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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포함된 노트번개섬의 마지막 지도

거꾸로 흐르는 바다

Views 135약 11분생성형 AI 활용

아버지의 이름을 단 손

"노래를…… 누가 불렀지?"

화물칸 어둠 속에서 나온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물에 잠긴 종이처럼 찢어질 듯 약했고, 오래 닫혀 있던 문이 처음 열릴 때처럼 삐걱거렸다.

리오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 손목에 매달린 이름표 때문이었다.

아론.

아버지의 이름.

바다에 삼켜진 이름.

리오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지만, 안개 시장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을 잃어버린 바로 그 이름.

"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혀가 바닷물에 잠긴 것처럼 무거웠다.

톰바 선장은 리오와 화물칸 문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키 손잡이를 뽑아 들었다. 키 손잡이는 무기라기보다 겁먹은 지팡이에 가까웠지만, 톰바는 그걸 검처럼 들었다.

"정체를 밝히게!"

어둠 속의 손이 문틀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에서 바닷말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손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위로 올라갔다.

투명한 물방울들이 갑판 위 허공으로 천천히 떠오르더니, 천장도 없는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하늘이 바닥이고 바다가 천장인 것처럼.

삐딱부리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미 들어왔어."

"뭐가?" 톰바가 물었다.

"거꾸로 흐르는 바다."

그 말이 끝나자, 화물칸 안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남자였다. 아니, 남자처럼 보였다. 온몸은 젖은 외투에 싸여 있었고, 얼굴 절반은 바닷말과 소금 결정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은 분명히 열려 있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눈처럼 한곳을 보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는 눈이었다.

리오는 숨을 삼켰다.

아버지와 닮았을까?

닮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 모든 게 단순해질 것 같았다. 폭풍도, 회색 외투도, 지도 조각도, 안개 시장에서 잃어버린 온기도 전부 한 문장으로 정리될 것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왔다.

하지만 리오는 곧 알았다.

그 얼굴은 아버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적어도 리오가 기억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문제는 리오가 기억하는 얼굴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웃을 때 눈가에 생기던 주름은 떠오르지만, 그 웃음을 바라보던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손의 크기는 알겠는데, 손을 잡았을 때의 온도는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눈앞의 남자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 사실이 리오를 더 무섭게 했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네 번째 절을…… 누가 불렀지?"

삐딱부리의 깃털이 바짝 섰다.

"넌 누구야?"

남자는 삐딱부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목뼈가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삐걱거렸다.

"나는…… 돌아온 것."

"그건 정체가 아니라 상태야." 삐딱부리가 말했다. "정체를 말해."

남자는 자기 손목에 달린 이름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이름은 미끼다."

리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이름표……"

남자가 리오를 보았다.

"네가 찾는 이름이지."

"당신이 아버지예요?"

묻는 순간, 리오는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어린지 알았다. 폭풍의 귀를 지나온 사람답지 않게, 잠든 섬을 찾겠다고 배에 오른 사람답지 않게, 그저 항구 끝에서 누군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손목에서 이름표를 떼어 내려 했다. 하지만 이름표는 살갗에 붙은 조개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잡아당길 때마다 물방울이 위로 솟구쳤고, 바닷말이 손목을 더 세게 감았다.

"거꾸로 흐르는 바다는……" 남자가 힘겹게 말했다. "가장 보고 싶은 것을 먼저 띄운다. 가장 믿고 싶은 거짓말에 이름을 달아."

톰바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럼 자네는 아론이 아닌가?"

남자의 입술이 갈라졌다.

"나는 어제 죽은 사람이다."

갑판 위로 차가운 침묵이 퍼졌다.

어제.

그 단어는 이 바다에서 유난히 무겁게 들렸다. 마치 시간이라는 짐승이 바로 등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남자가 리오에게 손을 뻗었다.

"아이야. 잘 들어. 이 바다에서 길을 고를 때, 잃어버린 것을 따라가면 안 된다. 두려운 것을 피해도 안 된다. 둘 다 어제로 이어진다."

"어제로 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기 자신을 만난다."

삐딱부리가 날개를 접었다.

"시간 겹침."

"그게 뭔데?" 리오가 물었다.

"쉽게 말하면, 바다가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를 같은 접시에 올려놓는 거야. 그리고 보통 접시는 깨져."

톰바가 창백해졌다.

"나는 어제의 나를 만나고 싶지 않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겁이 많았고, 오늘의 나도 충분히 바쁘네."

그때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아니, 바다가 기울었다.

수평선이 대각선으로 비틀리더니, 멀리서 해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해는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붉은 원이 바다 끝에서 천천히 솟아오르자, 하늘은 새벽빛이 아니라 오래된 저녁빛으로 물들었다. 구름은 반대로 흘렀고, 갈매기 그림자는 새보다 먼저 날아갔다.

그리고 파도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물줄기였다. 배 옆에서 부서진 거품이 가느다란 실처럼 위로 감기더니, 곧 커다란 파도 전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에 닿은 파도는 유리 지붕처럼 펼쳐졌고, 그 위에서 물고기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헤엄쳤다.

톰바가 입을 벌렸다.

"이건 항해술 책 어디에도 없었네."

"선장님, 항해술 책을 끝까지 읽긴 했어요?" 리오가 물었다.

"첫 장은 확실히 읽었네. 거기에도 파도는 아래에 있다고 되어 있었지."

삐딱부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파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거꾸로 바다의 첫 번째 규칙. 방향을 믿지 마라."

화물칸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규칙. 원하는 길은 늦게 온다."

"세 번째는요?" 리오가 물었다.

남자의 시선이 리오의 품속, 지도 조각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세 번째 규칙. 공짜로 주는 지도는 절대 먼저 집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남자의 몸이 무너졌다.

흙이 아니라 물로.

외투, 손, 얼굴, 바닷말이 한꺼번에 투명하게 풀리더니, 수백 개의 물방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손목에 붙어 있던 이름표만 갑판 위에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려다 말고 허공에 멈췄다.

리오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이름표를 잡았다.

차가웠다.

나무 조각에는 여전히 아론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뒷면에는 아주 작은 글자가 하나 더 있었다.

웃지 마라.

리오는 그 글자를 보고도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아직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곳

거꾸로 흐르는 바다는 미친 듯이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사람을 안심시키는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아름다워서 잘못 만지면 손끝이 베일 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하늘에는 파도가 흘렀다. 투명한 물길들이 구름 사이를 감아 돌았고, 그 속에서 은빛 물고기 떼가 떼 지어 움직였다. 가끔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 물결에서 튀어나와 아래쪽 바다로 떨어지려다가, 중간에서 생각을 바꾼 듯 다시 위로 헤엄쳐 올라갔다.

바다는 하늘을 비추지 않았다.

하늘이 바다를 비추었다.

겁쟁이의 행운호는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배 아래에도 물, 배 위에도 물. 위아래를 헷갈린 세계 한가운데에서 낡은 배 한 척이 삐걱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제는 앞으로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침반은 빙글빙글 돌다가 지친 듯 멈췄다. 그런데 바늘이 북쪽이 아니라 '어제'라고 적힌 방향을 가리켰다. 톰바는 나침반 뚜껑을 닫고 한숨을 쉬었다.

"나는 방금 나침반에게 모욕당했네."

삐딱부리는 돛대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폈다. 그의 붉은 리본은 풀렸지만, 목에는 여전히 옅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자국을 자꾸 날개로 만지다가, 리오가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괜히 딴청을 피웠다.

"왼쪽에 섬 비슷한 게 있어."

"섬?" 톰바가 반색했다.

"그런데 뿌리가 위로 나 있어."

"그건 섬이 아니라 나무의 실수 아닌가?"

리오도 난간으로 달려갔다.

멀리 떠 있는 것은 정말 섬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볼수록 이상했다. 바위는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나무뿌리들이 바다를 향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뿌리 끝에는 조개껍데기들이 열매처럼 달려 있었다. 그 조개껍데기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냈는데, 소리가 먼저 들리고 움직임이 나중에 따라왔다.

"저기로 가면 배를 고칠 수 있을까요?" 리오가 물었다.

톰바는 배 옆구리의 금 간 부분을 보았다. 푸른 선들이 아직 나무판자를 꿰매고 있었지만, 그 빛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목재와 못과 아주 낙관적인 기적이 있다면 가능하겠지."

"저 섬엔 적어도 나무는 있어 보여요."

삐딱부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무 쉬워."

"그럼 안 가?"

"거꾸로 바다는 쉬운 길을 먼저 보여 줘. 아까 그 남자가 말했잖아. 원하는 길은 늦게 온다고."

톰바가 헛기침했다.

"하지만 배가 부서지는 것도 아주 빠르게 오고 있네. 늦게 오는 원하는 길을 기다리다가, 우리는 일찍 가라앉을 수 있네."

리오는 지도 조각을 꺼냈다. 두 조각이 붙은 반달 모양 지도는 평소처럼 심장처럼 뛰지 않았다. 대신 표면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지도 위에는 글자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서쪽의 해를 등지지 마라.

리오는 고개를 들었다.

해는 서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해를 등지면 동쪽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보통이라는 말이 이미 난간 밖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해를 등지지 말라는 건……"

리오는 말을 멈췄다.

눈앞의 섬은 해가 비추는 쪽에 있었다. 반짝이는 조개 열매, 곧게 뻗은 나무뿌리, 배를 고칠 수 있을 것 같은 널찍한 바위. 너무 알맞았다.

너무 알맞다는 게 문제였다.

"저 섬은 우리가 원하는 걸 보여 주는 거예요." 리오가 말했다.

톰바가 입술을 씹었다.

"배를 고치고 싶다는 건 아주 정상적인 욕망일세."

"그래서 위험한 거예요."

삐딱부리가 돛대에서 내려왔다.

"좋아. 그럼 어디로?"

리오는 지도를 들고 사방을 살폈다. 서쪽의 해를 등지지 말라면, 해를 바라보라는 뜻일까? 하지만 해 쪽으로 가면 방금 말한 섬이 있다. 그렇다면 해를 바라보되 섬이 아닌 곳.

그때 리오는 바다 표면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림자였다.

배의 그림자가 물 위에 비쳐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는 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림자는 배보다 조금 앞서 가고 있었다. 마치 배가 아니라 그림자가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저거요."

리오가 그림자를 가리켰다.

톰바가 눈을 찡그렸다.

"자네 지금 우리 배의 그림자를 따라가자는 건가?"

"방향을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생겨요. 이 바다에서 해가 거꾸로 뜬다면, 그림자도 거꾸로 진실을 말할지 몰라요."

삐딱부리가 잠깐 리오를 보았다.

"괜찮은 추리야. 조금 기분 나쁠 만큼 괜찮아."

"칭찬이야?"

"아마."

톰바는 한숨을 쉬고 키를 잡았다.

"좋네. 오늘의 항해 방침은 '그림자를 믿고 섬을 무시한다'로 정리하겠네. 내가 나중에 이 일을 항해 학교에서 강의하면 모두 퇴학당하겠군."

겁쟁이의 행운호는 반짝이는 섬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그림자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섬이 웃었다.

정말로.

조개 열매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하얀 이빨 같은 진주들이 드러났다. 뿌리들은 손가락처럼 꿈틀거리며 배를 향해 뻗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겁쟁이의 행운호는 그 뿌리에 감겨 공중으로 끌려 올라갔을 것이다.

톰바가 식은땀을 흘렸다.

"나는 앞으로 나무를 믿지 않겠네."

삐딱부리가 말했다.

"나무는 잘못 없어. 저건 나무 흉내를 내는 배고픈 시간일 뿐이야."

"그 설명이 더 싫네."

리오는 손에 쥔 이름표를 내려다보았다.

아론.

웃지 마라.

웃는 섬.

그 안의 이빨.

이름표는 단서였다. 아버지의 흔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경고였다.

리오는 이름표를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그를 흔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이름에 끌려가기만 해서는 안 됐다.

어제의 배

그림자를 따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갑자기 낮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배가 바다보다 높아졌다. 물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아래로 꺼졌고, 겁쟁이의 행운호는 보이지 않는 유리 길 위를 달리는 것처럼 미끄러졌다. 선체 아래에는 깊은 물길이 열려 있었다. 그 물길 속에는 지나간 장면들이 떠다녔다.

리오는 처음에 그것을 물고기 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장면들이었다.

톰바가 항구에서 도망치듯 배에 오르는 모습. 삐딱부리가 붉은 리본을 감은 채 몰래 지붕 위에서 리오를 훔쳐보는 모습. 안개 시장의 가판대에서 기억을 저울에 다는 손. 폭풍의 귀 안에서 셋이 엉망인 노래를 부르던 순간.

그리고 한 장면은 리오를 멈춰 세웠다.

어린 리오가 부두 끝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물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은 보였다. 커다랗고 투박한 손. 그 손이 작은 나무배를 깎고 있었다.

리오는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

장면 속 남자가 무언가 말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린 리오는 웃었다. 그 웃음은 밝았다. 리오는 그 웃음을 보자 가슴 한쪽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저 아이는 저 순간이 따뜻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의 리오는 모른다.

그 차이가 너무 아팠다.

물길 속 장면이 손을 흔드는 것처럼 흔들렸다. 리오는 난간을 잡고 몸을 기울였다. 조금만 더 보면,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아버지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리오!"

삐딱부리가 날카롭게 외쳤다.

리오는 정신을 차렸다.

배 앞쪽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뎅.

뎅.

뎅.

안개 시장의 종소리와 닮았지만, 이번에는 더 차가웠다. 배의 그림자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하나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물길 속 장면, 어린 리오와 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톰바가 외쳤다.

"어느 쪽인가?"

리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물길 속 장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아주 잠깐 드러났다. 아니, 드러날 것 같았다. 물결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리오는 손에 쥔 이름표의 차가움을 느꼈다.

이름은 미끼다.

하지만 미끼라는 걸 알아도 물고기는 배가 고프면 문다.

리오는 어쩌면 자신이 이미 물고기라는 생각을 했다.

"왼쪽……"

그가 작게 말했다.

"뭐라고?" 톰바가 물었다.

"왼쪽으로 가요!"

삐딱부리가 리오의 어깨를 발톱으로 움켜쥐었다.

"리오, 그쪽은 네가 보고 싶은 쪽이야."

"알아!"

"그게 문제라고!"

"그래도 확인해야 해!"

톰바는 망설였다. 겁쟁이의 행운호는 두 갈래 그림자 앞에서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왼쪽으로 가면 아버지의 장면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그림자가 처음 가리킨 길을 유지할 수 있다.

"리오." 톰바가 낮게 말했다. "정말인가?"

리오는 대답 대신 물길 속 장면을 보았다. 어린 리오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잃어버린 온기를 품고 있었다. 리오는 그 온기를 되찾고 싶었다. 너무나도.

그래서 잘못 선택했다.

"왼쪽이에요."

톰바가 키를 꺾었다.

배가 왼쪽 그림자로 미끄러지는 순간, 세상이 접혔다.

하늘의 파도가 종이처럼 구겨졌고, 서쪽에서 뜨던 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수평선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모든 물방울이 멈추더니, 동시에 거꾸로 튀었다.

그리고 겁쟁이의 행운호 앞에 또 다른 배가 나타났다.

낡은 범선.

찢어진 돛.

부서진 옆구리를 푸른 선이 간신히 꿰맨 모습.

선수에 붙은 술 취한 물고기 같은 조각상.

톰바의 얼굴이 굳었다.

"저건……"

리오는 숨이 막혔다.

저건 겁쟁이의 행운호였다.

하지만 그 배의 갑판 위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키를 붙잡은 톰바.

젖은 깃털을 떨고 있는 삐딱부리.

그리고 난간 옆에 서 있는 리오.

어제의 리오였다.

아니, 정확히는 조금 전의 리오일지도 몰랐다. 폭풍을 막 지나온, 아직 거꾸로 바다의 규칙을 제대로 모르는 리오. 그는 이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두 리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양쪽 배가 동시에 삐걱거렸다. 겁쟁이의 행운호의 나무판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한 배가 두 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다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삐딱부리가 소리쳤다.

"눈 마주치지 마!"

"이미 마주쳤어!" 리오가 외쳤다.

"그럼 말을 걸지 마!"

어제의 리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누구야?"

오늘의 리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늦었다.

어제의 리오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두 배 사이의 바다가 끓기 시작했다. 하늘로 올라가던 파도들이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려 했고, 아래 바다는 위로 솟구치려 했다. 두 방향이 충돌하며 물기둥이 터졌다.

톰바가 키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내 배를 한 척도 제대로 감당 못 하는데 두 척은 무리네!"

어제의 삐딱부리가 이쪽 삐딱부리를 보고 외쳤다.

"넌 왜 더 초췌해졌어?"

오늘의 삐딱부리가 맞받아쳤다.

"너도 곧 알게 돼, 멍청아!"

"자기 자신에게 멍청이라고 하는 새는 처음 보네!" 톰바가 소리쳤다.

리오는 어제의 자신을 보았다.

이상했다.

거울을 보는 것과는 달랐다. 거울 속 자신은 따라 움직이지만, 저쪽의 자신은 따로 숨 쉬고 있었다. 아직 선택하지 않은 실수들을 품고 있었다. 아직 깨닫지 못한 두려움들을 얼굴에 다 드러내고 있었다.

어제의 리오가 다시 말했다.

"너, 아버지를 봤어?"

그 질문은 칼처럼 들어왔다.

오늘의 리오는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어제의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묻는지 너무 잘 알았다. 대답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답을 듣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 묻는 마음.

리오는 주머니 속 이름표를 움켜쥐었다.

"아니."

어제의 리오 얼굴이 무너졌다.

오늘의 리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은 봤어. 그리고 그 이름이 항상 진실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

어제의 리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계속 가?"

오늘의 리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 계속 가는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그 대답은 여전히 맞았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버지의 얼굴을 찾는 것, 잃어버린 온기를 되찾는 것, 모든 빈자리를 예전처럼 채우는 것. 그건 리오가 원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바다에서 그 소망은 그를 틀린 길로 이끌었다.

리오는 어제의 자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내가 되고 싶지 않아."

어제의 리오가 멈췄다.

"뭐?"

"아버지를 찾고 싶어. 기억도 되찾고 싶어.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야."

리오는 톰바를 보았다. 겁먹었지만 키를 놓지 않는 선장. 삐딱부리를 보았다. 숨겨 온 죄책감 때문에 떨면서도 끝내 노래를 꺼낸 갈매기. 부서진 배를 보았다. 이제는 톰바의 배가 아니라 우리 배가 된 겁쟁이의 행운호.

가슴속 빈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와의 따뜻한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여전히 차갑고 깊었다. 그러나 리오는 이제 그 구멍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구멍이 있다는 건, 그 주변에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리오는 숨을 들이마셨다.

"잃어버린 걸 되찾는 것만이 아니야. 잃어버려도 내가 누구인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리고 같이 온 사람들을 버리지 않는 거야."

말을 하고 나서야 리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버지를 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붙잡고 매달리는 사랑이 아니라,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랑.

어제의 리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배 사이의 물기둥이 조금 낮아졌다.

삐딱부리가 리오의 어깨 위에서 속삭였다.

"좋아. 이제 빠져나가야 해. 자기 자신에게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건 오래 하면 위험해."

톰바가 외쳤다.

"어떻게?"

리오는 두 갈래 그림자를 보았다. 아버지의 장면으로 향하는 그림자는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처음의 그림자, 배보다 앞서가던 그림자는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원래 길로 돌아가야 해요."

"방금 우리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톰바가 물었다.

"네."

"훌륭하네! 선장은 틀렸다고 인정하는 부하를 좋아하네. 특히 선장도 같이 틀렸을 때!"

리오는 어제의 자신을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다.

"왼쪽으로 가지 마."

어제의 리오가 눈을 깜빡였다.

"왜?"

리오는 잠깐 웃었다.

"네가 곧 알게 되면 안 되니까."

삐딱부리가 날개를 퍼덕였다.

"좋아, 아주 아슬아슬하게 모순적이야. 이제 가!"

톰바가 키를 반대로 꺾었다. 겁쟁이의 행운호가 원래 그림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두 배 사이가 멀어지자 어제의 배는 안개처럼 흐려졌다. 어제의 리오는 끝까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라지기 직전, 어제의 리오가 입 모양으로 무언가 말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리오는 알아보았다.

고마워.

다음 순간, 바다가 다시 접혔다.

빈자리의 모양

리오는 갑판 위에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자기 자신을 만난다는 건 거울 앞에 오래 서 있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거울은 대답하지 않지만, 어제의 자신은 가장 아픈 질문만 골라 던졌다.

톰바는 키를 붙잡은 채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누가 왼쪽으로 가자고 하면 나는 그 사람의 신발부터 의심하겠네."

삐딱부리가 리오의 어깨에서 내려와 난간에 앉았다.

"괜찮아?"

"모르겠어."

"그건 괜찮다는 뜻의 정직한 사촌쯤 돼."

리오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아론의 이름표를 꺼냈다. 나무 조각은 여전히 차가웠고, 뒷면의 글자도 그대로였다.

웃지 마라.

"아버지는 정말 이 바다에 있었을까?"

리오의 물음에 삐딱부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바다의 비서도 아닌데"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용했다.

"이름표는 진짜일 수 있어." 삐딱부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걸 보여 준 방식은 함정이었지."

"진짜도 함정이 될 수 있어?"

"가장 위험한 함정은 보통 진짜를 조금 섞어. 그래야 사람들이 의심하면서도 다가가거든."

리오는 이름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론.

글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름은 길을 가리키지 않았다. 그저 리오의 마음 한가운데를 두드릴 뿐이었다.

아버지를 찾고 싶다.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전, 그 마음 하나만으로 선택했을 때 그는 어제의 자신과 마주쳤다. 배도, 친구들도 위험해졌다.

리오는 이제 알았다.

소망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소망만 보고 가면 길이 틀릴 뿐이었다.

그는 이름표를 지도 조각과 함께 품속에 넣었다. 둘은 서로 닿자 작게 울렸다. 지도 조각은 두근거렸고, 이름표는 차가운 종소리를 냈다. 따뜻함과 차가움. 잃어버린 기억과 남아 있는 단서. 리오는 그 둘을 모두 품었다.

"내가 아버지를 찾는 이유가 달라진 것 같아."

톰바가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전에는 아버지를 찾으면 내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지금은?"

리오는 하늘로 올라가는 파도를 보았다.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찾는 게 아니에요. 왜 떠났는지, 무엇을 막으려 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삐딱부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덜 위험하지는 않지만, 조금 덜 멍청해."

"너는 위로를 꼭 모래에 굴려서 주더라."

"그래야 오래가."

그때 지도 조각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리오는 품속에서 지도를 꺼냈다. 표면에 푸른 선들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길이 아니라 문장이었다.

세 갈래 조류 앞에서, 가장 늦게 도착한 물을 따르라.

문장이 사라지자, 배 앞쪽 바다가 열렸다.

정말로 세 갈래 조류가 나타났다. 왼쪽 물길은 금빛이었다. 그 위에는 부서진 배를 고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나무판자와 돛감이 떠다녔다. 가운데 물길은 은빛이었다. 물길 끝에는 반달 모양의 빈자리가 보였고, 그 안에서 작은 지도 조각 하나가 반짝였다. 오른쪽 물길은 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가끔 물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톰바가 가운데 물길을 보며 침을 삼켰다.

"저건……"

"세 번째 지도 조각." 삐딱부리가 말했다.

리오도 보았다.

틀림없었다. 두 조각 지도와 맞물릴 세 번째 조각. 잠든 섬으로 가는 열쇠가 한 걸음 더 완성될 수 있었다. 그 조각은 물 위에 떠 있었고, 빛나고 있었고,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리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쉬웠다.

리오는 아까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공짜로 주는 지도는 절대 먼저 집지 마라.

하지만 지도 조각은 공짜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폭풍을 지나고, 어제의 자신과 마주치고, 배가 부서질 뻔했다. 충분한 값을 치른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삐딱부리가 낮게 말했다.

"어느 쪽이 가장 늦게 도착한 물이지?"

리오는 세 물길을 살폈다.

금빛 물길은 이미 배 옆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나무판자들이 '어서 나를 써'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운데 은빛 물길도 지도 조각을 앞세워 가까이 와 있었다. 반짝임이 눈을 붙잡았다.

오른쪽 검은 물길은 멀리 있었다.

너무 느렸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리오는 더 자세히 보았다. 검은 물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물 아래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배의 그림자와 닮았다. 아니, 배의 그림자보다 더 길었다. 마치 아직 오지 않은 겁쟁이의 행운호가 그 물길을 지나간 흔적 같았다.

"오른쪽이에요."

톰바의 얼굴이 구겨졌다.

"오른쪽은 아무것도 없네. 심지어 기분도 없네. 아주 음침하게 비어 있네."

"그래서요. 가장 늦게 도착한 물."

삐딱부리가 가운데 지도 조각을 보았다.

"세 번째 조각을 두고 가자고?"

그 말은 생각보다 무겁게 떨어졌다.

리오는 지도 조각을 바라보았다. 저것만 얻으면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잠든 섬. 아버지의 비밀. 회색 외투들이 막으려는 곳. 모든 것이 저 반짝이는 조각 안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리오는 이제 반짝임을 곧장 믿지 않기로 했다.

"저건 너무 먼저 왔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게 생겼어."

톰바가 입을 다물었다.

삐딱부리도 더 반박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가요." 리오가 말했다.

톰바는 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좋네. 오늘의 두 번째 항해 방침은 '지도 조각을 무시하고 검은 물길로 들어간다'군. 나는 점점 선장 자격증을 반납하고 싶어지네. 물론 받은 적은 없지만."

겁쟁이의 행운호는 오른쪽 검은 물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 가운데 은빛 물길 위의 지도 조각이 뒤집혔다.

반짝이는 앞면 아래에는 입이 있었다.

작고 검은 입.

그 입이 벌어지며 끔찍한 소리로 웃었다.

리오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톰바가 작게 말했다.

"나는 이제 반짝이는 물건도 믿지 않겠네."

삐딱부리가 덧붙였다.

"좋아. 나무, 반짝이는 것, 왼쪽. 오늘 믿지 않을 목록이 풍성해졌어."

검은 물길은 조용히 배를 삼켰다.

미래가 담긴 조개

검은 물길 안에서는 소리가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소리가 아주 먼 곳으로 밀려난 것 같았다. 톰바가 무언가 말했지만 입 모양만 보였다. 삐딱부리가 날개를 퍼덕였지만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하나의 소리만 들렸다.

똑.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하지만 이곳에서 물방울은 위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저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

리오는 갑판 앞쪽을 보았다.

검은 물길 끝에 조개 하나가 떠 있었다.

사람 머리만 한 커다란 조개였다. 껍데기는 검푸른색이었고, 표면에는 시계바늘처럼 가느다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조개는 입을 닫고 있었지만,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지도 조각이 리오의 손에서 떨렸다.

지도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세 번째 조각은 지금 줄 수 없다. 대신 아직 오지 않은 파도를 볼 수 있다.

톰바의 목소리가 갑자기 돌아왔다.

"대신?"

삐딱부리가 날카롭게 말했다.

"거래야."

리오는 조개를 바라보았다.

조개껍데기가 조금 벌어졌다. 안에는 진주가 없었다. 대신 작은 바다가 들어 있었다. 아주 작지만 완전한 바다. 그 바다 위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장면들이 파도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조개 옆에 은빛 물결이 맺혔다. 그 물결 위에 이번에는 진짜 지도 조각처럼 보이는 것이 떠올랐다. 아까의 가짜와 달리 입도 없고, 웃음도 없었다. 리오의 손에 든 지도와 같은 박자로 희미하게 뛰었다.

진짜였다.

리오는 알 수 있었다.

거꾸로 바다는 이번에는 속임수가 아니라 선택을 내밀고 있었다.

지도 조각을 얻을 것인가.

미래의 경고를 볼 것인가.

둘 다는 안 된다.

"세 번째 조각을 얻으면 잠든 섬에 가까워져." 삐딱부리가 말했다. "미래를 본다고 해서 바꿀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톰바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경고가 있으면 피할 수도 있지 않나?"

"미래를 너무 믿으면 그 미래로 걸어 들어가게 돼." 삐딱부리가 말했다. "안개보다 더 질긴 함정이야."

리오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 손에는 두 조각짜리 지도.

다른 손에는 아버지의 이름표.

지도 조각을 얻으면 길은 더 분명해진다. 하지만 방금까지 이 바다는 분명한 길일수록 의심하라고 가르쳤다. 미래의 경고를 보면 길은 더 무서워질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것을 아는 일은 때로 사람을 구한다.

리오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했다.

예전의 리오라면 지도 조각을 집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가까워지는 물건이라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리오의 소망은 달라졌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만이 아니다.

함께 온 사람들을 버리지 않는 것.

진실을 알기 위해 조급함에 끌려가지 않는 것.

리오는 조개 앞으로 다가갔다.

"경고를 볼게."

은빛 물결 위의 지도 조각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마치 실망한 심장처럼. 그러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삐딱부리가 숨을 들이켰다.

톰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조개 안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바다가 흔들렸다.

그리고 미래가 열렸다.

처음 보인 것은 무대였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낡은 극장. 극장은 배처럼 생겼지만 돛 대신 검은 커튼을 달고 있었다. 커튼에는 하얀 실들이 거미줄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객석은 텅 비어 있었고, 무대 위에는 인형들이 서 있었다.

인형들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입은 칼로 그은 선처럼 가늘었고, 눈은 유리구슬처럼 차가웠다. 그런데 무대 아래 객석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항해자들, 상인들, 아이들, 노인들. 모두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얼굴에는 웃음이 붙어 있었다.

붙어 있었다.

정말로.

웃음이 가면처럼 얼굴 위에 꿰매져 있었다.

리오는 몸을 움찔했다.

조개 속 장면이 바뀌었다.

톰바가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하얀 실이 묶여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울고 있었다. 삐딱부리는 새장 안에 갇혀 있었고, 붉은 리본의 남은 자국에서 검은 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리오 자신이 보였다.

리오는 손에 지도를 들고 있었다. 세 조각이 아니라 네 조각. 거의 완성된 지도였다. 하지만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속삭였다.

마지막 지도는 네 손으로 찢어야 한다. 그래야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장면이 다시 바뀌었다.

회색 외투들이 번개 치는 섬 위에 서 있었다. 그들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고래처럼 크지만 별빛으로 된 생물의 등. 별고래. 그 등 위에 누군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손목에 이름표가 있었다.

아론.

리오는 조개껍데기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손은 조개를 통과했다. 미래는 만질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가장 짧았다.

검은 커튼 앞에서 웃지 않는 인형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 인형의 가슴에는 작은 홈이 있었다. 반달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찢어진 웃음처럼 휘어진 모양.

그 홈 안에 세 번째 지도 조각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수치지 마라. 웃지 마라. 인형이 먼저 울 때까지 이름을 말하지 마라.

조개가 닫혔다.

소리가 돌아왔다.

파도 소리.

배의 삐걱거림.

톰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소리.

"무엇을 보았나?"

리오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미래의 장면들이 아직 눈꺼풀 안쪽에 붙어 있었다. 톰바의 웃는 얼굴과 우는 눈. 새장 속 삐딱부리. 마지막 지도를 찢는 자신의 손. 아버지의 이름표.

그리고 웃지 않는 인형극단.

"세 번째 조각은……"

리오가 천천히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아니에요. 다음에 만나게 될 거예요."

"어디서?" 삐딱부리가 물었다.

리오는 이름표 뒷면의 글자를 떠올렸다.

웃지 마라.

그는 조개가 남긴 경고를 그대로 말했다.

"웃지 않는 인형극단에서."

톰바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인형극을 좋아하지 않네. 특히 인형이 웃지 않는다면 더더욱."

삐딱부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 극단은 바다에 떠돌아. 항구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박수를 먹고, 이름을 훔친다는 소문이 있어."

"왜 그런 걸 미리 말하지 않았어?" 톰바가 물었다.

"내가 아는 무서운 소문을 전부 말하면 항해가 시작도 못 해."

"그건 배려인가 협박인가?"

"둘 다."

리오는 조개가 있던 곳을 보았다. 조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은빛 물결 위의 세 번째 지도 조각도 사라졌다. 대신 갑판 위에 작은 검은 실 한 가닥이 놓여 있었다.

리오가 그것을 집었다.

실은 젖어 있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거꾸로 흐르는 물결 속에서, 그것만은 바짝 말라 있었다.

삐딱부리의 얼굴이 굳었다.

"인형실이야."

검은 실은 리오의 손가락에 감겼다가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북동쪽을 향해 뻗었다. 바람도, 물살도 아닌 무언가가 실을 당기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선택

검은 물길을 빠져나오자, 세상은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늘로 올라가던 파도들이 느려졌다. 몇몇은 여전히 구름 사이를 헤엄쳤지만, 대부분은 아래 바다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서쪽에서 떠오른 해는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마치 실수를 깨달은 사람처럼 수평선 위에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동쪽으로 미끄러졌다.

톰바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해도 부끄러움을 아는군."

겁쟁이의 행운호는 여전히 상처투성이였다. 금빛 물길에서 목재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배를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체의 균열은 더 벌어지지 않았다. 푸른 선들이 약하게나마 버티고 있었다.

리오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거꾸로 바다는 물건을 주지 않았지만, 길을 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길이 물건보다 더 오래 버티게 한다.

삐딱부리는 갑판에 놓인 검은 실을 노려보았다.

"우리가 세 번째 조각을 포기했다는 걸 회색 외투들이 알까?"

"알 수도 있지." 리오가 말했다.

"그럼 그들이 먼저 극단에 갈 거야."

"그래도 우리는 경고를 알잖아."

톰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치지 말 것. 웃지 말 것. 인형이 먼저 울 때까지 이름을 말하지 말 것."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나는 평소에도 처음 보는 인형에게 내 이름을 말하지 않네. 드물게 현명한 습관이 있었군."

리오는 웃을 뻔했다가 멈췄다.

웃지 마라.

아직 극단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그 경고는 벌써 입가를 붙잡았다. 웃음이 위험한 곳이라니. 웃음이야말로 폭풍 뒤에서 셋을 이어 준 작은 불씨였는데, 다음 바다는 그 불씨마저 시험하려는 모양이었다.

리오는 검은 실을 조심스럽게 작은 병에 넣었다. 톰바가 '비상시에만 열 것'이라고 적힌 상자는 잃어버렸지만, 다행히 '비상시가 아닐 때도 열 수 있음'이라고 적힌 작은 병은 남아 있었다. 왜 그런 병이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톰바가 선장이었기 때문이다.

병 속의 실은 계속 북동쪽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가면 인형극단이 있겠지?" 리오가 물었다.

삐딱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아니면 우리를 기다리는 아주 끔찍한 재봉사거나."

"둘 중 뭐가 더 나빠?" 톰바가 물었다.

"인형극단이 재봉사를 겸하면 최악이지."

톰바는 진심으로 괴로운 얼굴이 되었다.

리오는 배 앞머리로 걸어갔다. 지도 조각은 다시 조용히 뛰고 있었다. 두 조각뿐인 지도. 완성까지는 멀었다. 방금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세 번째 조각은 사라졌다.

후회가 없지는 않았다.

반짝이는 조각이 물속으로 가라앉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만약 그걸 잡았다면? 더 빨리 잠든 섬에 갈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비밀에 가까워졌을까?

하지만 리오는 미래의 경고도 떠올렸다.

톰바의 팔과 다리에 묶인 실.

새장 속 삐딱부리.

마지막 지도를 찢는 자신의 손.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그들은 웃으며 박수쳤을지도 모른다. 이름을 내주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조각을 얻기 위해 더 큰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선택이란 늘 무언가를 얻는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어떤 것을 얻지 않겠다고 정하는 일이었다.

리오는 그 사실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 바다 저편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딸랑.

딸랑.

안개 시장의 종소리도, 겁쟁이의 행운호가 기억을 떠올릴 때 울리던 종소리도 아니었다. 더 가볍고, 더 얇고, 더 불길했다.

인형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

삐딱부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희도 들었어?"

톰바가 이미 키 뒤로 숨어 있었다.

"나는 듣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네. 하지만 귀가 너무 정직하군."

리오는 수평선을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 검은 선 하나가 나타났다. 선은 점점 커졌다. 돛이 아니었다. 커튼이었다.

검은 커튼을 단 배.

그 커튼 위로 하얀 실들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커튼 한가운데, 붉은 글씨가 서서히 떠올랐다.

오늘 밤 공연

그 아래에 더 작은 글자가 나타났다.

웃는 손님은 무대에 오릅니다.

톰바가 아주 작게 말했다.

"나는 오늘부터 웃음을 끊겠네."

삐딱부리는 리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가능하겠어?"

리오는 검은 커튼의 배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이름표가 품속에서 차갑게 울렸고, 지도 조각은 두근거렸다. 두 소리가 서로 다른 박자로 뛰었다.

그 사이에서 리오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무섭다.

하지만 간다.

그는 키를 잡은 톰바에게 말했다.

"선장님."

"말하지 말게. 이미 알아."

"북동쪽으로요."

톰바는 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좋네. 겁쟁이의 행운호, 다음 항로는 웃지 않는 인형극단."

삐딱부리가 중얼거렸다.

"이번엔 노래하지 말고, 웃지도 말고, 박수도 치지 말고, 이름도 말하지 말라니. 점점 여행이 예의범절 수업 같아지는군."

리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서쪽에서 잘못 떠올랐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해를 보았다. 거꾸로 흐르는 바다는 뒤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다가 남긴 규칙은 리오 안에 남았다.

원하는 것만 따라가지 말 것.

두려운 것만 피하지 말 것.

공짜로 주는 지도는 먼저 집지 말 것.

그리고 어제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의 선택을 할 것.

검은 커튼의 배가 점점 가까워졌다.

방울 소리는 더 선명해졌다.

딸랑.

딸랑.

그 소리는 웃음처럼 들리기도 했고, 울음처럼 들리기도 했다.

리오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다가오는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어딘가에서, 그들의 이름을 실에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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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섬의 마지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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