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는 '아는 시험'이 아니라 '반응하는 운동'이다
외국어를 오래 공부했는데도 막상 누가 말을 걸면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이 있다. 단어도 안다. 문법도 안다. 문장도 눈으로 보면 이해한다. 그런데 입은 굳어 있고, 대답은 5초 늦게 떠오른다. 그 5초 사이에 마음속에서는 작은 회의가 열린다.
"이 표현이 맞나?"
"시제가 틀리면 어쩌지?"
"발음 이상하게 들리면 창피한데?"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주 짧게 "Yes."라고 말한다. 문제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외국어 말하기는 머릿속 지식을 꺼내는 시험이 아니라, 들은 말에 몸이 반응하는 운동에 가깝다. 농구 슛을 책으로 배울 수는 있지만, 실제로 공을 던져봐야 감각이 생기는 것처럼 말하기도 입으로 자주 실패해봐야 는다.
AI 회화 연습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 앞에서 실수하면 창피하지만, AI 앞에서는 덜 무섭다. 다시 말해도 되고, 문장을 망쳐도 되고, 같은 상황을 열 번 반복해도 된다. 최근 연구들도 AI 대화 봇이 외국어 말하기 불안을 줄이고, 학습자가 더 자주 말할 수 있는 낮은 압박의 연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1 특히 인간 평가자 앞에서는 불안이 점수와 강하게 연결되지만, AI가 진행한 말하기 상황에서는 그 연결이 크게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 쉽게 말하면, AI 앞에서는 긴장이 실력을 덜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제 회화 공부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 "완벽한 문장을 말하자"가 아니라 "질문을 듣고 3초 안에 뭐라도 반응하자"로 말이다. 유창함은 멋진 문장 하나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어설픈 첫 반응, 다시 말하기, 고쳐 말하기, 웃으며 이어가기에서 시작한다.

매일 10분, AI에게 입을 여는 루틴
회화 실력을 키우려면 거창한 계획보다 짧고 반복 가능한 루틴이 필요하다. 한 번에 1시간 말하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시작부터 부담스럽다. 반면 10분은 다르다.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 산책 전후, 잠들기 전에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입을 열었다"는 경험을 매일 쌓는 것이다.
ChatGPT Voice 같은 음성 대화 기능을 쓰거나, Speak, TalkPal, Langua, Talkio, Gliglish, SpeakPal처럼 음성 대화, 역할극, 발음 피드백, AI 튜터 기능을 제공하는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peak는 소리 내어 말하기와 즉각 피드백을 핵심 학습 방식으로 내세우고 있고,3 TalkPal은 AI 튜터와 말하기·듣기·쓰기·발음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4 Gliglish는 AI 선생님과 실제 상황 역할극을 하며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기르는 방식을 강조하고,5 SpeakPal 역시 실제 대화 연습과 즉각적인 문법 교정, 적응형 AI 튜터를 제공한다고 소개한다.6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 방식이다. 앱을 열고 "뭐 하지?" 하다가 끝나면 루틴이 되지 않는다. 다음 10분 구조를 그대로 사용해보자.
인사 1분: AI에게 오늘 기분, 날씨, 지금 하는 일을 짧게 말한다.
오늘의 주제 대화 6분: 식당, 공항, 회사, 친구와의 대화처럼 하나의 상황을 정해 역할극을 한다.
막힌 표현 재시도 2분: 말하다 막힌 문장 2~3개를 다시 말하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받아 반복한다.
마지막 한 문장 녹음 1분: 오늘 배운 표현 중 하나를 골라 또렷하게 녹음한다.
예를 들어 영어 초급자라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I want to practice English speaking for 10 minutes. Please be a friendly barista. Use easy English. Ask me simple questions. If I stop, give me a hint."
일본어 학습자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본어 회화 연습을 하고 싶어. 너는 편의점 직원이고 나는 손님이야. 쉬운 일본어로 질문해줘. 내가 틀리면 대화가 끝난 뒤에 한국어로 설명해줘."
중국어 학습자라면 성조와 발음 부담이 있으니 다음처럼 요청하면 좋다.
"중국어 초급 회화를 연습하자. 너는 택시 기사, 나는 승객이야. 문장을 짧게 말해줘. 내가 대답한 뒤 병음과 자연스러운 표현을 함께 알려줘."
처음부터 길게 말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I want coffee.", "空港に行きたいです.", "我要去酒店。"처럼 짧은 문장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회화의 첫 목표는 멋진 문장이 아니라 소리 내어 반응하는 것이다.
역할극은 실전의 예고편이다
AI 회화 연습에서 가장 강력한 방식은 역할극이다. 그냥 "영어로 대화하자"라고 하면 주제가 흩어지고, 난이도도 들쑥날쑥해진다. 반면 역할극은 장면이 분명하다. 내가 누구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실제 상황과 비슷한 긴장감을 만들면서도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연습할 상황은 '언젠가 진짜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장면'이어야 한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공항, 호텔, 식당, 길 묻기부터 시작한다. 회사에서 외국어가 필요하다면 미팅, 자기소개, 진행 상황 보고, 의견 말하기를 연습한다.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한다면 병원 방문, 집 구하기, 은행 업무, 친구와 근황 토크가 필요하다.
AISpeak Pro 같은 서비스는 커피 주문, 공항, 호텔 체크인, 면접, 회의 등 실제 생활과 가까운 시나리오 기반 AI 대화를 강조한다.7 Fluenly 역시 식당 주문, 공항 체크인, 공원에서 대화하기 같은 상황을 고르고 마이크를 눌러 말하는 방식의 연습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8 이런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시험장 문장이 아니라 장면 속 문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식당 역할극을 한다고 해보자. 목표는 "완벽한 주문 문장 암기"가 아니다. 웨이터가 예상 밖의 질문을 했을 때 3초 안에 반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AI가 묻는다.
"Would you like that for here or to go?"
학습자가 멈칫한다. "for here"가 뭐였더라? 이때 완벽한 대답을 찾느라 10초를 쓰는 것보다, 짧게라도 반응하는 편이 낫다.
"For here, please."
또는
"To go, please."
그다음 AI에게 요청한다.
"방금 질문과 대답을 3번 반복 연습하게 해줘.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물어봐줘."
이렇게 하면 한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 패턴에 반응하는 근육'을 만든다. 공항 입국심사도 마찬가지다. "What is the purpose of your visit?"라는 질문에 "Travel."이라고만 말해도 첫 단계는 성공이다. 이후 "I'm here for sightseeing.", "I'm visiting for a business meeting."처럼 조금씩 확장하면 된다.
역할극을 더 실전처럼 만들고 싶다면 AI에게 성격을 부여하자. 친절한 직원, 바쁜 직원, 말이 빠른 택시 기사, 꼼꼼한 입국심사관, 질문이 많은 고객,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동료처럼 말이다. 실제 회화는 늘 교과서처럼 친절하지 않다. AI 역할극은 이 예측 불가능성을 안전하게 연습하는 예고편이 된다.
3초 반응 훈련: 회화 반사신경 만들기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답을 '아는 것'보다 답을 '제때 꺼내는 것'이다. 실제 대화에서는 누군가 질문한 뒤 20초 동안 기다려주지 않는다. 물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매번 오래 멈추면 대화의 리듬이 끊긴다. 그래서 AI 회화 연습에는 3초 반응 훈련을 넣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AI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질문을 하나씩 해줘. 나는 3초 안에 짧게 대답할게. 내가 완벽하게 말하지 않아도 대화를 이어가줘. 대화가 끝난 뒤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정리해줘."
이 훈련에서 금지할 것은 하나다. 머릿속으로 한국어 문장을 완성한 뒤 번역해서 말하는 습관이다. 처음에는 짧아도 된다. 오히려 짧아야 한다.
영어라면 이렇게 반응한다.
"I think so."
"Not really."
"Maybe next week."
"I'm not sure, but I can try."
일본어라면 이런 짧은 반응이 유용하다.
"そうですね。"
"ちょっと難しいです。"
"たぶん大丈夫です。"
"もう一度お願いします。"
중국어라면 이런 문장으로 대화를 끊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我觉得可以。"
"我不太清楚。"
"请再说一遍。"
"我想试试看。"
이런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회화에서 매우 강력하다. 왜냐하면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말하기가 막히는 사람은 단어가 없어서만 막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붙잡아둘 짧은 연결 표현이 부족해서 막힌다. AI와 3초 반응 훈련을 하면 이 연결 표현들이 입에 붙는다.
더 재미있게 하려면 AI에게 "속도 조절 게임"을 시켜보자. 1라운드는 아주 쉬운 질문, 2라운드는 약간 빠른 질문, 3라운드는 예상 밖의 추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예를 들어 호텔 체크인 역할극에서 AI가 "Do you have a reservation?"이라고 묻고, 내가 "Yes, under Kim."이라고 답하면 곧바로 "Could you show me your passport?"라고 이어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장문이 아니라, 상황을 앞으로 움직이는 짧은 대답이다.
즉시 교정 모드와 대화 후 피드백 모드를 나누기
AI 회화 연습을 하다 보면 자꾸 교정을 받고 싶어진다. 발음도 고치고 싶고, 문법도 바로잡고 싶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도 알고 싶다. 그러나 매 문장마다 교정을 받으면 대화 흐름이 끊긴다. 말하려는 용기가 생기기도 전에 "틀렸습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모드를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즉시 교정 모드, 다른 하나는 대화 후 피드백 모드다.
즉시 교정 모드는 정확도를 높이고 싶을 때 쓴다. 발음, 억양, 성조, 문법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할 때 좋다. 영어의 /r/과 /l/, 일본어의 장음과 촉음, 중국어의 성조처럼 잘못 굳어지면 나중에 고치기 어려운 요소를 연습할 때 유용하다. 이때는 AI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즉시 교정 모드로 해줘. 내가 말한 뒤 발음, 문법,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바로 알려줘. 단, 설명은 짧게 해줘."
반대로 대화 후 피드백 모드는 유창함과 자신감을 키울 때 쓴다. 말하는 중간에 끊지 말고, 대화가 끝난 뒤 한꺼번에 정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모드는 특히 말하기 불안이 큰 학습자에게 좋다. 일단 대화를 끝까지 가본 경험이 쌓여야 "나도 외국어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 생긴다.
이때는 이렇게 요청한다.
"대화 중에는 나를 멈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어가줘. 대화가 끝난 뒤 내가 자주 틀린 표현 3개, 더 자연스러운 문장 3개, 다음에 연습할 표현 5개를 정리해줘."
두 모드는 운동으로 치면 자세 교정 훈련과 실전 경기 훈련의 차이다. 자세만 고치다 보면 경기를 못 하고, 경기만 하다 보면 나쁜 습관이 굳을 수 있다. 초급자는 대화 후 피드백 모드를 더 많이 쓰되, 하루 10분 중 마지막 2분만 즉시 교정으로 마무리하면 좋다. 중급 이상은 주제 대화는 대화 후 피드백으로 하고, 특정 약점이 보일 때 즉시 교정 모드를 따로 켜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텍스트 회화에서 음성 회화로 넘어가는 순간
많은 학습자가 텍스트 채팅으로 외국어 대화를 시작한다. 좋은 출발이다. 글로 쓰면 생각할 시간이 있고, AI가 고쳐준 문장을 저장하기도 쉽다. 하지만 텍스트 기반 학습만 오래 하면 실제 질문 앞에서 얼어붙기 쉽다. 눈으로 아는 표현과 입으로 나오는 표현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 문장 "Could you recommend something popular?"를 보면 대부분 이해한다. 하지만 식당에서 실제로 이 문장을 말하려 하면 "Recommend… popular… something…"처럼 단어가 흩어진다. 일본어 "おすすめは何ですか。"도 눈으로 보면 쉬운데, 입으로 말하면 억양이 어색하거나 "おすすめ"에서 멈춘다. 중국어 "你有什么推荐的吗?"는 문장 자체보다 성조와 리듬이 더 큰 장벽이 된다.
그래서 초급 단계부터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 처음에는 텍스트로 준비하고, 그다음 같은 문장을 음성으로 말한다. AI가 답하면 다시 듣고 따라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표현이 눈에서 입으로 내려온다.
음성 회화로 넘어갈 때는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 AI에게 "천천히 말해줘", "한 번에 한 질문만 해줘", "A1 수준 단어를 사용해줘", "내가 대답할 시간을 5초 줘"라고 요청하자. 일부 AI 회화 도구는 음성 속도 조절, 답변 재생, 발음 피드백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Gliglish는 AI가 빠르게 또는 천천히 말하도록 조절할 수 있고, 단어를 클릭해 발음을 듣거나 문맥 속 설명을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5 Fluenly도 AI 음성 답변을 다시 재생하고, 느림·보통·빠름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제시한다.8
발음이 중요한 언어일수록 음성 전환은 더 빨라야 한다. 영어는 강세와 억양이 의미 전달에 큰 영향을 준다. 일본어는 장음, 촉음, 억양이 자연스러움을 좌우한다. 중국어는 성조가 단어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 그러니 "발음이 좋아진 뒤 말해야지"가 아니라 "말하면서 발음을 고쳐야지"가 맞다.
언어별로 회화 연습을 다르게 설계하기
AI 회화 연습의 기본 원리는 같지만, 영어·일본어·중국어는 각각 막히는 지점이 다르다. 같은 10분 루틴을 쓰더라도 언어별 약점을 반영하면 훨씬 효율이 좋아진다.
영어 학습자는 대체로 문장을 길게 만들려다 막힌다. 한국어로 완성된 생각을 영어로 옮기려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어 회화 연습에서는 짧은 문장으로 치고 나가는 훈련이 중요하다. "I agree.", "That makes sense.", "Can you explain that again?" 같은 반응 표현을 많이 익혀야 한다. 회사 영어가 목표라면 AI에게 회의 역할극을 요청하고, "의견 말하기 → 이유 한 문장 → 예시 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면 좋다.
일본어 학습자는 문장 끝과 높임 표현에서 자주 멈춘다. 친구에게 말할 때와 직원에게 말할 때 표현이 달라지고, "です・ます"를 붙여야 할지, 더 공손하게 말해야 할지 고민한다. 일본어 회화 연습에서는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AI에게 "너는 편한 친구야", "너는 회사 선배야", "너는 호텔 직원이야"처럼 상대의 위치를 정해달라고 하자. 같은 내용을 반말, 정중체, 비즈니스 표현으로 바꿔 말하는 연습도 효과적이다.
중국어 학습자는 성조와 짧은 어순 반응에서 흔들리기 쉽다. 문법 설명을 많이 읽어도 실제로 말할 때는 성조가 불안해지고, 단어를 떠올리는 동안 리듬이 끊긴다. 중국어 회화 연습에서는 한 문장을 길게 말하기보다 짧은 문장을 정확한 성조로 여러 번 말하는 방식이 좋다. AI에게 "내 대답을 병음으로 다시 써주고, 성조가 중요한 단어를 표시해줘"라고 요청하자. 또한 "请再说一遍", "我没听懂", "可以慢一点吗?"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생존 문장을 먼저 자동화해야 한다.
이렇게 언어별로 초점을 다르게 잡으면 AI 회화가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맞춤형 훈련장이 된다.
AI 캐릭터를 바꾸면 같은 표현도 새로워진다
같은 상황을 반복하면 지루할 수 있다. 이때는 주제를 바꾸기보다 캐릭터를 바꿔보자. 식당 주문이라는 같은 장면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친절한 직원은 천천히 묻고, 바쁜 직원은 짧게 말하고, 추천을 많이 하는 직원은 추가 질문을 던진다. 학습자는 같은 핵심 표현을 다양한 리듬 속에서 다시 꺼내게 된다.
예를 들어 공항 입국심사 역할극을 할 때 AI에게 이렇게 요청할 수 있다.
"너는 조금 엄격하지만 예의 바른 입국심사관이야. 나는 여행객이야. 내 대답이 너무 짧으면 추가 질문을 해줘."
회사 미팅이라면 이렇게 바꿀 수 있다.
"너는 회의에서 내 제안에 반대하는 동료야. 너무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질문을 해줘. 나는 영어로 내 의견을 설명할게."
친구와의 근황 토크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는 오랜만에 만난 일본인 친구야. 내 주말, 일, 취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해줘. 내가 어색하게 말하면 대화 후에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알려줘."
AI 캐릭터를 바꾸면 좋은 점은 회화가 '암기한 대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대화에서는 상대가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같은 호텔 체크인에서도 "예약하셨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권을 보여주시겠어요?", "조식 포함으로 예약하셨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역할극은 이런 변주를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AI에게 난이도를 조절하게 할 수도 있다. 첫 번째 라운드는 친절한 초급자 모드, 두 번째 라운드는 자연스러운 속도, 세 번째 라운드는 예상 밖 질문 추가. 이렇게 같은 장면을 세 번 돌리면 단순 반복이 아니라 단계별 실전 훈련이 된다.
막혔을 때 써먹는 구조 요청 프롬프트
회화 연습 중 가장 흔한 문제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AI에게 그냥 답을 달라고 하면 학습 효과가 줄어든다. 대신 구조를 달라고 해야 한다. 구조는 내가 직접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취미 이야기를 하다가 막혔다면 이렇게 요청한다.
"내가 대답할 수 있게 문장 구조만 힌트로 줘. 완성 문장은 바로 주지 말고, 빈칸 형태로 도와줘."
AI는 이런 식으로 도와줄 수 있다.
"I like ___ because ___. I usually do it on ___."
학습자는 빈칸을 채워 말한다.
"I like hiking because it makes me feel relaxed. I usually do it on weekends."
일본어라면 이렇게 가능하다.
"私は___が好きです。理由は___からです。週末によく___。"
중국어라면 이렇게 연습할 수 있다.
"我喜欢___,因为___。我通常周末___。"
이 방식의 장점은 AI가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성된 정답을 받으면 순간적으로는 편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남지 않는다. 반면 빈칸 구조를 받아 직접 채우면 문장 틀이 몸에 저장된다.
말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바로 번역을 요구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자.
"내가 지금 말하려는 의미를 쉬운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줘."
예를 들어 "효율적이다"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AI는 "It saves time.", "It works well."처럼 쉬운 표현을 제안할 수 있다. 실제 회화에서는 어려운 단어 하나를 모른다고 멈출 필요가 없다. 쉬운 말로 돌아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1분 답변을 녹음하라
매일 연습하면 이상하게도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졌는지는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학습자가 "나는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라고 생각하고 포기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월간 녹음 비교다.
매달 같은 주제로 1분 답변을 녹음해보자. 주제는 너무 어렵지 않은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영어라면 "Introduce yourself", "Talk about your weekend", "Describe your favorite food", "What are your goals this month?" 같은 주제가 좋다. 일본어라면 자기소개, 주말 계획, 좋아하는 음식, 여행하고 싶은 곳이 적당하다. 중국어도 나의 하루, 취미, 가족, 여행 계획처럼 자주 쓸 수 있는 주제를 고르면 된다.
녹음한 뒤 AI에게 다음처럼 요청한다.
"이 녹음을 지난달 녹음과 비교해줘. 발음 명확도, 말하는 속도, 멈춤 횟수, 문장 다양성, 자신감 있는 표현을 기준으로 평가해줘. 좋아진 점 3개와 다음 달 목표 3개를 알려줘."
녹음을 직접 비교해보면 놀라운 순간이 온다. 첫 달에는 "음… 어…"가 많고 문장이 끊겼는데, 두 번째 달에는 같은 주제에서 조금 더 빨리 시작한다. 세 번째 달에는 연결 표현이 늘어난다. 네 번째 달에는 발음보다 내용에 신경 쓸 여유가 생긴다. 매일은 보이지 않던 변화가 한 달 단위로는 보인다.
이 기록은 말하기 불안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불안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를 보여준다.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생각 옆에 "그래도 지난달보다 덜 멈췄다"는 사실이 생긴다. 이 사실이 다음 연습을 이어가게 한다.
AI 회화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
AI 회화 연습을 잘하는 사람은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자주 틀리고, 빨리 다시 말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 대화에 써먹는 사람이다. 외국어 말하기는 완벽한 문장을 준비한 사람보다 입으로 많이 실패해본 사람이 빨리 는다.
오늘부터 목표를 작게 잡자. 10분이면 충분하다. AI에게 인사하고, 하나의 상황을 정하고, 짧게 대답하고, 막힌 표현을 다시 말하고, 마지막 한 문장을 녹음하자. 식당에서 주문하기, 공항에서 대답하기, 호텔에서 체크인하기, 회사 미팅에서 의견 말하기, 병원에서 증상 설명하기, 친구에게 근황 말하기. 이 장면들을 AI와 먼저 겪어두면 실제 상황에서 덜 낯설다.
중요한 것은 대화를 잘 끝내는 경험이다. 중간에 문법이 틀려도 괜찮다. 단어가 단순해도 괜찮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의 목표는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3초 빨리 반응하는 것이다.
말문은 어느 날 갑자기 트이지 않는다. 작게 벌어진 틈이 매일 조금씩 넓어질 뿐이다. AI는 그 틈을 만드는 가장 부담 없는 상대다. 그러니 지금 바로 마이크를 켜고 첫 문장을 말해보자.
"Hi, I want to practice speaking."
"こんにちは。会話の練習をしたいです。"
"你好,我想练习口语。"
이 짧은 한 문장이 회화의 시작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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