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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에서 들려온 책장 소리

식당의 작은 문이 열리자, 그 너머의 어둠이 먼저 숨을 내쉬었다.

너는 별 무늬 열쇠를 손에 쥔 채 촛농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어둠 속으로 한 발을 들였다. 등 뒤에서 식당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쿵, 하고 울린 소리는 너무 낮아서 바닥 밑에서 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사락.

누군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

너는 걸음을 멈췄다. 앞에는 둥근 방이 있었다. 벽 전체가 책장으로 둘러싸인 비밀 서재였다. 천장에는 샹들리에 대신 작은 촛불들이 원을 그리며 매달려 있었고, 촛불 하나하나가 바람도 없는데 가늘게 흔들렸다.

방 중앙에는 검은 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네 번째 잠금장치가 있었다. 이전 방들의 장치보다 훨씬 조용했고, 그래서 더 불길했다. 쇠로 만든 작은 판 위에는 기다란 빈 입력칸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사라진 문장을 읽어라. 읽은 문장이 문을 연다.

너는 책상 너머의 책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상할 만큼 가지런히 정렬된 책들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딱 한 칸, 책 한 권이 빠진 자리가 있었다. 그 빈칸은 마치 누군가 문장 한가운데서 단어 하나를 지워 버린 자리처럼 보였다.

네 번째 잠금장치의 문제

서재의 책들은 오래되었지만 아무렇게나 꽂혀 있지 않았다. 책등의 색깔이 또렷하게 나뉘어 있었고, 같은 색의 책들은 서로 붙어 있었다.

책상 위 잠금장치 아래에는 네 개의 작은 색 유리가 박혀 있었다.

빨강 → 주황 → 노랑 → 초록

잠금장치의 입력칸 위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완성된 문장을 그대로 적어라.

너는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 촛불빛이 책등의 금박 제목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책 제목은 모두 이상했다. 보통 책이라기보다는, 이 집이 너를 위해 급히 써 둔 가짜 책들 같았다.

책장에 꽂힌 배열은 이렇게 보였다. 아래 표는 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어보며 적은 관찰 정보일 뿐이다.

책등 색깔꽂힌 책 제목
초록열리지 않는 창 / 린넨 천 아래의 손 / 다섯 번째 의자
빨강다락방의 발자국 / 음산한 초대
노랑□ 빈칸 / 름 없는 그림자 / 으스스한 복도 / 로비의 마지막 먼지
주황문틈의 속삭임 / 은빛 손잡이

노랑 책들 사이의 빈칸은 유난히 또렷했다. 그 자리만 먼지가 없었다. 책이 오래전에 빠진 것이 아니라, 방금 누군가 뽑아 간 것처럼.

너는 손을 뻗어 빈칸 안쪽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작은 홈이 걸렸다. 그 안에는 접힌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쪽지에는 세 줄이 적혀 있었다.

책의 이야기를 믿지 마라.
책의 시작만 읽어라.
색은 길을 알고, 빈칸은 잃어버린 자리를 안다.

이번 방에서 풀어야 할 목표는 분명했다.

책장에 꽂힌 책 제목들의 시작, 잠금장치 아래 색 유리가 알려 주는 순서, 그리고 노랑 책들 사이에 빠진 빈칸의 위치를 이용해 네 번째 잠금장치에 입력할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그때 책장 어딘가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사락.

이번에는 분명했다. 누군가 네 바로 옆에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서재에는 너 혼자뿐이었다.

정답을 입력하기 전에, 먼저 사라진 문장이 무엇인지 직접 맞혀 보자.

문장은 무엇인가?


힌트

아직 답을 모르겠다면, 아래 힌트를 차례대로 확인해 보자. 한 번에 다 보지 말고, 하나씩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힌트. 책 제목의 줄거리를 상상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제목의 첫 글자다. 예를 들어 다락방의 발자국에서는 "다"만 읽는다.

두 번째 힌트. 책장에 적힌 색깔 표는 어디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보여 주는 관찰 정보다. 표에 보이는 줄의 순서가 아니라, 잠금장치 아래 색 유리가 알려 주는 차례를 따라야 한다.

세 번째 힌트. 노랑 줄에서는 빈칸까지 포함해 네 글자가 이어진다. 빈칸 뒤의 세 글자가 자연스러운 말이 되도록, 맨 앞에 들어갈 글자를 떠올려 보자.

정답

풀이를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잠금장치의 색 유리 순서인 빨강, 주황, 노랑, 초록으로 색을 다시 정렬한다. 그다음 각 책 제목의 첫 글자만 책장에 꽂힌 순서대로 이어 붙인다.

빨강 책에서는 다 / 음이 나온다.

주황 책에서는 문 / 은이 나온다.

노랑 책에서는 □ / 름 / 으 / 로가 나온다.

초록 책에서는 열 / 린 / 다가 나온다.

그러면 문장은 이렇게 드러난다.

다음 문은 □름으로 열린다

노랑 책들의 첫 글자는 빈칸을 포함해 □ / 름 / 으 / 로가 된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이 되려면 이 / 름 / 으 / 로, 곧 이름으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빈칸에 들어갈 글자는 이다.

완성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다음 문은 이름으로 열린다

네 번째 잠금장치에 입력해야 할 문장은 이것이다. 너는 떨리는 손끝으로 다음 문은 이름으로 열린다를 입력했다.

그때 촛불 하나가 꺼졌다.

훅.

서재의 왼쪽 벽이 어둠에 잠겼다. 책등의 금박 제목들이 빛을 잃고 검은 선처럼 변했다.

너는 잠금장치 앞에서 손가락을 떼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정답을 입력했는데도 장치는 네 숨소리까지 듣고 있는 듯 낮게 떨렸다.

두 번째 촛불이 꺼졌다.

훅.

이번에는 등 뒤였다. 너는 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가 조금 움직였다. 방금 지나온 문은 보이지 않았다. 책장만 있었다. 모든 벽이 책장으로 변해 있었다.

사락.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또 책장을 넘겼다.

너는 그 소리가 책장 속에서 나는 것인지, 네 머릿속에서 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촛불이 꺼졌다.

이제 남은 빛은 책상 위 잠금장치에 비치는 작은 불꽃뿐이었다. 그 빛 아래에서 방금 완성한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는 숨을 고르고, 잠금장치의 마지막 글자가 눌리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글자, 다를 누르는 순간 잠금장치 안쪽에서 작은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책장 한가운데의 빈칸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러자 책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숨겨진 문이 드러났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대신, 네 눈높이에 작은 동판이 붙어 있었다.

네 이름을 기억한다면 올라오라.

동판 아래에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문 너머에는 위로 향하는 좁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 끝에서는 차가운 밤바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너는 알 수 있었다.

이제 남은 방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지 정해야 할 것이다.

책 목록

마지막 문이 열리기 전: 다섯 개의 방탈출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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