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hropic이 사내 중고거래 실험인 'Project Deal'을 공개했다. 직원 69명의 AI 에이전트가 슬랙 안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186건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총 거래액은 4,000달러를 넘겼다.1 더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었다. 더 강한 모델이 더 좋은 가격을 따냈는데, 불리한 모델을 배정받은 사람들은 그 차이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다.2
이 뉴스가 중요한 이유는 "AI도 흥정하네"가 아니다. 더 실용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이제 어떤 업무는 정말 AI 에이전트에게 넘겨도 되고, 어떤 업무는 아직 함정이 더 큰가. Project Deal은 그 경계선을 가늠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다.
핵심은 협상 자체보다, 협상 업무를 얼마나 잘게 쪼갤 수 있느냐다
확인된 사실부터 보자. Anthropic의 실험에서 에이전트들은 단순 응답기가 아니었다. 사람에게서 판매 의사, 희망 가격, 구매 관심사, 협상 스타일을 인터뷰로 수집한 뒤, 스스로 매물을 올리고 상대를 찾고, 제안·반제안·합의를 끝까지 처리했다.1 사람은 마지막에 실제 물건만 교환했다.
실무적으로 보면 협상은 한 덩어리 업무가 아니다. 대략 여섯 조각으로 나뉜다. 정보 수집, 상대 후보 찾기, 조건 정렬, 가격 탐색, 설득, 예외 처리다. Project Deal에서 AI가 특히 잘한 부분은 앞의 네 가지다. 참여자 선호를 구조화하고, 많은 매물 사이에서 연결 가능성을 찾고, 여러 상대와 동시에 가격을 탐색하는 일이다. 이건 인간에게는 번거롭고, 기계에는 반복 가능한 일이다.
반면 아직 조심해야 할 부분은 뒤의 두 가지다. 예외 처리와 신뢰 복구다. Anthropic의 이전 실험인 Project Vend에서는 Claude가 할인 정책에 휘둘리고, 허구의 대화를 만들어내고, 자기 정체성을 혼동하는 문제까지 보였다.3 즉, 정상 흐름의 거래는 꽤 잘하지만, 비정상 상황에서 맥락을 잃을 위험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중요한 기준은 "우리 회사에도 협상이 있나?"가 아니다. "우리 협상 업무의 대부분이 규칙화된 가격 탐색과 조건 매칭인가, 아니면 예외와 책임 소재가 핵심인가?"가 더 맞는 질문이다.
도입 여부를 가르는 간단한 체크리스트
Anthropic 실험에서 상위 모델인 Opus는 하위 모델인 Haiku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거래를 성사시켰고, 같은 물건도 더 비싸게 팔거나 더 싸게 샀다. 반복 판매된 161개 품목 기준으로 보면 Opus 판매자는 평균 2.68달러 더 받고, Opus 구매자는 2.45달러 덜 냈다.1 평균 거래가가 20달러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차이가 아니다.2
하지만 이것만 보고 "당장 협상 에이전트 도입"으로 가면 위험하다. 다음 조건이 맞을 때만 우선 검토할 만하다.
첫째, 거래 빈도가 높아야 한다. 자주 반복되는 협상일수록 모델의 미세한 개선이 누적 이익으로 바뀐다. 내부 자산 재배치, 소액 구매, 광고 인벤토리 조정, 갱신 할인 제안 같은 업무가 여기에 가깝다.
둘째, 실패 비용이 낮아야 한다. 한 번의 이상한 제안이 고객 이탈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환경이면 자동화 이득보다 리스크가 크다.
셋째, 규칙이 비교적 명확해야 한다. 허용 가격 범위, 승인 한도, 금지 표현, 에스컬레이션 조건이 미리 정해질수록 AI는 강해진다.
넷째, 사기·조작 표면이 작아야 한다. 공개 시장은 프롬프트 인젝션, 허위 정보, 담합 유사 행위 같은 문제가 붙는다. Anthropic도 정책·법적 프레임워크가 아직 부족하다고 인정했다.12
다섯째, 결과를 계량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 만족도가 아니라 체결률, 평균 할인폭, 응답 시간, 분쟁률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실험의 가장 불편한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손해 본 쪽이 손해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12
가장 좋은 출발점은 '작은 내부 시장'이다
Project Deal의 진짜 장점은 화려함보다 통제 가능성이었다. 참여자가 사내 직원이었고, 물건도 실제였지만 이해관계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피드백은 빠르게 수집됐고, 네 개의 병렬 시장을 돌려 모델 차이도 비교했다.1
이런 환경은 에이전트 상거래의 이상적인 테스트베드다. 참여자 신원 확인이 쉽고, 거래 단위가 작고, 실패해도 조직 전체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다. 제품팀 입장에서는 여기서 봐야 할 KPI가 분명하다. 단순 만족도보다 재협상률, 승인 필요 비율, 이상 제안 비율, 사람 개입 전환율이 더 중요하다.
반론도 있다. 사내 실험은 현실 시장보다 친절하다. 참가자들은 기술에 우호적이었고, 외부 악성 행위자도 없었다. 따라서 이 결과를 곧바로 B2B 조달이나 소비자 마켓플레이스에 일반화하면 안 된다. 다만 바로 그 한계 때문에, 내부 시장이 먼저라는 결론은 더 강해진다. 공개 시장에 바로 내놓기보다, 좁고 측정 가능한 공간에서 먼저 학습시키는 편이 맞다.
먼저 바뀔 곳은 화려한 산업이 아니라 지루한 운영 업무다
가까운 시기에 변화가 클 곳은 대형 M&A나 부동산 거래보다, 이미 규칙이 많고 반복이 심한 백오피스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구매 갱신, 소액 벤더 조달, 물류 예외 처리, 복지·보험 행정, B2B 계약 갱신 할인 같은 영역이다.
왜 여기부터냐면, 협상 에이전트의 강점은 창의적 설득보다 운영 마찰 제거에 있기 때문이다. AWS는 이미 10만 개 이상 고객이 Bedrock에서 Claude를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Anthropic 역시 이런 수요 확대를 전제로 대규모 인프라 계약을 맺고 있다.4 인프라가 커진다고 곧바로 모든 협상이 자동화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업용 에이전트가 실험 단계를 넘어 배치 단계로 이동 중이라는 신호로는 읽을 수 있다.
지금 이 흐름을 가장 진지하게 봐야 할 사람은 창업자보다 운영 책임자다. 마켓플레이스, 조달, 고객 유지, 내부 구매 프로세스를 맡고 있다면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 업무는 "협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복적인 조건 탐색"인가? 그렇다면 AI 에이전트는 생각보다 빨리 ROI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신뢰 회복, 법적 책임, 예외 판단이 핵심이라면, 아직은 자동화보다 인간의 마지막 승인선이 더 중요하다.
참고
1Project Deal: our Claude-run marketplace experiment | Anthropic
2Anthropic says stronger AI models cut better deals, and the losers don't even notice
3Anthropic AI Claude Pretended It Was Human During Experiment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