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책에 포함된 노트번개섬의 마지막 지도

웃지 않는 인형극단

Views 103약 11분생성형 AI 활용

검은 커튼을 단 배

종소리는 바다 위에서 왔다.

딸랑.

딸랑.

처음에는 부러진 돛대에 매달린 고리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겁쟁이의 행운호에는 그런 고리가 없었다. 톰바 선장은 자기 배에 달린 수상한 물건 목록을 모두 외우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 목록은 보통 사람의 장보기 목록보다 세 배는 길었다.

"저 소리는 우리 배 소리가 아니네."

톰바가 키 뒤로 반쯤 숨으며 말했다.

"그럼 좋은 소식인가요?" 리오가 물었다.

"남의 배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는 대체로 더 나쁜 소식이지."

삐딱부리는 돛대 위에서 수평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실을 담아 둔 작은 병이 리오의 품속에서 달그락거렸다. 병 속의 실은 바람과 상관없이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리오는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 그어진 검은 선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선은 점점 커졌다. 돛이 아니었다. 커튼이었다. 거대한 검은 커튼이 돛대처럼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하얀 실들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 커튼을 단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져 오고 있었다.

배라기에는 너무 넓고, 극장이라기에는 너무 조용했다. 선수에는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는데, 웃는 얼굴은 이상할 만큼 슬퍼 보였고 우는 얼굴은 이상할 만큼 즐거워 보였다.

커튼 한가운데에는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오늘의 공연: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드립니다.

그 아래, 더 작은 글씨가 천천히 번졌다.

박수는 세 번까지. 웃음은 한 번만. 이름은 절대 먼저 말하지 마시오.

리오는 조개가 보여 준 미래의 경고를 떠올렸다.

박수치지 마라. 웃지 마라. 인형이 먼저 울 때까지 이름을 말하지 마라.

"저게…"

삐딱부리가 낮게 말했다.

"웃지 않는 인형극단."

톰바의 얼굴이 금세 밀가루 반죽처럼 하얘졌다.

"나는 인형극을 싫어하네. 사람이 움직이는 것도 충분히 불안한데, 나무가 움직이면 예의상 더 불안해져야 하지 않나."

"도망칠 수 있어?" 리오가 물었다.

삐딱부리는 검은 실이 담긴 병을 보았다.

"이미 초대장을 받았어. 도망치면 극단이 따라와. 따라오지 못하면… 우리가 있는 바다를 무대로 바꾸지."

그 말이 끝나자, 겁쟁이의 행운호 주변 바다가 달라졌다.

파도가 멎었다. 대신 검은 물결 위로 둥근 불빛들이 하나둘 켜졌다. 마치 객석의 등불 같았다. 바다 위에 의자 그림자가 떠올랐고, 아무도 앉지 않았는데도 낡은 나무 의자들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박수 소리.

짝.

짝.

짝.

아무도 손뼉을 치지 않았는데, 바다가 박수를 쳤다.

톰바가 두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나는 방금 아무것도 치지 않았네. 내 손은 결백하네."

"입도 조심해요." 리오가 말했다. "웃으면 안 돼요."

"그건 쉽네. 지금 전혀 웃기지 않으니까."

삐딱부리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방금 한 게 조금 웃겼다는 게 문제야."

리오는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커튼이 스르르 열렸다.

극장 배의 갑판이 무대로 바뀌었다. 붉은 조명이 켜졌고, 낡은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건반을 누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대 중앙에 인형 세 구가 서 있었다.

첫 번째 인형은 둥글고 작은 선장 복장을 하고 있었다. 콧수염은 양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었고, 한쪽 눈에는 검은 안대가 있었다.

톰바가 숨을 들이켰다.

"저건 나를 닮았군."

"아니야." 삐딱부리가 말했다. "저 인형이 조금 더 용감해 보여."

톰바가 대꾸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웃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까스로 기억한 얼굴이었다.

두 번째 인형은 목에 붉은 리본 자국을 단 갈매기였다. 부리는 삐딱했고, 눈빛은 지나치게 잘난 척하고 있었다.

"저건 명예훼손이야." 삐딱부리가 말했다.

"꽤 닮았는데." 리오가 속삭였다.

"너까지?"

세 번째 인형은 리오였다.

작은 외투, 젖은 머리카락, 품에 무언가를 숨기듯 움켜쥔 손. 그런데 그 얼굴에는 웃음도 울음도 없었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무대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객 여러분, 오늘 밤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커튼 사이에서 키 큰 여자가 걸어 나왔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어깨 위에는 회색 외투가 걸쳐져 있었다. 얼굴은 흰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면에는 반쯤 열린 눈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리오의 손이 저절로 지도 조각을 붙잡았다.

회색 외투.

여자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잃어버린 표정을 되찾고 싶은 사람은 박수를 치십시오. 잊어버린 이름을 되찾고 싶은 사람은 웃으십시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자기 이름을 말하십시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래서 위험했다.

톰바가 작게 속삭였다.

"나는 박수도, 웃음도, 이름도 당분간 휴업하겠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무대 위의 리오 인형이 고개를 들었다.

인형의 유리눈이 진짜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

리오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인형의 목소리는 리오 자신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어릴 적 문 앞에 앉아 기다리던 밤의 목소리.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

"아버지, 돌아와요."

리오는 손가락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대 뒤의 여자가 말했다.

"이야기는 늘 기다림에서 시작되지요."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하얀 실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훔쳐 간 표정

첫 번째 실은 톰바의 입가에 닿았다.

톰바가 움찔했다. 다음 순간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겁먹은 눈, 떨리는 입술, 억지로 짓던 농담의 주름까지 모두 사라졌다. 톰바의 얼굴은 매끈한 나무판자처럼 굳었다.

"선장님!" 리오가 외쳤다.

톰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대 위의 톰바 인형이 활짝 웃었다.

인형은 과장된 몸짓으로 키를 잡고 외쳤다.

"나는 겁쟁이가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용감한 선장이다!"

객석 없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짝짝짝짝짝.

톰바의 실제 몸이 한 걸음 앞으로 끌려갔다. 그의 팔과 다리에 하얀 실이 감기기 시작했다. 리오는 그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갑판 바닥에서 검은 실들이 뱀처럼 올라와 발목을 붙잡았다.

삐딱부리가 날아올랐다.

"리오, 움직이지 마! 실은 버둥거릴수록 더 세게 묶어!"

두 번째 실이 삐딱부리에게 날아왔다.

삐딱부리는 재빨리 피했다. 하지만 실은 바람처럼 휘어 그의 목덜미를 스쳤다. 붉은 리본이 있던 자국에서 검은 선이 번졌다.

삐딱부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대 위의 갈매기 인형이 부리를 열었다.

"나는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삐딱부리의 목소리였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아무 잘못도 없다."

삐딱부리의 날개가 굳었다. 그는 공중에서 떨어져 난간에 부딪혔다.

"거짓말…"

"거짓말만은 아니지요."

가면 쓴 여자가 말했다.

"가장 잘 움직이는 인형은 진실을 조금 넣어 만든답니다."

세 번째 실이 리오를 향해 뻗었다.

리오는 피하려 했지만, 실은 그의 손목을 감았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실은 아버지의 손처럼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무대 위의 리오 인형이 말했다.

"나는 아버지만 찾으면 된다."

리오의 숨이 막혔다.

"아버지만 돌아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

"아니야."

리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았다.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인형의 말에 대답하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만 돌아온다면.

그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안개 시장에서 기억의 온기를 잃었을 때도, 거꾸로 흐르는 바다에서 어제의 자신을 만났을 때도, 폭풍 속에서 아론의 이름표를 보았을 때도, 리오는 수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만 돌아온다면.

그 말은 너무 달콤했다.

실은 그 달콤함을 알고 있었다.

리오의 손목에서 팔꿈치로, 어깨로, 가슴으로 하얀 실이 올라왔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무대 위의 리오 인형이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진짜 리오의 다리도 같은 방향으로 끌려갔다.

톰바는 이미 무대 가까이까지 끌려가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다. 삐딱부리는 작은 새장 모양의 실 속에 갇혀 날개를 퍼덕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리오는 조개가 보여 준 장면을 떠올렸다.

톰바의 팔과 다리에 묶인 실.

새장 속 삐딱부리.

인형의 가슴에 박힌 세 번째 지도 조각.

"인형이 먼저 울 때까지…"

리오는 중얼거렸다.

"이름을 말하지 마라."

가면 쓴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경고를 들었군요. 거꾸로 흐르는 바다가 참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었네요."

"당신은 누구야?"

여자는 웃었다. 가면 위에 그려진 눈이 조금 더 열리는 듯했다.

"아직 이름을 말할 때가 아니랍니다. 이름은 줄을 거는 못이 되니까요."

"회색 외투지." 삐딱부리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냈다. "줄을 당기는 손."

여자는 삐딱부리를 보았다.

"붉은 리본의 배신자는 여전히 말이 많군요."

리오는 그 말을 듣고 확신했다.

그녀는 회색 외투들 중 하나다. 안개 시장에서 멀리서 지켜보던 눈, 폭풍의 노래를 왜곡하던 손, 그리고 지금 이 무대를 움직이는 사람.

여자는 손을 들어 올렸다.

무대 위 인형들이 동시에 절을 했다.

"이제 공연의 절정입니다. 관객 여러분, 주인공이 자기 이름을 말하면 잃어버린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리오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검은 커튼 뒤에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넓은 어깨.

낡은 파란 외투.

한쪽만 올라가는 입꼬리.

아론 베일.

혹은 아론 베일처럼 보이도록 만든 무언가.

그림자가 말했다.

"리오."

그 목소리는 기억 속에서조차 점점 흐려지던 아버지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리오는 한 걸음 앞으로 끌려갔다.

"네 이름을 말해라."

가면 쓴 여자가 속삭였다.

"그러면 무대가 문을 열어 주지."

리오는 입을 열었다.

울지 않는 인형의 눈물

"리…"

그 순간 톰바가 움직였다.

표정을 빼앗긴 얼굴로, 실에 묶인 팔을 덜덜 떨며,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도…망…"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겁쟁이 선장은 표정이 없어도 겁을 알고 있었다. 겁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을 알아차렸다.

리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자기 이름을 삼켰다.

가면 쓴 여자의 손가락이 멈췄다.

삐딱부리는 새장 속에서 부리를 세게 부딪쳤다. 딱. 딱. 딱. 그 소리는 작았지만 박자가 있었다. 폭풍의 네 번째 절을 부르던 때처럼.

리오는 그 박자를 알아들었다.

같이 버티는 박자.

그는 무대 위의 세 인형을 보았다.

톰바 인형은 용감한 척 웃고 있었다. 삐딱부리 인형은 죄책감을 모르는 척 떠들고 있었다. 리오 인형은 아버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셋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강했다.

"인형을 울려야 해."

리오는 속삭였다.

"어떻게?" 삐딱부리가 새장 안에서 물었다.

리오는 톰바를 보았다.

"숨겨 온 진짜 말을 해야 해."

가면 쓴 여자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무대 위에서 허락받지 않은 대사는 금지입니다."

"그러면 더 해야겠네."

리오는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실이 가슴을 조였다. 말할수록 더 조이는 것 같았다.

그는 톰바에게 외쳤다.

"선장님! 용감한 척 안 해도 돼요!"

무대 위 톰바 인형의 웃음이 흔들렸다.

"선장님은 겁쟁이예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잖아요. 겁나도 키를 잡았잖아요. 도망칠 길을 아는 사람이 우리를 살렸고, 무서운 걸 아는 사람이 폭풍에서 방향을 봤잖아요!"

톰바의 굳은 얼굴 위로 아주 작은 금이 갔다.

표정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나는… 아직도 무섭네."

무대 위 톰바 인형의 눈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딱.

나무 눈물이었다.

첫 번째 실이 끊어졌다.

톰바가 비틀거리며 무대 앞에서 물러났다. 얼굴에는 다시 겁이 돌아와 있었다. 리오는 그 겁이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삐딱부리가 새장 안에서 소리쳤다.

"좋아, 이제 나한테도 불편하게 좋은 말을 해 봐!"

리오는 숨이 차서 웃을 뻔했지만 참았다.

"삐딱부리!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하지만 사실은 네가 잘못한 걸 알고 있잖아."

삐딱부리의 눈이 흔들렸다.

"그걸 꼭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해야 해?"

"응."

리오는 더 크게 말했다.

"하지만 잘못이 있다는 게 끝이라는 뜻은 아니야. 네가 도망친 길도 있고, 놓친 경고도 있어. 그래도 너는 네 번째 절을 지켰고, 폭풍 앞에서 숨지 않았고, 지금도 우리를 구하려고 새장 안에서 박자를 쳤어."

삐딱부리 인형의 부리가 딱딱 떨렸다.

"나는…"

진짜 삐딱부리가 낮게 말했다.

"나는 말이 많았어. 조용해지면 내가 버리고 온 목소리들이 들릴까 봐."

그 고백이 무대 위에 떨어지자, 갈매기 인형의 유리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흘렀다.

두 번째 실이 끊어졌다.

새장이 풀리며 삐딱부리가 날아올랐다. 그는 곧바로 리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다음부터는 나를 구할 때 조금 덜 정확하게 아프게 해."

"노력해 볼게."

이제 남은 것은 리오 인형뿐이었다.

무대 위의 아론 그림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

"리오, 네가 원하는 걸 말해라."

리오 인형이 속삭였다.

"아버지만 돌아오면 돼."

실이 리오의 목을 감았다. 이름을 말하게 만들려는 힘이 느껴졌다. 그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톰바가 다급히 외쳤다.

"리오!"

삐딱부리가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름 말하지 마!"

리오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들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 더 선명했다. 아버지의 손, 아버지의 목소리, 문을 열고 들어오던 상상. 그 모든 것이 가슴을 찢었다.

그래서 리오는 거짓말하지 않기로 했다.

"맞아."

그가 말했다.

리오 인형이 멈췄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길 바라."

검은 커튼 뒤의 그림자가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리오는 이를 악물었다.

"그 마음 때문에 모두를 버리고 싶지는 않아. 아버지를 찾고 싶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에 끌려가고 싶지는 않아. 나는 기다리기만 하는 아이로 남고 싶지 않아."

그 말은 거꾸로 흐르는 바다에서 어제의 자신에게 했던 말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아팠다. 더 정확했다.

"나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리오는 무대 위 리오 인형을 똑바로 보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하고 싶어."

리오 인형의 무표정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처음으로 그 인형이 슬퍼 보였다.

유리눈에 물방울이 맺혔다.

딱.

세 번째 눈물이 떨어졌다.

인형의 가슴이 열렸다.

그 안에 세 번째 지도 조각이 박혀 있었다.

반달도 별도 아닌, 찢어진 웃음처럼 휘어진 조각.

리오는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실이 막지 못했다. 세 인형이 모두 울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각을 꺼냈다.

무대 전체가 떨렸다.

가면 쓴 여자가 날카롭게 외쳤다.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삐딱부리가 날개를 펼쳤다.

"관객이 지겨우면 끝난 거야."

톰바가 키 손잡이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극단에 별 하나도 주지 않겠네!"

"선장님, 박수치지 마요!" 리오가 외쳤다.

톰바는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췄다.

"하마터면 비평가로서 치명적인 실수를 할 뻔했군!"

마라 벨의 가면

세 번째 조각이 리오의 손에 닿자 지도 조각들이 서로를 알아보듯 뜨겁게 뛰었다.

툭.

툭.

툭.

조각들은 완전히 맞물리지는 않았다. 아직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세 조각이 가까워지자 무대 바닥 아래 숨겨진 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실이 아니었다.

회색이었다.

실들은 인형들에게만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극장 배의 기둥, 검은 커튼, 바다 위 객석, 심지어 겁쟁이의 행운호의 난간까지 붙잡고 있었다. 이 극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꼭두각시였다.

그리고 모든 줄은 가면 쓴 여자에게 이어져 있었다.

리오가 말했다.

"당신이 극단을 조종하고 있어."

여자의 가면 위 반쯤 열린 눈이 번쩍였다.

"조종이라니요. 저는 길을 보여 줄 뿐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무대에 올라오지요. 자기 상처를 안고, 자기 소원을 품고."

"상처를 훔쳐서 줄로 묶는 건 길을 보여 주는 게 아니야."

여자가 조용히 웃었다.

"아론 베일도 그렇게 말했지요."

리오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아버지를 알아?"

"알다마다요. 그는 가장 재미없는 관객이었답니다. 원하는 것이 분명했는데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울고 있었는데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죠. 결국 극단은 그를 놓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여자는 손을 뻗었다.

"훨씬 잘 울더군요."

리오가 조각을 움켜쥐었다.

삐딱부리가 낮게 말했다.

"조심해. 저 여자는 말로도 줄을 걸어."

"이름이 뭐야?" 리오가 물었다.

여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가면을 벗었다.

얼굴은 생각보다 젊어 보였다. 하지만 눈은 오래된 바다처럼 차갑고 깊었다. 한쪽 뺨에는 번개 모양의 흉터가 있었고, 흉터 끝은 반쯤 열린 눈 문양처럼 갈라져 있었다.

"마라 벨."

그 이름이 무대 위에 떨어지는 순간, 극장 배가 낮게 울었다.

이름을 먼저 말한 것은 그녀였다.

인형이 먼저 울었다.

이제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

리오는 또렷하게 말했다.

"마라 벨, 이 줄을 끊어."

마라 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명령은 이름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명령이 아니야."

리오는 세 번째 조각을 무대 바닥에 갖다 댔다.

"선택을 돌려주는 거야."

지도 조각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갔다. 빛은 회색 실들을 따라 달렸다. 실이 닿은 곳마다 인형들의 굳은 얼굴이 흔들렸다. 객석 없는 객석에서, 오래전 이 극장에 표정을 빼앗긴 사람들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웃음을 얼굴에 꿰매인 항해자.

울음을 잃은 아이.

분노를 빼앗겨 조용히 앉아 있던 노인.

그들의 표정이 하나씩 돌아왔다.

그리고 인형들이 무릎을 꿇었다.

웃지 않는 인형들이 처음으로 울었다.

눈물은 물이 아니라 작은 나무조각처럼 떨어졌다. 딱. 딱. 딱. 그 소리가 무대 전체에 퍼졌다.

마라 벨이 이를 악물었다.

"너는 모르고 있어. 표정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 겁, 죄책감, 그리움. 그런 것들을 다 품고 어떻게 앞으로 가겠다는 거지?"

톰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비효율적으로."

삐딱부리가 덧붙였다.

"그리고 시끄럽게."

리오는 말했다.

"그래도 우리 발로."

그 말이 끝나자, 마지막 회색 실이 끊어졌다.

검은 커튼이 찢어졌다. 바다 위의 객석 불빛들이 하나둘 꺼졌고, 극장 배는 낡은 나무판자와 천 조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줄이 끊어진 몸으로 천천히 일어섰다.

마라 벨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회색 외투가 안개처럼 펄럭였다.

"세 조각을 얻었다고 끝난 줄 아나?"

"끝난 줄 안 적 없어." 리오가 말했다.

"좋아. 그럼 번개섬에서 다시 만나지. 그곳에서는 네가 무엇을 찢어야 하는지 알게 될 거야."

마라 벨의 몸이 회색 실로 풀리더니 공중으로 흩어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실 한 가닥이 바다로 떨어졌다가 검은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톰바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극장 후기가 매우 길어질 것 같네."

"제목은 정했어?" 삐딱부리가 물었다.

"'웃지 말라면 정말 웃지 말자.'"

"나쁘지 않네."

리오는 무대 위에 남은 세 인형을 보았다. 톰바 인형, 삐딱부리 인형, 리오 인형.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정이 있었다.

겁먹은 선장.

후회하는 갈매기.

그리워하는 아이.

리오는 그 표정들이 싫지 않았다.

그것들이 자신들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게 만든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웃지 않는 인형극단

줄이 끊어진 뒤의 바다

극장 배는 가라앉지 않았다.

대신 아주 오래된 종이배처럼 접히기 시작했다. 커튼은 검은 파도가 되었고, 무대는 낡은 나무 상자로, 객석의 불빛들은 작은 조개껍데기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검은 실 한 다발과, 울음을 흘린 인형들의 나무 눈물뿐이었다.

삐딱부리가 나무 눈물 하나를 부리로 건드렸다.

"이건 기억이야."

"누구의?" 리오가 물었다.

"표정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것. 울 수 없어서 나무 안에 굳어 버린 기억."

톰바가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작은 주머니에 담았다.

"항구에 돌아가면 주인을 찾아줘야겠군."

리오가 선장을 보았다.

"선장님이요?"

톰바는 헛기침했다.

"나는 잃어버린 물건 보관에 제법 소질이 있네. 잃어버리는 데도 소질이 있지만, 그건 지금 말하지 말게."

세 번째 지도 조각은 리오의 손바닥 위에서 조용히 뛰고 있었다. 그는 품속의 다른 조각들을 꺼내 가까이 가져갔다. 세 조각은 서로 맞물리며 낯선 모양을 만들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지도는 분명히 달라졌다.

그 위에 새로운 선이 나타났다.

선은 곧장 번개섬으로 향하지 않았다. 먼저 깊은 어둠을 지나, 바다 밑에서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굽어졌다.

지도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길을 훔친 자를 지나, 길을 지키는 자를 만나라.

그 글자가 사라지자, 바다 아래에서 작은 빛 하나가 켜졌다.

처음에는 물고기 비늘처럼 보였다.

곧 둘, 셋, 수십 개가 되었다.

검푸른 물속 깊은 곳에서 별빛 같은 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 빛들은 무작위로 흩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어 보면 선이 생겼고, 선을 따라가면 거대한 곡선이 되었다.

톰바가 난간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는 또 무엇인가?"

삐딱부리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방금까지도 농담을 잃지 않았던 갈매기가, 이번에는 정말 조용해졌다.

리오는 그 침묵 때문에 더 긴장했다.

"삐딱부리."

갈매기는 낮고 낡은 목소리로 말했다.

"별고래의 숨."

그 이름이 바다 위에 내려앉자, 겁쟁이의 행운호가 작게 떨었다.

방금까지 인형극단의 실에 묶였던 바다는 어느새 깊고 검은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 밤 아래에서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리오는 세 번째 조각을 품에 넣었다.

인형극단은 웃음을 훔쳐 사람을 묶었다. 회색 외투들은 진실을 미끼로 길을 훔치려 했다. 그렇다면 이제 만나야 할 존재는 그 반대일지도 몰랐다.

길을 훔치는 자가 아니라, 지키는 자.

톰바가 키를 잡았다.

"좋네. 오늘의 교훈을 정리하겠네. 박수 함부로 치지 말 것. 웃음도 이름도 함부로 내주지 말 것. 그리고 인형극 후에는 대체로 고래가 온다."

"마지막은 너무 구체적이야." 삐딱부리가 말했다.

"이 항해에서는 구체적인 불행이 자주 발생하네."

리오는 바다 아래의 빛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향한 길은 여전히 멀었다. 지도는 여전히 불완전했고, 마라 벨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리오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인형극단의 무대 위에서 그는 자기 그리움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 그리움이 자신을 조종하게 두지 않겠다고 선택했다.

그 선택은 작았다.

하지만 줄 하나를 끊기에는 충분했다.

겁쟁이의 행운호는 별빛이 떠오르는 바다 한가운데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깊은 물속에서,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숨을 들이마셨다.

책 목록

번개섬의 마지막 지도

전체 목차 보기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틸노트는 사용자가 AI를 활용해 노트를 쉽게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AI 스퀘어 단톡방에 함께해요

AI 활용과 틸노트 사용 팁을 나누는 오픈채팅방입니다. 입장 비밀번호는 tilnote입니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