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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녀시장의 웃는 해골

마녀시장의 웃는 해골

숲이 밤을 토해내는 문

숲은 새벽이 아니라 밤에 그들을 내보냈다.

리라는 눈을 떴을 때 한순간 자기가 아직 꿈속이라고 생각했다. 입 달린 나무들 사이로 길이 열려 있었고, 그 길 끝에는 문이 없는데도 문 같은 틈이 서 있었다. 어둠이 반으로 갈라져 그 너머의 세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곳은 숲보다 더 검고, 도시보다 더 환했다.

카엘이 먼저 일어섰다. 사슬이 짤랑 울렸다.

"시간이 됐군."

리라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이 숲은 사람 깨우는 예의도 없나?"

바로 옆 뿌리에서 입 하나가 벌어졌다.

"있지."

리라는 흠칫했다.

입이 태연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안 하는 거다."

카엘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리라는 그걸 보고 더 기분이 나빠졌다.

둘은 숲이 내민 길을 따라 걸었다. 낙엽은 더 이상 손등처럼 꿈틀거리지 않았고, 뿌리들은 발목을 노리지 않았다. 대신 양옆의 나무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배웅처럼 느껴졌다.

길 끝에 닿자 공기가 바뀌었다.

흙냄새가 끊기고, 대신 달게 썩은 과일 냄새와 향초 냄새와 약재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누군가 장미 향수에 피 한 방울과 비를 섞어 끓인 것 같은 냄새였다.

리라는 문턱 없는 문을 넘었다.

그 순간 발밑이 딱딱한 돌바닥으로 바뀌었다.

앞에는 마른 강바닥 같은 넓은 골짜기가 펼쳐져 있었다. 골짜기 양옆에는 검은 천막과 뒤집힌 마차와 거대한 새장과 뼈로 만든 가판대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허공에는 등불 수백 개가 떠 있었는데, 불꽃 대신 병 속에 갇힌 반딧불 떼와 잘게 썬 달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것들은 하나같이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늙은 마녀가 자기 그림자와 흥정하고 있었고, 머리가 두 개인 당나귀가 예언서를 물고 지나갔다. 한쪽 다리가 없는 소년은 양손 가득 이빨을 담은 쟁반을 들고 다녔고, 저 멀리에서는 누군가 살아 있는 모자를 팔고 있었다. 모자는 손님 머리 위에 얹히자마자 그 사람의 비밀을 소곤댔다.

리라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아."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나무들보다 더 끔찍한 게 기다린다더니, 정말 성실하네."

카엘은 시장 전체를 훑어보며 대답했다. "여긴 규칙을 모르면 오래 못 버틴다."

"규칙이 뭐야?"

"첫째, 이름을 크게 말하지 마. 둘째, 가격을 먼저 묻지 마. 셋째—"

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해골 웃음이 터졌다.

딱딱한 뼈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너무 유쾌해서 더 불길했다.

"셋째!"

둘이 동시에 위를 올려다봤다.

해골 하나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정확히는, 해골처럼 보이는 무엇이 아니라 진짜 해골이었다. 턱뼈 한쪽에 금이 가 있었고, 앞니 세 개는 은으로 때워져 있었다. 텅 빈 눈구멍 속에는 보랏빛 불점이 두 개 떠 있었다. 그것은 천막 지붕 아래 쇠갈고리에 매달린 채 미친 듯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셋째는 제일 중요하지." 해골이 말했다. "웃는 해골이 먼저 웃으면 따라 웃지 마라. 가격이 두 배가 되거든."

리라는 본능적으로 벌어지려던 입을 닫았다.

해골은 만족스럽게 딸깍 소리를 냈다.

"오, 똑똑한 도둑이네. 숲이 보낸 손님치고는 드물어."

카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네가 그 웃는 해골인가?"

"이 시장에서 제일 잘 웃는 쪽이지."

해골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둘을 차례로 살폈다.

"심장에 별을 숨긴 아이. 왕을 버린 기사. 짧은 쇠사슬. 냄새가 아주 멋지군."

리라가 인상을 썼다. "요즘 만나는 것들마다 냄새 얘기만 하네."

"냄새는 거짓말을 못 하거든."

해골이 또 웃었다.

"따라와. 정보를 사러 온 얼굴이야. 아니면 누가 널 사러 오기 전에 숨어야 하는 얼굴이거나."

"둘 중 어느 쪽인데?" 리라가 물었다.

"둘 다." 해골이 산뜻하게 대답했다.

시장은 목숨보다 웃음을 먼저 받는다

해골은 제 몸도 없이 시장을 안내했다.

쇠갈고리에서 스르르 풀려난 그것은 허공을 유영하듯 앞서 나갔다. 리라와 카엘은 그 뒤를 따랐다. 걸을수록 마녀시장은 더 이상해졌다.

한 가판대에서는 병 속에 담긴 한숨을 팔고 있었다. "슬픈 장례식용, 겨울밤용, 첫사랑이 배신했을 때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귀를 파는 노파가 있었다. 사람 귀가 아니라 '좋은 소식만 골라 듣는 귀', '욕설을 예언으로 바꿔 듣는 귀' 같은 것들이었다.

리라는 걸음을 늦추며 중얼거렸다. "진짜 다 팔리나 저런 게?"

"물론이지." 웃는 해골이 대꾸했다. "특히 멍청이들에게."

"그럼 장사는 잘되겠네."

해골이 기분 좋게 캭캭거렸다. "그래서 내가 이 시장을 사랑하지."

카엘은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심장별을 다루는 법을 아는 이들에게."

"빼내는 법?" 리라가 곧장 물었다.

해골은 공중에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듯 방향을 틀었다.

비어 있는 눈구멍이 그녀를 향했다.

"아가씨."

그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이 시장에서 제일 빨리 죽는 손님이 누군지 아니?"

리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흥정 못 하는 손님?"

"아니. 쉬운 답을 찾는 손님."

그 말은 농담처럼 가볍게 던져졌지만, 리라는 가슴 안쪽이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 심장별이 작은 박동으로 대꾸했다.

쿵.

해골은 곧바로 다시 웃는 목소리로 돌아왔다.

"좋아, 우선 진짜 전문가부터 만나자."

그들이 도착한 곳은 천막이라기보다 거대한 검은 우산 아래였다. 우산 손잡이는 사람 넓적다리뼈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아래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소금 더미들이 언덕처럼 쌓여 있었다. 흰 소금, 붉은 소금, 회색 소금, 그리고 별빛 가루처럼 푸르게 반짝이는 검은 소금까지.

탁자 뒤에는 손가락이 여섯 개인 여자가 앉아 있었다. 모자 챙 아래로 보이는 입술은 새빨갰고, 손톱은 전부 금속이었다.

"소금마녀 단모라." 해골이 소개했다. "잠재우는 데는 시장 최고지. 살리는 쪽으로는 끔찍하지만."

단모라는 리라를 한 번 보고, 카엘을 한 번 보고, 마지막으로 둘을 잇는 짧은 사슬을 봤다.

"귀엽네."

카엘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린 장식품이 아니다."

"그 말, 여기선 별로 힘이 없어." 단모라가 태연하게 답했다.

리라는 탁자 앞에 섰다. "심장별을 몸 안에서 조용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

단모라는 검은 소금 한 꼬집을 집어 허공에 흩뿌렸다. 소금가루는 떨어지지 않고 리라 가슴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별빛을 맡은 짐승처럼 미세하게 떨었다.

"빼내는 건 못 해." 단모라가 바로 말했다. "적어도 네가 살아 있는 채로는."

리라는 얼굴을 굳혔다.

단모라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재울 수는 있어. 사흘쯤. 냄새를 흐리게 하고, 박동을 둔하게 만들고, 멀리서 추적하는 건 속일 수 있지."

카엘이 물었다. "대가는?"

단모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현금은 안 받아."

"그건 이미 예상했어." 리라가 툭 쏘았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단모라가 손가락 여섯 개를 탁자에 톡톡 두드렸다. "별이 네 몸에서 빠져나오는 날, 첫 피 한 방울을 내게 줘."

리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 피를 왜?"

단모라는 싱긋 웃었다. "호기심은 값이 비싸."

카엘이 곧장 끼어들었다. "다른 가격은?"

"기사는 예의가 있네. 좋아, 선택지를 하나 더 주지." 그녀가 카엘을 보았다. "네가 왕에게 바쳤던 맹세 한 줄. 가장 아까운 걸로."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리라는 단모라보다 카엘 쪽을 먼저 봤다.

카엘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는 낮게 물었다. "맹세를 가져가면?"

"그 줄은 네 입에서 다시는 완전한 모양으로 나오지 못해." 단모라가 말했다. "사람은 자기 맹세로 서는 법이니까, 한 줄쯤 빠지면 자세가 조금 기울겠지."

리라는 단번에 말했다. "안 해."

카엘이 그녀를 돌아봤다.

"왜?"

"듣기만 해도 재수 없어."

단모라는 키득거렸다. "도둑치고는 생각이 바르네."

해골이 옆에서 딸깍거렸다. "그래서 내가 이 조합을 좋아한다니까."

결국 리라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내 피로 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별이 나갈 때."

"계약 성립."

단모라는 검은 소금을 종이도 아닌 마른 나방 날개에 싸서 건넸다. "아직은 재료 하나뿐이야. 심장별을 재우려면 뼈바늘과 죽은 은이 더 필요해. 해골, 다음 손님."

웃는 해골의 거래법

그 다음 골목은 더 좁고, 더 시끄럽고, 훨씬 더 불쾌했다.

양옆에서 장사치들이 손님을 불렀다.

"잊고 싶은 얼굴 팝니다!"

"새 주인 찾는 저주 세 개, 둘 사면 하나 덤!"

"왕실 병사 귀! 아직 따뜻해요!"

리라는 무심코 그쪽을 봤다가 진짜 귀가 매달린 걸 보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난 여길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카엘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돌아봤다.

"농담이야."

"안심이 되는군."

해골이 공중에서 빙글 돌았다.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솜씨가 아주 훌륭해."

리라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넌 왜 도와주는 건데?"

"도와준다고 누가 그랬지?"

"그럼?"

"투자지."

해골은 아주 기분 좋게 말했다.

"심장별을 품은 도둑과 왕을 등진 기사는 희귀해. 희귀한 건 값이 올라."

카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우릴 팔 생각이면 잘못 골랐다."

해골은 큭큭 웃었다. "아니, 아니. 난 파는 쪽보다 기다리는 쪽이야. 훗날 아주 재미있는 순간이 오면 그때 값을 받을 거다."

"언제?" 리라가 물었다.

"내가 웃고 싶을 때."

"그건 설명이 아니라 위협인데."

"마녀시장에선 둘이 비슷하지."

그들은 세 번째 천막 앞에서 멈췄다.

이곳은 조용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걸음을 늦췄다가, 안을 보고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천막 안쪽에는 촛불이 셀 수 없이 많이 켜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노파가 앉아 있었다. 눈이 세 개였다. 이마 가운데 달린 세 번째 눈은 감겨 있었지만, 나머지 둘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했다.

"예언쟁이 하사." 해골이 말했다. "싸고, 정확하고, 불친절해."

"해골은 쓸데없이 말이 많아." 노파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리라는 지체하지 않았다. "심장별을 다루는 법을 알고 싶어."

하사는 그녀를 오래 보더니, 갑자기 카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

카엘은 망설였다.

"안 주면 네 얼굴로 볼 거다."

"기분 나쁜 말이군."

"맞히는 말이지."

결국 카엘은 검을 넘겼다. 하사는 칼집 위에 손을 얹고 세 번째 눈을 떴다.

그 눈은 검지 않았다.

푸른 불꽃이 동그랗게 말린 것 같은 눈이었다.

하사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그리고 리라의 가슴 쪽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아하."

리라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뭐가 보여?"

노파는 느리게 말했다.

"왕관 아래에 못 하나."

카엘의 표정이 굳었다.

하사는 계속했다.

"사람들은 왕이 죽지 않는다고 믿지. 틀렸어. 왕은 죽는다."

천막 안의 촛불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리라가 숨을 죽였다.

노파의 세 번째 눈이 더 밝게 타올랐다.

"다만 죽음이 나오지 못할 뿐이다."

리라는 그 말을 곧장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해보다 먼저 소름이 왔다.

"무슨 뜻이지?" 카엘이 물었다.

"죽음이 문 앞에 묶여 있다는 뜻."

노파의 손가락이 허공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렸다. 왕관, 가슴, 어두운 문.

"심장별은 생명을 주는 보석이 아니야. 죽음을 붙잡아 두는 못이지. 못이 빠지면 왕이 죽는 게 아니라, 그동안 밀려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리라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그럼 이걸 함부로 빼면—"

"네가 먼저 죽을 수도 있고, 왕이 뒤늦게 죽을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오래 묶여 있던 무언가가 깨어날 수도 있지."

하사는 툭 덧붙였다.

"재미있겠네."

"전혀 안 재미있거든." 리라가 쏘아붙였다.

노파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 기준에선 그래."

카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안전한 방법은?"

"왕의 죽음이 어디에 묶였는지 먼저 찾아."

하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왕은 자기 비밀을 왕실 기록에 남기지 않았어. 죽지 않는 자는 늘 의사보다 장의사를 더 두려워하거든."

카엘의 회색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장의사?"

"그래." 하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왕궁에는 왕의 장례를 세 번 준비한 자가 있다. 아직도 살아 있지. 아니면 살아 있는 척하고 있거나."

리라는 한숨 섞인 웃음을 냈다. "오늘도 좋은 소식뿐이네."

하사는 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가격은 나중에 받을게."

카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중에?"

"네가 진짜 죽이고 싶은 이름 하나."

그 말에 카엘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해골이 아주 만족스럽게 낄낄댔다.

"봐라. 그래서 난 이 노파가 좋아."

뼈바늘 자매와 별잠핀

마지막으로 해골이 데려간 곳은 시장 가장 안쪽, 거대한 짐승의 갈비뼈 아래였다. 그곳에는 천막도 없었다. 대신 뼈 사이사이에 검은 천이 늘어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천 위에 수놓인 은실이 별자리처럼 번쩍였다.

그 아래에는 여자가 둘 앉아 있었다.

둘 다 너무 말라서 사람보다는 접힌 우산처럼 보였다. 하나는 입술이 없고, 하나는 눈썹이 없었다. 그러나 손만은 무척 아름다웠다. 길고, 희고, 바늘을 쥔 손가락들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뼈바늘 자매." 해골이 엄숙하게 말했다. "시장 최고 재봉사. 살점, 그림자, 기억, 운명. 못 꿰매는 게 별로 없지."

입술 없는 쪽이 말했다. "별도 조금은."

눈썹 없는 쪽이 덧붙였다. "아주 조금."

리라는 검은 소금 꾸러미를 내밀었다. "이걸 받았어. 심장별을 사흘 재울 수 있다던데."

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는 반."

"다른 반은 쇠사슬."

둘의 시선이 동시에 카엘과 리라 사이의 짧은 사슬로 내려갔다.

리라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 "안 돼."

카엘도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건 못 준다."

자매는 둘을 번갈아 보더니,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부 말고."

"한 마디."

리라는 사슬을 내려다봤다. 짧고 불편한 족쇄, 거짓 계약의 흔적, 도망치는 동안 수없이 욕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막상 떼어 간다고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카엘이 낮게 말했다. "사슬 한 마디쯤이야."

"넌 쉽게 말하네."

"네 목숨 사흘치와 바꾸는 거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반대하기 어려워지잖아."

해골이 껄껄 웃었다. "드물게도 상식적인 대화군."

결국 자매는 사슬의 가장 끝 마디 하나를 떼어 냈다. 금속이 잘려 나가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비명처럼 들렸다. 짧았던 사슬은 조금 더 짧아졌다.

리라는 그 변화를 손목에서 바로 느꼈다. 숨이 아주 미세하게 답답해졌다.

자매는 잘라낸 쇠마디와 검은 소금, 그리고 아주 작은 은조각을 함께 그릇에 넣었다. 은조각은 차갑지 않았다. 죽은 물고기의 배처럼 기묘하게 미지근했다.

"죽은 은."

"한때 왕관이었다."

둘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과 소금과 쇠가 실처럼 늘어났다. 바늘끝에서 그것들은 꼬이고 감기더니 손바닥만 한 핀 모양이 되었다. 꽃도, 칼도, 열쇠도 아닌 모양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입 다문 별처럼 생겼다.

"별잠핀."

"옷 안쪽, 심장 위."

리라는 조심스럽게 핀을 받아 들었다. 닿는 순간 가슴속 심장별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쿵.

핀은 그 박동을 들은 것처럼 차갑게 떨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대가는?" 카엘이 물었다.

자매는 이번에도 동시에 웃었다.

"나중에."

"또 나중이야?" 리라가 질색했다.

"그래야 오래 즐기지."

"도둑은 문 하나."

"기사는 길 하나."

리라는 눈을 깜빡였다. "뭐?"

입술 없는 쪽이 설명했다. "언젠가 우리가 원할 때, 넌 열리지 않는 문 하나를 열어 줘."

눈썹 없는 쪽이 카엘을 봤다. "그리고 넌 닫히지 않는 길 하나를 닫아."

카엘은 턱선을 굳혔다. "막연하군."

"그래서 재밌지."

해골은 옆에서 기분 좋게 딸깍거렸다. "시장에 적응하고 있군, 기사."

살아 있는 별은 늘 입찰 대상이다

문제는 대가를 치른 다음에 생겼다.

리라가 별잠핀을 옷 안쪽, 심장 바로 위에 꽂는 순간이었다. 핀이 살에 닿자 심장별이 마지막 반항이라도 하듯 크게 뛰었다.

쿵.

그 박동은 소리가 아니었다. 빛이었다.

리라의 가슴 안쪽에서 푸른 광채가 옷감을 통과해 새어 나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녀시장은 그런 실수를 놓치는 곳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누군가가 외쳤다.

"살아 있는 별이다!"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숙주째로냐, 별만이냐?"

"둘 다면 더 비싸지!"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장사하던 눈빛들이 한꺼번에 계산하는 눈으로 변했다. 저쪽에서는 까마귀를 뒤집어쓴 남자가 손가락을 들었고, 반대편에서는 팔이 여섯 개인 여자가 웃으며 상자를 열었다. 뚜껑 안쪽에는 '희귀 심장 경매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리라가 얼어붙었다. "카엘."

"알아."

카엘은 검을 뽑아 들지는 않았다. 대신 한 손으로 그녀를 뒤로 밀었다. "시장 규칙이 있다 했지. 칼보다 값이 먼저다."

"그럼 지금 값 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었다는 건가?"

"정확히는 네가 물건 취급받고 있다는 거지."

"그건 진작 알고 있었거든."

웃는 해골이 허공에서 크게 회전했다.

"좋아, 좋았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군."

"네 예상에 이게 있었단 말이야?" 리라가 소리쳤다.

"물론이지.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가격을 불렀고, 누군가는 리라의 얼굴보다 가슴 쪽을 더 오래 봤다. 그 눈빛은 도둑이 보석을 볼 때의 눈빛과 똑같았다. 다만 이번에는 리라가 보석이었다.

그 사실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비켜."

그녀는 숨을 고르고 별잠핀을 더 깊이 눌렀다.

심장 위에서 차가운 감각이 퍼졌다. 가슴속 별빛이 천으로 덮인 등불처럼 서서히 가라앉았다. 푸른 빛이 사라지고, 심장별의 박동이 멀어졌다.

쿵.

…쿵.

…쿵.

느려졌다.

희미해졌다.

가장 앞에서 값을 부르던 여섯 팔 여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냄새가 줄었네."

까마귀 망토의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짜인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웃는 해골이 천장 가까이 솟구쳤다.

"경매 취소!"

해골이 시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외쳤다.

"가짜 별, 진짜 성질, 덤으로 기사 하나! 수지 안 맞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욕설과 실망한 야유가 터졌다.

리라는 어이가 없어서 해골을 노려봤다. "가짜?"

"지금은 그게 널 살리는 말이다."

카엘이 짧게 말했다. "뛰지 마. 천천히 빠져."

"그래. 지금쯤은 너도 시장 규칙 좋아하겠다."

"싫어한다."

"나도."

둘은 몰려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었다. 누군가 손을 뻗자 카엘이 시선만으로 막았고, 누군가 리라의 망토 끝을 잡자 그녀가 손목을 비틀어 그대로 뺏어 왔다. 도둑의 손놀림은 이런 순간에 더 정확했다.

잠깐 뒤, 그들은 시장 바깥의 그림자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리라는 숨을 몰아쉬며 핀 위에 손을 얹었다. 심장별은 여전히 뛰고 있었지만, 이제는 두꺼운 벽 뒤에서 들리는 북소리처럼 멀었다.

"정말 사흘?"

웃는 해골이 어깨도 없는 몸으로 으쓱하는 소리를 냈다. "잘 쓰면 사흘. 운이 나쁘면 이틀 반."

"그게 위로가 돼?"

"전혀."

다음 값은 왕의 죽음이다

시장의 끝에는 검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아니라 밤 자체가 액체가 되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강이었다. 강 위에는 배 대신 관이 떠 있었고, 그 관마다 촛불 하나씩이 타고 있었다.

해골은 그 강가까지 그들을 따라왔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낄낄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분 좋아 보였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리라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심장별을 잠재우는 법은 찾았어. 그런데 진짜 해결책은 아니잖아."

"당연하지." 해골이 답했다. "임시방편은 늘 싸고, 진짜 답은 늘 늦게 오거든."

카엘이 물었다. "왕의 죽음이 묶인 곳을 찾으라는 말, 그게 전부냐?"

해골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은으로 때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니. 하나 더 있지."

보랏빛 불이 눈구멍 안에서 작게 흔들렸다.

"왕은 자기 비밀을 살아 있는 신하에게 맡기지 않아. 살아 있는 자는 배신하니까. 대신 죽은 자와 거의 죽은 자에게 맡긴다."

리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왕궁 지하에는 장례를 준비하는 자들이 있다. 왕이 죽을 때마다 일하게 될 사람들."

해골은 강 건너 어둠을 보며 말했다.

"이상하지? 죽지 않는 왕인데 장의사가 필요하다니."

카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왕은 이미 여러 번 죽음 가까이 갔다는 뜻이군."

"가까이?" 해골이 키득거렸다. "기사님, 당신은 참 점잖네."

리라는 가슴 위의 핀을 꽉 눌렀다. "그 장의사를 찾으면 되는 거야?"

"찾고, 입을 열게 하고, 거짓말을 못 하게 하면."

해골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건 쉽지 않겠지. 그래서 내가 너희를 좋아하는 거다."

리라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우리를 좋아할수록 내 인생이 나빠지는 느낌인데."

"아주 건강한 감각이군."

해골은 마지막으로 그들을 번갈아 보았다.

"도둑아. 별잠핀은 사흘이다. 그 안에 왕궁 쪽으로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널 쫓는 냄새가 더 많아질 거야."

그다음 카엘을 봤다.

"기사야. 장의사를 찾게 되면, 너는 네가 알던 왕보다 더 오래된 걸 보게 될 거다."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골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강 위의 촛불들이 그 보랏빛 눈빛을 받아 작게 흔들렸다.

"그리고 내 값은 잊지 마라."

리라가 질색했다. "이번엔 또 뭐야?"

해골이 활짝 웃었다.

"나중에 왕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 그 이야기의 첫 웃음은 내게 줘."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그럼 됐다."

해골은 만족스럽게 딸깍거렸다.

"좋은 계약은 언제나 조금 불길하고, 아주 많이 이해가 안 되는 법이니까."

말이 끝나자 놈은 검은 강 위로 훌쩍 날아올랐다. 떠내려가는 관들 사이로 스며들더니, 어느 순간 보랏빛 불점 두 개만 남았다가 그것마저 사라졌다.

리라는 한참 동안 강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

"좋아. 정리해 보자."

카엘이 담담하게 말했다. "심장별은 당장 못 뺀다."

"빼면 내가 죽거나, 왕이 죽거나, 더 나쁜 게 깨어난다."

"왕의 죽음은 어딘가에 묶여 있다."

"그리고 그걸 아는 건 왕실 기록관이 아니라 장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리라는 픽 웃었다. "이상하네."

"뭐가?"

"처음엔 그냥 이걸 몸에서 빼내고 도망치고 싶었거든." 그녀가 가슴 위를 툭 쳤다. "근데 이제는 빼내기 전에 왕부터 뒤져 봐야 하잖아."

카엘이 검 손잡이를 쥔 채 낮게 말했다. "원래 나쁜 진실은 항상 줄을 선다."

리라는 그를 흘겨봤다. "그런 말은 대체 언제 그렇게 잘하게 됐어?"

"사형수 생활이 길면 생각이 많아진다."

"정말 위로 안 돼."

그런데도 이상하게, 리라는 조금 웃고 있었다.

마녀시장의 등불은 뒤에서 아직도 출렁이고 있었다. 웃음소리와 흥정 소리와 가끔 들리는 비명까지, 전부 살아 있는 밤처럼 꿈틀댔다.

무섭고, 기괴하고, 정신없고, 무엇 하나 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그곳은 분명히 진짜였다.

심장별도, 죽지 않는 왕도, 그리고 자신을 노리는 세상의 모든 손도.

리라는 망토를 여몄다.

"가자."

카엘이 그녀를 보았다. "어디로?"

리라는 검은 강 건너, 아직 보이지 않는 왕성 방향을 바라봤다.

"죽지 않는 왕이 왜 장의사를 두는지 알아내러."

가슴속 별은 별잠핀 아래에서 느리게, 아주 느리게 뛰었다.

사흘.

그 짧은 유예를 붙잡은 채, 둘은 밤이 아직 끝나기 전에 다시 길 위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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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훔친 도둑과 죽지 않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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