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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밀수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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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밀수품의 정체

밀수품의 정체

가장 오래된 격리실

구형 생물격리 구역은 정거장에서 제일 오래된 종류의 공포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였다.

처음 우주로 올라온 사람들은 진공보다 세균을 더 무서워했다. 진공은 적어도 밖에 있었지만, 병원균은 안으로 들어온 뒤에야 존재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기술자들은 이 구역을 거의 편집증처럼 만들었다. 두 겹 문, 세 겹 차압, 자동 소각 라인, 독립 순환식 공기 계통. 요즘 기준으론 비효율의 박물관이었지만, 그만큼 숨기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붉은 비상등 아래에서 복도는 피가 아니라 경고처럼 보였다.

서진이 제일 먼저 코너를 꺾었다. 뒤에서 태경이 욕 비슷한 숨소리를 내며 따라왔고, 그보다 몇 걸음 뒤에 보안팀 둘, 의장 성하림, 에블린 케인, 주노 박이 거의 한 덩어리처럼 몰려왔다. 서로를 못 믿는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뛸 때는 이상하게도 걸음이 맞는다. 목표가 같아서가 아니라, 서로 먼저 놓치기 싫어서 그렇다.

격리실 외부 차단문은 반쯤 열린 채 멈춰 있었다.

"누가 먼저 들어갔군." 태경이 말했다.

"아니면 나가다가 급히 멈췄거나." 서진이 대답했다.

보안팀이 총을 들었지만, 서진은 그보다 벽면 계기판을 먼저 봤다. 압력은 안정적이었다. 온도는 지나치게 일정했다. 전력 사용량은 구형 구역 치고는 이상하게 매끈했다. 이런 데서 매끈하다는 건 좋은 뜻이 아니다. 오래된 장비는 대개 늙은 관절처럼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그런데 지금 수치는 새 기계처럼 점잖았다.

누군가 이 구역을 급하게 깨운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뜻이었다.

문 안쪽에는 화물 레일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문제의 컨테이너가 있었다.

생각보다 작았다.

사람들이 밀수품이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길쭉한 상자를 떠올린다. 총은 대개 그런 식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이건 아니었다. 정육면체에 가까운, 둔하고 무거워 보이는 상자였다. 군사 장비를 실었다면 비웃음을 살 만큼 소박했고, 반대로 정말 숨기고 싶은 물건을 넣었다면 너무나 영리한 크기였다.

주노 박이 먼저 중얼거렸다.

"저 크기로는 소화기 몇 정이 한계겠군요."

에블린 케인이 차갑게 말했다.

"소화기는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있고, 진짜 무기는 대개 눈에 안 띄죠."

서진은 가까이 다가갔다. 컨테이너 외벽에 손바닥을 댔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냉각장치가 돌아가고 있었다.

폭약은 이렇게 숨을 쉬지 않는다.

그는 바로 그 생각이 들었다.

상자는 총처럼 생기지 않았다

봉인 잠금은 이미 풀려 있었다. 억지로 뜯은 흔적은 없었다. 높은 권한으로 정식 해제한 다음, 다시 닫아 둔 모양이었다. 도둑이 아니라 주인이 다녀간 것 같은 꼴이었다. 서진은 그런 상황을 제일 싫어했다. 도둑은 잡으면 되지만, 주인은 보통 자기를 도둑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태경이 공구 가방에서 얇은 진단선을 꺼내 패널에 꽂았다. 몇 줄의 데이터가 떠올랐다. 그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무장류 아니야."

"확실합니까?" 성하림이 물었다.

"확실한 건 우주에 별로 없죠. 그래도 이건 거의 확실합니다. 탄약 안전 기준도 아니고, 폭발물 차폐 규격도 아니에요. 대신 진동 억제, 열 안정화, 전자기 차폐가 걸려 있네요."

서진이 덧붙였다.

"그리고 산소를 먹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먹는다고요?" 의장이 되물었다.

"정확히는 미량 소비입니다. 내부 순환식 보존 캡슐이 살아 있어요. 화약은 산소를 아껴도, 계산 장치는 열을 못 아낍니다."

에블린의 눈빛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주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턱이 굳었다. 둘 다 뭔가 짐작한 얼굴이었다. 그 표정이 서진은 더 마음에 안 들었다. 모르는 건 위험할 수 있지만, 아는 척 안 하는 건 대개 더 위험하다.

보안팀이 둘러서고, 태경이 상단 잠금을 해제했다. 금속 덮개가 천천히 들리며 안쪽의 서리가 걷혔다.

총열도, 포장된 탄창도, 병기용 프레임도 없었다.

대신 검은 코어 하나가 있었다.

사람 머리통보다 조금 큰 원통형 모듈이 여러 겹의 투명 완충 젤 안에 떠 있었다. 표면에는 은빛 회로가 아니라 마치 얼음 위에 금이 간 것 같은 미세한 광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빛은 흐르지 않고 스며들었다. 그걸 보고 서진은 기계를 떠올리기보다 신경계를 떠올렸다. 누군가 계산을 단순한 전자 부품이 아니라 반응하는 기관처럼 만들고 싶어 한 흔적이었다.

태경이 욕을 삼켰다.

"이건… 계산 코어네."

"그냥 계산 코어가 아니에요." 서진이 말했다.

컨테이너 바닥면에 부착된 정보판에는 제조사명도, 군 표식도, 등록번호도 없었다. 대신 딱 한 줄만 남아 있었다.

폐루프 자율 제어 코어

그 아래에 작은 문구가 더 있었다.

생명유지 계통 전용

정거장 안의 공기가 갑자기 다른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주노가 낮게 말했다.

"설마."

에블린은 그보다 더 조용하게 말했다.

"미쳤군."

서진은 그 둘을 번갈아 봤다.

"아는 물건입니까?"

이번에는 둘 다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컨테이너 내부 측면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보존 캡슐이 외부 개봉을 인식한 것이다. 곧 작은 투사창이 켜지더니, 낯익은 얼굴이 허공에 떠올랐다.

민태식 선장이었다.

죽은 사람은 대개 조용한 편인데, 기록으로 남겨진 죽은 사람은 가끔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말을 잘한다.

민태식은 피곤해 보였다. 수염을 제대로 밀지 못했고, 한쪽 눈 아래가 퀭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이걸 보고 있다면, 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겁니다. 안에 든 건 군수품이 아닙니다. 그보다 나쁜 거지."

그는 잠깐 기침한 뒤 말을 이었다.

"총은 사람을 몇 명 죽인다. 이건 가격표를 죽인다. 라그랑주가 이걸 이해하면, 숨을 사는 방식이 끝날 수도 있어."

기록은 거기서 짧게 끊겼다.

짧은 문장이었는데도 격리실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기계가 공기를 생각하는 방식

성하림 의장이 서진을 봤다.

"설명해 주세요. 쉬운 말로."

서진은 코어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계 이야기를 쉬운 말로 하는 건, 사실 사람 이야기를 정확히 하는 것보다 간단할 때가 많다.

"지금 정거장의 생명유지 계통은 여러 개의 바보가 협동하는 구조입니다."

태경이 헛웃음을 흘렸다.

"오늘 네 비유 중 제일 친절하군."

서진은 계속 말했다.

"이산화탄소 흡수탑이 따로 놀고, 조류 배양조가 따로 놀고, 수분 회수기가 따로 놀고, 전해조가 따로 놀아요. 각 장치는 자기 앞의 숫자만 봅니다. 사람은 그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안전 여유를 넉넉하게 잡죠. 문제는 안전 여유를 여기저기 중복해서 잡으면, 결국 멀쩡한 공기를 돈 주고 또 사게 된다는 겁니다."

의장은 이해했다는 듯 눈썹을 좁혔다. 에블린은 표정을 관리했고, 주노는 아예 포기한 사람처럼 팔짱을 꼈다. 둘 다 들어 본 설명이라는 뜻이었다.

서진이 코어의 외부 포트를 가리켰다.

"이건 각 장치를 따로 보지 않습니다. 하나의 폐루프로 봐요. 쉽게 말해, 정거장 전체를 한 개의 폐처럼 다루는 겁니다. 누가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 어느 구역에서 사람이 몰리는지, 선착장 문이 몇 분 뒤 열릴지, 외벽 온도가 얼마나 떨어질지, 미세 누출이 어느 시간대에 커지는지까지 학습해서 미리 조정합니다. 이산화탄소가 쌓인 뒤에 제거하는 게 아니라, 쌓일 상황을 보고 미리 흐름을 바꿔 버리는 식이죠."

태경이 말을 받았다.

"지금 방식은 땀난 뒤 부채질하는 거고, 저건 더워지기 전에 창문을 여는 거네."

"맞습니다."

서진은 캡슐 옆에 떠 있는 시험 데이터를 넘겼다. 숫자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회수 효율, 부하 예측, 누출 보정, 압력 반응 속도.

그는 일부러 가장 단순한 부분만 읽어 주었다.

"기존 표준 대비 산소 순환 회수율 14퍼센트 상승. 비상 예비분 유지 시간 31퍼센트 증가. 외부 구매량 추정치 22퍼센트 감소."

보안팀 중 하나가 무심코 말했다.

"그게 그렇게 큰 겁니까?"

서진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거장에서 1퍼센트는 농담이 아닙니다. 22퍼센트면 더더욱 아니고요. 그 정도면 숨을 더 싸게 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덜 사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이 물건의 정체를 가장 정확히 설명했다.

무기가 아니었다.

더 곤란한 것이었다.

이 코어가 제대로 작동하면, 라그랑주는 지구 기업이 파는 고가 산소에 덜 매달릴 수 있다. 화성이 쥔 재생모듈 교체 일정에도 덜 휘둘릴 수 있다. 지금까지 정거장을 조종해 온 줄이 두 개였다면, 이건 그 줄을 동시에 느슨하게 만드는 칼이었다.

칼은 보통 손에 쥐어야 위험하다.

하지만 어떤 칼은 시스템에 꽂히는 순간 더 위험해진다.

총보다 위험한 것

에블린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역시 기업 사람은 충격을 받아도 문장부터 정리한다.

"미등록 자율 코어를 민간 생명유지 계통에 연결하는 건 금지돼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적응형 제어는 효율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으면 재앙도 빠릅니다."

주노가 곧장 비웃었다.

"검증되지 않았다고요? 귀사 연구소가 이 분야 특허 분쟁을 몇 년째 벌이는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합니까?"

에블린은 그를 보지도 않았다.

"특허 분쟁과 상용 운용은 다른 문제죠."

"맞습니다." 서진이 말했다. "상용 운용은 돈이 더 걸리니까요."

격리실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주노가 코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시장에 풀리면 지구 쪽 산소 계약이 흔들리는 건 맞겠죠. 그런데 우리 쪽도 멀쩡하진 않을 겁니다. 재생 부품 공급 우위가 줄어들 테니까."

태경이 피식 웃었다.

"드디어 다들 정직해지네."

성하림은 이마를 짚었다.

"그러니까 이 물건 하나가… 우리를 살릴 수도 있고,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계약을 흔들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예." 서진이 답했다. "그리고 그래서 누군가 민 선장을 죽였을 가능성이 커졌죠."

그 말은 차갑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총을 실은 배를 가로채는 건 이해하기 쉽다. 총은 보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물건을 막으려 사람을 죽였다는 가정은 더 불쾌했다. 그건 누군가가 몇 명의 목숨이 아니라, 수백만 크레딧짜리 의존 구조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뜻이니까.

민태식의 짧은 기록이 다시 자동 재생되었다. 이번에는 끝부분의 손상된 프레임 몇 개가 이어졌다.

"이걸 가져가려는 쪽은 둘이야. 사려는 쪽도 둘이고, 없애려는 쪽도 둘이다. 웃기지. 다들 서로 적인데, 이 물건 앞에선 갑자기 닮아 보여."

화면이 꺼졌다.

주노는 입을 다물었고, 에블린도 아무 말이 없었다. 때로는 부정이 가장 큰 자백이 된다.

서진은 코어를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혁명이라고 하면 깃발을 떠올린다. 그런데 진짜 혁명은 종종 밸브 설정값에서 시작된다. 선거 구호보다 먼저 펌프 회전수가 바뀌고, 선언문보다 먼저 전력 곡선이 눌린다. 사람들은 자유를 외치기 전에, 우선 덜 굶고 덜 질식해야 하니까.

이 코어는 바로 그 순서를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총은 복도를 점령한다.

하지만 공기를 다루는 기술은 생활을 점령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숨의 가격표가 찢어지는 순간

성하림 의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평의회 의장으로 앉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거장 전체의 관리소장이 된 얼굴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누군가 화를 내고, 잘못 고르면 모두가 질식하는 자리. 높은 자리가 늘 멋있어 보이는 건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뿐이다.

"연결할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에블린이 즉시 고개를 들었다.

"안 됩니다."

주노도 거의 동시에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안 되죠."

태경이 둘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둘이 손잡으면 진짜 무섭구만."

서진은 코어 하단을 살폈다. 독립 전원은 살아 있었고, 학습모드는 봉인돼 있었다. 누군가 완전한 미가동 상태로 운송한 게 아니라, 어디선가 이미 시험한 다음 들여온 흔적이었다. 더 나쁜 소식은, 운용 이력이 꽤 깨끗하게 지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전문가의 손길이었다.

"연결은 가능합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중앙 생명유지에 바로 물리는 건 미친 짓이에요. 대신 이 격리구역 독립 계통에 시험 연결은 할 수 있습니다. 여기 공기계통은 정거장 본선과 분리돼 있으니까."

"위험은?" 의장이 물었다.

"모든 기계와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도 아주 안전하진 않죠. 비싼 숨을 사면서 천천히 목이 졸리는 건, 통계표에선 안정으로 보일지 몰라도 폐한텐 별로 위로가 안 됩니다."

성하림은 결정을 빨리 내리는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그래도 정거장은 느린 사람보다 빠른 실수로 더 오래 버텨 왔다.

"시험 연결하세요."

에블린이 날카롭게 말했다.

"의장, 그건 월권입니다."

주노도 낮게 말했다.

"적어도 공동 참관 아래 해야 합니다."

"좋습니다." 성하림이 잘라 말했다. "둘 다 보세요. 둘 다 기록하세요. 하지만 이 정거장의 공기를 어디까지 외주 줄지 결정하는 건 당신들이 아닙니다."

그 말은 오랜만에 의장다운 말이었다.

태경이 캡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고, 서진은 격리실 제어반을 열었다. 오래된 포트 몇 개는 규격이 달랐지만, 우주는 이상하게도 급할 때 서로 말이 통한다. 어댑터를 물리고, 차폐 라인을 붙이고, 수동 우회 밸브를 닫자 낡은 팬 소리가 한층 또렷해졌다.

코어가 연결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폭발도 없었고, 드라마틱한 빛도 없었다.

대신 몇 초 뒤, 격리실 벽 안쪽에서 늘 들리던 떨림이 사라졌다.

오래된 장비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중얼거린다. 그 소음이 멎었다는 건, 시스템이 처음으로 자기 몸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알아들었다는 뜻이었다. 화면의 곡선들이 움직였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하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떨어졌다. 압력 오차가 줄었고, 전력 소비 피크가 눌렸다. 습도 회수량은 올라갔다. 구형 흡수탑이 갑자기 젊어진 건 아니었다. 다만 덜 멍청하게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안팀 하나가 작은 욕을 내뱉었다.

"진짜네."

태경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거 한 대면 낡은 설비도 살려 쓸 수 있겠다."

"당장은요." 서진이 말했다. "더 무서운 건 그다음입니다."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추정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라그랑주 전체 계통에 같은 종류의 제어가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외부 산소 구매량 그래프가 가파르게 꺾였다. 예비시간은 늘어났고, 부품 교체 주기는 길어졌다. 숫자는 무미건조했지만, 뜻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 정거장의 목줄 길이를 다시 재기 시작한 것이다.

에블린은 처음으로 침착함을 잃었다.

"이 데이터는 봉인해야 합니다."

주노가 즉시 받아쳤다.

"공유해야죠."

"공유하면 복제됩니다."

"봉인하면 독점되겠죠."

둘의 말은 방향만 달랐지, 코어를 두고 싸우겠다는 점에선 완벽하게 같았다.

서진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빨랐다.

둘 다 놀란 건 맞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기술 앞에서 놀라는 속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를 알고 있던 사람이 실물을 봤을 때의 속도였다. 민태식의 말이 귓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사려는 쪽도 둘, 없애려는 쪽도 둘.

그는 컨테이너 운송 로그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찬 공기가 목 안쪽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송 중량이 맞지 않았다.

기록상 백로에서 빠져나온 총중량과 지금 격리실 바닥이 받고 있는 하중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비사에게 숫자의 작은 차이는 복도 끝 그림자보다 더 또렷하다. 누군가는 이 컨테이너에서 무언가를 먼저 꺼냈다.

서진이 천천히 말했다.

"의장님."

성하림이 그를 봤다.

"왜 또 그 목소리죠."

"밀수품은 하나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서진은 화면의 하중값을 확대했다.

"이 코어가 전부면 계산이 안 맞아요. 누가 먼저 열었고, 안에서 일부를 가져갔습니다. 부속 모듈이든, 키든, 아니면…"

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그때, 격리실 내부 감시 화면 한쪽에 꺼져 있던 출입 기록이 늦게 살아났기 때문이다.

사람 수가 하나 더 있었다.

조금 전 이 방으로 뛰어 들어온 인원 외에, 이미 이 구역 안에 있었던 누군가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출입자는 아직 퇴실 처리되지 않았다.

격리실 공기가 잠깐 완벽하게 조용해졌다. 새로 연결된 코어는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 숨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기계 쪽 계산은 맞아 가고 있었다.

문제는 늘 그렇듯 사람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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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선언: 숨의 가격으로 움직이는 우주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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