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5장 사전 준비
설치는 다음 장에서 거의 한 줄로 끝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부분은 그 한 줄에서 막히지 않는다. 그보다 앞에서 멈춘다. Node.js 버전이 안 맞고, Windows에서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 헷갈리고, API 키를 어느 회사로 발급받아야 할지 망설이고, 메신저를 텔레그램으로 할지 왓츠앱으로 할지 못 정해서 시간을 잃는다.
이 장의 목표는 단순하다. 설치 전에 해야 할 결정을 미리 끝내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세 가지만 정하면 된다. 어떤 운영체제 환경에서 돌릴지, 어떤 LLM 프로바이더를 첫 두뇌로 쓸지, 어떤 메신저를 첫 입구로 삼을지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다음 장의 설치는 훨씬 덜 무섭고, 실패할 확률도 크게 줄어든다.

설치 전에 먼저 정해야 할 세 가지
OpenClaw를 처음 켤 때 필요한 것은 사실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Node.js가 준비된 실행 환경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에이전트의 두뇌가 될 모델 프로바이더를 하나 고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디서 이 에이전트에게 말을 걸지, 즉 첫 채널을 결정한다.
이 세 가지를 미리 정하지 않으면 설치 중간에 자꾸 갈림길이 나온다. 마법사가 물어보는 질문은 쉬워 보여도, 준비 없이 만나면 모두 어려워진다. 반대로 지금 선택해두면 마법사는 그냥 확인 버튼처럼 느껴진다.
운영체제별 Node.js 준비
공식 설치 문서는 Node 24를 권장하고, 최소 요구 조건으로는 Node 22.14 이상을 안내한다. 또한 pnpm은 소스에서 직접 빌드할 때만 꼭 필요하고, 일반 설치에서는 필수는 아니다.1 즉, 오늘 우리가 확인해야 할 핵심은 딱 하나다. 내 환경에서 node -v를 쳤을 때 22.14 이상이 나오느냐다.
그리고 첫 설치라면 욕심내지 말고 Node.js로 가는 편이 좋다. 특히 Telegram이나 WhatsApp을 빨리 붙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실전 설치 가이드들에서도 이 조합은 Node 경로가 가장 덜 말썽이라고 보는 편이다.7
macOS와 Linux: 결과만 맞으면 된다
macOS와 Linux 사용자는 선택지가 많다. Homebrew를 써도 되고, nvm을 써도 되고, 공식 설치기를 써도 된다. 중요한 것은 설치 방법이 아니라 결과다. 터미널에서 아래 두 줄이 자연스럽게 동작하면 출발선에 선 것이다.
node -v
npm -v여기서 node -v가 v22.14.0 이상이면 기본 조건은 통과다. 가능하면 최신 LTS나 Node 24 계열로 맞춰두면 이후 문서와 버전 차이로 덜 헷갈린다.1
한 가지 실무적인 팁이 있다. Linux 배포판 기본 저장소에 들어 있는 Node는 종종 오래된 경우가 있다. 설치는 됐는데 버전이 낮아서 또 막히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설치는 했다"보다 "버전을 확인했다"가 더 중요하다.
Windows: 가능하면 WSL2를 먼저 깔아라
Windows에서는 네이티브 설치 경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식 문서는 여전히 WSL2가 더 안정적인 경로라고 안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OpenClaw의 CLI와 Gateway가 Linux 쪽 도구, 패키지, 바이너리와 더 자연스럽게 맞물리기 때문이다.12
쉽게 말해, Windows에서 Linux처럼 돌리는 것이 오히려 덜 복잡하다. 처음 들으면 약간 역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다. 억지로 네이티브 Windows의 미묘한 차이를 상대하는 것보다 Ubuntu가 깔린 WSL2 안에서 표준적인 Linux 흐름으로 가는 편이 훨씬 편하다.
WSL2를 아직 설치하지 않았다면 관리자 권한 PowerShell에서 아래 명령으로 시작하면 된다.
wsl --install설치 후에는 Ubuntu를 열어 Linux 사용자 계정을 만들고, Gateway의 서비스 설치를 위해 systemd도 켜두는 편이 좋다.2
sudo tee /etc/wsl.conf >/dev/null <<'EOF'
[boot]
systemd=true
EOF그다음 PowerShell에서 한 번 WSL을 재시작한다.
wsl --shutdown이 과정을 미리 해두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음 장에서 --install-daemon 같은 옵션을 쓸 때 "왜 서비스가 안 붙지?" 하고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준비 장에서 5분 쓰면, 설치 장에서 30분을 아낀다.
설치 전에 확인할 1분 점검
다음 다섯 가지가 모두 맞으면 운영체제 준비는 끝난 셈이다.
node -v가 22.14 이상이다.npm -v가 정상 출력된다.Windows 사용자라면 WSL2와 Ubuntu가 열리고, 가능하면 systemd까지 켜져 있다.
앞으로 OpenClaw를 실행할 터미널이 무엇인지 정했다. macOS Terminal이든, iTerm이든, Ubuntu WSL이든 하나로 고정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Node.js 경로로 가고, Bun이나 소스 빌드는 다음 단계로 미뤄둔다.7
여기까지 마치면 "설치 환경"은 더 이상 변수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API 키: Anthropic, OpenAI, DeepSeek 중 무엇을 고를까
OpenClaw는 여러 모델 프로바이더를 지원하고, 보통은 openclaw onboard 과정에서 인증을 붙인 뒤 기본 모델을 provider/model 형식으로 정한다.3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완벽한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첫 주에는 최고의 모델을 찾는 것보다, 한 모델로 실제 자동화를 끝까지 돌려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첫 선택이 너무 어렵다면, 아래 기준으로 정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처음이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Anthropic
처음 OpenClaw를 쓰는 사람에게는 Anthropic이 가장 무난한 출발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이전트형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멋진 한 문장보다도, 긴 맥락을 놓치지 않고 도구를 차분히 이어 쓰는 능력인데, Anthropic 계열 모델은 이런 종류의 사용감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4
특히 솔로 창업가나 PM처럼 "이론보다 바로 결과"가 중요한 독자라면, 첫 달에는 Anthropic을 쓰는 편이 편하다. 비용은 아주 싸다고 하긴 어렵지만, 설치 초반의 삽질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경제적일 때가 많다.
코딩 비중이 높고 기존 생태계가 익숙하다면: OpenAI
이미 ChatGPT나 OpenAI API를 쓰고 있다면 OpenAI는 좋은 선택이다. 별도 결제선을 하나 더 늘리지 않아도 되고, 기존에 익숙한 모델 이름과 사용 감각을 그대로 이어가기 쉽다. 기술 작업이나 코딩 중심 워크플로에서는 OpenAI 쪽이 더 손에 맞는 사람도 많다.4
특히 "OpenClaw로 텔레그램에서 지시를 내리고, 실제 코드는 다른 OpenAI 계열 도구와 이어서 작업하고 싶다" 같은 흐름이라면 자연스럽다. 즉, 새로운 성능만이 아니라 기존 습관과의 연결성도 선택 기준이 된다.
비용을 아끼며 많이 실험하고 싶다면: DeepSeek
DeepSeek의 매력은 분명하다. 가성비다. 반복적인 요약, 분류, 초안 작성처럼 사용량이 빨리 쌓이는 작업에서는 비용 압박을 낮추기 쉽다. 그래서 "일단 많이 돌려보고, 감이 오면 나중에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다만 민감 정보가 들어가는 워크플로라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DeepSeek API 사용 시 데이터 처리는 중국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나 영업 비밀, 고객 데이터가 오가는 작업에서는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4 값이 싼 것과, 내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가장 쉬운 결론: 첫 달엔 하나만 쓴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프로바이더 비교를 너무 오래 하는 것이다. Anthropic도 써보고 싶고, OpenAI도 궁금하고, DeepSeek도 싸 보여서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다 설치도 못 한다.
처음 한 달은 이렇게 단순하게 정하자.
안정적으로 시작하고 싶다 → Anthropic
코딩 중심이고 기존 도구가 OpenAI 쪽이다 → OpenAI
비용을 낮추며 실험량을 확보하고 싶다 → DeepSeek
이 셋 중 무엇을 골라도 OpenClaw는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첫 자동화가 돌아가는 선택이다.
첫 메신저 채널은 무엇으로 할까
공식 채널 문서는 OpenClaw가 여러 채널을 동시에 지원한다고 설명하지만, 가장 빠른 시작점으로는 대체로 Telegram을 권한다. 반면 WhatsApp은 QR 페어링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상태를 디스크에 저장한다.5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첫 채널은 단순해야 한다. 왜냐하면 첫날의 목표는 멀티채널 운영이 아니라, 내 손으로 "안녕"을 보내고 답장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Telegram: 첫 대화용으로 가장 무난한 선택
Telegram은 봇 토큰만 있으면 출발할 수 있어서 빠르다. 그룹 지원도 좋고, 모바일과 데스크톱을 오가며 쓰기 쉽다.5 무엇보다도 "설정이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봇을 하나 만들고, 토큰을 넣고, 페어링을 승인하면 된다.
처음 OpenClaw를 설치하는 사람에게 Telegram을 추천하는 이유는 기능이 많아서가 아니다. 문제가 적어서다. 설치 초반에는 기능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WhatsApp: 익숙하지만 분리 운영이 좋다
WhatsApp은 생활 속 메신저로는 정말 편하다. 이미 늘 보는 앱이니 에이전트도 거기에 들어오면 가장 자연스럽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Telegram보다 준비할 것이 조금 더 있다. QR 로그인 흐름이 있고, 세션 상태와 자격 정보가 로컬에 더 남는다.5
그래서 실전 가이드들은 개인용 WhatsApp과 자동화용 WhatsApp을 섞지 말고, 전용 번호를 두는 방식을 자주 권한다.6 한국 사용자라면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답이 별도 eSIM이다. 굳이 새 휴대폰을 하나 더 살 필요는 없다. 보조 번호를 하나 만들어 OpenClaw 전용 채널로 쓰면 된다.
이렇게 분리하면 좋은 점이 많다. 개인 대화와 자동화 세션이 섞이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범위를 좁히기 쉽고, 나중에 운영 정책을 바꿀 때도 덜 아프다. 특히 보안과 운영을 함께 생각한다면, WhatsApp은 "편한 메신저"인 동시에 "분리해서 써야 편한 메신저"다.
Slack과 Discord: 이미 거기서 일한다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팀이 이미 Slack에 살고 있다면 Slack으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 커뮤니티나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이 Discord 중심이라면 Discord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혼자 설치를 처음 해보는 단계에서는 보통 Telegram보다 설정 표면이 넓다.5
그래서 첫날의 원칙은 이렇다. 팀 채널은 나중에, 개인 채널은 먼저. 에이전트를 먼저 나와 연결한 뒤에 팀에 데려오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추천 조합 세 가지
결정을 빨리 끝내고 싶은 독자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출발 조합을 세 가지로 압축해보자.
가장 무난한 시작: macOS 또는 Linux, Anthropic, Telegram
Windows 사용자용 정석: WSL2 Ubuntu, Anthropic 또는 OpenAI, Telegram
예산 절약형 실험 세트: WSL2 또는 Linux, DeepSeek, Telegram
여기서 공통점이 하나 보일 것이다. 첫 채널은 거의 항상 Telegram이다. 이유는 화려하지 않다. 그냥 빨리 붙고, 빨리 확인되고, 빨리 성공하기 때문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메모장에 적어둘 것
이제 정말 설치 직전이다. 다음 장을 읽기 전에 아래 네 가지를 메모장이나 노션 한 페이지에 적어두자.
내가 설치할 환경: macOS, Linux, 또는 Windows WSL2
확인한 Node 버전: 예를 들어
v24.x또는v22.15.x첫 프로바이더: Anthropic, OpenAI, DeepSeek 중 하나
첫 채널: Telegram 또는 전용 번호를 붙일 WhatsApp
이 네 줄이 적혀 있으면, 설치 과정에서 고민하느라 손이 멈출 일이 거의 없다.
OpenClaw 설치는 사실 프로그램을 까는 일이 아니다. 작은 운영체제를 내 생활 안으로 들이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첫 명령어보다 먼저, 어디에 살게 할지와 누구의 말을 듣게 할지를 정해야 한다. 준비를 끝낸 사람에게 설치는 이벤트지만, 준비 없이 들어간 사람에게 설치는 추리 게임이 된다.
다음 장에서는 이제 정말 설치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간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참고
2Windows (WSL2)에서 OpenClaw 설치하기
4Choose an AI Model | OpenClaw MasterClass
6How to set up OpenClaw across WhatsApp, Telegram, Discord and S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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