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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형수 기사와 거짓 계약

사형수 기사와 거짓 계약

광장 한가운데의 죽을 사람

정오의 종은 이상하게도 배부른 소리였다.

사람이 죽는 날치고는 너무 느긋하고, 너무 둥글고, 너무 햇빛이 좋았다.

리라는 광장 맞은편 빵집 지붕에 엎드린 채 눈을 가늘게 떴다. 아래는 사람으로 들끓고 있었다. 장사꾼들은 팔아야 할 물건보다 구경거리를 더 많이 들고 나왔고, 아이들은 어른들 다리 사이를 헤집고 다녔고, 병사들은 창끝으로 군중을 밀어내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검은 깃발이 세 개 세워져 있었다. 왕실 문장은 지워지고, 그 위에 새로 덧칠한 은색 눈동자 문양이 바람에 출렁거렸다. 왕이 직접 내리는 처형일 때 쓰는 깃발이었다.

그 아래, 철창이 열렸다.

사슬 소리와 함께 남자가 끌려 나왔다.

그는 멀리서 봐도 컸다. 어깨가 넓고, 두 팔은 사슬에 묶인 채였는데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는 피와 먼지로 엉켜 있었고, 입가에는 마른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한때는 왕실기사의 갑옷이었을 철판 조각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지만, 왕실의 태양 문장은 칼로 긁어낸 듯 난도질되어 있었다.

그 얼굴을 리라는 알고 있었다.

어젯밤 심장별이 보여 준 환영 속에서.

그리고 지금은 더 분명했다.

그 남자는 죽으러 나온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죽이려는 쪽이 더 귀찮다는 얼굴이었다.

"반역 기사 라우렌 폰 에단!"

검은 제복의 집행관이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외쳤다.

"왕실 명령 위조, 금지 봉인 접근, 왕명 불복, 북부 수비대 선동, 폐하에 대한 반역 혐의로—"

"빠진 게 있군."

남자가 입을 열었다.

광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 목소리는 낮았고 쉬어 있었지만, 묘하게 멀리까지 닿았다.

"말을 기분 나쁘게 한다는 죄도 추가해라. 네 얼굴을 보고도 웃지 않은 건 큰 불경이니까."

군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가 바로 꺼졌다. 병사들 시선이 한 번 훑고 지나가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집행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마지막까지 혀를 놀리는군."

"마지막이라면 좀 더 아껴 썼겠지."

리라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했다.

미친놈이었다.

아주 유능한 종류의 미친놈.

그때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군중도, 병사도, 집행관도 아닌, 지붕 위의 리라 쪽으로 정확히 시선이 올라왔다. 거리도 있고 사람도 많은데 눈이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회색 눈.

차갑고, 피곤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또렷했다.

그의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지금 열 수 있나.

리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소리 내지 않았는데도 입 모양만으로 욕이 나왔다.

그는 자기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 가슴 안의 별을 보고 있었다.

리라는 외투 깃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심장별은 그럴 때마다 더 잘 들키는 물건이었다. 피부 아래 푸른 맥이 한 번, 두 번, 조용히 뛰었다.

쿵.

광장 아래의 자물쇠들이 리라 눈에 들어왔다.

철창 문 하나.

사형대 아래 족쇄 둘.

병사들 허리춤 수갑 열두 개.

광장 둘레를 막은 쇠사슬 여섯 줄.

그리고 그녀만 보게 된 푸른 선들. 잠긴 것과 열릴 것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틈들.

리라는 이를 악물었다.

"미쳤네. 정말 사람을 훔치게 생겼네."

가장 시끄러운 탈옥

집행관이 손을 들었다.

"집행 준비!"

북이 울렸다.

병사들이 사형수 주위를 둥글게 에워쌌다. 장궁병들이 양쪽 계단 위로 올라섰다. 마도사 둘이 사형대 아래 문양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봉쇄진이었다. 대충 만든 것도 아니었다. 웬만한 마도사는 저 안에서 촛불 하나 못 켤 것이다.

리라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마법은 못 써도, 그녀가 하는 건 원래 마법이 아니었다.

도둑질은 늘 문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였다.

열쇠로 열면 예의 바른 거고, 아니면 실력이다.

그녀는 지붕 가장자리까지 기어가 손을 뻗었다. 멀리 있는 자물쇠를 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심장별이 보여 주는 선은 잡을 수 있었다. 차갑고 가느다란 감각이 손끝에 걸렸다.

"한 번만."

리라는 중얼거렸다.

"딱 한 번만 말 들어."

심장별이 대답하듯 뛰었다.

쿵.

첫 번째로 열린 것은 사형수의 족쇄가 아니었다.

광장 구석 제과상 수레의 빗장이었다.

철컥.

다음은 옆집 양조장 창고 문.

철컥.

다음은 구경꾼 하나가 묶어 둔 개 목줄, 누군가의 돈궤짝, 물통 덮개, 병사 하나의 허리 수갑,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게도 광장 분수대의 밸브였다.

콰아아아!

물기둥이 솟았다.

"뭐야?"

"자물쇠가 열렸어!"

"내 돈!"

"개 잡아!"

광장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빵 수레가 뒤집히고, 개 두 마리가 자유를 얻자마자 서로를 물었고, 분수대 물이 집행관의 제복을 적셨다. 병사 셋은 갑자기 풀린 수갑 때문에 자기들끼리 걸려 넘어졌다.

집행관이 악을 썼다.

"대형 유지! 대형—"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철컥 소리가 났다.

사형수의 족쇄였다.

남자가 손목을 한 번 비틀었다. 무거운 쇠고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광장 전체가 멈칫했다.

그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맨손으로 옆 병사의 창대를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병사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오는 순간 이마로 얼굴을 박아 버렸다. 뼈 부딪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창이 손에 들어오자 그는 사슬이 아직 남은 한쪽 팔로 창대를 돌려 다른 병사의 무릎을 후려쳤다.

"잡아라!"

"죽여도 좋—"

"아니, 살아서!"

지휘관들 말이 서로 엇갈렸다.

남자는 그 틈을 비웃듯 웃었다.

"이래서 왕실 일은 늘 비효율적이지."

리라는 지붕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진짜 잘 싸운다."

감탄은 잠깐이었다. 장궁병 둘이 동시에 활시위를 당겼다. 목표는 사형수가 아니라, 지붕 위에서 빛이 새어 나온 리라였다.

"거기다!"

"그릇이다!"

리라는 욕을 퍼부으며 몸을 굴렸다. 화살이 기왓장을 깨뜨리며 박혔다. 또 하나는 외투 자락을 찢고 지나갔다.

"나를 알았으면 조용히 좀 하지!"

아래에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달려오는 병사를 걷어차며 짧게 외쳤다.

"왼쪽!"

리라는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뛰었다.

바로 직후, 그녀가 있던 자리에 마도사의 푸른 불덩이가 떨어져 지붕 한 칸이 통째로 날아갔다.

먼지가 치솟았다.

"아, 고맙긴 한데 방식이 너무 거칠잖아!"

"살아 있으면 됐지!"

그가 받아쳤다.

사형대 아래는 이제 전쟁터였다. 사슬이 휘두르는 소리, 창이 부러지는 소리, 군중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소리, 어디선가 풀려난 말이 돌바닥을 걷어차는 소리가 뒤섞였다.

리라는 숨을 고르지 못한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도망칠 길은 둘이었다. 혼자 달아나거나, 저 미친 사형수를 데리고 달아나거나.

혼자 달아나면 빠를 것이다.

둘이 달아나면 살아남을지도 몰랐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고, 이상한 날에는 늘 두 번째 선택지가 더 비쌌다.

리라는 이를 악물고 지붕 끝에서 몸을 던졌다.

반역 기사는 생각보다 무겁다

착지는 형편없었다.

도둑다운 자세로 우아하게 내려앉는 대신, 리라는 건초 수레를 반쯤 부수며 처박혔다. 먼지와 마른 짚이 얼굴에 들러붙었다.

"좋았어, 완벽해."

혼잣말을 하며 기어나오자마자 병사 하나가 그녀를 발견했다.

"여기 있다!"

리라는 반사적으로 자물쇠 따개를 꺼냈다. 병사는 칼을 들고 있었고, 그녀는 자물쇠 따개를 들고 있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훌륭한 증거였다.

칼날이 내려오기 직전, 옆에서 누군가 그 병사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꺾었다. 짧은 비명과 함께 병사가 쓰러졌다.

그 사형수였다.

가까이서 보니 더 형편없었다. 아니, 더 위험해 보였다. 한쪽 눈가가 찢어져 있었고, 입술도 터져 있었고, 옆구리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숨 한 번만 고르고 다시 서 있었다.

리라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안 죽었네."

남자는 쓰러진 병사의 칼을 주워 들며 대꾸했다.

"생각보다 작은데."

"칭찬으로는 안 들리거든."

"칭찬 아니었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섰다.

"따라와."

"명령하지 마."

"그럼 여기서 잡히든가."

그 말은 너무 맞아서 짜증 났다.

리라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를 따라 골목으로 뛰었다. 뒤에서 병사들이 몰려왔다. 사형수 탈옥에 더해 왕실이 쫓는 그릇까지 같은 방향으로 달아난다. 오늘 지휘관들은 저녁에 분명 머리를 쥐어뜯을 것이다.

골목은 좁았고, 냄새는 최악이었고, 길은 복잡했다. 하지만 리라는 하층가의 쥐였다. 이쪽으로 꺾고, 상자 위를 밟고, 담벼락 틈으로 빠지고, 빨랫줄 아래로 몸을 낮추는 일에는 누구보다 익숙했다.

문제는 뒤에 따라오는 남자였다.

기사치고는 조용히 움직였지만, 그래도 기사였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보폭이 너무 컸다. 가끔은 사람 둘 분량의 존재감으로 골목을 채웠다.

"좀 작아질 순 없어?" 리라가 헐떡이며 물었다.

"넌 좀 느려질 수 없나?"

"그럼 죽잖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앞길을 막고 병사 셋이 뛰어들었다. 리라가 멈추려는 순간, 남자가 그녀 어깨를 잡고 뒤로 끌었다. 그리고 바로 앞으로 나가 칼을 짧게 세 번 휘둘렀다.

하나는 창대를 잘랐고, 하나는 손목을 쳤고, 마지막 하나는 병사의 투구를 날려 보냈다. 상대를 죽이기보다 무력화하는 칼이었다. 지나치게 익숙하고, 지나치게 정교했다.

왕실기사.

전직이라는 말이 붙어도, 몸은 쉽게 잊지 않았다.

"오른쪽 배수로!" 그가 외쳤다.

리라는 망설이지 않고 철제 덮개 쪽으로 달렸다. 잠겨 있었다. 당연했다.

그러나 오늘 잠긴 것은 대개 오래가지 못했다.

리라는 손을 뻗었다.

쿵.

쇠고리가 튀어 올랐다.

그녀가 덮개를 밀자 검은 하수 냄새가 확 올라왔다.

"으악, 최악."

"살아 있는 최악이 죽은 최고보다 낫지."

남자가 먼저 아래로 뛰어내렸다. 리라는 그 말을 잠깐 생각해 봤다가, 별로 반박할 힘이 없어서 뒤따라 뛰었다. 그들이 덮개를 닫자마자 위에서 병사들의 발소리가 쏟아졌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도시의 악취가 그들을 환영했다.

이름을 묻기 전에 칼부터 겨누는 사이

하수도는 축축했고, 미끄러웠고, 살아 있는 것과 썩은 것의 경계가 애매한 냄새가 났다.

리라는 벽에 손을 짚고 숨을 골랐다. 위에서는 병사들이 아직도 덮개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이쪽 통로는 복잡해서 금방 따라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려다가 바로 멈췄다.

남자가 칼끝을 그녀 목 아래에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가깝게.

"좋아." 리라가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넌 누구지?"

"방금 널 사형대에서 훔쳐 온 사람."

"그건 직업이고."

"도둑."

"이름."

리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목숨 구해 준 사람한테 예의가 없네."

"나도 네 목숨을 구했어."

"그래서 우린 비겼다?"

"아직 아냐."

그는 칼을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의 회색 눈에는 피로와 경계심이 똑같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를 믿지 않는 데 오래 익숙해진 얼굴이었다.

리라는 천천히 자기 칼을 꺼냈다. 벨크가 준 얇은 칼이었다. 칼날이 형편없이 짧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오히려 이런 게 좋았다.

"좋아. 내 차례네."

그녀는 칼끝을 그의 옆구리 상처 쪽에 겨눴다.

"넌 누구야, 사형수?"

잠깐 정적이 흘렀다.

하수도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카엘."

리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는 라우렌 폰 뭐시기라고 하던데."

"정식 이름은 카엘 라우렌 폰 에단."

그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왕실은 내 이름 중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부르지."

"좋아. 카엘. 난 리라."

"알고 있었나?"

"이름?"

"심장별."

리라의 표정이 굳었다.

카엘은 그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역시는 무슨."

"네 몸 안에 들어간 게 뭔지 모르고 움직이는 얼굴이었거든."

"그럼 넌 아는 얼굴이네?"

카엘은 대답 대신 칼을 조금 내렸다. 완전히 거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당장 찌르진 않겠다는 뜻이었다.

"왕실기사단 안에는 일반 병사들이 모르는 부서가 있다."

그가 말했다.

"봉인된 유물, 오래된 문, 지도에 없는 장소, 왕실도 함부로 열지 못하는 것들을 지키는 쪽."

"그리고 넌 그쪽 기사였다?"

"한때는."

"지금은?"

카엘의 입가가 비틀렸다.

"반역자. 사형수. 네가 본 대로."

리라는 칼을 여전히 겨눈 채 물었다.

"누명?"

"그래."

"증거는?"

"없으니까 매달리기 직전까지 갔지."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오히려 진짜처럼 들렸다.

리라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진실한 얼굴을 하는 거짓말쟁이는 하층가에도 많았다. 대개 제일 비쌌다.

"좋아. 그럼 내가 더 간단하게 물을게."

그녀는 자기 가슴께를 툭 쳤다. 푸른 빛이 얇은 천 아래로 희미하게 번졌다.

"이걸 빼낼 수 있어?"

카엘은 잠시 침묵했다.

짧은 침묵이었다.

하지만 리라는 그 짧은 틈에서 대답을 읽었다.

있다.

혹은 있다고 믿게 만들 생각이 있다.

둘 중 하나였다.

"방법은 있다."

카엘이 마침내 말했다.

리라는 바로 물었다.

"어디?"

"여기서는 못 해."

"그건 대답이 아니야."

"도시 안에서도 못 하고, 왕실 손 안에서도 못 해. 심장별이 깨어난 이상 넌 열쇠가 됐어. 왕은 널 다시 금고에 넣으려 들 거고, 다른 놈들은 널 열어 보려 하겠지."

"정말 듣기 좋네."

"좋게 말한 거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원래는 더 끔찍해."

리라는 한숨을 삼켰다. 솔직한 말을 하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왜 널 반역자로 만들었지?"

카엘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히.

"내가 열지 말아야 할 걸 봤으니까."

"뭘?"

"죽지 않는 왕이 왜 죽지 않는지."

하수도 안 공기가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

리라는 농담을 하려다 말았다.

그건 농담이 아닌 얼굴이었다.

서로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조건

위쪽에서 철판 긁는 소리가 들렸다.

추격대가 다른 덮개를 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카엘이 먼저 칼을 완전히 거두었다.

"시간 없어. 네 선택지는 셋이다."

"말투 좀 봐. 내가 네 부하인 줄 아나."

"네가 죽고 싶지 않다면 들어."

리라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턱을 들었다.

"해 봐."

"하나, 지금 나를 찌르고 혼자 도망간다."

"가능성 있어 보이네."

"둘, 날 믿고 같이 움직인다."

"가능성 낮아졌어."

"셋."

카엘은 잠깐 그녀를 보았다.

"왕실에 잡힌다."

그건 놀랍도록 설득력 있는 셋째였다.

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숨을 쉴 때마다 심장별이 안에서 느리게 맥박쳤다. 그녀 몸이 자기 것만은 아닌 감각. 그건 시간이 갈수록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같이 움직이면 어디로 가는데?"

"도시 밖."

"그건 누구나 알아."

"왕국 지도에서 지워진 숲이 있다."

카엘이 말했다.

"옛길로만 들어갈 수 있고, 보통 나무보다 입이 많지."

리라는 그를 잠깐 쳐다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농담하는 거야?"

"안타깝게도 아니야."

"입 달린 나무들 있는 숲이 어떻게 더 나은 선택지지?"

"적어도 왕실보다 먼저 네 심장을 도려내진 않으니까."

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리라는 턱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 숲에 뭐가 있는데?"

"심장별을 다룬 기록. 그리고 날 반역자로 만든 진짜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것."

"아, 좋아. 이제야 기사답네."

"무슨 뜻이지?"

"결국 네 목적도 있단 뜻."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곧 인정이었다.

리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좋아. 그럼 거래하자."

"거래?"

"넌 나한테 심장별을 빼낼 방법을 알려 준다. 난 널 그 숲까지 데려간다. 그게 끝."

"데려간다?"

카엘이 낮게 말했다.

"길을 아는 쪽은 나다."

"잠긴 문을 여는 쪽은 나야."

둘은 잠깐 서로를 노려봤다.

아주 아름답게 상성이 나빴다.

위쪽에서 병사들 고함이 점점 가까워졌다.

"이 아래다!"

"불빛 봤나?"

"둘 다 멀리 못 갔다!"

카엘이 짧게 말했다.

"조건 하나 추가."

"뭔데?"

"서로 배신하지 않는다."

리라는 웃었다.

"그런 말은 믿는 사람들이나 하지."

"그래도 말은 해야지."

그가 내민 것은 악수가 아니었다.

부러진 족쇄였다.

한쪽 쇠고리는 아직 열려 있었고, 사슬 세 마디가 남아 있었다.

리라는 그걸 쳐다보다가 눈썹을 올렸다.

"설마."

"설마다."

카엘은 무심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버리고 달아날 수 없게, 나도 널 버리고 달아날 수 없게."

"미친 소리네."

"효율적인 소리다."

"난 이런 계약 싫어."

"나도 네 성격 싫어."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됐거든?"

"짧아도 충분했어."

리라는 이를 갈았다. 그런데 정말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혼자 다니기엔 카엘은 심장별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고, 카엘 혼자 다니기엔 그녀 없이 열 수 없는 문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둘 다 지금 당장 잡힐 처지였다.

하층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믿을 수 없는 놈과 손잡을 때는, 손보다 손목을 묶어라.

정말 질 나쁜 지혜였다.

그래서 대개 맞았다.

리라는 팔을 내밀었다.

"한 번만 찬다."

"숲에 도착할 때까지다."

"그 말도 계약에 넣어."

카엘은 남은 쇠고리를 그녀 손목에 채웠다. 차가운 금속이 딸깍 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한쪽을 자기 손목에 걸었다.

사슬 세 마디가 둘 사이에서 짧게 흔들렸다.

리라는 그걸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는 악수네."

카엘이 처음으로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동의한다."

거짓 계약

그들은 하수도 갈림길 앞에 섰다.

왼쪽은 강 쪽이었다. 물길을 따라가면 도시 바깥으로 빠지는 오래된 배수문이 있다. 하지만 왕실이 그 길을 모를 리 없었다.

오른쪽은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오래전에 봉인된 성소와 낡은 수로가 얽혀 있는 구역. 도둑도 잘 안 가고, 병사도 꺼리는 길.

카엘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쪽."

"왜?"

"왕실이 막은 문이 있으니까."

리라는 피곤하게 웃었다.

"좋아. 정말 나 없인 안 되겠네."

"네가 그렇게 유용한 건 인정한다."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칭찬 아냐."

"알아."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사슬이 짧게 울렸다.

걸음이 처음부터 맞을 리 없었다. 리라는 빠르고 낮게 움직였고, 카엘은 길고 곧게 움직였다. 첫 다섯 걸음 동안 둘은 세 번 부딪혔고, 두 번 욕했고, 한 번은 진짜로 서로 칼자루를 잡을 뻔했다.

그런데도 앞으로 나아갔다.

리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숲까지만이다.

심장별을 빼내는 법만 알아내면, 이 기사와는 끝이다. 누명이든 왕이든 반역이든, 그건 귀족들 문제다. 도둑은 그런 문제에 끼면 오래 못 산다.

그녀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카엘도 말없이 걸으며 생각했다.

숲에 들어가기 전까진 필요하다.

심장별이 깨어난 이상 리라는 열쇠다. 그녀 없이는 문을 열 수 없고, 문을 열지 못하면 증거도 못 찾는다. 왕을 멈출 수도 없다.

그 역시 그렇게 정리했다.

둘 다 같은 방향을 보고 걸었다.

둘 다 전혀 같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계약은 시작부터 거짓말이었다.

앞쪽 어둠 속에서 거대한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수도 끝에 어울리지 않게 오래되고 두꺼운 문이었다. 표면에는 별무늬와 뿌리 같은 선들이 얽혀 있었다. 왕실 봉인랍시고 검은 밀랍과 쇠못이 덕지덕지 박혀 있었지만, 리라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결국 잠금장치일 뿐이었다.

카엘이 문 앞에 멈췄다.

"열 수 있나?"

리라는 문에 손을 올렸다.

반대편에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왔다.

숲 냄새였다.

젖은 흙, 오래된 수액, 비가 오기 전 나무껍질이 내는 쌉쌀한 향.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 입술을 움직이는 소리 같은 것.

속삭임이었다.

문 너머 나무들이 벌써부터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심장별이 크게 뛰었다.

쿵.

푸른 빛이 그녀 손바닥 아래로 번졌다. 봉인에 그어진 검은 선들이 하나씩 갈라졌다. 쇠못이 퉁겨 나가고, 밀랍이 녹아내리고, 문 안쪽 어딘가에서 수십 년 만에 톱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렸다.

카엘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리라."

"왜."

"문이 열리면 뒤돌아보지 마."

"좋은 충고는 보통 늦게 하네."

"지금도 늦었다."

철문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초록빛이 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도시 지하 깊숙한 곳에서, 지도에는 없는 숲의 바람이 먼저 그들을 맞았다.

리라는 자기 손목의 족쇄를 한 번, 옆의 카엘을 한 번 보았다.

"좋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도망도 같이, 지옥도 같이네."

카엘은 검을 고쳐 쥐었다.

"지옥이라기엔 아직 조용하다."

바로 그때, 문 너머에서 나무가 웃는 소리가 났다.

사람 웃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리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취소. 방금부터 지옥 맞아."

그리고 둘은, 서로를 전혀 믿지 못한 채, 같은 문턱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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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훔친 도둑과 죽지 않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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