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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는 이상하게 사람을 작게 만든다. 방금 전까지 멀쩡히 운전하던 사람이 범퍼가 찌그러진 차 앞에서는 갑자기 초보자가 된다. 머릿속에는 이런 말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이거 보험 불러야 하나?" "경찰도 불러야 하나?" "내가 다 물어줘야 하나?" "보험료 오르는 거 아니야?"

생활 사고도 비슷하다. 우리 집에서 물이 새 아랫집 천장이 젖었거나, 아이가 친구의 휴대폰을 떨어뜨렸거나, 반려견이 산책 중 다른 사람을 물었다면 순간적으로 손끝이 차가워진다. 병원비, 수리비, 합의, 사과, 책임이라는 말이 한 덩어리로 밀려온다.

이 장의 목표는 하나다. 사고가 났을 때 "어떤 보험을 먼저 꺼내야 하는지" 구분하게 만드는 것. 자동차보험, 운전자보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이름은 비슷하게 무섭지만 담당 구역이 다르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사고 현장에서 멍해지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자동차보험과 일상 속 배상책임

사고가 나면 보험은 역할극을 시작한다

보험을 이해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구의 손해를 처리하는 보험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에서는 크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상대방, 나, 그리고 법이다.

상대방이 다쳤거나 상대방 차가 망가졌다면 자동차보험의 대인·대물 담보가 움직인다. 내가 다쳤다면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상해가 움직인다. 내 차가 망가졌다면 자기차량손해, 흔히 말하는 자차가 움직인다. 그런데 사고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처럼 형사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운전자보험이 따로 등장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자동차보험 종합으로 들었으니까 다 되는 거 아니야?"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주로 사고로 생긴 민사상 배상, 즉 남에게 끼친 손해를 돈으로 갚는 문제를 처리한다. 반면 운전자보험은 사고를 낸 운전자 본인에게 생길 수 있는 형사·행정 비용, 예를 들어 벌금,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 같은 부분을 보완한다.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사고의 다른 면을 맡는 조합에 가깝다.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기본 취지도 자동차 운행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재물이 손상된 경우 피해자가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2 즉 자동차보험의 출발점은 "운전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자동차보험 담보 이름은 어렵지만, 질문은 단순하다

자동차보험 증권을 열면 대인배상,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 자동차상해, 자기차량손해, 무보험차상해 같은 말들이 줄지어 나온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한자 시험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 담보를 다음 질문으로 바꾸면 훨씬 쉬워진다.

대인배상: 상대방 사람이 다쳤을 때

대인배상은 내가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했을 때 상대방의 손해를 보상하는 담보다. 여기서 상대방은 다른 차량 운전자, 동승자, 보행자 등이 될 수 있다.

대인배상은 보통 대인배상Ⅰ과 대인배상Ⅱ로 나뉜다. 대인배상Ⅰ은 의무보험의 성격이 강하고, 대인배상Ⅱ는 그 한도를 넘어서는 손해를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담보다. 실제 큰 사고에서는 치료비뿐 아니라 위자료, 휴업손해, 후유장해, 사망 시 일실수입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서 대인배상Ⅱ의 역할이 커진다.

여기서 기억할 문장은 짧다. 사람이 다치면 대인이다.

대물배상: 상대방 물건이 망가졌을 때

대물배상은 상대방 차, 오토바이, 가드레일, 신호등, 상가 유리문, 주차장 시설물 같은 재산 피해를 보상한다. 요즘은 작은 접촉사고도 수리비가 만만치 않다. 범퍼 하나 긁힌 줄 알았는데 센서, 카메라, 레이더가 연결되어 있어 수리비가 훌쩍 뛰는 일이 흔하다.

특히 수입차나 전기차, 영업용 차량과 사고가 나면 수리비 외에 렌트비나 영업손실 문제가 붙을 수 있다. 그래서 대물배상은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만 하면 되겠지"라고 가볍게 볼 담보가 아니다. 보험료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사고 때 차이는 크게 난다.

기억할 문장은 이것이다. 남의 차나 물건이면 대물이다.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내가 다쳤을 때

내가 운전하다 다쳤거나, 내 차에 탄 가족이나 동승자가 다쳤다면 대인배상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진다. 이때 내 쪽 사람의 부상을 처리하는 담보가 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지급 방식이 다르다. 자기신체사고는 약관에서 정한 부상 등급이나 한도에 따라 비교적 정해진 방식으로 지급되는 성격이 강하다. 자동차상해는 실제 손해, 즉 치료비, 위자료, 휴업손해 등을 더 넓게 반영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보험료 조건이라면 자동차상해가 더 든든하게 설계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험료는 더 높을 수 있다.

초보자가 볼 때는 이렇게 물으면 된다. "내가 다쳤을 때 실제 병원비와 쉬는 동안의 손해까지 충분히 보나?" 이 질문에 더 가까운 담보가 자동차상해인 경우가 많다.

자기차량손해: 내 차가 망가졌을 때

자기차량손해는 줄여서 자차라고 부른다. 내가 주차 기둥을 긁었거나,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거나, 상대방 없는 단독사고로 차가 망가졌을 때 내 차 수리비를 처리하는 담보다.

자차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자기부담금이다. 보험이 된다고 해서 수리비 전액이 항상 내 지갑을 거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수리비가 200만 원이고 자기부담금 조건상 20만 원을 내야 한다면, 보험사는 나머지를 처리한다. 자기부담금은 상품과 사고 내용에 따라 다르므로 증권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자차를 쓰면 보험료 할증이나 할인 유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20만~30만 원짜리 작은 흠집을 무조건 보험 처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반대로 수백만 원 수리비가 나오는 사고를 "할증 무서워서" 현금 처리하는 것도 위험하다. 수리비, 자기부담금, 사고 점수, 다음 갱신 보험료를 함께 봐야 한다.

무보험차상해: 상대방이 보험이 없거나 도망갔을 때

무보험차상해는 이름 그대로 상대방이 무보험이거나 뺑소니처럼 제대로 배상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 쪽 피해를 보완하는 담보다. 사고가 났는데 상대방이 보험이 없고, 돈도 없고, 연락도 잘 안 된다면 피해자는 두 번 당황한다. 사고 때문에 한 번, 받을 길이 막막해서 한 번.

무보험차상해는 이런 공백을 줄여준다. 특히 출퇴근이나 장거리 운전이 잦다면 "나는 안전운전하니까 괜찮다"가 아니라 "상대방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정리하면 자동차보험 담보는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상황먼저 떠올릴 담보
상대방이 다침대인배상
상대방 차·물건이 망가짐대물배상
나 또는 내 차 탑승자가 다침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
내 차가 망가짐자기차량손해
무보험·뺑소니 차량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봄무보험차상해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은 싸우는 사이가 아니라 분업하는 사이다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문장은 이렇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를 배상하는 보험이고, 운전자보험은 운전자에게 생길 수 있는 형사·법률 비용을 돕는 보험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교차로에서 앞차를 들이받았다. 상대방 차량 수리비가 나오고, 상대방 운전자가 병원 치료를 받는다. 이때 상대방 차량 수리비는 대물배상, 상대방 치료비는 대인배상에서 처리된다. 여기까지는 자동차보험의 영역이다.

그런데 만약 사고 원인이 신호위반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호위반은 단순 실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가 크게 다쳤다면 형사합의가 필요할 수 있고, 벌금이나 변호사 선임비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자동차보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벌금, 변호사선임비용 같은 특약이 이 영역을 맡는다.

특히 12대 중과실 사고, 사망사고, 중상해 사고에서는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별개로 형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2대 중과실에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20km/h 초과 과속, 앞지르기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사고,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보도 침범, 승객 추락방지 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화물 추락방지 조치 위반 등이 포함된다.3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제한이 있다. 운전자보험이 있다고 해서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 같은 행위까지 마음 편히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고는 약관상 보상 제외가 될 수 있고, 형사처벌도 무겁다. 보험은 실수를 대비하는 장치이지, 위험한 운전을 허락하는 면허증이 아니다.

과실비율은 사고의 성적표가 아니라 돈의 배분표다

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있다. "몇 대 몇이에요?" 이 말이 바로 과실비율이다. 과실비율은 사고에 대해 양쪽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 숫자로 나누는 기준이다. 100:0이면 한쪽 책임이 전부라는 뜻이고, 70:30이면 한쪽이 70%, 다른 쪽이 30% 책임이라는 뜻이다.

과실비율은 감정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의 흐름을 바꾼다. 상대방 수리비가 500만 원이고 내 과실이 70%라면, 내 보험의 대물배상은 상대방 손해 중 내 책임분인 350만 원을 부담하는 식으로 계산된다. 반대로 내 차 수리비가 300만 원이고 상대방 과실이 30%라면, 상대방 보험에서 90만 원 정도가 들어오고 나머지는 내 자차나 본인 부담 영역이 될 수 있다. 실제 지급 구조는 담보, 자기부담금, 보험사 간 정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큰 원리는 이렇다.

과실비율은 세 가지에 영향을 준다.

  • 보험금: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배상할지 정하는 기준이 된다.

  • 자기부담금: 내 자차를 쓸 때 내가 먼저 부담해야 하는 금액과 연결된다.

  • 보험료 할증: 사고 내용, 지급 보험금, 사고 점수에 따라 다음 갱신 보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서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현장에서 바로 "제가 다 잘못했어요"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사과는 필요하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먼저 구호하고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책임 비율은 현장 분위기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블랙박스, 도로 상황, 신호, 차선, 속도, 충돌 부위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니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편이 안전하다. "많이 놀라셨죠. 우선 다치신 곳 확인하고 보험 접수하겠습니다." 책임 비율은 보험사와 필요한 경우 경찰 조사, 분쟁조정 절차에서 따질 문제다.

일상생활배상책임은 '차 밖의 배상책임'을 맡는다

자동차 사고만큼 자주 당황스러운 것이 생활 사고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신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 가입되어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 특약은 보통 단독 상품보다는 운전자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상해보험 등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지게 되었을 때 보상하는 보험이다. 금융감독원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적은 보험료로 일상 속 다양한 배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특약으로 안내한 바 있다.4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다.

  • 우리 집 배관 문제로 아랫집 천장과 벽지가 젖은 경우

  • 아이가 놀다가 친구의 안경이나 휴대폰을 망가뜨린 경우

  • 자전거를 타다 보행자를 다치게 하거나 주차된 차량을 긁은 경우

  • 반려견이 산책 중 다른 사람을 물거나 타인의 반려동물을 다치게 한 경우

  • 카페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의 노트북에 음료를 쏟은 경우

이 특약의 장점은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보장 범위가 생활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중요한 제한이 있다.

첫째, 고의 사고는 보상되지 않는다. 화가 나서 일부러 물건을 던졌다면 보험의 영역이 아니다. 둘째, 직무 수행 중 사고는 제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 업무 중 다른 사람 물건을 파손했다면 "일상생활"이 아니라 "업무"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에서 말하는 일상생활은 평상시 생활을 뜻하며, 생계유지나 전문적 직무 수행과는 구별된다는 법률적 논의도 있다.5

셋째, 내 물건이나 우리 가족 물건은 보상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내 휴대폰을 내가 떨어뜨린 것은 배상책임이 아니라 자기 손해다. 같이 사는 가족의 물건을 망가뜨린 경우도 약관상 가족 간 배상책임 면책에 걸릴 수 있다. 넷째,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소유·사용·관리로 생긴 사고는 자동차보험 영역으로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누수 사고에서는 특히 주소가 중요하다. 일상생활배상책임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과 관련된 사고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를 했는데 보험사에 주소 변경을 하지 않았다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사하면 전입신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보험 주소도 바꾸는 습관이 필요하다.

누수, 자녀, 반려견 사고에서 제일 먼저 볼 것

생활 사고가 생겼을 때는 "내가 나쁜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보험 처리에서는 감정보다 사실관계가 먼저다.

누수라면 첫 질문은 "어디에서 물이 시작됐는가?"이다. 우리 집 전용 배관인지, 공용 배관인지, 윗집인지, 외벽인지에 따라 책임 주체가 달라진다. 아랫집 피해는 일상생활배상책임으로 검토될 수 있지만, 우리 집 바닥을 뜯고 배관을 고치는 비용은 보상되지 않거나 다른 담보가 필요할 수 있다.

자녀 사고라면 "누구의 물건이고, 어떤 상황에서 망가졌는가?"를 봐야 한다. 친구 휴대폰을 실수로 떨어뜨렸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장난이 심해 고의에 가까운 상황이거나 가족 물건이라면 달라질 수 있다.

반려견 사고라면 "목줄, 입마개, 통제 여부"가 중요해진다. 피해자가 다쳤다면 치료비, 향후 치료, 위자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상대 반려동물이 다쳤다면 동물병원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사고 직후에는 상대방에게 사과하고 병원 진료를 안내하되, 합의금부터 덜컥 송금하기보다는 보험사에 먼저 접수해 보상 가능성과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고 직후에는 순서가 돈보다 중요하다

사고 현장에서는 똑똑한 사람도 허둥댄다. 그래서 미리 순서를 외워두는 것이 좋다. 자동차 사고든 생활 사고든 기본은 비슷하다. 사람, 증거, 접수, 견적 순서다.

1단계: 사람부터 확인한다

자동차 사고라면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는지 확인하고, 비상등을 켠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119를 부른다. 고속도로나 큰 도로에서는 2차 사고가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차량 뒤에서 오래 서 있지 말고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한다.

생활 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누수라면 전기 차단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반려견 사고라면 피해자의 상처 상태를 먼저 본다. 보험 처리는 그다음이다.

2단계: 사진과 영상을 남긴다

자동차 사고에서는 전체 장면, 차량 위치, 번호판, 충돌 부위, 차선, 신호등, 도로 표지, 블랙박스 유무를 찍어둔다. 너무 가까이 찍은 범퍼 사진만으로는 사고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멀리서 한 장, 중간 거리에서 한 장, 가까이서 여러 장이 좋다.

생활 사고에서는 피해 부위와 원인을 함께 찍어야 한다. 누수라면 천장 얼룩, 물 떨어지는 위치, 배관 주변, 수리 전 상태를 남긴다. 휴대폰 파손이라면 파손 부위, 기기 모델, 수리 견적서를 챙긴다. 반려견 사고라면 현장 상황, 목줄 착용 여부, 병원 진단 자료가 중요하다.

3단계: 상대방 정보를 교환한다

자동차 사고에서는 상대방 이름, 연락처, 차량번호, 보험사, 가능하면 사고 접수번호를 확인한다. 단, 주민등록번호나 운전면허번호 전체를 불필요하게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개인정보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공유하는 것이 좋다.

생활 사고에서는 피해자 이름, 연락처, 피해 물건의 소유자, 수리 받을 곳, 계좌 정보 등을 나중에 보험사 안내에 따라 정리하면 된다. 현장에서 "제가 무조건 다 드릴게요"라고 말하기보다 "보험 접수해서 절차대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4단계: 경찰과 보험사 접수를 판단한다

자동차 사고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고 경위 다툼이 크거나, 음주·무면허·뺑소니 의심이 있거나, 신호위반 등 중대한 법규 위반이 얽힌 경우라면 경찰 신고를 피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단순 물적 사고라도 상대방이 나중에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있으므로 보험사 접수는 빠르게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보험사에는 가능한 한 빨리 사고를 접수한다. 앱으로도 가능하고 콜센터로도 가능하다. 접수번호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렌터카나 회사 차량이라면 차량 소유자나 관리 담당자에게도 즉시 알린다.

생활 사고에서는 가입한 보험사에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본인 보험뿐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 보험에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이 붙어 있을 수도 있다. 여러 개가 있더라도 실제 손해액을 넘어서 중복으로 받는 구조가 아니라 보험사끼리 나누어 부담하는 비례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5단계: 수리 견적과 영수증을 챙긴다

자동차 수리는 보험사 협력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고, 원하는 정비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수리 전 견적, 사진, 렌트 필요 여부를 보험사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차 처리라면 자기부담금과 할증 가능성을 같이 물어봐야 한다.

생활 사고에서는 수리 견적서, 영수증, 피해 사진, 사고 경위서가 핵심이다. 누수라면 누수 탐지 보고서나 공사 견적서가 필요할 수 있고, 대인 사고라면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이 필요할 수 있다.

작은 사고일수록 현금 합의가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냥 20만 원 드리고 끝낼게요." 사고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물론 아주 작은 흠집이고 양쪽이 명확히 동의한다면 현금 합의가 빠를 때도 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현금 합의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첫째, 나중에 추가 수리비가 나올 수 있다. 범퍼 안쪽 센서가 고장났다는 말이 며칠 뒤 나올 수 있다. 둘째, 몸이 아프다며 대인 접수를 요구할 수 있다. 사고 직후에는 괜찮다고 했다가 다음 날 목이나 허리가 아픈 경우도 있다. 셋째, 합의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같은 사고로 다시 요구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처리한다면 최소한 사고 일시, 장소, 차량번호, 지급금액, "이 사고와 관련한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자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다쳤거나 다툼 여지가 있거나 수리비가 애매하다면 보험 접수가 훨씬 안전하다.

보험료 할증이 무서워도 숨기면 더 피곤해진다

사고가 나면 보험료가 오를까 봐 보험사에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사고를 숨긴다고 사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뒤늦게 보험 접수를 하거나 경찰 신고를 하면, 그때부터는 내가 늦게 대응한 사람이 된다.

보험 접수는 곧바로 보험금 지급을 뜻하지 않는다. 접수 후에도 실제 보험 처리할지, 현금 처리할지, 자차를 쓸지 말지 상담할 수 있다. 그러니 애매할수록 접수해 두고 판단하는 편이 낫다.

보험료 할증은 단순히 "보험을 썼다"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고 건수, 지급 보험금, 사고 유형, 과실, 물적 사고 할증기준금액 등 여러 요소가 작동한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에 이렇게 물어보면 좋다.

"이 사고를 보험 처리하면 자기부담금은 얼마이고, 다음 갱신 때 할증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 질문 하나만 해도 막연한 공포가 숫자로 바뀐다.

내 보험을 볼 때는 이 다섯 줄만 확인하자

자동차보험 증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다음 다섯 줄은 꼭 확인해야 한다.

  • 대인배상Ⅱ가 충분히 설정되어 있는가

  • 대물배상 한도가 현실적인가

  •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중 무엇으로 가입되어 있는가

  • 자기차량손해가 있는가, 자기부담금은 얼마인가

  • 무보험차상해가 포함되어 있는가

운전자보험이 있다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벌금, 변호사선임비용이 있는지 확인한다. 오래전에 가입한 운전자보험은 현재의 법규나 상품 구조와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한도와 보장 시점을 점검해야 한다. 단, 새 상품으로 갈아타기 전에는 기존 계약을 해지했을 때 불리해지는 부분이 없는지도 봐야 한다.

일상생활배상책임은 내 보험 앱에서 "배상책임", "일상생활배상", "가족일상생활배상", "자녀배상책임" 같은 단어로 검색해보면 찾기 쉽다. 가족형인지, 자기부담금이 얼마인지, 주소가 현재 집으로 되어 있는지도 확인하자.

사고 앞에서 덜 당황하는 사람은 보험을 많이 든 사람이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침착한 사람은 보험을 잔뜩 든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고에 어떤 보험이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이다.

차로 남을 다치게 했으면 대인, 남의 물건을 망가뜨렸으면 대물, 내가 다쳤으면 자손이나 자상, 내 차가 망가졌으면 자차, 상대가 무보험이면 무보험차상해를 떠올리면 된다. 형사합의금, 벌금, 변호사비가 걱정되는 사고라면 운전자보험 영역이다. 차 밖의 일상에서 남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일상생활배상책임을 확인한다.

보험은 사고를 없애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뒤에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만들어준다. 그 순서를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덜 무너진다. 보험의 진짜 쓸모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참고

1KB손해보험, 자동차 보험 vs. 운전자 보험 차이

2Korean Law Translation Center, Automobile Damage Compensation Guarantee Act

3KB손해보험, 운전자보험과 12대 중과실 설명

4Issuekr, 금융감독원 금융꿀팁 153호 기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안내

5KCI,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요건 및 설명의무에 관한 종합적 고찰

책 목록

보험은 왜 이렇게 귀찮고 짜증날까: 처음 가입하는 사람을 위한 현실 보험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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