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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옥패 하나

부서진 옥패 하나

산신각의 새벽불

비는 밤새 산을 두드리더니, 새벽이 가까워지자 겨우 숨을 골랐다.

서문진은 축축한 볏짚 더미 위에 반쯤 널브러진 채 눈을 떴다. 코끝에는 젖은 흙냄새와 오래된 향재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둘러보니 허물어져 가는 산신각이었다. 지붕 한쪽은 무너져 있었고, 처마 끝에서는 아직도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운데 놓인 작은 화로에는 불씨가 간신히 살아 있었다.

"안 죽었네."

맞은편에서 들려온 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회색 장삼의 여인이 기둥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밤사이 젖었던 머리카락은 어느 정도 말랐지만, 왼쪽 소매는 새로 찢어 묶은 흔적이 있었다. 상처를 대충 눌러 둔 모양이었다.

서문진은 목이 잠긴 소리로 말했다.

"첫인사치곤 너무 매정한데요."

"강호에서는 그 정도면 따뜻한 편이지."

"전 아직 강호 사람이 아닙니다."

여인이 화로 속 불씨를 젓가락으로 건드리며 대꾸했다.

"어젯밤부터는 애매해졌어."

그 말이 억울해서 서문진은 바로 반박하려다 멈췄다. 품속이 묵직했다. 그가 다급히 손을 넣자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옥패였다.

어젯밤 객잔 바닥에서 주워 쥔 그 반쪽짜리 물건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젖은 천에 싸였던 핏자국은 말라 검붉게 엉겨 있었고, 한쪽 가장자리는 칼로 잘라 낸 듯 매끈하게 끊겨 있었다. 부서졌다기보다, 애초부터 둘로 나뉘도록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여인이 그의 손을 보며 말했다.

"이제 줄 생각은 있나?"

"이제는 더 못 주겠는데요."

"왜?"

"모르니까요. 모르는 걸 넘기면 대개 더 큰일이 되더군요."

여인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아주 약하게, 그러나 분명히 웃었다.

"행상 견습치고는 제법이네."

"사부가 늘 그랬습니다. 모르는 값엔 손대지 말라고요."

"좋아. 그럼 값을 설명하지."

그녀는 잠시 시선을 낮췄다가 담담히 말했다.

"내 이름은 윤서린이다."

"서문진입니다."

"서문진. 옥패를 이리 줘."

"이름 말고 설명이요."

이번에는 그녀가 정말로 입꼬리를 올렸다.

"고집도 있네."

"맨날 맞고 살아서요."

서문진은 조심스럽게 옥패를 내밀었다. 윤서린은 그것을 받아 화로 가까이 가져갔다. 불빛이 닿자 녹빛도 희고 푸른빛도 아닌, 묘하게 탁하면서도 깊은 빛이 돌았다. 싸구려 장식옥과는 달랐다. 오래 쥔 손의 체온과 세월이 스민 물건 같았다.

그녀는 소매 끝으로 표면을 닦았다. 말라붙은 피와 진흙이 벗겨지자, 어젯밤 번개 속에서 얼핏 보았던 무늬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구름을 가르며 솟은 한 자루 검.

그리고 그 아래, 손톱만 한 크기로 새겨진 두 글자.

천학.

서문진은 저도 모르게 따라 읽었다.

"천…학?"

윤서린의 눈빛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어젯밤 칼을 들었을 때처럼 차갑고 날카로워진 표정이었다.

"이 문양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유명한 데인가요?"

"지금의 강호에서는 이름이 남아 있어. 하지만 이 문양은 달라."

그녀는 검무늬를 손가락 끝으로 짚었다.

"천학문의 지금 표식은 학이 구름 위를 나는 모양이야. 검을 앞세운 구름 문양은 아주 오래전 것뿐이다."

서문진은 옥패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에게는 그저 멋들어진 장식 같을 뿐이었지만, 윤서린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계가 어려 있었다.

"오래전 거면 오래된 기념품 아닙니까?"

"기념품 때문에 객잔 하나가 피바다가 되진 않아."

그 말은 너무 맞는 말이라 서문진은 입을 다물었다.

천학이라는 이름

화로의 불이 조금 살아나자 윤서린은 옥패를 돌려 뒷면까지 비추었다. 서문진도 가까이 붙어 들여다봤다. 뒷면은 앞면보다 더 소박했지만, 중앙에 아주 가느다란 금이 하나 가 있었다. 처음엔 흠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금이 아니었다. 선이었다.

"이거… 깨진 자국이 아니네요?"

서문진이 중얼거리자 윤서린이 눈을 좁혔다.

"어디?"

그는 장사꾼 견습답게 물건 보는 눈만큼은 빨랐다. 그는 옥패를 비스듬히 기울여 불빛을 받게 했다.

"여기요. 그냥 금 간 줄 알았는데 선이 두 겹입니다. 그리고 여기, 점 두 개. 누가 일부러 새긴 것 같은데."

윤서린은 한동안 말없이 옥패를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지도군."

"지도요?"

"정확히는 길을 가리키는 표식."

그녀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듣기만 했는데, 정말 있긴 있었군."

서문진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뭘 들었는데요?"

윤서린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의 희끄무레한 하늘을 한 번 보고,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억지로 꺼내는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강호에는 가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떠돈다. 누군가는 웃고 넘기고, 누군가는 그 소문 때문에 죽지. 그중 하나가 천학문의 반쪽 옥부 이야기였다."

"옥부?"

"합쳐야만 완전해지는 패라는 뜻이야. 하나를 둘로 나눠 서로 다른 손에 맡기는 물건. 혼자서는 쓸 수 없고, 둘이 모여야 문이 열리거나 진짜가 증명되지."

서문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문이라니… 무슨 문이요?"

"그건 모른다."

"방금 아는 사람처럼 말했잖아요."

"소문은 자세할수록 거짓이 많아.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다. 천학문의 옛 장문 계통에서만 썼다는 반쪽 옥부가 있었고, 그것이 사라진 뒤로 천학문 안팎에서 몇 차례 피바람이 불었다는 것."

서문진은 객잔의 어둠 속에서 들리던 외침을 떠올렸다.

옥패를 가진 놈을 찾아라.

그 순간 등골이 다시 서늘해졌다.

"그럼 저 노인…"

"평범한 노인이 아니었겠지."

윤서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어젯밤 그가 쓴 검은 정파의 검이었다. 바르고, 빠르고, 힘을 아껴 쓰는 칼. 그런데 중간에 한 번, 지금은 천학문 제자들도 쓰지 않는 고식이 섞였어.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한눈에 알아봐요?"

"나는 그런 걸 보고 먹고산다."

서문진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났다.

"그게 직업처럼 들리는데 하나도 안 안심됩니다."

"안심하면 오래 못 살아."

그녀는 무심히 대꾸한 뒤 다시 옥패를 살폈다.

서문진도 슬금슬금 다가가 옆에서 들여다보았다. 이제 보니 옥패의 깨진 면은 들쭉날쭉하지 않았다. 서로 맞물리도록 파인 홈이 하나 있었고, 아주 작은 금속 부스러기 같은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두 조각이 딱 들어맞게 만든 솜씨였다.

"정말 반쪽이네요."

"그래."

"그럼 나머지 반쪽도 누군가 가지고 있겠군요."

윤서린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서 더 큰일인 거야."

불빛 아래 떠오른 두 글자

그녀가 옥패를 화로 위로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가자, 표면에 남아 있던 얇은 때가 녹듯 번졌다. 그러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희미한 글자 하나가 뒷면 아래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낙.

그리고 그 아래 반쯤 닳아 지워진 한 글자.

명.

서문진이 먼저 소리쳤다.

"낙명?"

윤서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 같은 사람도 놀라는구나 싶을 만큼 분명한 반응이었다.

"낙명곡…"

"곡이요?"

"산서 쪽으로 난 오래된 골짜기다.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흉한 이름으로 더 유명하지. 들어간 자가 열에 아홉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왜요? 귀신이라도 나옵니까?"

"귀신보다 사람과 함정이 더 무섭지."

그녀는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천학문과 얽힌 옛 폐곡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서문진은 화로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객잔에서 벌어진 살육, 노인이 일부러 자신에게 던진 듯한 옥패, 천학문의 오래된 표식, 그리고 낙명곡이라는 수상한 이름. 모두 한 줄로 꿰이기 시작했다.

그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저는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말린 떡이랑 바늘 팔던 놈인데요."

윤서린이 건조하게 받았다.

"오늘은 반쪽 옥부를 든 놈이 됐고."

"전자가 훨씬 좋았습니다."

"대개 그렇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빗방울이 처마 끝에서 하나씩 떨어졌다.

서문진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저걸 노인이 왜 저한테 던졌을까요? 당신한테 줄 수도 있었잖아요. 당신이 훨씬 잘 싸우는데."

윤서린은 뜻밖에도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도… 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일 거다. 나는 처음부터 감시를 받고 있었어. 반면 너는 그들의 계산 밖에 있었지."

"그러니까 제가 재수 없었다는 뜻이군요."

"아주 정확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서문진을 똑바로 보았다.

"하지만 운 나쁜 자가 오래 살면, 나중에는 다들 그걸 운이 좋다고 부른다."

"그런 건 보통 죽지 않은 사람만 할 수 있는 말 아닙니까?"

"그래서 살아남아 보자는 거지."

객잔에 남은 것들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에 두 사람은 산신각을 나섰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산길은 아직 질척였다. 안개가 낮게 깔려 발목을 감쌌고, 숲은 밤새 얻어맞은 짐승처럼 축축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우화객잔으로 곧장 돌아가자는 말은 윤서린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산비탈을 돌아 아래쪽 관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바위턱에 몸을 숨겼다.

서문진은 그곳에서 객잔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어젯밤의 우화객잔은 더 이상 손님을 받는 집이 아니었다. 마당에는 말이 스무 필도 넘게 묶여 있었고, 검은 옷의 사내들뿐 아니라 회색 승복을 입은 자 둘, 푸른 띠를 맨 무사들까지 드나들고 있었다. 지붕 아래 부서진 창문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끊임없이 움직였다.

"저렇게 많이요?"

윤서린이 낮게 말했다.

"소문이 번졌다."

"하룻밤 만에?"

"이 바닥에서는 피 냄새가 말보다 빨리 달린다."

서문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객잔 앞마당 한쪽에는 천으로 덮인 시체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젯밤 마지막까지 버티던 청의 노인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없네요."

"나도 보고 있어."

"설마 살아난 겁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윤서린은 말을 흐렸다.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때 객잔에서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 하나도 빼놓지 말고 뒤져라! 옥패를 쥔 놈은 아직 멀리 못 갔다!"

다른 목소리가 받았다.

"낙양 쪽 길도 이미 막았습니다!"

서문진은 본능적으로 품을 눌렀다. 손바닥 아래 옥패가 식은 돌처럼 차가웠다.

아래를 내려다보던 윤서린이 입술을 굳혔다.

"생각보다 빠르군."

"뭐가요?"

"단순한 살수 떼가 아니라는 거다. 저 정도면 뒤에 문파나 세력이 붙어 있어."

"옥패 하나 때문에요?"

"강호는 늘 그렇다. 작은 물건 하나에, 큰 사람들이 더 잘 미친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장터의 소문과 피 묻은 손

두 사람은 객잔을 떠나 반대편 산기슭의 작은 장터로 향했다. 서문진의 배는 진작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윤서린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장터 어귀의 허름한 찻집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이런 곳에서 가장 빨리 퍼지는 건 비단값도 세금도 아니라 남의 피 이야기였다.

서문진과 윤서린은 낡은 삿갓을 눌러쓰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뜨거운 죽 한 그릇과 찻물을 받아 들자 그제야 사람 사는 냄새가 조금 났다. 그러나 안심할 틈은 없었다.

"들었나? 우화객잔에서 열일곱이 죽었다더군."

"열일곱은 무슨, 스물은 넘는다더라."

"무림맹 쪽 사람도 움직였대."

"무림맹? 그럼 보통 일은 아니군."

"반쪽 옥패가 어쩌고저쩌고…"

서문진은 죽을 뜨다 말고 숟가락을 멈췄다. 맞은편의 윤서린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찻물을 마셨지만, 발끝은 이미 살짝 돌아가 있었다. 언제든 튈 준비였다.

찻집 주인이 또 떠들었다.

"새벽에만 해도 세 무리가 지나갔어. 검은 옷 놈들, 매 문양 찬 무사들, 그리고 승복 입은 중 둘. 전부 같은 걸 찾는 눈치더라고."

"그게 뭔데?"

"몰라. 알아도 말 안 해. 오래 살려면."

그 순간, 찻집 문이 삐걱 열렸다.

빗물 냄새와 함께 들어선 사내 하나가 실내를 훑었다. 왼뺨에 긴 칼자국이 있었고, 오른손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서문진은 그 손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젯밤 객잔에서 윤서린의 검에 손목을 베인 흑의 사내였다.

사내의 눈이 곧장 이쪽으로 향했다.

"찾았다."

윤서린이 조용히 말했다.

"죽은 건 다음에 하고, 먼저 엎드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내가 탁자를 걷어찼다. 찻잔이 허공으로 날고, 뜨거운 죽이 쏟아졌다. 찻집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서문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거의 습관처럼 행상 꾸러미에서 손이 움직였다. 바늘이나 실을 찾은 게 아니었다. 장노삼이 매운 장을 만들 때 쓰던 말린 고춧가루 자루였다.

"이거나 드셔 보시죠!"

그는 있는 힘껏 자루를 내던졌다.

자루는 사내의 얼굴 정면에서 터졌다. 붉은 가루가 한순간 안개처럼 퍼지더니, 사내가 눈을 부여잡고 고함을 질렀다.

"크악! 이 새끼가—!"

윤서린의 검등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내의 손목을 쳐 무기를 떨어뜨리고, 옆구리를 밀어 문짝 쪽으로 날려 버렸다. 탁자 하나가 와르르 뒤집혔다.

"도망!"

"그건 제가 제일 잘 압니다!"

두 사람은 아수라장이 된 찻집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뒤에서 눈물 콧물 흘리는 사내의 욕설이 들렸고, 장터 사람들이 제각기 몸을 피하며 길을 비켰다.

언덕길을 한참 달린 뒤에야 윤서린이 속도를 늦췄다. 그녀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서문진을 돌아보았다.

"그건 뭐였지?"

"고춧가루요."

"독보다 효과적인데."

"장노삼 사부가 늘 말했습니다. 칼은 없어도 혀랑 손은 있어야 산다고."

윤서린은 처음으로 소리 없이 웃었다. 아주 짧았지만, 분명한 웃음이었다.

"좋아. 이제 인정하지. 넌 짐만 되는 건 아니야."

"와, 칭찬이 정말 인색하시군요."

낙명곡으로 가는 길

오전 해가 구름 사이로 조금씩 비치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은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점점 험해졌고, 사람 발자국보다 말굽 자국이 더 많이 보였다. 누군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서문진이 물었다.

"정말 낙명곡으로 가는 겁니까?"

"그래."

"다른 데로 숨어버리면 안 돼요? 멀리, 아주 멀리. 바늘 팔고 떡 팔고 그러면서…"

"그러면 널 찾는 자들이 계속 늘어난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데요."

윤서린은 걸음을 멈추고 서문진을 돌아보았다.

"잘 들어. 저 반쪽 옥부가 진짜라면, 이건 천학문의 오래된 비밀과 이어져 있다. 어떤 자는 그걸로 감춰진 무공을 찾으려 들 거고, 어떤 자는 사라진 사람의 행방을 캐려 들 거고, 어떤 자는 아예 다른 문파가 손에 넣지 못하게 하려고 피를 흘릴 거다."

그녀는 잠깐 품속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반쪽이다. 그래서 모두가 미쳐 날뛴다. 완전해지기 전에 손에 넣어야 하니까."

서문진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어젯밤 노인의 마지막 눈빛을 떠올렸다.

목숨보다 무겁다.

그때는 겁주려는 말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무거운 건 옥이 아니라, 그 안에 달라붙은 사람들의 욕심과 오래된 원한과 감춰진 이름들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낙명곡에 가면 뭘 찾을 수 있죠?"

"모른다."

"또 그 대답이네요."

"이번에는 정말 몰라."

윤서린이 드물게 솔직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저 노인이 죽을 각오로 지킨 물건이라면, 그냥 오래된 장식은 아닐 거다. 그리고 낙명이라는 글자가 드러났다는 건, 적어도 첫 번째 길은 그곳이라는 뜻이겠지."

서문진은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요즘 제 인생은 길잡이가 너무 불친절합니다."

"강호의 길잡이는 원래 절반만 말해."

"그래서 다들 일찍 죽는군요."

"맞아."

그녀가 너무 태연하게 대답해 버리는 바람에, 서문진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후로 기울수록 산세는 더 깊어졌고, 짙은 안개가 골짜기 쪽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멀리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협곡은 마치 땅이 칼로 길게 베인 상처 같았다.

윤서린이 앞을 보며 말했다.

"저기다."

서문진도 시선을 들었다.

산 두 봉우리가 마주 서고, 그 사이로 검은 안개가 흘러내리는 좁은 입구가 보였다. 사람을 들이키고 다시는 내보내지 않을 것 같은 골짜기였다.

낙명곡.

그 이름이 어째서 붙었는지, 보기만 해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뒤쪽 능선에서 길고 낮은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추격자들의 신호였다.

윤서린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즉시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서문진은 품속의 반쪽 옥패를 움켜쥐었다. 차가운 옥 조각은 여전히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였지만, 이상하게도 산 하나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작고 부서진 물건 하나가, 정말로 강호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말을 이제는 믿을 수 있었다.

앞에는 안개 낀 낙명곡, 뒤에는 그 옥패를 노리는 사람들.

서문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 늦기 전에, 골짜기 쪽으로 몸을 던지듯 달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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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룡대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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