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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보상은 목숨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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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가 깨진 밤

와장창!

항아리가 깨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조용한 밤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칼처럼 들린다. 하물며 빈 항아리 세 개가 한꺼번에 깨졌으니, 그 소리는 마을 끝 선술집에서 술독에 머리를 박고 자던 용병의 귀까지 찔렀을 것이다.

도적들이 먼저 굳었다.

카일은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마차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며 가장 앞에 있던 절름발이 도적의 무릎을 걷어찼다. 정확히 말하면, 걷어찼다기보다는 온몸을 던져 박았다. 열여섯 살의 몸은 아직 가볍고 힘도 부족했지만, 상대는 썩은 울타리를 넘느라 중심이 무너져 있었다.

"억!"

도적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카일의 작은 칼이 달빛을 받아 짧게 번뜩였다.

푹.

칼끝이 도적의 허벅지를 찔렀다.

깊지는 않았다. 갑옷도 없는 살을 베었지만, 한 번에 사람을 죽일 만큼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도적은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두 번째 항아리보다 더 시끄러웠다.

"습격이다!"

카일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북쪽 울타리! 회색쥐단이다! 말줄부터 노린다!"

도적 둘이 동시에 카일을 쳐다봤다.

그 눈빛이 아주 볼만했다.

'저 꼬맹이가 우리 이름을 어떻게 알지?'

딱 그런 표정이었다.

카일은 대답 대신 뒤로 굴렀다.

후웅!

도적의 몽둥이가 방금 전까지 그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전생이었다면 그 한 방에 턱이 부서졌을 것이다. 아니, 전생의 그날에는 애초에 이 공격이 오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카일은 놈이 오른손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버릇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크게 휘두르고, 두 번째는 짧게 찍는다. 힘은 좋지만 발이 느리다. 겁먹은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익숙한 놈이지, 먼저 움직이는 상대를 상대하는 데 익숙한 놈은 아니었다.

"이 새끼가!"

도적이 다시 달려들었다.

카일은 뒤로 물러나는 척하다가 마차 아래 숨겨 두었던 기름 묻은 천 쪽으로 몸을 틀었다.

도적은 그대로 밟았다.

쭉.

"어?"

세상에는 많은 비극이 있다.

전장에서 화살을 맞는 것. 독이 든 술을 마시는 것. 믿었던 동료에게 뒤통수를 맞는 것.

그리고 멋지게 달려들다가 기름 묻은 천을 밟고 엉덩방아를 찧는 것.

쿵!

도적의 엉덩이가 땅을 때렸다.

카일은 그 얼굴 앞에 칼을 들이밀었다.

"움직이면 코부터 벤다."

목소리는 낮았다.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아니, 손은 떨렸다. 손가락 끝도 차가웠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전생에서 수없이 들었던 고참 용병들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도적은 눈을 부릅떴다.

그때 막사 안에서 난리가 났다.

"뭐야!"

"습격?"

"내 바지 어디 갔어!"

마지막 외침은 브람이었다.

카일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저 인간은 꼭 이런 순간에도 바지를 찾지.'

하지만 그 난장판 속에서도 검은개 용병단은 용병단이었다. 욕설이 터지고,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잠에서 덜 깬 용병들이 무기를 움켜쥐고 튀어나왔다.

도적들은 당황했다.

전생에서는 그들이 먼저 소란을 만들었다. 말을 풀어 뛰게 하고, 막사에 불을 지르는 척하며, 보급 마차를 털었다. 사람은 갑작스러운 혼란 앞에서 늘 늦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란을 만든 쪽이 카일이었다.

그리고 카일은 놈들이 뭘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겁쟁이의 지휘

"말줄 잡아!"

카일이 외쳤다.

"린! 왼쪽 마차 밑! 거기 한 놈 숨어 있다!"

막사 입구에서 단검을 들고 나오던 린이 눈을 크게 떴다.

"뭐?"

"엎드려!"

카일의 외침과 동시에 마차 밑에서 도적 하나가 튀어나왔다. 손에는 짧은 투척용 칼이 들려 있었다. 놈은 린의 다리를 노리고 던지려 했다.

하지만 린은 이미 몸을 낮추고 있었다.

칼은 그녀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 막사 기둥에 박혔다.

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가 곧바로 붉어졌다.

"이 쥐새끼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낡은 냄비 뚜껑을 그대로 던졌다.

깡!

도적의 이마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사람 머리에서 나면 안 될 것 같은 소리였지만, 카일은 듣고 조금 안심했다.

브람은 바지를 반쯤 걸친 채 뛰어나왔다.

한 손에는 도끼, 다른 손에는 아직 허리끈이 제대로 묶이지 않은 바지가 들려 있었다.

"막내야! 이게 무슨 난리냐!"

"북쪽 셋! 마차 뒤 둘! 우두머리는 숲길에 남아 있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저 왼손잡이부터 막아!"

"왼손잡이?"

브람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다른 도적들보다 덩치가 크고, 낡은 가죽 갑옷을 걸쳤으며, 오른손에는 방패 비슷한 나무판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무기는 왼손의 곡도였다.

전생에서 카일은 저 곡도에 어깨를 찢겼다. 놈은 오른손 방패로 시선을 끌고, 왼손 칼로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처음 상대하면 당하기 쉬웠다.

"오른쪽 보는 척하고 왼쪽을 베어!"

카일이 다시 외쳤다.

브람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평소에는 조금 멍청해 보였지만 전투 때만큼은 달랐다. 그는 카일의 말을 듣자마자 도끼를 낮게 내렸다.

도적 우두머리의 곡도가 브람의 왼쪽 옆구리를 노렸다.

그보다 먼저 브람의 도끼 자루가 곡도 손목을 후려쳤다.

퍽!

"크악!"

곡도가 땅에 떨어졌다.

브람은 눈을 번쩍 떴다.

"어라? 진짜네?"

"감탄은 나중에 해!"

카일은 바닥에 쓰러진 도적의 칼을 걷어차 멀리 보냈다. 그러고는 깨진 항아리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칼보다 훨씬 조잡했다.

하지만 오늘 밤 카일에게 필요한 건 멋진 검술이 아니었다.

눈.

귀.

그리고 언제 소리쳐야 하는지 아는 타이밍.

"로만! 뒤로 빠져! 네 뒤!"

감자 상인이 되겠다던 잡일꾼 로만이 멍하니 돌아섰다. 그의 등 뒤에서 도적 하나가 몽둥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로만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몽둥이가 허공을 갈랐다.

그 틈을 린이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냄비 뚜껑이 아니라 장작이었다. 그녀는 장작을 두 손으로 잡고 도적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빠각.

"아아악!"

도적이 자기 정강이를 붙잡고 뛰었다. 한쪽 다리로 뛰는 꼴이 꽤 우스웠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웃기에는 밤이 너무 날카로웠다.

카일은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따끔거렸다. 심장은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무섭다.

분명 무서운데, 머리는 차가웠다.

전생에서 수없이 후회했던 장면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어디서 나오는지, 누가 어떤 실수를 하는지, 누가 죽을 뻔했는지.

그 모든 기억이 지금은 저주가 아니었다.

무기였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작고 사나운 웃음이었다.

"뭐야, 막내야."

브람이 도적 우두머리와 힘겨루기를 하며 소리쳤다.

"너 오늘 왜 이렇게 무섭냐?"

카일은 항아리 조각을 움켜쥐고 대답했다.

"살아 보니까 알겠더라고."

"뭘?"

"겁쟁이가 오래 살면, 어디서 죽을지 먼저 보인다!"

브람이 잠깐 멈칫했다.

그러더니 크게 웃었다.

"하! 마음에 드는 말이군!"

그 웃음과 함께 그의 도끼가 도적 우두머리의 방패를 박살 냈다.

판이 뒤집히다

검은개 용병단의 단장 갈론이 나타난 것은 그 직후였다.

그는 잠옷 차림도 아니고, 술에 취한 모습도 아니었다. 애초에 갈론은 술을 마셔도 칼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는 사람이었다. 한쪽 눈으로도 어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는, 가죽 갑옷 위에 망토만 걸친 채 걸어왔다.

느린 걸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도적들이 한 발씩 물러났다.

"소란스럽군."

갈론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두 들었다.

"누가 설명하지?"

카일은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도적 우두머리가 외쳤다.

"물러나! 틀렸다!"

놈은 판단이 빨랐다.

습격은 이미 실패했다. 말은 풀리지 않았고, 마차는 털리지 않았으며, 용병들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깨어났다. 더 버티면 도망도 못 간다.

도적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카일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숲길로 몰지 마!"

그가 소리쳤다.

"저놈들 도망치면서 덫 깔아! 오른쪽 개울 쪽으로 몰아!"

갈론의 외눈이 카일에게 꽂혔다.

차갑고 묵직한 시선이었다.

전생에서 카일은 그 시선 앞에 늘 어깨를 움츠렸다. 단장의 눈에 들고 싶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갈론은 사람을 꿰뚫어 보는 자였다. 게으름, 거짓말, 공포 같은 것들을 잘라 내듯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카일은 갈론을 똑바로 보며 다시 말했다.

"숲길은 놈들 길입니다. 개울 쪽은 진흙이라 발이 묶입니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갈론이 손을 들었다.

"들었나?"

용병들이 멈칫했다.

"오른쪽 개울로 몰아라."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용병들이 도적들을 밀어붙였다. 브람이 앞에서 도끼를 휘두르고, 린과 잡일꾼들이 뒤에서 돌과 장작을 던졌다. 평소라면 싸움에 끼지도 못했을 잡일꾼들까지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카일의 목소리가 있었다.

"왼쪽 막아!"

"말 뒤로 가지 마! 차이면 죽어!"

"그놈은 다친 척하는 거야! 손 봐!"

"로만, 너는 제발 서 있지 말고 엎드려!"

로만은 정말 얌전히 엎드렸다. 살면서 가장 현명한 행동이었다.

도적 셋은 붙잡혔고, 둘은 다리를 절며 도망쳤으며, 우두머리는 개울 진흙에 발이 빠져 브람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놔! 놓으라고!"

"싫은데."

브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바지 끈 묶을 시간도 안 주고 쳐들어온 놈은 벌을 받아야지."

도적 우두머리는 그 말이 더 무서웠는지 조용해졌다.

마침내 소란이 잦아들었다.

불은 번지지 않았다.

말도 달아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도 없었다.

카일은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전생에서는 두 명이 죽었다. 잡일꾼 막사 옆에서 피가 흘렀고, 로만은 감자 상인이 되겠다는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싸늘해졌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용병단은 굶주렸고, 다친 사람들은 제때 약을 못 발라 상처가 곪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마차도 지켰다.

그리고 카일은 우연히 살아남은 꼬맹이가 아니었다.

그는 판을 읽고, 사람을 움직였고, 결과를 바꿨다.

그때 갈론이 다가왔다.

카일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세웠다.

갈론은 한참 동안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름."

"카일입니다."

"잡일꾼 카일."

"예."

"회색쥐단을 알고 있었나?"

카일은 아주 짧게 망설였다.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예. 제가 한 번 죽고 여섯 해 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이렇게 말하면 갈론은 그를 미친놈으로 보거나, 더 나쁘게는 수상한 마법의 표본으로 볼 것이다.

카일은 적당한 거짓말을 골랐다.

전생의 용병 생활이 알려 준 좋은 거짓말의 조건은 간단했다. 전부 꾸미지 말 것. 사실 몇 조각을 섞을 것. 그리고 상대가 이미 의심하고 싶은 방향으로 길을 터 줄 것.

"낮에 숲길에서 수상한 발자국을 봤습니다."

"발자국?"

"말발굽은 아닌데 여러 명이 오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울타리 썩은 곳도 일부러 건드린 것 같았고요. 회색 천 조각도 발견했습니다."

회색 천 조각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회색쥐단 놈들 옷에 회색 천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갈론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보고 항아리를 세워 뒀다?"

"예."

"기름 묻은 천도?"

"쥐덫입니다."

옆에서 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쥐덫이었네."

브람은 카일의 등을 세게 쳤다.

퍽!

카일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크하하! 막내가 쥐를 제대로 잡았군!"

"등 부러집니다."

"용병은 그 정도로 안 부러져!"

"저 아직 용병 아닙니다."

그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카일은 아차 싶었다.

전생에서는 이 습격이 끝난 뒤 정식 용병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우연히 도적의 발목을 벤 꼬맹이가 아니라, 습격을 예측하고 지휘한 이상한 잡일꾼이 되었다.

갈론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 아직 아니지."

그는 허리춤에서 작은 철패 하나를 꺼냈다.

검은개 문양이 새겨진 용병패였다.

전생에서 카일은 이걸 받았을 때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다. 드디어 소속이 생겼다고, 굶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달랐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갈론은 철패를 카일에게 던졌다.

카일은 반사적으로 받아 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을 때렸다.

"오늘 밤부터 너는 검은개 용병단의 막내다."

갈론이 말했다.

"다만."

그 한마디에 카일의 어깨가 굳었다.

"내일 아침, 네가 본 것과 네가 한 것을 다시 설명해라. 거짓말을 하면 그때는 쫓아낸다."

"알겠습니다."

갈론은 등을 돌렸다.

그러다 멈춰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좋은 판단이었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카일에게는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전생에서 그는 칭찬에 굶주려 있었다. 누군가 잘했다고 말해 주면 그 한마디로 며칠을 버텼다. 그 사실이 조금 창피했지만,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었다.

카일은 손바닥의 용병패를 내려다보았다.

검은개 문양.

첫 번째 삶의 진흙탕 입구.

그리고 두 번째 삶의 첫 계단.

이번에는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올라갈 계단이었다.

숨겨진 마차

도적들을 묶고 난 뒤, 갈론은 포로 심문을 시작했다.

심문이라고 해 봐야 대단한 건 아니었다. 갈론이 의자에 앉고, 브람이 뒤에서 도끼를 갈고, 도적들이 알아서 입을 여는 방식이었다. 세상에는 고문보다 무서운 것이 있다. 무표정한 단장과 즐겁게 도끼날을 닦는 붉은 수염 용병이다.

카일은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

대신 마차 주변을 다시 살폈다.

린이 따라왔다.

"너 뭐 찾냐?"

"목숨값."

"뭐?"

"농담이야."

농담은 아니었다.

전생의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간질이고 있었다.

회색쥐단은 그날 밤 보급품만 턴 게 아니었다. 나중에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지만, 놈들은 라벤 마을 근처에서 어떤 상단의 숨겨진 보급 마차를 먼저 털고 왔다고 했다. 그 마차에는 전쟁터로 보내질 약품과 무기 몇 점이 실려 있었다.

전생의 검은개 용병단은 그걸 몰랐다.

도적들이 훔친 물건은 대부분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얼마 뒤 암시장에 풀렸다는 소문만 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적들이 제대로 털기도 전에 잡혔다.

그렇다면 물건은 아직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카일은 붙잡힌 도적들 쪽을 힐끗 보았다. 우두머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다른 놈들은 식량 자루를 훔치려 했다고만 떠들었다.

'거짓말.'

회색쥐단은 굶주린 잡도적이지만, 단순한 바보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용병단 근처까지 온 이유가 단지 빵 몇 자루 때문일 리 없었다.

카일은 북쪽 숲길 입구로 향했다.

린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야. 밤에 숲으로 가려고?"

"멀리 안 가."

"그 말 하고 멀리 가는 놈들 많이 죽었어."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하려 했어."

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내가 왜?"

"너 눈 좋잖아. 그리고 아까 냄비 뚜껑도 잘 던졌고."

"칭찬이야?"

"이번엔 좋은 말이야."

린은 잠시 카일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딱 숲 입구까지만."

"그래."

"뭔가 튀어나오면 네가 먼저 맞아."

"그건 좀 다시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은 작은 등불 하나를 들고 숲길로 들어섰다. 밤의 숲은 낮과 달랐다. 나무들은 키가 두 배쯤 커진 것 같았고, 풀벌레 소리는 꼭 누군가 수군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카일은 발자국을 따라갔다.

전생의 그는 추적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용병으로 여섯 해를 구르다 보면 싫어도 배우는 것이 있다. 진흙에 찍힌 발의 깊이, 꺾인 풀의 방향, 부러진 나뭇가지의 높이.

그리고 지금은 미래의 기억이 있었다.

"여기."

카일은 숲길 옆 덤불을 헤쳤다.

린이 등불을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덤불 안쪽에 짐승 가죽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카일이 가죽을 걷어 내자 작은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퀴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마차 옆면에는 상단 문양이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린이 숨을 삼켰다.

"이게 뭐야?"

"쥐구멍에 숨긴 치즈."

"너 정말 오늘 말투 이상해."

카일은 마차 뒤의 잠금쇠를 살폈다. 급히 숨긴 탓인지 자물쇠는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다. 그는 녹슨 작은 칼로 틈을 벌렸다.

딸깍.

마차 문이 열렸다.

안에는 나무 상자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곡식 자루가 몇 개, 낡은 담요 묶음, 그리고 작은 금속 상자 하나.

카일의 시선은 곧장 금속 상자에 박혔다.

전쟁터에서 좋은 물건은 대개 세 가지 모습으로 숨어 있다. 너무 평범해서 지나치기 쉽거나, 너무 더러워서 만지기 싫거나, 너무 단단히 잠겨 있어서 누가 봐도 수상하거나.

이건 세 번째였다.

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열어 봐?"

"열어 봐야지."

"단장한테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보고는 할 거야. 내용물 확인하고."

"그게 도둑놈 논리 아니야?"

"용병식 확인 절차야."

"그게 도둑놈 논리잖아."

카일은 못 들은 척했다.

금속 상자는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안에는 얇은 완충 천에 싸인 유리병 세 개가 있었다. 병 안의 액체는 푸른빛과 붉은빛 사이 어딘가에서 은은하게 흔들렸다.

카일의 눈이 커졌다.

"희귀 포션."

"포션이면 다 좋은 거 아니야?"

"싼 포션은 상처에 바르면 따갑고 끝이야. 이건 다르다."

그는 병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병목에 작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하얀 뱀이 자기 꼬리를 문 문양.

"상급 회복 포션은 아니지만, 전장용 재생 포션에 가까워. 깊은 상처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이야."

"비싸?"

"너와 나를 통째로 팔아도 한 병 못 살걸."

린은 즉시 한 걸음 물러났다.

"나 팔지 마."

"비유야."

"네 비유는 신뢰가 안 가."

카일은 포션 세 병을 다시 천으로 감쌌다. 가슴이 조용히 뛰었다. 전생에서 이런 포션 하나만 있었어도 살아남았을 순간들이 있었다. 깊은 창상, 독이 번지는 상처, 피가 멈추지 않던 밤.

목숨은 늘 값이 붙어 있었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에게 그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 목숨값이 들려 있었다.

그때였다.

마차 안쪽, 곡식 자루 아래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빛났다.

카일은 자루를 밀어냈다.

거기에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처음 보자마자 훌륭한 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검집은 낡았고, 손잡이 가죽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장식도 거의 없었다. 귀족들이 좋아하는 보석도, 성기사들이 자랑하는 문양도 없었다.

그저 오래된 검.

전장에서 굴러다니다 잊힌 것 같은 검.

하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카일은 손을 뻗었다.

검 손잡이에 손끝이 닿는 순간.

쿵.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아니, 심장이 아니라 검이 뛴 것 같았다.

아주 낮고 깊은 울림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뭐였어?"

"너도 느꼈어?"

"응. 등불이 흔들렸어."

카일은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손에 잘 맞았다. 열여섯 살의 얇은 손가락이 손잡이를 감싸자, 낡은 가죽끈이 미세하게 꿈틀거린 듯했다.

카일은 숨을 멈췄다.

상태창이 저절로 떠올랐다.

알 수 없는 낡은 검

등급: 확인 불가

상태: 봉인됨

설명: 오래전 불꽃과 비늘의 기억을 품었던 검입니다.

현재 사용자는 진정한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카일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불꽃.

비늘.

그 두 단어는 아무 데나 붙는 말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불꽃과 비늘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드래곤.

카일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검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니."

카일은 검을 다시 보았다.

낡고 볼품없지만,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한 붉은 빛이 검집 틈 사이로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건 내가 가져간다."

"단장이 허락할까?"

"허락하게 만들어야지."

"오늘 너 진짜 겁이 없어졌네."

카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겁은 많아."

그는 검을 품에 안았다.

"그래서 좋은 무기가 필요해."

첫 번째 보상

마차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은 갈론은 처음으로 진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눈썹 하나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을 뿐이다. 하지만 갈론을 오래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그건 갈론식으로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춘 것이나 다름없는 반응이었다.

"숨겨진 보급 마차라."

갈론은 포션 상자를 확인하고, 곡식 자루와 담요, 무기 몇 점을 살폈다. 도적 우두머리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들은 용병단 습격 전에 이 마차를 발견했고, 물건을 나눠 싣기 전 더 큰 먹잇감인 검은개 용병단의 보급품까지 노리려 했다고 했다.

욕심이 목을 조른 셈이었다.

갈론은 포션 세 병 중 두 병을 용병단 보급품으로 돌렸다. 남은 한 병은 카일에게 던졌다.

카일은 얼떨결에 받았다.

"제가 가져도 됩니까?"

"네가 찾았다."

"하지만 비싼 물건입니다."

"그래서 하나만 주는 거다."

역시 갈론이었다.

인심이 후한 듯하면서도 계산이 정확했다.

카일은 포션 병을 품 안에 넣었다. 작은 유리병 하나가 가슴 근처에 닿자 이상하게 든든했다. 마치 오늘 밤 그가 번 돈이 아니라, 되찾은 목숨 조각 같았다.

그리고 검.

갈론은 낡은 검을 한참 바라보았다.

"좋은 검은 아닌 것 같군."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상태창이 확인 불가라고 했다. 갈론의 눈에도 그냥 낡은 검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가지고 싶나?"

"예."

"이유는?"

"제 칼보다 깁니다."

브람이 옆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크흡!"

린은 아예 고개를 돌렸다. 어깨가 떨렸다.

갈론도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움직였다.

"훌륭한 이유군."

카일은 뻔뻔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검은 가져라. 대신 네 몫의 첫 급료에서 장비값을 깎겠다."

카일의 얼굴이 굳었다.

"얼마나 깎습니까?"

"내가 정한다."

"그건 강도 아닙니까?"

"방금 도적을 잡았으니 강도는 아니다."

갈론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카일은 깨달았다.

검은개 용병단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도적 우두머리가 아니었다. 합법적으로 월급을 깎는 단장이었다.

그래도 검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낡은 검을 허리에 찼다. 아직 제대로 된 검대가 없어 끈으로 묶어야 했지만, 그래도 허리춤에 무게가 생겼다.

전생에서 그는 언제나 남이 주는 싸구려 무기를 썼다. 부러지면 욕먹고, 잃어버리면 맞고, 좋은 검은 구경만 했다. 자기 검을 가져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달랐다.

비록 낡고, 수상하고, 어쩌면 월급을 몇 달이나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검이지만.

이건 그의 선택으로 얻은 검이었다.

그 순간, 카일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첫 번째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조건 달성: 회색쥐단 습격 피해 최소화

조건 달성: 생존자 전원 확보

조건 달성: 숨겨진 보급 마차 발견

미정산 보상 1개가 정산됩니다.

카일은 숨을 멈췄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듯했다. 브람은 잡힌 도적의 신발을 벗기고 있었고, 린은 로만에게 "다음에도 멍하니 서 있으면 내가 먼저 때린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갈론은 보급품 목록을 확인 중이었다.

오직 카일만이 허공의 글자를 보고 있었다.

보상 지급

신규 특성: 전투 감각

설명: 전투 중 위험한 흐름을 더 빠르게 감지합니다. 상대의 움직임, 거리, 빈틈을 읽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주의: 감각은 판단을 돕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하면 맞습니다.

카일은 마지막 문장을 보고 입꼬리를 씰룩였다.

"친절한데 기분 나쁘네."

상태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세상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소리가 먼저였다.

모닥불이 타는 소리, 묶인 도적의 거친 숨소리, 브람의 도끼가 돌에 스치는 소리, 린이 발끝으로 땅을 톡톡 치는 소리. 모두 따로 들렸다. 전에는 한 덩어리의 소음이었는데, 지금은 실처럼 풀려 있었다.

그다음은 거리였다.

브람이 손을 뻗으면 어디까지 닿을지, 린이 단검을 던지면 어느 각도로 날아갈지, 로만이 또 넘어지면 누구 발목을 잡을지.

쓸데없는 것까지 보였다.

특히 로만의 넘어질 가능성이 너무 선명했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잠시 뒤, 로만이 빈 자루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으악!"

방금 전 카일이 서 있던 자리였다.

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방금 알고 피했지?"

카일은 태연하게 말했다.

"로만은 원래 잘 넘어져."

로만이 바닥에서 억울하게 외쳤다.

"나도 오늘은 안 넘어질 줄 알았어!"

"그게 문제야."

카일은 웃었다.

전투 감각.

대단한 마법은 아니었다. 힘이 갑자기 두 배가 된 것도 아니고, 검술이 천재처럼 바뀐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 기사와 싸우면 여전히 세 번 안에 바닥을 구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카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재능이 부족했다.

힘도 약하고, 마력도 없고, 몸도 아직 여렸다.

대신 그는 오래 굴렀다.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픈지, 언제 도망쳐야 사는지, 누구 뒤에 숨어야 욕만 먹고 끝나는지 배웠다. 이제 그 경험 위에 감각이 더해졌다.

살아남는 법이 한층 날카로워진 것이다.

목숨값의 의미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검은개 용병단의 임시 야영지는 다시 조용해졌다.

도적들은 묶인 채 마차 옆에 모여 있었고, 보급품은 단단히 정리되었다. 용병들은 투덜거리며 다시 잠자리를 찾았다. 누군가는 내일 아침에 술을 다시 마시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오늘 밤 일당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람은 카일 옆에 주저앉았다.

"막내야."

"예."

"아까 솔직히 말해 봐라. 무서웠냐?"

카일은 잠시 생각했다.

전생의 그는 이런 질문에 늘 허세를 부렸다.

안 무서웠습니다.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는 할 만했습니다.

그런 말을 해야 용병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겁먹은 티를 내면 무시당하고, 무시당하면 더 위험한 일에 밀려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겁이 없는 놈이 오래 사는 게 아니다.

겁을 제대로 쓰는 놈이 오래 산다.

"무서웠습니다."

브람이 눈을 깜빡였다.

카일은 덧붙였다.

"죽을까 봐 무서웠고, 누가 죽을까 봐 더 무서웠습니다."

브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그는 카일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그 정도면 됐다. 무섭다는 걸 아는 놈이 방패도 들고, 뒤도 보고, 동료도 챙긴다."

"칭찬입니까?"

"나쁜 말은 아니다."

"린이랑 말투가 비슷해지셨습니다."

"그건 욕이냐?"

"아닙니다."

"그럼 됐다."

브람은 낄낄 웃으며 일어났다.

카일은 혼자 남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쪽 끝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밤이 물러나고 새벽이 오고 있었다.

그는 품 안의 포션을 만졌다.

차가운 유리병.

허리의 낡은 검.

손바닥에 남은 용병패의 감촉.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생긴 새로운 감각.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전생에서 우연히 살아남았던 밤을, 이번에는 자신의 손으로 바꿨다. 죽은 사람은 없었고, 잃은 물건도 없었고, 오히려 목숨값보다 비싼 포션과 수상한 검을 얻었다.

카일은 작게 웃었다.

'목숨값이라.'

한 번 죽은 대가로 돌아왔다면, 그 보상은 금화 몇 닢으로 끝날 수 없었다.

그의 목숨은 싸지 않았다.

전생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막내의 목숨은 흔했고, 가난한 용병의 죽음은 숫자로만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정산할 것이다.

카일은 낡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은 조용했다.

하지만 아주 깊은 곳에서, 마치 잠든 짐승이 숨을 쉬는 듯한 미세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는 낮게 속삭였다.

"이번 생의 첫 보상은 받았다."

새벽바람이 지나갔다.

상태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카일의 손안에서 낡은 검이 아주 희미하게 따뜻해졌다.

마치 누군가 오래 잠든 채, 꿈속에서 웃은 것처럼.

카일은 그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첫 번째 위기는 끝났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진짜로 위험한 일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두렵기만 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는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이번에는 막내로 죽지 않는다.

카일은 밝아오는 하늘 아래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허리에 찬 낡은 검이 가볍게 흔들렸다.

두 번째 삶의 첫날이, 이제야 제대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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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막내 용병은 목숨값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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