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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우주는 노래를 듣지 않는다

스크린 위의 별자리가 떠난 지 여섯 시간 뒤, 대전 심우주통신검증센터의 음향실에는 아무 음악도 흐르지 않았다.

그것은 이상한 침묵이었다. 벽에는 방음재가 촘촘히 박혀 있었고, 중앙 테이블 위에는 수백 곡의 파형이 홀로그램으로 떠 있었다. BTS의 군무가 만든 박자선, BLACKPINK의 후렴이 치고 올라가는 에너지 곡선, IU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구간, NewJeans의 담백한 리듬 패턴, aespa의 전자음과 가상 세계 서사가 겹친 메타데이터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방은 조용했다.

민재가 헤드폰을 목에 걸고 말했다.

"진짜로 안 틀 겁니까? 음악 장인데요."

한서윤은 유리벽 너머 진공 챔버를 바라보았다. 작은 스피커 하나가 챔버 안에 놓여 있었다. 실험용으로 만든 싸구려 스피커였다. 전원을 넣으면 콘이 앞뒤로 떨리고, 공기가 있으면 그 떨림은 압력의 물결이 되어 사람의 귀까지 온다. 그러나 지금 챔버 안에는 공기가 거의 없었다.

"틀 거야. 다만 먼저 실패하는 걸 봐야 해."

라희가 펌프 상태를 확인했다.

"압력 안정화. 잔류 기체 밀도, 실험 조건 범위 안입니다."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피커에 짧은 드럼 소리가 입력되었다. 콘은 분명히 움직였다. 카메라가 확대해 보여 주는 고무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음향실의 마이크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그래프는 평평했다. 죽은 심전도처럼.

민재가 낮게 말했다.

"스피커는 노래하고 있는데, 우주는 듣지 않는군요."

"우주는 귀가 없어서가 아니야." 서윤이 말했다. "공기가 없어서야."

소리는 물질의 떨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기나 물이나 금속 같은 매질 속 입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전달하는 압력 변화다. 공기 중에서는 분자들이 순간적으로 빽빽해지는 압축과 성겨지는 희박을 반복하며 파동을 만든다. 그러나 진공에는 그 파동을 이어 줄 입자가 거의 없다. 스피커가 아무리 열심히 떨려도, 그 떨림을 다음 입자에게 넘겨 줄 사슬이 끊긴다. 그래서 소리는 진공을 통과하지 못한다1.

영화 속 우주전쟁의 폭발음은 인간의 상상력이 붙인 장식이다. 실제 우주에서는 폭발이 빛과 파편과 전자기파를 남길 수는 있어도, 그 소리를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그대로 들려주지는 못한다. 우주선 안의 공기 속에서는 경보음이 울린다. 헬멧 안의 공기 속에서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선체 밖의 거의 빈 공간에서는 노래도, 박수도, 함성도 압력파로 이동하지 못한다.

라희는 홀로그램 테이블 위에 새 층의 이름을 띄웠다.

MUSIC_VACUUM_LAYER_04

민재가 피식 웃었다.

"제목이 조금 잔인하네요."

"정직한 제목이야." 서윤이 말했다. "우리는 우주에 음악을 보내는 게 아니야. 음악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데이터를 보내는 거야."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우주에서는 전부였다.

음악은 진공을 지나가지 못한다

소리에서 전자기파로

검증센터 지하 송신실에는 두 종류의 안테나 도식이 떠 있었다. 하나는 넓은 접시 모양의 전파 안테나였고, 다른 하나는 바늘처럼 가느다란 레이저 송신 배열이었다.

소리는 진공을 지나가지 못하지만, 전파와 빛은 지나갈 수 있다. 전파와 빛은 모두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며 공간을 나아가는 파동이고, 공기 같은 매질이 없어도 이동한다. 태양빛이 지구까지 오는 것도, 지구의 심우주 탐사선이 전파로 신호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음악을 어떻게 전자기파에 싣느냐였다.

민재가 송신 과정을 열었다.

첫 단계는 녹음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이다. 이미 디지털 파일이 있다면 그 안에는 시간에 따른 진폭값, 곧 공기의 압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들어 있다. 두 번째 단계는 그 숫자들을 비트, 즉 0과 1의 긴 줄로 정리하는 일이다. 세 번째 단계는 그 비트열을 전자기파의 성질 변화로 바꾸는 일이다.

"변조." 라희가 말했다.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조란 정보를 보내기 위해 전파의 세기, 주파수, 위상 같은 성질을 바꾸는 기술이다. 옛 라디오 방송에서는 소리 신호를 높은 주파수의 반송파에 실어 보냈다. AM은 주로 세기를 바꾸고, FM은 주로 주파수를 바꾼다. 현대의 디지털 통신은 0과 1을 더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위상이나 세기와 위상을 함께 조절하는 여러 방식을 쓴다2.

하지만 심우주 송신은 지상 라디오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는 퍼지고 약해진다. 자유공간에서는 수신 전력이 대체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지구 저궤도 위성과 지상국 사이에서도 안테나 종류, 거리, 주파수, 수신 전력 계산이 중요하게 다뤄진다3. 하물며 달 뒷면 중계망 너머로, 태양풍과 우주 잡음 사이를 지나, 누구인지 모를 수신자에게 보내는 음악 아카이브라면 더더욱 그랬다.

민재는 두 송신 경로를 비교했다.

전파는 비교적 넓게 퍼져 방향 오차에 강했다. 대신 같은 시간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량이 제한되었다. 레이저 신호는 훨씬 좁은 빔으로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었지만, 조준이 조금만 어긋나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이중 송신입니다." 민재가 말했다. "전파에는 해석 방법과 핵심 색인, 저속 복원 샘플을 싣고, 레이저에는 고용량 음악 아카이브를 싣습니다. 전파가 길 안내판이고, 레이저가 화물선인 셈이죠."

"화물선치고는 빛으로 만든 화물선이네." 라희가 말했다.

서윤은 송신 패킷 구조를 보았다. 각 패킷에는 순서 번호, 오류 정정 코드, 체크섬, 시간 기준, 복원 규칙이 붙어 있었다. 오류 정정 코드는 신호가 조금 손상되어도 원래 데이터를 추정해 고칠 수 있게 해 주는 여분의 정보다. 우주에서는 완벽한 전송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망가질 것을 예상하고, 망가져도 다시 맞출 수 있게 만든다.

음악도 그렇게 가야 했다.

박자 하나, 숨소리 하나, 관객의 함성 하나가 모두 빛의 작은 흔들림으로 바뀌어야 했다. 진공은 노래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숫자와 전자기파는 허락했다.

노래를 해부하는 밤

MUSIC_VACUUM_LAYER_04의 핵심은 음원을 그대로 저장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대로 저장하는 것은 쉽다. 허가받은 파일을 무손실 압축 형식으로 넣고, 재생 방법을 붙이면 된다. 어려운 것은 먼 미래의 수신자가 인간의 귀도, 스피커도, 음악 산업도 모를 때 그 파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서윤의 팀은 노래를 여러 겹으로 해부했다.

첫 번째는 파형층이었다. 시간에 따라 소리의 압력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록한 가장 직접적인 데이터다. 이것은 음악의 몸에 가까웠다.

두 번째는 스펙트럼층이었다. 스펙트럼은 소리를 주파수별로 나누어 본 그림이다. 낮은 주파수에는 베이스와 킥 드럼의 무게가 있고, 높은 주파수에는 심벌즈의 반짝임과 숨의 마찰음이 있다. 오디오 신호처리에서는 이런 주파수 분석을 통해 소리를 설명하고 변환한다4.

세 번째는 박자층이었다. 어느 순간에 드럼이 치고 들어오는지, 후렴이 어디에서 열리는지, 랩의 음절이 비트보다 조금 앞서는지 뒤서는지 표시했다. 인간의 몸은 박자에 민감하다. 심장 박동, 걸음, 노동, 춤이 모두 시간의 반복 위에 있다. K-pop이 세계 팬덤을 만든 데에는 귀에 남는 멜로디만이 아니라, 함께 따라 할 수 있는 박자와 춤의 구조가 있었다.

네 번째는 언어층이었다. 가사는 한글 원문, 로마자 표기, 음소 단위 발음, 의미 번역, 문화 주석으로 나뉘었다. 같은 사랑이라는 단어도 한국어 문장 안에서는 존댓말과 반말, 호칭, 숨긴 주어의 차이를 가진다. IU의 노랫말처럼 일상어의 미세한 온도를 다루는 곡은 단순 번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BTS의 메시지가 여러 언어권 팬에게 닿은 과정도, BLACKPINK의 강한 후렴이 언어 장벽을 넘어 소비된 방식도, NewJeans의 절제된 감각이 짧은 영상 플랫폼의 리듬과 만난 방식도, aespa가 현실 멤버와 가상 서사를 오간 방식도 각각 다른 주석을 요구했다.

다섯 번째는 공연층이었다. 여기에는 영상 전체가 아니라, 허가된 짧은 샘플과 동작 메타데이터가 들어갔다. 뼈대 추정 좌표, 무대 동선, 조명 변화, 카메라 컷의 시간표, 관객 응원법의 박자 위치가 분리되어 저장되었다. 얼굴을 함부로 싣지 않기 위해, 공연자의 신체 움직임은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추상화했다.

민재가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한 곡의 후렴이 별지도처럼 펼쳐졌다. 보컬 주파수는 푸른 선, 베이스는 붉은 띠, 드럼 타격점은 흰 점, 안무의 팔 동작은 노란 궤적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노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보고 있으면 음악이 느껴졌다.

라희가 말했다.

"이건 악보도 아니고 음원도 아니네요."

"지도야." 서윤이 답했다. "소리의 지도."

"외계 수신자가 이걸 보고 음악을 이해할까요?"

"모를 거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반복했고, 어디에서 긴장을 만들었고, 어떤 주파수와 박자에 감정을 묶었는지는 볼 수 있어."

민재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리고 혹시 그들에게도 압력파를 감지하는 기관이 있다면, 재구성할 수 있겠죠. 없더라도 다른 감각으로 변환할 수 있고요. 주파수를 빛의 색으로, 박자를 점멸로, 화음을 공간 패턴으로."

서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웃었다.

음악은 귀로만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음악은 공기의 떨림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시간 속 패턴을 몸과 마음이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수신자가 귀가 없다면, 그들은 노래를 색의 변화나 전기장의 리듬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먼저 인간의 노래가 숫자로 살아남아야 했다.

팬덤은 데이터가 아니다

갈등은 새벽 세 시에 터졌다.

윤리 검토실의 붉은 알림이 켜졌다.

FANDOM_CONTEXT_LAYER / REVIEW HOLD

라희가 문서를 읽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예상보다 심각합니다."

문제는 팬덤이었다.

K-pop은 단순히 가수가 노래를 발표하고 청중이 듣는 구조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세계 팬덤은 번역하고, 해석하고, 응원법을 만들고, 스트리밍 시간을 맞추고, 투표하고, 기부하고, 생일 광고를 걸고, 공연장 밖에서 서로를 돌보았다. 어떤 팬은 몇 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고, 어떤 팬은 밤을 새워 자막을 달았다. 어떤 팬은 알고리즘이 좋아할 만한 시간표를 짜고, 어떤 팬은 신곡이 나올 때마다 친구에게 링크를 보냈다.

그것은 사랑이면서 노동이었다.

제공된 팬 플랫폼 분석 자료들에서도 팬, 아티스트, 콘텐츠의 상호작용과 구매,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이용 데이터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추적되고 결합되는 흐름이 강조된다5. 그러나 우주 아카이브가 그 생태계를 기록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감정과 시간을 다시 수집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민재가 말했다.

"팬덤을 빼면 K-pop이 왜 세계로 퍼졌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라희가 바로 받아쳤다.

"그렇다고 팬들의 게시물, 번역, 응원 영상, 채팅 로그를 마음대로 실을 수는 없어요. 팬은 무료 주석 생성기가 아닙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서윤은 그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음악 산업은 오래전부터 팬의 열정을 동력으로 삼았다. 그것은 아름답기도 했고, 위험하기도 했다. 팬들은 좋아서 움직였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공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밤샘 번역은 데이터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응원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윤 국장이 통신 화면에 나타났다.

"한 박사, 팬덤층을 제외할 수 있습니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럼 제외하는 게 안전하지 않습니까?"

서윤은 대답하기 전에 BTS 팬들의 보라색 응원봉 물결, BLACKPINK 공연장의 분홍빛, IU 콘서트의 조용한 합창, NewJeans를 따라 짧은 춤을 찍던 청소년들, aespa의 세계관을 해석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긴 글들을 떠올렸다.

그것을 모두 빼면 음악은 너무 깨끗해졌다. 깨끗하지만 거짓에 가까워졌다.

"완전히 제외하면 안 됩니다." 서윤이 말했다. "하지만 원자료를 가져가면 안 됩니다."

그녀는 새 규칙을 썼다.

팬덤층은 개인 식별 자료를 포함하지 않는다.

팬 번역, 응원법, 분석 글, 영상, 이미지, 채팅은 명시적 허가 없이는 원문 저장하지 않는다.

팬덤의 역할은 집단적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되, 개별 팬의 감정 노동을 산업의 소유물처럼 취급하지 않는다.

민재가 물었다.

"그럼 무엇을 넣습니까?"

"구조를 넣어."

서윤은 팬덤층을 다시 설계했다. 원문 게시물 대신, 팬덤이 수행한 기능을 익명화된 설명으로 저장했다. 번역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응원법이 공연을 어떻게 쌍방향 리듬으로 바꾸는지, 팬 플랫폼이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줄이고 동시에 데이터화하는지, 스트리밍과 투표 문화가 음악 감상과 노동의 경계를 어떻게 흐리는지 기록했다.

라희는 거기에 한 줄을 더했다.

팬은 수신자가 아니라 공동 제작자에 가깝다. 단, 공동 제작자로 인정한다는 말이 그들의 모든 흔적을 사용할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좋았다. 정확했고, 아팠다.

누구의 노래를 별로 보낼 것인가

다음 논쟁은 선곡이었다.

회의실 벽에는 후보 목록이 떠 있었다. BTS, BLACKPINK, IU, NewJeans, aespa뿐 아니라 수많은 그룹과 솔로, 밴드와 힙합 아티스트, 인디 뮤지션, 트로트 가수, 국악 실험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은 K-pop이라는 한 단어보다 훨씬 넓었다. 아이돌 산업은 그중 가장 밝게 보이는 궤도였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민재가 말했다.

"인지도 기준으로 가면 상위 몇 팀이 거의 다 차지합니다."

라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우주 아카이브가 차트 재방송이 됩니다."

윤 국장은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허가 문제도 있습니다. 음원 저작권, 작사·작곡 저작권, 실연권, 음반 제작자의 권리, 공연 영상의 초상권이 모두 다릅니다. 한 곡을 보내려면 생각보다 많은 동의가 필요합니다."

음악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가수의 목소리, 작곡가의 멜로디, 작사가의 문장, 프로듀서의 사운드, 안무가의 동작, 엔지니어의 믹싱, 뮤직비디오 감독의 이미지, 팬의 해석이 서로 얽혀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는 멤버 각자의 실연과 회사의 기획, 세계관, 플랫폼 전략까지 붙었다. IU처럼 싱어송라이터 이미지가 강한 아티스트도 녹음과 유통의 복잡한 협업망 밖에 있지 않았다.

서윤은 선곡 기준을 바꾸었다.

인기순이 아니라 기능순.

세계 팬덤 형성의 사례, 한국어 가사의 정서, 안무와 영상의 결합, 전자음과 가상 서사의 실험,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완성되는 구조, 솔로 보컬의 미세한 표현, 세대별 청취 방식의 변화. 각 곡과 아티스트는 왕관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적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BTS는 팬덤의 조직성과 메시지의 번역 가능성을 설명하는 노드가 되었다. BLACKPINK는 강한 시각 이미지와 글로벌 팝 문법의 결합을 보여 주는 노드가 되었다. IU는 한국어 가사와 목소리의 섬세한 정서를 설명하는 노드가 되었다. NewJeans는 짧은 영상 플랫폼 시대의 청취 감각과 복고적이면서도 새롭게 포장된 사운드의 흐름을 보여 주는 노드가 되었다. aespa는 실제 공연자와 가상 세계관, 전자음과 아바타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을 설명하는 노드가 되었다.

라희가 물었다.

"이렇게 쓰면 팬들이 화내지 않을까요? 누구는 왜 기능으로만 설명하냐고."

"화낼 수 있어." 서윤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순위를 만드는 게 아니야. 관측 지도를 만드는 거야."

민재가 중얼거렸다.

"별자리에는 1등 별만 있는 게 아니죠."

"그리고 별자리는 실제 우주의 전부도 아니고."

서윤은 목록 맨 위에 경고문을 붙였다.

이 음악층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특정 시기, 특정 전송 허가, 특정 문화적 기능에 따라 구성된 제한적 표본이다.

그 문장은 지난 장의 검은 화면과 닮아 있었다. 오만하지 않은 아카이브. 완전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별자리.

들리지 않는 발사

송신 시간은 새벽 네 시 사십 분으로 잡혔다. 지구 자전과 달 중계망의 위치, 대기 상태, 레이저 송신 경로의 구름 예측까지 고려한 결과였다. 음악을 보내는 일은 낭만처럼 들렸지만, 실제로는 일정표와 열제어와 비트율과 각도 오차의 문제였다.

송신실의 스피커는 꺼져 있었다.

대신 화면 위에서 음악이 빛났다. 파형은 강처럼 흐르고, 스펙트럼은 오로라처럼 흔들렸다. 박자점은 도시의 신호등처럼 켜졌다 꺼졌다. 가사는 한글 자모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음소와 의미망으로 조립되었다. 공연 동작은 사람의 얼굴을 잃고 별자리 같은 선으로 남았다.

민재가 최종 상태를 보고했다.

"무손실 음원 샘플, 허가 범위 확인. 스펙트럼층, 박자층, 가사층, 공연 메타데이터층 정합성 확인. 팬덤층 개인 식별 자료 없음. 오류 정정 코드 삽입 완료."

라희가 말했다.

"저작권·초상권 태그 확인. 팬덤 감정 노동 주석 확인. 원자료 사용 제한 표시 확인."

윤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신 승인합니다."

서윤은 콘솔 앞에 섰다. 그녀는 어릴 때 우주에 음악을 보내면, 먼 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노래를 그대로 듣는다고 상상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후렴이 행성 사이를 건너고, 외계의 밤에 한국어 가사가 울려 퍼진다고.

이제 그녀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노래는 그렇게 가지 않는다. 공기의 떨림은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박수와 함성은 공연장 천장 아래에서 사라지고, 숨소리는 마이크 앞의 짧은 거리에서만 살아 있다. 우주로 가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숫자다. 숫자가 전자기파의 위상과 세기와 시간 간격으로 바뀌고, 다시 누군가의 장치 안에서 압력파나 빛의 리듬이나 전혀 다른 감각으로 태어날 가능성만이 날아간다.

그 가능성이 음악의 두 번째 몸이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T-00:00:10

열.

전파 안테나가 먼저 낮은 데이터율의 색인을 실었다.

아홉.

레이저 송신 배열의 냉각 상태가 안정화되었다.

여덟.

음악 파일은 패킷으로 쪼개졌다.

일곱.

패킷은 다시 오류 정정 기호를 품었다.

여섯.

0과 1은 반송파의 질서 있는 흔들림이 되었다.

다섯.

BTS도, BLACKPINK도, IU도, NewJeans도, aespa도 더 이상 이름만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파형, 박자, 언어, 안무, 팬덤, 권리, 맥락의 다층 구조가 되었다.

넷.

진공은 여전히 조용했다.

셋.

그러나 침묵은 빈 것이 아니었다.

둘.

하나.

TRANSMISSION START

송신실 어디에서도 음악은 울리지 않았다. 안테나는 노래하지 않았다. 레이저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달 뒷면 중계망도, 심우주를 향한 좁은 빔도, 아무 소리 없이 작동했다.

그 무음이 오히려 정확했다.

음악은 진공을 지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을 설명하는 질서, 음악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수학, 음악에 얽힌 사람들의 권리와 마음을 함께 담은 데이터는 전자기파가 되어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은 소리를 우주에 보낼 수 없어서, 소리를 숫자로 번역했다. 그리고 그 숫자 안에 자신들이 왜 노래했는지까지 넣으려 했다.

서윤은 검은 화면에 떠오른 마지막 문장을 보았다.

우리는 들리지 않는 우주를 향해, 다시 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냈다.

그때 검증실 뒤편의 보조 화면 하나가 켜졌다. 다음 윤리 검토 항목이었다.

VISUAL_IDOL_LAYER / BEAUTY_AND_SYNTHETIC_FACE_RISK

민재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엔 또 뭡니까?"

라희가 조용히 대답했다.

"완벽한 얼굴의 문제요."

서윤은 아직 식지 않은 콘솔 위에 손을 올려 두었다. 음악은 떠났다. 그러나 음악과 함께 움직였던 얼굴들, 보정된 피부, 가상 아바타, 이상적인 이미지의 그림자가 다음 문처럼 열리고 있었다.

우주는 노래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얼굴을 별처럼 만들었는지는, 아직 설명하지 못했다.

참고

1Why Sound Cannot Travel in Vacuum

2Sending data over RF signals

3고해상도 영상 데이터를 전송하는 저궤도 위성의 데이터링크 송수신 안테나 동향 조사

4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오디오 신호 처리

5K팝 밸류 극대화 데이터 기반 K

책 목록

대한민국의 별: 응답 없는 우주로 보낸 한 문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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