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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포함된 노트번개섬의 마지막 지도

낡은 항구에서 시작된 소문

Views 19약 9분생성형 AI 활용

비가 오지 않는데 젖어 있는 배

그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을 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구름 한 조각 없었고, 태양은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 위에 금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부두 끝에 묶인 작은 범선 한 척만은 폭우를 맞은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배의 이름은 겁쟁이의 행운호였다.

이름부터 수상했다. 보통 배 이름에는 용감함, 승리, 여왕, 별, 파도 같은 단어가 붙는다. 그런데 이 배는 당당하게 '겁쟁이'를 앞세웠다. 더 이상한 건, 그 배의 선장도 그 이름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겁이 많은 사람이 오래 사는 법이지."

선장 톰바는 늘 그렇게 말했다. 그는 키가 작고 둥근 배처럼 배가 나왔으며, 콧수염은 양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었다. 왼쪽 눈에는 검은 안대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눈이 멀쩡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무서운 것을 보면 두 눈으로 다 봐야 더 빨리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톰바 선장은 아침부터 갑판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갑판 틈새에 귀를 바짝 붙이고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옆에는 커다란 찻주전자, 반쯤 먹은 딱딱한 빵, 그리고 부러진 나침반이 놓여 있었다.

"선장님."

주인공 리오는 조심스럽게 배에 올랐다.

"살아 계세요?"

톰바 선장은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그림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아, 나였군. 다행이야. 잠깐, 너 누구냐? 아니, 말하지 마라. 말하면 더 수상해진다."

"리오예요. 어제 선장님이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왔어요. 짐을 옮겨 줄 사람."

"짐?"

톰바 선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배에서 '짐'이라고 부르면, 진짜 짐이 듣고 대답하는 수가 있어."

리오는 눈을 깜빡였다.

"짐이 대답한다고요?"

그때였다.

갑판 위, 돛대 꼭대기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하지. 특히 멍청한 질문에는 더 잘 대답해."

리오는 고개를 들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돛대에 앉아 있었다. 깃털은 희고 회색이 섞였는데, 목에는 낡은 붉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한쪽 발에는 작은 금속 고리가 달려 있었고, 눈빛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았다.

리오는 천천히 말했다.

"방금…… 갈매기가 말한 건가요?"

갈매기가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방금…… 인간이 당연한 걸 물은 건가요?"

톰바 선장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봤지? 그래서 내가 이 배를 팔려고 했던 거다. 배도 젖어 있고, 나침반은 북쪽 대신 내 심장을 가리키고, 갈매기는 세상에서 제일 무례해!"

갈매기는 날개를 퍼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무례하지. 첫 번째는 네가 끓이는 차야."

리오는 자기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하지만 웃음은 목구멍에서 멈췄다.

왜냐하면 배의 젖은 갑판 위에 이상한 자국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자국이 아니었다. 발자국이었다.

사람 발자국처럼 생겼지만 발가락이 없었다. 대신 얇은 칼끝으로 찍은 듯한 세 갈래 선이 앞쪽으로 뻗어 있었다. 발자국은 배 가장자리에서 시작해 선실 문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실 문에는 안쪽에서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무언가가 밖에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오려고 했던 것처럼.

낡은 항구에서 시작된 소문

선장 톰바의 세 가지 금지어

톰바 선장은 리오를 선실로 데려가며 세 가지 규칙을 말했다.

"첫째, 배 안에서 휘파람을 불지 마라. 바람이 질투한다. 둘째, 밤에는 거울을 보지 마라. 거울 속 놈이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셋째, 절대로 '그 섬'이라는 말을 하지 마라."

리오는 바로 물었다.

"그 섬이 어딘데요?"

톰바 선장은 멈춰 섰다. 얼굴이 밀가루처럼 하얘졌다.

갈매기가 돛대에서 선실 창틀로 날아와 앉았다.

"축하한다, 꼬마야. 너는 방금 이 배에서 가장 빠르게 선장을 늙게 만든 인간이 되었다."

톰바 선장은 떨리는 손으로 선실 문을 열었다.

선실 안은 좁고 지저분했다. 낡은 해도들이 벽에 가득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깨진 유리병, 말린 해초, 녹슨 열쇠, 물에 젖은 밧줄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선실 한가운데에 놓인 나무 상자는 마른 상태였다. 배 전체가 젖어 있는데, 그 상자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바싹 말라 있었다.

리오가 상자 쪽으로 다가가자, 톰바 선장이 급히 앞을 막았다.

"손대지 마라."

"왜요?"

"모르니까."

"모르면 열어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위험한 거다. 모르면 도망쳐야지!"

갈매기가 깃털을 고르며 끼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꼬마 말이 맞아. 저 상자는 밤새 세 번 울었다."

리오는 갈매기를 보았다.

"상자가요?"

"그래. 첫 번째는 종소리처럼. 두 번째는 파도처럼. 세 번째는……"

갈매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순간, 선실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사람이 웃는 소리처럼."

톰바 선장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은퇴할 거야. 육지에서 당근 농사를 지을 거야. 당근은 적어도 밤에 웃지 않으니까."

리오는 상자를 살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나무 상자였다. 다만 뚜껑 모서리에 아주 작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번개 모양 같기도 하고, 갈라진 나뭇가지 같기도 했다. 문양 주변에는 소금 결정이 붙어 반짝였다.

리오가 손가락으로 문양을 문지르자, 상자 안쪽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났다.

톰바 선장이 비명을 삼켰다.

"열렸다."

갈매기가 낮게 말했다.

"드디어."

리오는 뚜껑을 들어 올렸다.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바닥에 검은색 깃털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갈매기 깃털보다 훨씬 길고, 까마귀 깃털보다 더 짙었다. 리오가 집어 들자 깃털 끝에서 푸른 불꽃이 아주 작게 튀었다.

그 불꽃은 종이도, 나무도 태우지 않았다. 대신 선실 벽에 붙은 해도 하나를 비추었다.

낡은 해도 위에서, 지금껏 보이지 않던 선이 서서히 떠올랐다.

희미한 은빛 선이었다. 선은 바다 한가운데서 시작해 동쪽으로 휘어지더니, 지도 가장자리의 빈 공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작은 글자가 나타났다.

"울음소리를 따라오라."

리오는 숨을 멈췄다.

톰바 선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갈매기는 처음으로 장난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가까이 왔군."

말하는 갈매기, 이름은 삐딱부리

리오는 갈매기에게 물었다.

"그들이라니, 누구요?"

갈매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바라보았다.

부두에는 평소처럼 생선 장수들이 소리치고, 아이들이 밧줄을 타고 놀고, 늙은 어부들이 날씨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리오는 곧 알아차렸다.

부두 끝에 낯선 사람들이 서 있었다.

셋이었다. 모두 긴 회색 외투를 입고 있었고, 모자는 눈썹까지 깊게 눌러썼다. 이상한 건 그들의 신발이었다. 바닥이 젖은 부두 위를 걸어도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한 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리오는 그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부에 차가운 바늘이 닿는 느낌이 들었다.

톰바 선장이 창문 아래로 몸을 낮췄다.

"끝났다. 나는 끝났다. 아직 유언장도 못 썼는데. 내 찻주전자는 누구에게 물려주지?"

갈매기가 말했다.

"아무도 원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리오는 갈매기를 노려보았다.

"너는 대체 뭐야?"

갈매기는 가슴을 폈다.

"내 이름은 삐딱부리. 바다 위를 나는 자, 생선 가게의 악몽, 세 번 침몰하고도 살아남은 전설의 목격자다."

톰바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내 비스킷 도둑이지."

"그건 증거 불충분이야."

삐딱부리는 다시 리오를 보았다.

"꼬마야, 중요한 건 내가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다."

"왜였는데?"

"말하면 쫓기는 법이거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판에서 발소리가 났다.

쿵.

쿵.

쿵.

발소리는 무거웠지만 이상하게도 젖은 나무가 삐걱거리지 않았다. 마치 발이 갑판에 닿지 않는 것처럼.

톰바 선장이 입술을 떨었다.

"왔어."

선실 문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갔다.

리오는 본능적으로 책상 위의 녹슨 열쇠를 집어 들었다. 무기가 될 리는 없었지만, 손에 쥘 게 필요했다.

문 밖에서 낮고 마른 목소리가 들렸다.

"톰바 선장. 배에 실린 물건을 넘겨라."

톰바 선장은 리오에게 소리 없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없다고 해.'

리오도 입모양으로 답했다.

'왜 제가요?'

삐딱부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조용히 해. 입모양이 너무 시끄럽다."

문 밖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리는 상자를 찾으러 왔다. 그리고 상자를 연 자도 함께 데려간다."

리오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상자를 연 자.

그건 자신이었다.

겁쟁이는 도망칠 길을 잘 안다

톰바 선장은 갑자기 놀라울 정도로 침착해졌다.

그는 책상 밑을 발로 두 번 찼다. 그러자 바닥 한쪽이 살짝 들렸다.

비밀문이었다.

리오는 눈이 커졌다.

"도망칠 구멍이 있어요?"

톰바 선장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속삭였다.

"겁쟁이 선장의 배에 도망칠 구멍이 하나뿐일 것 같으냐?"

선실 문이 쾅 하고 흔들렸다.

문틈으로 차가운 안개가 스며들었다. 안개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삐딱부리가 날아올라 리오의 어깨에 앉았다.

"깃털을 챙겨."

리오는 검은 깃털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푸른 불꽃이 천 조각을 뚫고 한 번 반짝였다.

톰바 선장이 비밀문을 열었다.

아래로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배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짠내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훅 올라왔다.

"먼저 가!"

리오가 통로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 선실 문이 부서졌다.

회색 외투를 입은 자가 들어왔다.

그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모양은 그랬다. 하지만 얼굴이 이상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바닷물처럼 검푸른 빛이 고여 있었고,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목소리는 선실 전체에서 울렸다.

"상자를 연 아이."

리오는 얼어붙었다.

그자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은 길고 창백했으며, 끝에는 장갑이 아니라 비늘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때 톰바 선장이 찻주전자를 집어 던졌다.

"내 유일한 유산이다!"

찻주전자가 회색 외투의 얼굴에 맞았다. 놀랍게도 쨍그랑 깨지지 않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자는 한 걸음 물러났다.

삐딱부리가 외쳤다.

"이제야 쓸모가 있었군, 그 차!"

톰바 선장은 리오를 통로 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따라 들어왔다. 비밀문이 닫히자마자 위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리오는 좁은 통로를 기어갔다. 무릎이 나무에 쓸리고, 머리가 천장에 부딪혔다. 뒤에서는 톰바 선장이 헉헉거렸고, 어깨 위의 삐딱부리는 계속 잔소리를 했다.

"왼쪽. 아니, 네 다른 왼쪽. 인간들은 왜 방향을 두 개나 가지고도 헷갈리지?"

"그럼 네가 앞장서!"

"나는 날개가 있지, 무릎이 없다."

통로 끝에는 둥근 뚜껑이 있었다. 톰바가 그것을 열자,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들은 배 옆구리의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왔다. 바로 아래에는 작은 구명보트가 매달려 있었다.

리오가 보트 안으로 뛰어내렸다. 톰바가 뒤따라 떨어졌고, 삐딱부리는 우아하게 착지했다.

"밧줄을 풀어!"

톰바가 외쳤다.

리오는 밧줄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매듭이 단단했다.

갑판 위에서 회색 외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셋 모두 난간 너머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바다가 이상하게 움직였다.

물결이 거꾸로 솟아오르더니, 긴 손처럼 보트 쪽으로 뻗어 왔다.

리오는 숨을 삼켰다.

삐딱부리가 리오의 주머니를 부리로 쪼았다.

"깃털!"

리오는 검은 깃털을 꺼냈다.

푸른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이번에는 작지 않았다. 불꽃은 깃털 끝에서 피어나더니 바람을 타고 둥글게 번졌다. 순간, 솟아오르던 물의 손이 움찔했다.

마치 무서워하는 것처럼.

톰바 선장이 그 틈에 칼을 꺼내 밧줄을 끊었다.

구명보트가 철썩 소리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

"노를 저어!"

"어디로요?"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돼!"

리오와 톰바는 미친 듯이 노를 저었다. 삐딱부리는 보트 앞머리에 서서 바람을 읽었다.

뒤에서는 회색 외투들이 배 난간에 서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한 사람이 아주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 순간 리오는 들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누군가 우는 소리.

아니, 노래하는 소리.

얇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는 파도 밑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리오의 주머니 속 검은 깃털이 그 소리에 맞춰 따뜻해졌다.

삐딱부리가 낮게 말했다.

"들었지?"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톰바 선장은 울상이 되었다.

"못 들었다고 하면 안 되겠지?"

"안 돼."

삐딱부리가 바다 저편을 보았다.

"그 울음소리는 길잡이다. 하지만 동시에 덫이기도 해."

리오는 노를 멈추지 않았다. 심장은 아직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배달을 하고, 잔돈을 세고,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걱정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말하는 갈매기가 어깨에 앉아 있고, 겁쟁이 선장과 함께 도망치는 중이며, 주머니에는 물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검은 깃털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바다 저편에서는 정체 모를 울음소리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톰바 선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꼬마야, 너 혹시 수영은 잘하냐?"

리오는 노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톰바 선장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우리 일행답군."

삐딱부리가 날개를 펼쳤다.

"동쪽으로 가. 안개가 모이는 곳까지."

"거긴 뭐가 있는데?" 리오가 물었다.

갈매기는 대답 대신 바다 위를 낮게 날았다.

한참 뒤, 파도 소리 사이로 그 목소리만이 돌아왔다.

"거래를 하는 시장이 있지. 돈 대신 비밀을 받는 시장."

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무서워서 웃은 건지, 기대돼서 웃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조금은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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