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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ZTE 3.92억달러 판결이 보여준 것: 특허료보다 중요한 '재판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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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ZTE 3.92억달러 판결이 보여준 것: 특허료보다 중요한 '재판지 전쟁'

스마트폰 사업에서 이제 특허 분쟁은 "얼마를 내느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나라 법원이 그 가격을 정하느냐가, 때로는 가격 자체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삼성전자와 ZTE 사건이 바로 그렇습니다. 영국 고등법원은 삼성이 ZTE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쓰기 위한 라이선스 대가로 3억9200만달러를 일시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은 최대 2억달러 수준을 주장했고, ZTE는 7억3100만달러를 요구했으니 법원은 그 중간보다 ZTE 쪽에 더 가까운 선을 택한 셈입니다.12 동시에 이 분쟁은 영국 하나로 끝나지 않고 중국, 독일, 브라질로 번져 있습니다.13 지금 중요한 이유는, 이 사건이 "글로벌 SEP 분쟁에서 영국 법원이 어디까지 영향력을 갖는가"를 다시 확인해줬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의 본질은 특허 침해가 아니라 FRAND 가격 책정이다

확인된 사실부터 보겠습니다. 쟁점이 된 특허는 스마트폰이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표준 기술입니다. 이런 SEP는 업계 표준을 구현하려면 사실상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에, 권리자는 보통 FRAND, 즉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합니다.1

여기서 핵심은 "삼성이 특허를 아예 쓰지 못한다"가 아니라 "얼마를 내는 것이 FRAND인가"였습니다. 삼성은 2024년 12월 영국에서 먼저 소송을 내 글로벌 라이선스 조건을 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기존 2021년 계약 갱신에 실패한 뒤 법원이 금액을 정하는 단계까지 간 것입니다.14

이게 중요한 이유는 영국 법원이 단지 영국 특허분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상 글로벌 라이선스 조건을 정하는 포럼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영국 대법원 판결 이후 이런 흐름은 더 강해졌고, 이번 사건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1 기업 입장에서는 영국 소송이 더 이상 지역 분쟁이 아니라 전 세계 로열티 구조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SEP 보유 기업과 단말 제조사 모두, 영국 소송을 "협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 "실제 가격 결정 메커니즘"으로 봐야 합니다.

숫자보다 더 큰 변수는 '어느 법원이 정하느냐'였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삼성이 3.92억달러를 내게 됐다"로만 보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포럼 경쟁입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삼성과 ZTE는 영국 외에도 중국 충칭, 독일, 브라질, UPC 등 여러 관할에서 맞소송을 벌여 왔습니다.356 특히 중간 단계에서는 "최종 FRAND 조건을 어느 법원이 정할 것인가"를 놓고 강하게 다퉜고, 영국 항소법원은 2025년 이와 관련해 중요한 선을 그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재판지를 밀어붙이는 것 자체만으로는 곧바로 '악의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56

이 판단은 미묘하지만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SEP 소송에서 여러 나라에 가처분과 침해소송을 쏟아내면 "압박용 전술"로 읽히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흐름은, 다중 관할 소송이 이제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라는 점을 법원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5

반론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소송비용이 너무 크고, 대기업만 버틸 수 있는 게임이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항소심도 중복 소송이 비용을 크게 늘린다고 봤습니다.6 따라서 "포럼 선택은 정당한 전략"이라는 판단이 곧 "현재 체계가 효율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 실무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이것입니다. 앞으로 SEP 협상에서는 특허 강도, 판매량, 지역별 매출만 보지 말고, 상대가 어느 법원에서 먼저 전체 판을 짜려 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협상력은 특허 포트폴리오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브라질·독일·중국 병행 소송이 시사하는 현실

ZTE는 영국과 별도로 중국, 독일, 브라질에서도 삼성을 압박하고 있습니다.1 브라질에서는 2025년 초 가처분도 일부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3 이런 병행 소송은 왜 쓰일까요. 간단합니다. 한 나라에서 로열티 총액을 정하는 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판매금지 위험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단정하면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병행 소송이 자동으로 더 높은 로열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판결만 봐도 ZTE 요구액 7.31억달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12 즉, 공격적으로 여러 나라에 소송을 내더라도 최종 금액은 법원이 별도로 계산합니다.

그럼에도 실무적 압박은 큽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어차피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태도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특정 시장에서 판매 차질이 생길 가능성 자체가 공급망, 통신사 관계, 출하 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SEP 보유 기업도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법원이 보기에 소송이 "초과 FRAND 압박"처럼 비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56

결국 이번 판결이 남긴 기준은 꽤 선명합니다. SEP 분쟁은 특허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소송 전략과 사업 연속성 관리의 문제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통신장비, IoT처럼 표준기술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지금 이 사건을 가장 예민하게 봐야 하는 사람은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글로벌 단말·디바이스 제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SEP 포트폴리오를 수익화하려는 특허 보유 기업입니다. 봐야 할 포인트도 분명합니다. 항소 여부, 중국 법원의 FRAND 판단 방향, 그리고 브라질·독일에서의 집행 강도입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좋은 특허를 갖는 것만이 아니라, 어느 법정에서 어떤 속도로 협상 기준을 확정하느냐에도 달려 있습니다.

참고

1A UK court orders Samsung to pay ZTE $392M for patents needed to enable phone network access; Samsung faces similar suits from ZTE in China, Germany, and Brazil (Sam Tobin/Reuters)

2UK court orders Samsung to pay China's ZTE a $392 million lump sum after patent trial

3Samsung's antitrust attack on ZTE over SEP licensing confirmed; ZTE won Brazilian preliminary injunction last month - ip fray

4Samsung Electronics Co Ltd & Anor v ZTE Corporation & Ors [2025] EWHC 705 (Pat), United Kingdom

5FRAND forum disputes and interim licences: Samsung v ZTE

6Court of Appeal clarifies limits of bad faith in global FRAND disp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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