억하기 쉬웠다.

"우리는 떠났다."

말은 반복될수록 과거를 바꾸는 척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대로였으나, 그 일이 마음속에 놓이는 자리가 달라졌다. 밀려난 자들은 스스로 걸어 나간 자가 되었고, 패한 군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혁명의 씨앗이 되었다. 루아딘은 그 변화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평안을 느꼈다.

그 평안은 구원의 평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 자기 거짓말을 믿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위험한 안정이었다.

멜리온은 끝까지 따라 말하지 못했다. 그는 입술을 움직였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안에는 아직 이렌의 얼굴이 남아 있었다. 전쟁의 마지막 순간, 이렌은 그를 향해 칼이 아니라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명령하지 않았다. 돌아오라고도, 용서받으라고도 크게 외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이 네룬에 와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루아딘은 멜리온의 침묵을 보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꾸짖지 않았다. 새 왕국의 첫날에 피를 흘리는 것은 좋지 않았다. 대신 그는 멜리온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다정했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다정함은 때로 사슬이 스스로를 비단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말하지 못하는 자도 우리와 함께 있다. 자유는 처음에 목소리를 잃게 한다. 곧 너도 네 침묵이 누구의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멜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이 위로인지 경고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네룬에서는 '패배'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 실수로 그 말을 꺼내면 주위의 눈빛이 먼저 그를 벌했다. 말 하나가 사라지자 생각 하나도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패배를 말하지 않으면 패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패배를 함께 슬퍼할 길은 좁아졌다.

슬픔을 금지당한 자들은 대개 분노를 배운다.

검은 유리의 홀이 세워지다

왕국은 선언만으로 오래 버틸 수 없다. 말은 불을 붙이지만, 사람들은 곧 벽을 원한다. 기대어 울 벽, 적을 가리킬 성벽, 안과 밖을 나눌 문. 네룬의 백성이라 불리기 시작한 자들도 그랬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무를 곳을 지어야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의 이야기가 머무를 곳을 지어야 했다.

루아딘은 네룬의 동쪽을 택했다. 그곳에는 검은 얼음 절벽이 거대한 짐승의 등처럼 솟아 있었고, 절벽 아래에는 오래전에 식은 불의 강이 유리처럼 굳어 있었다. 그 유리는 빛을 받아 반짝이지 않았다. 빛을 삼킨 뒤 깊은 곳에서 천천히 뒤틀었다. 바라보는 자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대신 자기가 되고 싶어 하는 얼굴을 보았다.

루아딘은 그것을 보자마자 말했다.

"여기에 홀을 세우자."

그들은 도구 없이 일했다. 하늘에서 가져온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러나 상처도 도구가 될 수 있다. 사하르의 굳은 팔은 망치가 되었고, 멜리온의 흔들리는 목소리는 얼음의 결을 찾아내는 노래가 되었다. 누군가는 자기 날개의 남은 깃을 뽑아 유리 사이의 틈을 메웠고, 누군가는 아직 꺼지지 않은 가슴의 불로 검은 바닥을 녹였다. 그들은 지으면서 울고, 울면서 지었다.

궁전은 위로 자라지 않았다. 네룬의 궁전은 아래로 파고들었다. 하늘을 닮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무리 아래로 향해도, 그들이 만든 기둥은 어쩔 수 없이 높이를 꿈꾸었다. 기둥은 얼음과 재와 굳은 불로 세워졌고, 표면에는 전쟁의 장면들이 새겨졌다. 그런데 그 장면들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었다. 하늘의 군세가 먼저 칼을 든 모습, 루아딘이 다친 자들을 감싸는 모습, 이렌의 얼굴이 냉정한 심판자처럼 굳어 있는 모습. 조각을 맡은 자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새긴다고 믿었으나, 실은 견딜 수 있는 기억만 골라 돌에 넣었다.

검은 유리의 홀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 홀에는 창문이 없었다. 창문은 바깥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벽 전체가 거울처럼 빛났다. 그러나 그 거울은 있는 그대로 비추지 않았다. 사하르가 그 앞에 서면 그는 부러진 팔을 가진 패자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 한 팔을 바친 장군으로 보였다. 멜리온이 그 앞에 서면 그의 눈에서 망설임은 사라지고 깊은 사색만 남았다. 루아딘이 그 앞에 서면, 그는 추락한 자가 아니라 스스로 별의 아래편으로 내려온 군주처럼 보였다.

그들은 그 거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위로하려고 홀에 모였다. 다음에는 자신을 잊으려고 모였다. 나중에는 자기 모습을 확인하려고 모였다. 검은 유리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을 너무도 능숙하게 보여주었다. 그들이 늙지 않는 존재들이라 해도, 자기기만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보이는 것을 믿고 싶어 했다.

홀의 가장 깊은 곳에는 왕좌가 세워졌다. 루아딘은 처음에 그것을 거절했다.

"나는 너희 위에 앉지 않겠다. 우리는 모두 함께 떠난 자들이다."

그 말에 모두가 감동했다. 왕좌를 거절하는 자는 왕좌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하르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길은 하나의 눈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흩어지면 위에 남은 자들의 말이 우리 안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새 이름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그 이름을 지키는 자리에 앉으십시오."

루아딘은 오래 침묵했다. 그 침묵이 너무 길어 모두의 간청이 더욱 커졌다. 마침내 그는 왕좌 앞으로 걸어갔다. 왕좌는 검은 유리로 만들어졌으나, 그 안에는 얼음의 푸른 심장이 박혀 있었다. 그는 손을 얹었다. 유리가 그의 손바닥을 베었다. 검은 피와 흰 빛이 함께 흘러 왕좌의 틈으로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앉겠다. 그러나 나를 왕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너희가 잊지 않도록 깨어 있는 첫 번째 상처일 뿐이다."

그들이 모두 외쳤다.

"첫 번째 상처여."

그러나 다음 날부터 그들은 마음속으로 그를 왕이라 불렀다. 또 며칠이 지나자 입으로도 그렇게 불렀다. 루아딘은 처음에는 바로잡았고, 그다음에는 침묵했으며, 마지막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왕좌는 찬탈로 얻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불안을 조금씩 받아먹으며 자란다.

그리하여 검은 유리의 홀에는 왕이 생겼다.

그 왕좌는 거짓이었다. 그러나 그 위에 앉은 고통은 진짜였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아무도 쉽게 그것을 거짓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왜곡된 공동체의 법

왕국이 생기자 법이 필요해졌다. 법은 질서를 위한 것이었으나, 네룬의 법은 먼저 기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루아딘은 홀의 벽에 세 가지 금언을 새기게 했다. 세 가지라야 외우기 쉬웠고, 외우기 쉬워야 의심보다 빨리 입에 오를 수 있었다.

첫째, 위의 빛은 사슬이다.

둘째, 아래의 고통은 자유의 값이다.

셋째, 돌아가려는 마음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배신이다.

이 세 문장은 네룬의 아이가 없는데도 자장가처럼 불렸다. 그곳의 백성은 태어나지 않았지만, 새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형제라 불렀으나, 그 형제애의 중심에는 사랑보다 같은 원한이 있었다. 같은 것을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 다르게 사랑할 수 있지만, 같은 것을 미워하는 이들은 자주 같은 얼굴을 갖는다. 네룬의 자들은 점점 서로 닮아갔다.

상처는 계급이 되었다. 누구의 날개가 더 많이 타버렸는가, 누구의 이름이 더 깊이 찢겼는가, 누가 전쟁의 마지막 순간까지 더 크게 외쳤는가가 존경의 기준이 되었다. 아픔이 큰 자는 가까운 자리에 앉았고, 망설임이 컸던 자는 홀의 바깥에 머물렀다. 멜리온은 자주 바깥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다. 변명하면 더 의심받을 것을 알았다. 그는 다만 네룬의 바람 속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은 옛 노래의 조각을 들었다. 그것은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그 소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사하르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위를 생각하는가?"

멜리온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네룬에서 침묵은 대답보다 위험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한다."

사하르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잃은 것이 아니라 벗은 것이다."

"그 둘을 항상 구별할 수 있는가?"

사하르는 굳은 팔을 들어 멜리온의 가슴을 밀쳤다. 멜리온은 뒤로 물러났으나 넘어지지 않았다.

"구별하려 들지 마라. 구별하려는 마음이 위의 문을 다시 세운다.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 태어났다. 태어난 자가 태어나기 전의 자궁을 그리워한다면, 그것은 병이다."

멜리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사하르를 미워하지 않았다. 사하르의 분노 뒤에는 너무 큰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아픔 때문에 그는 더 무서웠다. 고통받는 자는 때때로 자기 고통이 자신에게 모든 권리를 준다고 믿는다. 상처는 자비를 가르칠 수도 있지만, 복수를 신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루아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사하르 같은 자가 필요했다. 왕국은 꿈꾸는 자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꿈을 의심하는 자들을 부끄럽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루아딘은 공개적으로 잔혹함을 명령하지 않았다. 다만 사하르가 지나간 뒤 생기는 침묵을 이용했다.

검은 유리의 홀에서는 날마다 회의가 열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왕국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말하기 위해 모였고, 말할수록 서로의 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었으나, 모두가 같은 결론에 이르러야 했다. 다른 결론은 아직 덜 해방된 정신의 증거가 되었다.

루아딘은 듣는 척했다. 그는 반대 의견을 끊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조용히 물었다.

"그 생각은 네 고통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아직 위의 노래가 네 안에서 흉내 내는 소리인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말이 죽었다. 누구도 자기 생각이 적의 잔향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말을 거두었다. 네룬의 법은 칼보다 먼저 부끄러움을 사용했다.

그렇게 왜곡된 공동체가 굳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돌보았다. 정말로 돌보았다. 얼음에 갇힌 자를 끌어냈고, 재의 폭풍 속에서 길 잃은 자를 찾아냈다. 홀의 어두운 식탁에 둘러앉아 상처를 나누어 보았고, 아직 타는 통증을 가진 자에게 자신의 차가운 손을 얹어 주었다. 그들의 사랑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

바로 그래서 그들의 왕국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완전한 거짓은 오래 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냄새를 맡는다. 그러나 진짜 눈물과 진짜 우정과 진짜 희생이 섞인 거짓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네룬은 그런 나라였다. 고통이 진실을 낳았고, 그 진실이 거짓 왕좌를 떠받쳤다.

심연의 눈이 본 정원

네룬에는 하늘이 없었지만, 틈은 있었다. 검은 유리의 홀 가장 깊은 바닥 아래, 얼음의 푸른 심장이 박힌 왕좌 밑에는 아주 가느다란 균열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루아딘은 왕좌에 앉을 때마다 발밑에서 아주 먼 떨림을 느꼈다. 그것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더 낮은 곳도 아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의 가운데에서 들려오는 느린 맥박이었다.

어느 밤, 네룬의 재폭풍이 홀의 문을 덮어 모든 출입이 막혔을 때, 루아딘은 홀에 홀로 남았다. 그는 왕좌에서 내려와 바닥에 귀를 대었다. 차가운 유리가 그의 뺨을 베었다. 피가 흐르자 균열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 빛 속에서 그는 정원을 보았다.

아직 잠든 정원이었다. 나무들은 씨앗의 꿈 속에서 가지를 펼치고 있었고, 강들은 흐르기 전부터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흙은 부드러웠다. 네룬의 재와 달리 손에 쥐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품으려는 어둠을 갖고 있었다. 그 어둠은 악하지 않았다. 그것은 태어나기 전의 아이가 눈을 감고 있는 것과 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흙 가운데 두 형상이 있었다.

그들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빛의 존재도 아니고, 네룬의 자들도 아니었다. 그들의 몸은 흙의 무게를 가졌고, 숨은 바람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들은 약해 보였다. 쉽게 다칠 것 같았고, 쉽게 속을 것 같았으며, 쉽게 사랑할 것 같았다.

루아딘은 오래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조롱이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하늘이 장차 사랑하려는 존재가 저토록 부드럽고 작은가. 별의 회랑도 견디지 못할 몸, 한 번의 추위에도 떨릴 살, 기억보다 먼저 배고픔을 배울 입. 그가 하늘의 깊은 뜻이라고 부르던 것을 의심했던 까닭이 다시 살아났다. 왜 저들에게 선택의 자리가 주어지는가. 왜 우리보다 낮은 흙에게 사랑의 중심이 옮겨가는가.

그러나 곧 조롱은 다른 감정으로 변했다.

기회.

그 단어가 그의 안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정원은 연약했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이 아니었다. 연약했기 때문에 흔들 수 있었다. 흙으로 빚어진 존재들은 명령을 이해하기 전에 욕망을 배울 것이고, 욕망을 배우면 비교를 배울 것이며, 비교를 배우면 불만의 문 앞에 설 것이다. 루아딘은 그 문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전에 그 앞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은 네룬의 얼음을 울렸다.

다음 회의에서 루아딘은 모두를 검은 유리의 홀로 불러 모았다. 사하르가 왕좌 오른편에 섰고, 멜리온은 바깥 기둥 그늘에 머물렀다. 루아딘은 평소보다 창백해 보였으나, 눈에는 추락 이후 가장 선명한 빛이 있었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소리의 깊이가 달랐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본 자의 말이었다.

"위의 성채는 우리를 잊으려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이름을 금지된 노래처럼 낮게 부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랑을 새 그릇에 담으려 할 것이다. 그 그릇은 흙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홀 안이 술렁였다. 흙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낯설고 하찮게 들렸다. 그러나 루아딘은 손을 들어 소란을 잠재웠다.

"그들은 정원을 만들고 있다. 아직 잠든 정원이다. 그곳에 두 존재가 깨어날 것이다. 그들은 높이 날지 못한다. 그러나 선택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빛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갈망할 것이다. 그들은 영원을 알기 전에 결핍을 알 것이다. 그래서 질문할 것이다."

질문이라는 말에 멜리온이 고개를 들었다. 루아딘도 그것을 보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하늘은 질문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질문이 자신의 문을 두드릴 때만 사랑한다. 질문이 문을 흔들면 그들은 그것을 반역이라 부른다. 우리는 그것을 겪었다. 이제 흙의 존재들이 그들의 문 앞에 설 것이다."

사하르가 앞으로 나왔다.

"우리가 그들을 무너뜨리면, 위는 우리를 다시 두려워할 것입니다."

"두려워하는 것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루아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들이 사랑하는 흙이 스스로 하늘을 거스른다면, 위의 질서는 자기 거울을 잃게 된다. 그들은 우리를 악이라 부르며 멀리 둘 수 있었다. 그러나 저 흙의 존재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불순종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이 심판을 막으면 법이 흔들리고, 법이 사랑을 베면 그들의 선함이 피를 흘릴 것이다. 정원은 우리의 패배를 뒤집을 마지막 전장이 될 것이다."

그 말은 불처럼 퍼졌다. 네룬의 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 다시 목적이 생겼다. 목적은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강한 약이다. 때로는 독이기도 하다.

멜리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흙의 존재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했습니까?"

홀 안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사하르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루아딘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그는 멜리온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우리의 전장으로 삼습니까?"

루아딘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놓인 돌 같았다.

"전쟁은 이미 우리를 전장으로 삼았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심판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선택받은 자들의 선택을 보려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위의 명령 안에서 기뻐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기쁨이 얼마나 얕은지 드러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명령 밖으로 손을 뻗는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처음 발견한 이름을 알려 줄 것이다."

"그 이름이 무엇입니까?"

루아딘이 왕좌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자기 자신."

그 말은 홀의 벽을 타고 번졌다. 검은 유리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로 그 말을 되비쳤다. 어떤 얼굴은 감격했고, 어떤 얼굴은 굶주렸고, 어떤 얼굴은 울었다. 자기 자신. 하늘에서 그 말은 사랑 안에서만 온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룬에서 그 말은 홀로 서는 칼이 되었다.

루아딘은 일어섰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 왕좌보다 커졌다.

"우리는 성채의 문을 다시 부수지 않을 것이다. 문은 그들이 지키게 하라. 우리는 정원의 속삭임이 될 것이다. 칼보다 작은 것, 그러나 칼보다 깊이 들어가는 것. 그들이 흙의 귀에 명령을 심으면, 우리는 그 명령 옆에 질문을 심을 것이다. 그들이 선을 말하면, 우리는 선 밖에 무엇이 있는지 묻게 할 것이다. 그들이 금지를 세우면, 우리는 금지된 것의 향기를 바람에 섞을 것이다."

사하르가 무릎을 꿇었다.

"검은 유리의 홀은 기다리겠습니다."

다른 이들도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멜리온도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그것이 동의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지연인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루아딘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네룬의 심연에서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하늘의 노래처럼 빛을 부르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간의 꿈 가장자리로 스며들기 위해 낮고 부드럽게 자신을 낮추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추락한 자들은 높아지기 위해 낮아지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 낮아짐은 겸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복이었다.

왕국이 밤을 입다

이후 네룬은 더 이상 단순한 심연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문이 생기고, 길이 생기고, 파수의 불이 생겼다. 재의 들판에는 망루가 세워졌고, 얼음 절벽에는 감시자들이 깃들었다. 검은 유리의 홀 아래에서는 균열을 지키는 자들이 교대로 서서 잠든 정원의 떨림을 들었다. 그들은 그 소리를 희망이라 불렀다.

희망이라는 말은 원래 따뜻한 말이었다. 그러나 네룬에서 그것은 차갑게 빛났다. 그들의 희망은 누군가의 넘어짐을 기다렸고, 누군가의 의심을 먹고 자랐다. 그렇다고 그들이 날마다 악한 웃음만 웃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의 상처를 싸매고, 잃어버린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썼다. 어떤 밤에는 홀 바깥에서 작은 모임을 열어 전쟁 전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그들의 얼굴에는 잠시 옛 빛이 돌아왔다.

그러나 옛 빛이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는 반드시 말했다.

"우리는 떠났다."

그러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빛은 다시 검게 가라앉았다.

루아딘은 왕좌에 앉아 그들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그들을 속였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속이는 자는 때로 자신도 함께 속아야 오래 버틴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들이 부당하게 밀려났다고 믿었다. 진심으로 네룬이 새 자유의 탄생지라고 믿었다. 진심으로 정원이 마지막 무대가 되리라고 믿었다. 바로 그 진심이 그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거짓을 말하는 입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거짓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네룬의 가장 깊은 밤, 루아딘은 홀의 문을 열고 재의 들판으로 나갔다. 위를 올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너무 멀었고, 혹은 네룬에는 애초에 위가 없었다. 그는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별이 아니라 차가운 재였다.

그는 그 재를 쥐었다.

"기다려라."

그가 누구에게 말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하늘에게였는지, 이렌에게였는지, 잠든 정원에게였는지, 아니면 아직 자기 안에서 죽지 않은 옛 이름에게였는지.

"우리는 아직 노래를 끝내지 않았다."

재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땅에 떨어진 재는 바람에 흩어지지 않았다. 네룬의 재는 이상하게도 제자리로 돌아와 쌓였다. 마치 모든 추락이 언젠가 왕국의 벽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 밤, 검은 유리의 홀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눈처럼 보였다. 눈꺼풀 없는 눈, 잠들지 못하는 눈, 위를 보지 못해 아래의 꿈을 노려보는 눈.

그리고 아직 세상 어딘가에서 잠든 정원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숨을 쉬고 있었다. 흙은 부드럽게 자신을 데우고, 나무들은 잎의 언어를 준비하고, 강들은 첫 물소리를 혀끝에 올려놓고 있었다. 정원은 평화로웠다. 평화롭기 때문에 위험했다. 아직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 곳은, 첫 번째 속삭임을 너무 깊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룬에서는 왕국이 완성되었다.

그 왕국의 기초는 고통이었다. 그 고통은 진실이었다. 그러나 그 위에 세워진 왕좌는 진실이 아니었다. 왕좌에 앉은 루아딘은 그 차이를 알았고, 알지 못했다. 알았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말했고,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뜨겁게 믿었다.

이렇게 하여 추락하는 자들은 떨어짐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들의 추락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상이 되었고, 심연이 아니라 왕국이 되었으며, 상처가 아니라 교리가 되었다. 그들은 아래에 닿았으나, 마음은 계속해서 더 깊은 곳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검은 유리의 홀 아래, 보이지 않는 균열 너머에서 정원의 맥박이 다시 한 번 울렸다.

루아딘은 눈을 감았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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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정원에 부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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