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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실습은 항상 터진다

Views 42약 11분생성형 AI 활용

안전하다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

던전 실습 당일 아침, 왕립 아카데미 지하 훈련장 앞은 축제처럼 시끄러웠다.

학생들은 새로 지급받은 가죽 장갑을 끼고, 허리에 훈련용 검을 차고, 서로의 장비를 보며 떠들었다. 어떤 귀족 학생은 은으로 장식된 단검을 자랑했고, 어떤 학생은 오늘 얻을 실습 점수를 계산하며 눈을 빛냈다.

카일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들 너무 들떠 있군.'

전장에서는 들뜬 사람이 제일 먼저 넘어진다. 던전에서는 들뜬 사람이 제일 먼저 함정을 밟는다.

브란델 교수는 지하 훈련장 입구에 서서 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에는 거대한 석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둥근 수정이 박혀 있었고, 수정 안에서는 푸른빛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오늘 실습지는 아카데미에서 관리하는 초급 던전이다."

교수의 목소리가 지하 공간에 울렸다.

"내부에는 약한 마물과 기초 함정만 배치되어 있다. 각 조는 정해진 구역에서 마정석 세 개를 회수하면 된다. 위험해지면 손목의 귀환 팔찌를 누르도록. 그러면 즉시 밖으로 전송된다."

핀 로웰은 자기 손목의 팔찌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즉시…… 정말 즉시겠죠?"

이리스 베인은 팔찌를 툭툭 건드렸다.

"이론상으로는."

"왜 이론상이라고 해요?"

"세상 모든 안전장치는 고장 날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까."

핀의 얼굴이 하얘졌다.

루시아 벨은 방패를 번쩍 들며 웃었다.

"괜찮아! 고장 나면 내가 문을 부수면 돼!"

카일은 조용히 말했다.

"던전 문은 부수지 마십시오."

"왜?"

"대개 문보다 천장이 먼저 무너집니다."

루시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장도 조심할게."

카일은 그 말이 더 불안했다.

브란델 교수는 특별 관리반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찻잔을 들고 있었다. 지하 훈련장까지 찻잔을 들고 내려온 걸 보면, 저 노인은 전장에 나가도 찻잔부터 챙길 사람 같았다.

"카일."

"예, 교수님."

"오늘 목표는 1등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시설물 파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루시아가 뜨끔한 얼굴로 방패 뒤에 숨었다. 방패가 작아서 얼굴만 겨우 가려졌다.

브란델 교수는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전원 생존."

그 말에 카일은 교수의 눈을 보았다. 장난기 뒤에 아주 얇은 걱정이 깔려 있었다.

"초급 던전이라면서요."

"초급 던전이라도 학생은 다친다. 던전은 약한 사람을 봐주지 않거든."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던전은 성격이 더럽다. 초급이든 상급이든, 들어간 사람이 방심하면 그 순간부터 던전은 입을 벌린다. 겉으로는 동굴이고 돌벽이며 마물 굴이지만, 실제로는 배고픈 짐승에 가깝다.

그때 카일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실습 과제: 초급 던전 탐사

목표: 마정석 3개 회수. 권장 행동: 대열 유지, 함정 확인, 귀환 팔찌 확인. 표면 난이도: 낮음.

경고: 던전 구조 정보가 불완전합니다.

카일은 마지막 줄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구조 정보가 불완전하다고?'

—냄새가 이상하군.

라그나가 머릿속에서 말했다.

—돌 냄새가 아니다. 오래 묶여 있던 피 냄새다.

'초급 던전에서 그런 표현을 들으니 매우 기분 나쁩니다.'

—기분 나쁜 게 정상이다. 기분 좋으면 머리가 망가진 거지.

카일은 석문 위의 문양을 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식처럼 보였다. 나뭇잎, 물결, 별. 초급 던전에 어울리는 순한 문양들.

하지만 카일은 그중 하나를 알아보았다.

물결 속에 숨겨진 세 갈래 꼬리.

전생에서 본 적이 있었다.

왕도 외곽의 폐허. 무너진 지하 통로. 시체를 수습하러 들어갔던 용병들. 그곳 벽에 같은 문양이 있었다.

그날 사람들은 그 던전을 이렇게 불렀다.

봉인 던전, 회색 심장의 무덤.

카일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왜 이 문양이 아카데미 지하에 있지?'

초급 던전은 초급처럼 시작한다

석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차례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아카데미의 초급 던전은 처음에는 정말 초급처럼 보였다. 벽은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안내용 푸른 선이 그어져 있었다. 천장 수정이 은은하게 빛을 뿌려 어둡지도 않았다.

길목마다 작고 귀여운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슬라임.

작은 박쥐.

나무 상자만 한 돌골렘.

핀은 슬라임을 보고도 뒤로 숨었다.

"저, 저거 녹이는 거 아니에요?"

이리스가 말했다.

"초급 슬라임이야. 신발 밑창 정도밖에 못 녹여."

"그럼 신발이 녹잖아요!"

루시아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막을게!"

슬라임이 통통 튀어왔다. 루시아는 진지한 얼굴로 방패를 내밀었다. 슬라임은 방패에 부딪혀 납작해졌다가, 다시 통통 튀며 도망갔다.

루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나 안 부쉈어!"

카일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주 좋습니다."

이리스는 마법등을 띄우며 주변을 살폈다. 작은 불빛이 네 사람의 머리 위를 둥둥 따라다녔다. 핀은 벽과 바닥을 훑어보며 걸었다. 겁은 많았지만 눈은 좋았다.

"왼쪽 바닥, 색이 달라요."

카일이 멈췄다. 핀이 가리킨 곳에는 돌판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압력판입니다."

이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작은 돌멩이가 날아가 압력판 위에 떨어졌다.

퓽!

벽에서 뭉툭한 나무 화살 세 개가 튀어나왔다. 맞아도 멍 정도만 들 장치였다.

핀은 자기 팔찌를 다시 만졌다.

"초급이어도 아프긴 하겠네요."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려 들지 않습니다."

"그럼요?"

"먼저 겁을 주고, 지치게 하고, 실수하게 만듭니다. 죽이는 건 그다음입니다."

핀은 더 창백해졌다.

이리스가 카일을 흘겨보았다.

"겁쟁이한테 아주 좋은 교육이네."

"진짜라서요."

"문제는 진짜라는 점이지."

그들은 첫 번째 마정석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 작은 방 중앙에 놓인 보물 상자 안에 푸른 마정석이 들어 있었다. 상자에는 아카데미 인장이 찍혀 있었다.

루시아가 눈을 반짝였다.

"보물 상자야!"

카일은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잠깐."

"왜?"

"던전에서 보물 상자를 보면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아카데미 인장이 있는데?"

"미믹도 인장 정도는 흉내 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자 뚜껑이 벌컥 열렸다. 안쪽에서 작은 이빨들이 드러났다.

딱!

상자는 루시아의 방패를 물었다.

루시아가 깜짝 놀라 방패를 들었다. 미믹 상자가 방패 끝에 매달려 대롱대롱 흔들렸다.

"물었어!"

카일은 침착하게 목검 손잡이로 미믹의 옆면을 툭 쳤다.

"거기까지."

미믹은 얌전히 입을 벌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부끄럽다는 듯 상자 흉내를 냈다.

이리스가 마정석을 집어 들었다.

"초급 던전치고는 교육적이네. 상자도 믿지 말라는 교훈."

카일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벽의 문양은 여전히 신경 쓰였다. 아카데미가 만든 훈련 던전이라면 너무 오래된 흔적이 많았다.

가짜 벽 위에 덧칠한 새 문양.

최근에 박은 천장 수정.

그리고 그 아래에 숨어 있는 낡은 봉인 문자.

카일은 전생의 폐허에서 맡았던 먼지 냄새를 떠올렸다.

'이건 훈련장이 아니다. 훈련장처럼 덮어 놓은 거다.'

—늦게 알아차린 건 아니다.

라그나가 낮게 웃었다.

—문제는 덮개를 누가 열었느냐지.

난이도가 바뀌는 소리

두 번째 마정석은 좁은 복도 끝에서 찾았다.

그곳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루시아는 막고, 이리스는 비추고, 핀은 보고, 카일은 길을 정했다. 특별 관리반은 놀라울 정도로 덜 엉망이었다.

그래서 카일은 더 불안했다.

일이 너무 잘 풀릴 때는 대개 땅 밑에서 뭔가 올라온다.

마정석을 집어 든 순간, 던전 전체가 흔들렸다.

쿵.

처음에는 먼 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 같았다.

쿵. 쿵. 쿵.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천장의 푸른 수정이 하나씩 꺼졌다. 안내선도 희미해졌다. 벽에 새겨진 아카데미 인장이 검은 얼룩에 먹히듯 사라졌다.

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거 원래 연출인가요?"

이리스가 빠르게 팔찌를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연출이면 아주 형편없어."

루시아도 팔찌를 눌렀다. 귀환 팔찌의 수정이 한 번 반짝이더니 금이 갔다.

쩍.

핀은 자기 팔찌를 보자마자 거의 울 뻔했다.

"즉시라면서요……."

카일은 검 손잡이를 잡았다.

"대열 유지. 루시아 앞, 이리스 중앙, 핀 뒤쪽. 뛰지 마십시오. 뛰면 함정 밟습니다."

"그럼 걸어서 죽는 건가요?"

"걸으면 살 확률이 올라갑니다."

복도 끝에서 검은 안개가 밀려왔다. 안개 속에서 뼈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초급 던전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소리였다.

잠시 뒤,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병사.

녹슨 검을 든 언데드였다. 눈구멍 안에는 붉은 불씨가 타고 있었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다섯, 여섯, 열.

이리스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초급 던전에서 언데드?"

카일은 낮게 말했다.

"난이도가 조작됐습니다."

그 순간 상태창이 떠올랐다.

경고: 던전 제어 권한 외부 간섭 감지

귀환 기능: 차단. 안내 기능: 차단. 마물 봉인: 부분 해제.

실제 난이도: 중급 이상. 추가 변동 가능성: 매우 높음.

핀은 거의 비명처럼 속삭였다.

"중급 이상이요? 우리 신입생인데요?"

카일은 해골 병사들을 보며 대답했다.

"던전은 학생증 확인 안 합니다."

해골들이 달려들었다.

루시아가 방패를 내밀었다.

쾅!

첫 번째 해골이 방패에 부딪혀 뒤로 튕겨 나갔다. 이번에는 상대가 사람도 아니고 초급 마물도 아니었다. 루시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방패로 밀고, 신성력으로 빛을 뿜었다.

"물러나세요!"

루시아의 목소리가 지하 복도에 울렸다. 그녀의 방패에서 흰빛이 번졌다. 해골 병사들의 움직임이 잠깐 둔해졌다.

이리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불꽃, 얇게."

작은 불꽃들이 바늘처럼 날아가 해골의 관절 사이를 태웠다. 큰 폭발이 아니라 정확한 절단이었다. 해골 두 마리가 무릎부터 무너졌다.

핀은 뒤쪽 벽에 바짝 붙어 활을 겨누었다.

"머리…… 아니, 목뼈…… 아니, 어디를 쏴야 해요?"

카일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눈 안의 불씨."

"작잖아요!"

"핀은 작은 것도 봅니다."

핀은 입술을 깨물었다. 손은 떨렸지만 활시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퉁.

화살이 날아갔다. 가장 앞선 해골의 눈구멍을 꿰뚫었다. 붉은 불씨가 꺼지고 해골이 무너졌다.

핀은 놀랄 틈도 없이 카일이 외쳤다.

"다음!"

"네, 네!"

카일은 앞으로 파고들었다. 낡은 검이 어둠 속에서 낮게 울었다. 라그나의 기운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뼈다귀라. 씹을 맛은 없겠군.

'검이 씹는 맛을 따지지 마십시오.'

카일의 검이 해골 병사의 검을 비껴냈다. 그는 힘으로 부수지 않았다. 관절, 균형, 마력의 흐름. 전생의 용병 카일은 수많은 언데드를 상대해 보았다. 해골은 두려움을 모른다. 대신 몸이 단순하다.

발목을 베고, 팔꿈치를 치고, 목 뒤의 불씨를 찔렀다.

해골 병사들이 차례로 무너졌다.

마지막 해골이 쓰러졌을 때,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던전이 숨을 고르는 소리였다.

카일은 바닥에 남은 검은 얼룩을 보았다.

"이건 단순 사고가 아닙니다."

이리스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일부러 제어 장치를 건드렸어. 그것도 내부 구조를 아는 사람이."

루시아가 방패를 꼭 잡았다.

"다른 학생들은?"

핀의 눈이 커졌다.

먼 복도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카일은 이를 악물었다.

초급 던전으로 알려진 장소.

사실은 봉인 던전.

귀환 차단.

학생 고립.

전생에서 들었던 참사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맞물렸다.

그때 카일은 이미 늦게 도착한 용병이었다. 무너진 입구를 파고 들어가 시체를 꺼냈다. 학생들의 손목에는 부서진 귀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교수들은 '원인 불명의 제어 실패'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카일은 안에 있었다.

참사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에.

"계획 변경입니다."

카일이 말했다.

"마정석 회수가 아니라 생존과 탈출. 그리고 가능하면 다른 학생도 끌고 나갑니다."

이리스가 입술을 비틀었다.

"가능하면?"

"우리부터 죽으면 아무도 못 구합니다."

그 말에 이리스는 반박하지 않았다.

숨겨진 안전 루트

카일은 안내선이 끊긴 복도 대신 왼쪽 벽을 더듬었다.

루시아가 물었다.

"거기 벽 아니야?"

"벽처럼 보이는 문입니다."

"어떻게 알아?"

카일은 잠시 대답을 멈췄다.

전생에 이 문을 본 적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문이 아니라 무너진 잔해였다. 그때 용병단장은 말했다.

'아카데미 놈들이 이걸 몰라서 애들이 죽었군. 봉인 던전에는 반드시 옛 관리 통로가 있다.'

그날 카일은 막내 용병이었다. 시체를 업고 나오느라 손이 떨렸고, 피와 먼지 냄새 때문에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다.

지금은 달랐다.

그는 벽의 세 갈래 꼬리 문양을 눌렀다. 이어서 아래쪽 돌, 오른쪽 균열, 다시 위쪽 문양.

덜컥.

벽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핀의 입이 벌어졌다.

"어…… 진짜 문이었어요."

이리스가 카일을 의심스럽게 보았다.

"너, 이런 걸 왜 알아?"

카일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책에서 봤습니다."

"무슨 책?"

"던전에서 살아남는 법."

"그런 책에 비밀문 여는 순서까지 나온다고?"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리스는 대놓고 믿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네 사람은 좁은 관리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는 낮고 어두웠다. 천장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봉인 문자가 빽빽했다.

라그나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곳은 용의 심장을 묻어 둔 길이다.

'용의 심장?'

—정확히는 조각이겠지. 누군가 아주 오래전에 큰 힘을 쪼개서 봉인했다. 그런데 멍청한 놈이 그 봉인을 긁고 있군.

카일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군가 난이도를 조작했다.

누군가 봉인을 건드렸다.

그 목적이 학생들을 죽이는 것뿐이라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목표는 던전 안의 무언가일 가능성이 컸다.

그때 핀이 멈춰 섰다.

"앞에 사람 있어요."

통로 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카일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두 명의 학생이 무너진 벽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마법 기초반 학생들이었다. 한 명은 발목을 다쳤고, 다른 한 명은 부서진 팔찌를 붙잡고 떨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루시아가 바로 달려가려 했다. 카일이 손을 들어 멈췄다.

"바닥."

루시아의 발 앞에는 얇은 실이 걸려 있었다. 실 끝은 천장 균열과 연결되어 있었다. 건드리면 돌무더기가 떨어지는 함정이었다.

루시아가 숨을 삼켰다.

"고마워."

카일은 핀을 보았다.

"자를 수 있습니까?"

핀은 실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자르면 떨어질 것 같아요. 대신 저 고리…… 저걸 먼저 맞히면 장력이 풀릴 것 같아요."

"하세요."

핀은 숨을 들이마시고 화살을 걸었다.

퉁.

화살이 천장 옆 작은 금속 고리를 맞혔다. 실이 느슨해졌다. 함정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리스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쓸 만한 정도가 아니라 꽤 유용하네."

핀은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루시아는 다친 학생의 발목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빛이 번지며 부기가 가라앉았다. 힘 조절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상처를 돌보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괜찮아. 이제 걸을 수 있을 거야."

마법 기초반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그들에게 짧게 말했다.

"이 통로를 따라가면 대기실로 이어지는 옛 배수로가 나옵니다. 푸른 이끼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절대 왼쪽으로 가지 마십시오."

학생 하나가 떨며 물었다.

"왼쪽은요?"

"떨어집니다."

"어디로요?"

"많이 아래로."

더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두 학생은 바로 오른쪽을 외우기 시작했다.

루시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우리랑 같이 가면 안 돼?"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중심부로 가야 합니다."

이리스가 날카롭게 물었다.

"왜?"

그 순간 던전이 다시 흔들렸다. 먼 곳에서 거대한 심장박동 같은 소리가 들렸다.

쿵.

통로 벽의 봉인 문자가 하나씩 붉게 변했다.

카일은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봉인이 풀리고 있습니다. 완전히 풀리면 출구도 안전 루트도 전부 닫힙니다."

핀은 울먹였다.

"그럼 중심부에 가야 닫히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뜻이죠?"

"맞습니다."

"그런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요."

함정은 적에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관리 통로는 중심부로 이어졌다.

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졌다. 벽에는 검은 결정이 자라나 있었고, 바닥에는 마물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아카데미의 실습장이 아니었다.

봉인 던전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일 일행은 세 번째 갈림길에서 추격자를 만났다. 거대한 지하 거미들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다리마다 사람 팔뚝만 한 가시가 돋아 있었고, 배에서는 끈적한 실이 흘렀다.

핀은 본능적으로 뒤로 숨었다.

"거미는 반칙이에요……."

이리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동의해. 다리가 너무 많아."

루시아는 방패를 들고 앞으로 섰다.

"내가 막을게!"

카일은 거미 뒤쪽의 바닥을 보았다. 오래된 함정 문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구조대가 조심하지 못해 돌칼 함정을 작동시켰고, 무너진 마물 사체가 길을 막았던 장소.

이번에는 그 함정을 피하는 데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루시아, 세 걸음 물러서서 막으십시오. 거미를 이쪽으로 유도합니다."

"응!"

"이리스, 저 바닥 문양 주변에 빛을 깔아 주세요. 거미 눈이 그쪽을 못 보게."

"함정으로 몰겠다는 거네."

"네."

"역시 전술은 나쁜 짓의 고급 표현이야."

이리스가 손을 펼쳤다. 은은한 빛이 바닥 위를 미끄러졌다. 거미들은 빛을 피하려다 카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카일은 핀에게 말했다.

"왼쪽 벽에 녹슨 손잡이 보입니까?"

"보여요."

"거미 셋이 문양 위에 올라오면 쏘세요."

"손잡이를요?"

"네."

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거미들이 다가왔다. 하나, 둘, 셋.

"지금."

퉁!

화살이 녹슨 손잡이를 때렸다.

철컥.

바닥이 열리고, 양쪽 벽에서 낡은 돌칼이 튀어나왔다. 원래라면 침입자를 갈라 버릴 함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미들을 덮쳤다.

키이이익!

거미 세 마리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남은 거미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루시아가 감탄했다.

"던전 함정도 우리 편이 될 수 있구나!"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은 모두를 싫어합니다. 우리가 먼저 쓰면 됩니다."

라그나가 웃었다.

—마음에 드는 사고방식이군.

카일 일행은 함정을 이용해 거미 떼를 따돌렸다. 무너지는 돌문을 타이밍 맞춰 닫고, 낡은 화살 장치를 역으로 작동시키고, 미끄러운 경사로에 거미들을 흘려보냈다.

핀은 겁먹은 채로도 계속 보았다.

"위에 하나!"

이리스가 빛으로 눈을 멀게 했다.

루시아가 방패로 밀어냈다.

카일이 함정을 열었다.

거미는 아래로 사라졌다.

쿵.

핀은 잠시 침묵하다가 작게 말했다.

"저…… 방금 조금 멋있었나요?"

이리스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조금."

핀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요?"

"지금 질문해서 점수 깎였어."

"아……."

카일은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은 사치였다. 하지만 사치도 가끔은 사람을 살린다.

그들은 마침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검은 쇠로 되어 있었고, 가운데에는 거대한 심장 모양 홈이 파여 있었다. 홈 안에서 붉은빛이 뛰고 있었다.

쿵.

쿵.

심장박동 같은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카일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봉인 던전 중심부 도달

봉인 안정도: 18%. 외부 간섭 지속 중. 내부 수호자 기동 준비 완료.

권장 행동: 도주.

추가 문구: 하지만 도주로가 없습니다.

카일은 상태창을 노려보았다.

'권장 행동을 왜 적은 겁니까?'

예의상.

참으로 도움이 안 되는 예의였다.

심장을 먹은 수호자

검은 문이 열렸다.

안쪽은 거대한 원형 방이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벽에는 낡은 사슬이 수십 개 걸려 있었다. 방 중앙에는 부서진 제단이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결정 조각이 떠 있었다.

그 조각은 아주 작았다. 손톱만 했다.

하지만 카일은 그 안에서 바다처럼 깊은 힘을 느꼈다.

라그나가 처음으로 완전히 조용해졌다.

'라그나?'

—……용의 심장 조각이다.

그 목소리에는 평소의 비웃음이 없었다.

—아주 오래된 용의 심장. 누군가 심장을 찢고, 힘을 나누고, 여기 묻어 두었다. 저걸 건드리면 던전이 깨어난다.

제단 뒤쪽 어둠이 꿈틀거렸다.

거대한 손이 바닥을 짚었다. 이어서 몸이 나타났다. 오우거만 한 크기였지만 살은 거의 없었다. 뼈와 검은 갑옷 조각, 던전의 돌이 뒤섞인 괴물. 가슴 한가운데에는 붉은 결정 파편이 박혀 있었다.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박동 같은 소리가 울렸다.

쿵.

쿵.

이리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저건 초급 던전 보스가 아니야."

카일은 검을 들었다.

"봉인 수호자입니다. 누군가 억지로 깨웠고, 심장 조각의 힘을 먹고 있습니다."

핀은 목소리가 갈라졌다.

"우리가 저걸 잡아야 해요?"

"도망칠 길이 열리려면요."

"역시 듣고 싶던 대답이 아니었어요."

루시아는 방패를 양손으로 잡았다. 두려움이 없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내가 앞에서 막을게."

카일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는 절대 혼자 버티려 하지 마십시오. 한 번 막고, 옆으로 흘리고, 빠집니다."

"응."

"이리스는 가슴의 붉은 결정을 분석해 주세요. 약한 지점이 있을 겁니다."

"시간을 벌어."

"핀은 사슬을 보세요."

핀은 눈을 깜박였다.

"사슬이요?"

"저 수호자는 원래 묶여 있던 놈입니다. 아직 연결된 사슬이 있을 겁니다.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핀은 떨리는 손으로 활을 잡았다.

"찾아볼게요."

수호자가 포효했다.

소리라기보다 돌벽이 갈라지는 진동이었다. 루시아가 방패를 세웠다. 괴물의 팔이 내려쳤다.

콰앙!

루시아의 발이 바닥에 박혔다. 방패 위로 금이 갔다. 하지만 그녀는 버텼다.

"무거워……!"

카일이 옆에서 파고들어 수호자의 손목을 베었다. 낡은 검이 검은 뼈를 긁었다.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 보스라는 말은 괜히 붙는 게 아니었다.

—심장 조각이 갑옷 역할을 하고 있다.

라그나가 말했다.

—겉을 백 번 베어도 소용없다. 심장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쉽게 말해 주십시오.'

—가슴을 찔러라.

'그건 원래 쉬운 말이지만 실행이 어렵습니다.'

수호자가 팔을 휘둘렀다. 카일은 몸을 낮춰 피했다. 뒤쪽 벽이 박살 났다. 돌조각이 비처럼 튀었다.

이리스가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빛, 선으로. 마력 흐름을 보여."

수호자의 가슴 주변에 붉은 선들이 떠올랐다. 심장 조각에서 뻗은 힘이 양팔과 다리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어깨 쪽 선 하나가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오른쪽 어깨! 거기가 불안정해!"

카일이 외쳤다.

"핀!"

"보고 있어요!"

핀은 천장과 벽을 훑었다. 수호자의 오른쪽 어깨에서 이어진 낡은 사슬 하나가 높은 벽의 고리에 걸려 있었다. 거의 끊어져 보였지만 아직 마력은 흐르고 있었다.

"저 사슬을 맞히면 움직임이 멈출지도 몰라요!"

"쏘세요!"

"너무 높아요!"

"핀은 높은 것도 봅니다!"

핀은 울 것 같은 얼굴로 활을 들었다.

수호자가 다시 루시아를 내리쳤다. 루시아는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공격을 흘렸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충격이 그녀를 옆으로 밀어냈다.

"루시아!"

이리스가 작은 보호막을 펼쳐 루시아의 등을 받쳤다. 보호막은 바로 깨졌지만, 루시아가 벽에 부딪히는 것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고마워!"

"말할 힘 있으면 다시 막아!"

"응!"

핀은 숨을 멈췄다.

화살이 날아갔다.

높은 벽의 고리.

정확히 그 중앙.

쨍!

고리가 깨졌다. 사슬이 풀려 수호자의 오른쪽 어깨를 휘감았다. 수호자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카일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달렸다.

바닥의 균열을 밟고, 무너진 제단 조각을 차고, 수호자의 무릎을 타고 올라갔다. 괴물이 왼손을 들어 그를 잡으려 했다.

루시아가 방패를 던졌다.

"카일!"

방패가 괴물의 손을 옆으로 밀었다. 루시아 기준으로 던진 게 아니라 '살짝 밀어 보낸' 것이었겠지만, 방패는 훌륭하게 날아가 괴물의 손을 틀어막았다.

이리스의 빛 마법이 카일의 발밑을 비췄다.

"왼쪽으로 한 발!"

카일은 생각하지 않고 따랐다. 바로 오른쪽에서 검은 가시가 솟구쳤다. 한 발만 늦었어도 몸이 꿰뚫렸을 것이다.

라그나가 검 안에서 포효했다.

—지금이다.

낡은 검이 뜨거워졌다. 검날 위로 붉고 금빛이 섞인 기운이 타올랐다. 그것은 불꽃이 아니라 오래된 용의 숨결 같았다.

카일은 수호자의 가슴 앞에 도착했다.

붉은 심장 조각이 박동했다.

쿵.

카일의 심장도 같은 박자로 뛰었다.

그는 검을 찔러 넣었다.

"이번 생에서 애들 죽이는 건 금지다."

검끝이 심장 조각 옆 균열을 꿰뚫었다.

빛이 터졌다.

용의 심장 조각

수호자의 몸이 굳었다.

검은 뼈와 돌 갑옷이 하나씩 갈라졌다. 가슴의 붉은 결정이 빠져나오며 공중에 떠올랐다. 수호자는 마지막으로 손을 뻗었지만, 루시아가 회수한 방패로 그 손을 밀어냈다.

이번에는 정말 살짝이었다.

괴물은 무너졌다.

쿵.

원형 방에 먼지가 피어올랐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핀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살았다…… 살았죠? 이번엔 진짜 살았죠?"

이리스는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말하지 마. 던전이 들으면 또 뭔가 보낼지도 몰라."

루시아는 방패를 꼭 안고 카일을 보았다.

"다친 데 없어?"

카일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검을 쥔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사실 괜찮지만은 않았다. 방금 심장 조각을 찌르는 순간, 몸속 마나가 전부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전생에 비하면 양호했다.

공중에 떠 있던 붉은 결정 조각이 천천히 카일 쪽으로 다가왔다.

라그나가 말했다.

—받아라.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하지 않은 힘이 어디 있나.

'설득을 참 못하십니다.'

—하지만 필요하다. 네 몸은 아직 약하다. 저 조각은 그 약함을 조금 메워 줄 수 있다.

카일은 손을 뻗었다.

붉은 조각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뜨거운 열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심장이 한 번 세게 뛰었다.

쿵.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특수 성장 아이템 획득

이름: 용의 심장 조각 등급: ??? 효과: 마나 순환 강화, 신체 회복력 상승, 드래곤 계열 유물과 공명.

현재 소유 유물 '낡은 검'과 공명합니다. 라그나 동기율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일은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조각은 빛으로 변해 그의 가슴 안쪽에 스며들었다. 뜨거웠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래 비어 있던 자리에 작은 불씨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리스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방금 그거 뭐야?"

카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보상 같습니다."

"던전 보스 잡고 보상 얻는 건 모험가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전개 아니야?"

"우리가 방금 던전 보스를 잡았습니다."

이리스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루시아가 순수하게 물었다.

"그럼 우리 보물 얻은 거야?"

핀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물보다 출구가 더 좋은데요……."

그 말에 답하듯 제단 뒤쪽 벽이 갈라졌다. 오래된 계단이 드러났다. 위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내려왔다.

카일은 계단을 보기 전에 바닥을 살폈다. 수호자가 무너진 자리 아래에 검은 금속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동전만 한 표식.

한쪽 면에는 검은 투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투구의 눈 부분은 비어 있었고, 그 주위로 그림자가 번지는 모양이었다.

카일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라그나가 낮게 말했다.

—흑갑의 냄새가 난다.

카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전생의 마지막 전장.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동료들을 베어 넘기고, 카일의 목숨까지 빼앗아 갔던 존재.

흑기사.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표식은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 짙은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이리스가 다가와 물었다.

"뭔데?"

카일은 표식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확인하겠습니다. 지금은 나갑니다."

핀은 벌떡 일어났다.

"찬성입니다. 매우 강하게 찬성합니다."

던전 밖의 침묵

숨겨진 계단은 아카데미 지하 대기실 뒤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카일 일행이 벽을 밀고 나오자, 대기실에 있던 조교들이 비명을 질렀다. 정확히는 조교들보다 먼저 핀이 비명을 질렀고, 그 바람에 조교들도 같이 놀랐다.

"사람이에요! 저희 사람입니다!"

핀은 양손을 들고 외쳤다.

브란델 교수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는 이번에는 찻잔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카일!"

카일은 짧게 보고했다.

"귀환 팔찌 차단. 던전 난이도 조작. 봉인 구역 일부 개방. 내부에 고립 학생 다수. 저희가 확인한 안전 루트는 뒤쪽 배수로입니다. 푸른 이끼 갈림길 오른쪽."

브란델 교수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조교들! 구조반 편성해라! 치유반 호출! 제어실 봉쇄!"

아카데미 지하가 순식간에 전장처럼 변했다. 교수들이 뛰어다니고, 조교들이 구조 장비를 챙기고, 치유사들이 들것을 펼쳤다.

잠시 뒤, 카일이 알려 준 배수로를 통해 고립되었던 학생들이 하나둘 빠져나왔다. 울고 있는 학생, 다친 학생, 멍한 얼굴의 학생. 하지만 살아 있었다.

루시아는 그들을 보자마자 치유반을 도왔다. 이리스는 던전 구조를 기억나는 대로 지도 위에 표시했다. 핀은 푸른 이끼 갈림길을 설명하다가 세 번이나 "왼쪽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카일은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몸속 어딘가에서 작은 열이 계속 돌고 있었다. 용의 심장 조각이 마나의 흐름을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강해진 느낌이라기보다는, 막힌 길 하나가 열린 느낌에 가까웠다.

상태창이 조용히 떠올랐다.

던전 실습 비상 상황 생존

주요 목표: 생존 완료. 추가 목표: 고립 학생 구조 지원 완료. 숨겨진 목표: 봉인 수호자 처치 완료.

보상: 용의 심장 조각. 파티 신뢰도 상승. 미확인 세력의 주목도 상승.

카일은 마지막 줄을 보고 눈을 감았다.

'주목도 상승은 보상에서 빼 주면 안 됩니까?'

이미 늦었습니다.

늘 그렇듯 상태창은 불필요하게 정직했다.

브란델 교수가 카일 앞에 섰다.

"너희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다."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이건 사고가 아닙니다."

"안다."

교수의 목소리는 낮았다.

"제어실 담당 조교 한 명이 사라졌다. 기록 수정 흔적도 있다. 누군가 던전의 옛 봉인 정보를 알고 있었다."

카일은 주머니 속 검은 표식을 떠올렸다.

브란델 교수는 그의 눈빛을 보더니 물었다.

"뭔가 찾았나?"

카일은 잠시 망설였다. 교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생에서 카일은 믿을 수 있어 보이는 사람 때문에 여러 번 죽을 뻔했다.

"확인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브란델 교수는 그 대답을 억지로 캐묻지 않았다.

"좋다. 대신 혼자 파고들지 마라."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브란델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대답 안 하는 걸 보니 이미 파고들 생각이군."

"가능하면 피하고 싶습니다."

"그 가능하면이라는 말이 제일 못 믿겠다."

그때 루시아가 카일 쪽으로 달려왔다. 뒤에는 이리스와 핀이 따라왔다. 세 사람 모두 지쳐 보였지만, 살아 있었다.

루시아가 활짝 웃었다.

"카일! 다들 나왔대!"

핀은 거의 바닥에 녹아내릴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던전 실습 반대파가 되겠습니다."

이리스는 팔짱을 끼고 카일을 보았다.

"초급 던전에서 봉인 수호자 잡고 돌아온 소감은?"

카일은 잠시 생각했다.

던전.

보물.

함정.

보스.

음모.

그리고 전원 생존.

양판소 모험담이라면 박수칠 전개였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심장이 여러 번 멈출 뻔한 하루였다.

카일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던전 실습은 항상 터집니다."

핀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다음부터는 들어가기 전에 터졌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요."

루시아는 방패를 들며 말했다.

"다음엔 더 잘 막을게!"

이리스는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음이 있다는 전제가 너무 싫어."

카일도 동의했다.

하지만 주머니 속 검은 표식은 차갑게 식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가슴 안쪽에 스며든 용의 심장 조각과 아주 약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멀리서 그를 바라보는 것처럼.

지하 훈련장 위, 아무도 없는 관제탑 창가.

검은 장갑을 낀 손이 깨진 제어 수정 위에 놓였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살아남았군."

낮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렀다.

"역시 용의 심장은 주인을 알아본다."

그림자는 창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카일은 아직 알지 못했다.

오늘의 던전 실습은 끝난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자가 그를 알아보게 만든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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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막내 용병은 목숨값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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