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1. 별이 떨어진 밤의 도둑

별이 떨어진 밤의 도둑

굴뚝 밑에서 자란 아이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층가의 밤공기는 늘 젖어 있었다.

지붕 위로 올라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낮 동안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밤이 되면 내려앉아, 사람들의 빨랫줄과 창문틀과 폐 속까지 천천히 적셨다. 왕성이 반짝이는 언덕 위에서는 촛농 같은 금빛이 흘렀고, 언덕 아래 진흙과 잿빛이 뒤섞인 골목에서는 쥐들이 먼저 길을 골랐다.

리라는 그 지붕 위를 맨발로 달리고 있었다.

"거기다! 지붕 위다!"

뒤에서 경비병 하나가 고함쳤다. 리라는 대답 대신 웃었다. 잡히지 않은 도둑은 아직 도둑이 아니라고, 하층가 아이들은 그렇게 배웠다. 진짜 도둑은 잡혔을 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녀는 몸을 낮춘 채 허물어져 가는 지붕의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졌다. 기와 조각이 부서져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고, 그 소리에 골목의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리라는 지붕 끝에서 두 발을 모아 뛰었다. 건너편 염색공장의 지붕까지 한 뼘 모자란 거리였다.

하층가에서는 그런 거리를 두고 목숨값이라고 불렀다.

그녀의 손끝이 겨우 처마를 걸었다. 몸이 허공에 매달리는 순간 어깨가 뜯겨나갈 듯 아팠지만, 리라는 이를 악물고 올라탔다. 그리고 뒤를 돌아, 좁은 지붕 위에서 멈춰 선 경비병들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오늘은 아니네, 아저씨들."

경비병 하나가 창을 들었다. 다른 하나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만 쫓아! 저 꼬마 때문에 발목이 나가겠어."

리라는 그들이 더는 따라오지 못하리라는 걸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사실 오늘 밤 그녀가 훔친 건 빵 두 덩이와 말린 소시지 한 줄뿐이었다. 목숨을 걸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층가에서 배고픈 아이의 손은 법보다 빠르고, 왕실 세금 징수관의 칼보다 자주 사람을 찔렀다.

리라는 훔친 자루를 품에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 아래 골목 어디선가 어린애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술병을 깨뜨리고, 누군가는 그릇을 던졌고, 누군가는 오늘밤도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싸웠다.

그녀는 빵 자루를 조금 더 꽉 끌어안다가, 문득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왕성.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성벽, 탑마다 매달린 청동 종, 그리고 하층가 전체를 내려다보는 검은 창문들. 저곳의 부엌에서는 버려지는 고깃덩이만으로도 다섯 거리의 아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다. 저곳의 마굿간 말은 그녀보다 더 좋은 담요를 덮고 잘 것이다. 저곳의 금고에 쌓인 동전 몇 줌이면, 병든 아이들이 약 없이 죽는 일쯤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리라를 오래전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배고픔은 배를 비우지만, 불공평은 사람의 머리를 비웠다. 그리고 머리가 빈 사람은 위험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왕실 금고를 털자.

처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냈을 때, 하층가의 늙은 소매치기 벨크는 웃다가 의자를 뒤로 넘겼다. 그 뒤에는 손등으로 눈물까지 닦으며 말했다.

"얘야, 그건 도둑질이 아니라 전설이야."

리라는 그 말을 그대로 외웠다.

전설이라면, 누군가 시작해야 했다.

오늘 밤이 바로 그 밤이었다.

왕성으로 가는 쥐의 길

왕성의 정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초대장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굴뚝 아래의 아이들은 초대장보다 더 믿을 만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수구, 배수로, 벽틈, 그리고 쥐가 다니는 길.

리라는 염색공장 지붕에서 내려와 오래된 종탑 뒤편의 배수문으로 들어갔다. 철문은 세 달 전 녹슨 경첩 하나가 부러졌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경비대장이 아니라 하층가의 아이들이었다. 그녀는 몸을 옆으로 틀어 틈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안은 지독한 냄새가 났다. 썩은 물과 약품, 쥐 오줌, 오래된 이끼 냄새가 한꺼번에 코를 찔렀다. 리라는 익숙하다는 듯 숨을 짧게 끊어 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둠 속에서 손에 잡히는 벽은 축축했고, 발밑에는 느릿하게 물이 흘렀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낡은 자물쇠 따개 세 개, 짧은 칼 한 자루, 그리고 벨크에게 훔치다시피 배운 도둑의 요령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경비병은 항상 자기가 똑똑하다고 믿는다.

둘째, 부자는 자기 금고를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약점을 만든다.

셋째, 진짜 문제는 금고를 여는 게 아니라 살아서 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했지만, 리라는 오늘만큼은 첫째와 둘째를 더 믿고 있었다.

배수로 끝에는 왕성 외벽 아래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있었다. 오래전 전쟁 때 만든 탈출로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인들 몇몇도 모르는 버려진 길이 되었다. 리라는 돌벽 틈에 손가락을 넣고 몸을 끌어올렸다. 머리 위의 쇠창살 틈으로 희미한 빛이 비쳤다.

왕성 안이었다.

창살 하나는 이미 톱으로 반쯤 잘려 있었다. 그건 리라가 한 일이 아니었다. 하층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왕성을 꿈꾸는 손들이 많았다. 끝까지 살아남은 손이 적었을 뿐이다. 리라는 쇠창살을 힘껏 비틀었다. 금속이 낮게 끼익 울더니 휘어졌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위로 기어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부엌 창고 뒤편의 좁은 복도였다. 바닥은 하층가 어느 집 식탁보다 깨끗했고, 벽에는 향초 냄새가 배어 있었다. 리라는 자기 발등에 묻은 진흙을 내려다보았다. 한순간, 여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림자만 골라 움직였다. 복도 끝에서 하인 둘이 지나가며 속닥였다.

"오늘 밤 점성탑에서 난리가 났대."

"또 왕실 마도사들이 별 타령이야?"

"쉿, 금지된 예언이 어쩌고 하던데."

리라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왕성 사람들은 늘 별과 예언과 혈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층가 사람들은 빵값과 장작값과 내일 아침에 대해 이야기했다. 별은 배를 채워주지 않았다.

아직은.

금고 앞의 소녀

왕실 금고는 지하에 있었다.

리라는 낮 동안 이곳에 숨어 들어온 적은 없었지만, 배달꾼 아이로 위장해 성 안을 드나들며 길을 여러 번 익혀 두었다. 계단은 셋, 경비 교대는 한 시간 반 간격, 지하 복도 끝 청동문 앞에는 늘 두 명. 그리고 오늘 밤, 북쪽 탑의 작은 화재 덕분에 경비가 절반쯤 그리로 쏠려 있었다. 화재 자체는 우연이 아니었다. 리라는 벨크가 웃으며 건네준 기름병을 떠올렸다.

"전설도 연막쯤은 필요하지."

지하 복도는 차가웠다. 벽에 걸린 불꽃 수정등이 파란빛을 뿜으며 흔들렸다. 청동문 앞의 경비병 둘은 잠과 지루함 사이에서 몸을 기대고 있었다.

리라는 천장 가까운 통풍구 속에 납작 엎드린 채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기다림은 그녀의 특기였다. 배고픔도, 겨울도, 빚쟁이의 발소리도, 늘 기다림 속에서 견뎌야 했으니까.

한 경비병이 하품했다.

"교대가 왜 이렇게 늦어?"

다른 쪽이 투덜거렸다.

"점성탑에서 뭔가 떨어졌대잖아. 마도사들이 전부 위로 불려갔대."

"하늘에서 별이라도 떨어졌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말로 세계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쿵.

왕성 전체가 한 번 아래로 꺼지는 것처럼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수정등 불빛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경비병 둘이 동시에 균형을 잃었다.

이어진 것은 빛이었다.

처음엔 멀리서 번개가 터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푸른 불길이었다. 지하 복도 끝의 작은 채광창으로 들어온 빛이 순식간에 벽과 바닥을 휩쓸었다. 누군가가 밤하늘에 거대한 칼집을 낸 것 같았다.

"무슨—"

경비병 하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위쪽 어디선가 폭발음이 울렸다. 돌 깨지는 소리, 유리 쏟아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 왕성은 마치 잠에서 덜 깬 짐승처럼 몸을 떨었다.

리라는 통풍구 안에서 눈을 크게 떴다.

별이 떨어졌다.

정말로.

그녀의 머릿속에 들었던 온갖 욕심이 순식간에 한데 엉켰다. 금고, 동전, 보석, 탈출. 모든 계획이 흔들렸지만, 도둑의 본능은 그때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가장 값비싼 것이 드러난다.

경비병 둘은 청동문을 버리고 위쪽 계단으로 달려갔다. 명령이 없더라도, 인간은 자기 눈으로 기적을 보고 싶어 한다.

복도가 비었다.

리라는 통풍구 덮개를 밀어 열고 조용히 떨어졌다. 무릎으로 충격을 죽인 뒤 곧장 청동문 앞으로 달려갔다. 자물쇠는 생각보다 컸다. 왕실이란 늘 과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크다고 해서 복잡한 건 아니었다. 크면 구조도 읽히기 마련이다.

리라는 귀를 문에 대고 금속 속의 떨림을 들었다. 첫 번째 핀, 두 번째 스프링, 세 번째 걸쇠. 손끝이 춤추듯 움직였다. 등 뒤 먼 곳에서는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왕성이 놀라 깨어나는 심장 소리 같았다.

딸깍.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리라는 자신이 전설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금고 안에 들어가자, 그녀는 곧 알게 되었다.

오늘 밤 전설을 시작한 건 자신이 아니라 하늘이었다는 것을.

하늘에서 떨어진 것

금고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바닥에는 봉인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벽면마다 유리함과 철상자가 줄지어 있었다. 동전과 왕관과 의식용 검, 진주 박힌 술잔, 오래된 서판들이 차갑게 빛났다. 평생 처음 보는 부와 권력이 눈앞에 있었지만, 리라의 시선은 그 어느 것에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금고 한가운데에, 방금 막 생겨난 듯한 구덩이가 있었다.

천장을 뚫고 떨어진 무언가가 바닥의 돌을 깨부순 것이다. 금고 천장에는 커다란 균열이 뻗어 있었고, 깨진 돌가루 사이로 푸른빛이 흩날렸다. 마치 밤하늘을 잘게 부숴 금고 안에 뿌려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것이 있었다.

주먹보다 조금 큰 구체.

새파란 불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심장처럼 천천히 뛰는 빛이었다. 표면은 수정 같기도 하고 금속 같기도 했으며, 안쪽에는 작은 별무리가 갇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한 번 빛날 때마다 금고 안의 그림자들이 뒤집혔다. 벽면의 봉인문양은 그것을 향해 검게 일그러져 있었다.

리라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다가갔다.

그때 금고 벽면의 오래된 쇠명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왕실 문자는 반쯤 닳아 있었지만, 그녀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경고가 새겨져 있었다.

심장별. 봉인 유지. 맨손 접촉 금지.

리라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하층가에도 전설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은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는다. 대신 값을 치르게 만든다. 누구의 목숨으로, 어떤 방법으로, 그건 별이 정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리라는 보통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금고 안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다른 보물은 무겁고, 눈에 띄고, 팔아도 추적당하기 쉽다. 그러나 이건 달랐다. 왕실이 금지 유물에 봉인을 둘렀다는 건, 값어치가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왕성 전체가 이걸 향해 뛰어오고 있을 터였다.

가장 위험한 물건은 종종 가장 비싼 물건이다.

리라는 자기 외투 끝을 찢어 손에 감았다. 그 천도 사실은 며칠 전 세탁줄에서 훔친 것이었다. 오늘 밤의 모든 것은 도둑질에서 시작해 도둑질로 이어졌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심장별은 손에 닿기 직전, 마치 그녀를 알아본 듯 한 번 크게 맥동했다.

쿵.

그 빛이 리라의 얼굴을 훑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낯선 풍경이 번개처럼 스쳤다. 검은 바다 위를 걷는 탑, 피를 뒤집어쓴 왕관, 날개를 태운 용의 울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밤하늘 아래 무릎 꿇은 수많은 그림자들.

리라는 숨을 삼켰다.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심장별이 그녀의 손바닥으로 달라붙듯 들어왔다.

차갑지 않았다.

뜨겁지도 않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금고의 모든 봉인문양이 한꺼번에 붉게 타올랐다.

왕성의 개들이 풀리다

경종 소리가 바뀌었다.

단순한 화재나 침입을 알리는 종이 아니었다. 더 높고 날카롭고, 듣는 사람의 척추를 긁는 소리. 금지 유물의 봉인 해제. 아마 그런 종류의 경보일 것이다. 리라는 그런 사치스러운 경보가 존재한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금고다! 금고를 봉쇄해!"

밖에서 누군가 고함쳤다.

리라는 욕설을 삼키고 심장별을 외투 안쪽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런데 주머니 천이 파르르 떨리더니 안쪽에서 푸른 선이 번져 나왔다. 빛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이런 건 좀 아니지."

그녀는 제일 가까운 유리함을 발로 차 깨뜨렸다. 보석이 쏟아졌다. 이어 다른 선반도 밀어넘겼다. 쨍그랑, 우당탕. 금고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누가 봐도 아무거나 마구 집어간 아수라장처럼 보일 것이다.

문이 열리자 경비병 셋이 들이닥쳤다. 그들이 본 것은 깨진 보물함과 푸른 빛을 두른 소녀였다.

"저년이다!"

리라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닥에 흩어진 금화를 한 줌 걷어차 상대 눈을 향해 날렸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병사 둘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며 한 명의 무릎 뒤를 걷어찼다. 병사가 쓰러졌고, 검집이 바닥을 쳤다. 리라는 그 소리를 딛고 계단 쪽으로 내달렸다.

복도는 이미 발소리로 가득했다. 위층에서 뛰어내려오는 경비들, 소리치며 지시를 내리는 장교, 멀리서 울부짖는 사냥개들. 왕성의 개들이 풀린 것이다.

리라는 왼쪽 복도로 꺾었다. 원래 계획한 탈출로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살아 있을 때 다시 세우는 법이다.

심장별이 주머니 속에서 다시 한 번 뛰었다.

쿵.

바로 그 순간, 리라의 발아래 바닥 문양이 푸르게 번쩍였다. 그녀는 깜짝 놀라 멈칫했지만, 이미 늦었다. 뒤쫓던 경비병 하나가 그 빛 위를 밟는 순간 허공으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리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한 거야?"

대답 대신 심장별이 또 한 번 맥동했다. 마치 웃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 달리다가 커다란 창문 앞에서 몸을 멈췄다. 아래는 왕성의 정원, 그 아래는 성벽 바깥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너무 높았다.

뒤에서는 경비대장이 외쳤다.

"포위해! 절대 유물을 놓치지 마라!"

유물.

좋아, 적어도 내가 헛것을 훔친 건 아니네.

리라는 창틀 위에 발을 올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후려쳤다. 머리 위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밝았다. 구름 사이로 거대한 균열 같은 빛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별 하나가 떨어진 자리는 아직도 타들어 가는 것처럼 일렁였다.

경비병들이 활을 겨눴다.

그 순간 심장별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리라의 가슴박동과 정확히 같은 리듬이었다.

"설마."

화살이 날아왔다.

리라는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았다.

아주 잠깐, 정말 한 번 숨 들이마실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밤공기 위에 붙잡힌 것처럼 멈췄다. 외투자락이 별빛을 머금은 듯 펼쳐지고, 푸른 불꽃 같은 흔적이 발끝에서 흘렀다.

경비병들의 얼굴이 공포로 굳었다.

리라도 똑같이 놀랐다.

그 짧은 기적은 곧 끝났다. 그녀의 몸은 다시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미 충분했다. 리라는 정원의 조각상 지붕 위에 한 번 부딪히고, 그 반동으로 경사면을 굴러 성벽 틈의 덤불 속으로 처박혔다.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왕성 위에서는 함성과 종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뒤엉켜 쏟아졌다.

리라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까졌고, 팔꿈치에서는 피가 흘렀다. 하지만 외투 안쪽 주머니는 아직 뜨겁게, 아니 살아 있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성벽 아래의 어둠으로 비틀거리며 뛰었다.

심장이 별처럼 뛰는 밤

하층가로 돌아오는 길은 늘 멀었지만, 오늘 밤은 유난히 끝이 없었다.

리라는 시장 뒤편의 빈 수레 밑에 숨었다가, 경비대의 횃불이 지나가면 골목을 가로질렀다. 두 번은 지붕을 타고, 한 번은 도축장 피 웅덩이를 넘어야 했다. 온 도시에 경계령이 내려진 듯했다. 멀리서도 왕성 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푸른 빛을 본 자는 즉시 신고하라!"

"금지 유물을 손에 넣은 도둑을 찾는다!"

"하층가를 샅샅이 뒤져!"

그 외침들이 밤공기 속을 떠돌았다. 리라는 비웃고 싶었지만, 목 안쪽이 바짝 말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버려진 제분소 뒤편, 자신이 숨어 지내는 작은 다락방까지 겨우 기어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다리가 풀렸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숨만 쉬었다. 좁은 방에는 밀가루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배어 있었다. 창문 틈으로는 하층가의 주황빛 불빛이 가늘게 들어왔다.

리라는 떨리는 손으로 외투 안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심장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작고 조용한 방 안에서 그것은 금고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선명해 보였다. 마치 방 전체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비추는 빛 같았다. 리라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맨손이었다.

심장별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라오자, 방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울렸다.

쿵.

리라는 숨을 멈췄다.

그 빛 속에서 또다시 장면들이 스쳐 갔다. 검은 갑옷의 기사 하나가 사형대 아래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입이 달린 나무들이 바람 속에서 속삭였다. 웃는 해골들이 천막 사이를 굴러다녔다. 불타는 수도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날개를 펼쳤고, 왕궁 아래에는 밤하늘이 뒤집힌 듯 끝없는 별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와 꼭 닮은 손이 무언가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리라는 심장별을 떨어뜨릴 뻔했다.

"대체 넌 뭐야?"

그 질문에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다만 방 바깥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었다. 무거운 장화 소리. 수색대였다.

리라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쪽도 뒤져!"

"이 제분소 안도 확인해!"

리라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창문은 좁고, 아래에는 이미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문은 곧 열릴 것이다.

그때 심장별이 손안에서 맥동했다.

쿵.

다락방 바닥의 오래된 밀가루 자국 사이로 푸른 선이 번졌다. 처음 보는 문양이었다. 원이 열리고, 선이 이어지고, 별처럼 뻗은 길이 나타났다. 리라는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바닥 밑에 다른 세계의 문이 숨어 있었던 것처럼.

문 밖에서 손잡이가 거칠게 흔들렸다.

"문 열어!"

리라는 심장별을 움켜쥐었다.

굶주린 아이였을 때는 빵을 훔쳤고, 조금 더 자라서는 은화 주머니를 훔쳤다. 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왕실의 금고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훔쳤다.

이제 와서 겁내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리라는 푸른 문양 한가운데로 발을 내디뎠다.

바로 그 순간 문이 부서지며 열렸고, 횃불 빛이 다락방 안으로 쏟아졌다.

그러나 경비병들이 붙잡은 것은 텅 빈 방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밀가루 먼지 위에서 별처럼 천천히 사라지는 푸른 빛의 흔적뿐이었다.

책 목록

별을 훔친 도둑과 죽지 않는 왕

전체 목차 보기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틸노트는 사용자가 AI를 활용해 노트를 쉽게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AI 스퀘어 단톡방에 함께해요

AI 활용과 틸노트 사용 팁을 나누는 오픈채팅방입니다. 입장 비밀번호는 tilnote입니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