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커리어 로드맵: 초보자에서 프로 데스크로
커리어 로드맵: 초보자에서 프로 데스크로
채권 트레이더는 우연히 되는 직업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생겨서 운 좋게 들어가는 일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데스크는 돈을 다루는 곳이고, 금리 한 번 잘못 읽으면 손익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채권 트레이더가 되려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어떤 경험을 쌓을지, 누구에게 배울지, 어떤 도구를 익힐지까지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14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이 직업은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준비한 사람이 유리합니다. 매크로를 꾸준히 읽고, 채권의 언어를 익히고, 인턴십으로 데스크를 경험하고, 주니어 시절에 정확한 습관을 몸에 붙이면 프로 데스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대학생, 대학원생, 커리어 전환 희망자 모두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현실부터: 입구는 좁지만 경로는 분명하다
채권 트레이딩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보수적인 채용 시장 위에 서 있습니다. 회사들은 보통 금융, 경제, 수학, 통계, 공학 같은 배경을 선호하고, 인턴십이나 시장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특히 금리, 인플레이션, 수익률곡선, 크레딧 스프레드 같은 개념을 말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 데이터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12
즉, 채권 트레이더의 커리어는 대체로 이런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기초 체력 쌓기
인턴십, 리서치, 모의투자, 금융 동아리로 시장 감각 만들기
애널리스트, 트레이딩 어시스턴트, 주니어 트레이더로 입장하기
한 상품군을 맡아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트레이더로 성장하기
시니어 트레이더,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스크 책임자로 확장하기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나는 국채 데스크로 갈 거야"처럼 너무 좁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신용분석, 리서치, 세일즈앤트레이딩 인턴, 리스크, 운용 보조 업무 등에서 출발해 채권 트레이딩으로 넘어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14
대학 시절: 첫 단추는 전공보다 기초 체력이다
많은 학생이 "반드시 금융학과여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답은 아닙니다. 금융, 경제 전공이 분명 편하긴 하지만, 수학, 통계, 물리,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배경도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채권 시장은 숫자와 논리, 속도와 해석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15
학부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기초 과목입니다. 거시경제학은 금리와 중앙은행을 이해하는 뼈대가 되고, 미시경제학은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토대가 됩니다. 회계와 재무관리는 발행체의 재무 상태를 읽는 데 필요하고, 통계는 데이터 해석의 언어입니다. 엑셀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파이썬도 익혀 두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날 고정수익 시장은 전통적인 전화 호가 문화만이 아니라 전자거래, 데이터 분석, 자동화 도구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12
대학생에게 추천하는 학습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1단계: 채권 가격, 금리, 수익률, 듀레이션, 스프레드 이해
2단계: 거시경제 지표와 중앙은행 회의 읽기
3단계: 국채와 회사채, 투자등급채와 하이일드채 차이 구분
4단계: 엑셀, 파이썬, 데이터 정리 습관 익히기
5단계: 기사 요약과 시장 코멘트 쓰기 연습
여기서 많은 초보자가 실수합니다. "먼저 어려운 파생상품부터 배워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스크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 사람은 복잡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왜 2년물과 10년물의 반응이 다를 수 있는가"를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미 좋은 출발을 한 것입니다.
대학원은 필수인가: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학원은 필수 조건이 아닙니다. 다만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학부 전공이 금융과 멀어서 기초를 보강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금리모형, 계량분석, 데이터 처리 역량을 강화하고 싶은 경우입니다. 셋째, 학교 네트워크와 채용 채널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경우입니다.16
반대로 이미 좋은 학부 성적, 관련 인턴, 강한 시장 이해, 실무형 준비가 되어 있다면 굳이 대학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길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채권 트레이딩은 학위보다 "데스크에서 바로 쓸 수 있는가"를 많이 보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이 특히 유리한 유형은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이공계 출신으로 금리·크레딧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다른 하나는 비상경 출신이지만 뒤늦게 시장 직무로 방향을 튼 사람입니다. 전자는 수리 역량을 금융 언어로 번역하면 되고, 후자는 금융 체계를 압축적으로 학습하면 됩니다.
자격증: 명함이 아니라 공부의 구조를 주는 도구
자격증 하나로 트레이더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선택하면 공부의 순서를 잡아 주고, 면접에서 "이 사람은 진지하게 준비했구나"라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17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CFA와 FRM입니다. CFA는 채권, 포트폴리오, 윤리, 자산평가를 넓게 다지는 데 강하고, FRM은 시장리스크와 위험관리 사고를 강화하는 데 유용합니다.1 다만 두 자격증 모두 "합격 자체"보다 "배운 내용을 데스크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듀레이션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금리 충격에 더 민감한가"를 포지션 관리 관점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형 고정수익 교육 프로그램도 도움이 됩니다. 일부 교육 과정은 채권 호가 관행, 수익률곡선 해석, 중앙은행 도구, 크레딧 스프레드 읽기 같은 데스크 친화적 내용을 다룹니다.89 특히 이런 프로그램은 학문적 이론과 데스크 언어 사이의 간격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 초보자에게 유용합니다.
자격증과 교육을 고를 때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 공부가 내 이력서 줄 수를 늘리는가?"보다 "내가 내일 아침 시장을 읽는 데 바로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인턴십: 커리어의 진짜 출발점
인턴십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관문입니다. 많은 금융사가 여름 인턴, 오프사이클 인턴,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뽑고, 일부는 인턴십을 정규직 채용의 주요 통로로 사용합니다.10
왜 인턴십이 중요할까요. 첫째, 본인이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권 데스크의 하루는 낭만보다 루틴에 가깝습니다. 새벽 뉴스 체크, 데이터 확인, 호가 모니터링, 포지션 점검, 회의, 시장 코멘트, 사후 복기까지 반복됩니다. 둘째, 현장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운 적 없는 표현들이 데스크에서는 당연하게 오갑니다. 셋째, 채용팀은 "가능성"보다 "현장 적응력"을 더 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인턴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이 눈에 띕니다.
아침마다 시장 요약을 짧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사람
모르는 용어를 그냥 넘기지 않고 당일 안에 정리하는 사람
시니어가 시킨 일의 맥락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
틀린 뒤에 변명보다 수정 속도가 빠른 사람
숫자와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놓치지 않는 사람
가령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과 3학년 A는 이름난 금융 동아리 출신도 아니고, CFA 합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턴 면접에서 최근 몇 달간 미국 2년물과 10년물 움직임을 직접 차트로 정리해 왔고, 왜 단기물이 정책 기대를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인턴 기간에는 매일 아침 5줄짜리 시장 브리프를 팀에 공유했고, 실수한 파일은 같은 날 다시 정리해 보냈습니다. 결과는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함께 일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가였습니다. 데스크는 이런 사람을 기억합니다.
첫 직무: 주니어 트레이더는 거래보다 관찰을 먼저 배운다
많은 사람이 입사하면 바로 큰 포지션을 잡을 것처럼 상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주니어 트레이더는 우선 데스크의 리듬을 배웁니다. 주문 흐름을 보고, 어떤 뉴스가 어떤 만기 구간에 먼저 반응하는지 보고, 스프레드가 벌어질 때 유동성이 얼마나 얇아지는지 봅니다. 즉, 초반 몇 년은 "내 생각을 증명하는 시기"가 아니라 "시장과 팀의 사고방식을 배우는 시기"입니다.12
주니어 단계에서 맡게 되는 일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시황 정리, 가격 업데이트, 포지션 보조, 거래 기록 관리, 사후 손익 분석, 리스크 자료 보조, 엑셀 및 데이터 작업, 간단한 트레이드 아이디어 백업 등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조 업무 같지만, 사실 이 시기에 프로의 습관이 형성됩니다.
주니어가 빨리 성장하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질문의 질입니다. "왜 떨어졌나요?"보다 "오늘 입찰 수요가 약했는데, 이게 장기물 약세의 직접 원인인지 아니면 지표 앞둔 포지션 축소의 결과인지"처럼 묻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복기 습관입니다. 손익이 났는지보다 판단 과정이 맞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셋째, 전달력입니다. 시장은 복잡하지만 보고는 짧아야 합니다.
프로 데스크로 가는 7년 로드맵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대체로 이런 흐름을 생각하면 현실적입니다.
0~2년차: 기초 체력과 신뢰를 쌓는 시기
이 단계의 목표는 "똑똑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숫자를 틀리지 않고, 보고를 누락하지 않고, 시장 이벤트의 기본 반응을 이해하고, 시니어의 주문을 정확히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엔 한 상품군의 기초를 깊이 파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국채 데스크라면 입찰 일정, 주요 만기물 특성, 지표 발표 반응, 선물 연계, 커브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익혀야 합니다. 회사채 데스크라면 발행체별 크레딧 이슈, 스프레드 비교, 유동성 차이, 등급 변화의 의미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3~5년차: 독립 판단을 시작하는 시기
이제부터는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작은 영역에서는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시황 요약뿐 아니라 트레이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상대가치 관점에서 어떤 종목이나 만기 구간이 흥미로운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부는 이 단계에서 특정 섹터, 예를 들면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하이일드, 신흥국채, 구조화채권 중 하나로 전문성을 좁혀 갑니다.2
이 단계에서 결정적인 차이는 복잡한 시장을 구조화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금리 상승장이라도 "정책금리 기대 때문인지", "공급 충격 때문인지", "인플레이션 프리미엄 때문인지"를 구분해 보는 사람은 빠르게 올라갑니다.
5~7년차 이후: 시니어 트레이더의 문턱
시니어가 되면 단순히 거래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포지션을 더 큰 그림에서 관리해야 하고, 후배를 키워야 하며, 때로는 세일즈, 리서치, 리스크와 연결해 데스크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좋은 시니어는 손익이 날 때보다 손실이 날 때 더 드러납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팀을 안정시키는 사람이 진짜 시니어입니다.
또한 이 시점부터는 커리어 갈림길도 열립니다. 순수 트레이딩을 계속할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략가, 리스크 책임자, 구조화, 자금·ALM 같은 역할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14
공부법: 초보자와 프로의 공부는 다르다
채권 트레이딩을 준비하는 사람의 공부는 시험 공부와 달라야 합니다. 책 한 권을 정독했다고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시장은 매일 바뀌기 때문입니다. 좋은 공부법은 "개념-데이터-사례-복기"의 반복입니다.
먼저 개념을 배웁니다. 그다음 실제 국채 금리, 회사채 스프레드, 중앙은행 발표문, 경제지표를 봅니다. 그다음 "왜 오늘 이렇게 움직였는가"를 자기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복기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개념이 살아 움직입니다.
초보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방법은 시장 일지입니다.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매일 세 줄이면 됩니다. 오늘 중요했던 데이터, 시장 반응, 내 해석. 이 세 가지를 적어 두면 몇 달 뒤 놀라운 자산이 됩니다. 면접에서도 강력합니다. "시장을 좋아합니다"보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금리와 크레딧 이벤트를 기록했습니다"가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추천하는 주간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월요일: 지난주 금리·크레딧·중앙은행 이슈 정리
화요일: 한 개 발행체 또는 한 개 섹터 크레딧 메모 작성
수요일: 수익률곡선 변화와 이유 정리
목요일: 채권 관련 기사 3개를 읽고 한 문단으로 요약
금요일: 이번 주 내 판단 중 맞은 것과 틀린 것 복기
그리고 꼭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뉴스 소비와 공부는 다릅니다. 기사 100개를 훑는 것보다, 중요한 이벤트 1개를 깊게 파는 편이 낫습니다.
네트워킹: 부탁보다 질문이 먼저다
채권 트레이더를 꿈꾸는 초보자들이 네트워킹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대개 같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연락하면 민폐 아닐까?" 그런데 실무자 입장에서는 무례한 부탁이 불편한 것이지, 준비된 질문 자체가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네트워킹은 취업 청탁이 아니라 정보 수집과 관계 형성입니다. 업계 사람에게 연락할 때는 세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첫째, 왜 그 사람에게 연락했는지 분명해야 합니다. 둘째, 공개적으로 검색 가능한 질문은 피해야 합니다. 셋째, 대화 후에 배운 점을 정리해 감사 메시지로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나쁜 질문은 이렇습니다. "채권 트레이더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너무 넓고 상대의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반면 좋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국채 데스크와 회사채 데스크의 주니어 업무 차이가 궁금합니다. 제가 최근 3개월간 커브 움직임을 정리해 봤는데, 실제 현업에서는 어떤 지표를 더 자주 보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는 준비와 맥락이 있습니다.
네트워킹 경로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학교 선배, 인턴 선배, 세미나, 링크드인, 시장 관련 교육 과정, 현업자 강연 등이 모두 출발점이 됩니다.4 다만 네트워킹의 목적은 명함 수집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은 대개 성실함, 질문의 질, 후속 행동입니다.
멘토링: 한 명의 완벽한 멘토보다 역할이 다른 멘토들
멘토를 찾을 때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걸 가르쳐 줄 슈퍼 멘토를 찾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역할이 다른 멘토가 여러 명 있는 편이 더 좋습니다.
첫 번째는 직무 멘토입니다. 데스크 업무, 상품 이해, 면접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는 커리어 멘토입니다. 어느 시점에 대학원을 갈지, 인턴과 풀타임 중 어떤 선택이 좋은지, 지금 내 약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세 번째는 생활 멘토입니다. 고강도 업무와 스트레스 속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도록 조언해 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멘티가 되는 법도 있습니다.
막연한 고민보다 정리된 질문을 가져갈 것
조언을 들은 뒤 실제로 실행해 볼 것
결과를 다시 공유해 피드백 루프를 만들 것
멘토의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 것
일부 글로벌 금융사는 주니어가 시니어와 가깝게 일하며 배우는 도제식 문화, 즉 apprenticeship를 강조합니다.4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채권 트레이딩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미세한 판단이 많습니다. 유동성이 갑자기 얇아질 때 어떤 톤으로 대응하는지, 손실 포지션을 어떻게 줄이는지, 확신이 있어도 왜 사이즈를 조절하는지 같은 부분은 옆에서 보며 배워야 합니다.
사례로 보는 두 가지 진입 경로
사례 1: 상경계 학부생의 정석 코스
B는 경영학과 학생이었습니다. 학점은 괜찮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없었습니다. 대신 2학년 말부터 채권 시장을 집중적으로 팠습니다. 미국 FOMC 결과문을 읽고, 한국은행 금통위 기사도 함께 챙겼습니다. 3학년 여름에는 자산운용사 채권 리서치 인턴을 했고, 그때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변화 메모를 꾸준히 작성했습니다. 4학년에는 세일즈앤트레이딩 인턴 면접에서 "왜 최근 장단기 구간의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났는지"를 실제 데이터로 설명했습니다. 결국 풀타임 주니어 오퍼를 받았습니다.
B의 강점은 천재성이 아니라 누적이었습니다. 학교 수업, 시장 일지, 인턴 경험, 면접 답변이 한 줄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데스크는 이런 연결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사례 2: 이공계 출신의 전환 코스
C는 기계공학 학부 후 통계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데이터 직무를 생각했지만, 금리와 매크로 시장에 흥미를 느끼며 방향을 틀었습니다. C는 학교 자원을 활용해 국채 수익률곡선 변화를 추적했고, 파이썬으로 간단한 데이터 정리 자동화를 만들었습니다. 면접에서는 어려운 수식을 자랑하지 않고, "정책 기대 변화가 단기물에 더 민감하게 반영되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결국 트레이딩 보조 역할로 안착했습니다.
C의 포인트는 기술을 시장 언어로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채권 트레이딩에서 프로그래밍은 장식이 아닙니다. 반복 작업 자동화, 데이터 정리, 간단한 상대가치 분석 보조에 실제로 유용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숫자를 사람의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입니다.
면접 준비: "시장을 좋아합니다"만으로는 부족하다
채권 트레이딩 면접은 보통 세 가지를 봅니다. 시장 이해, 사고 과정, 사람 됨됨이입니다. 특히 고정수익 면접은 주식보다 매크로 질문 비중이 높은 편이고, GDP, 인플레이션, 중앙은행, 수익률곡선, 환율, 유가 같은 거시 변수에 대해 생각해 본 흔적을 보려는 경우가 많습니다.2
면접에서 자주 필요한 답변 구조는 이렇습니다. 먼저 사실을 말하고, 그다음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시장 영향과 리스크를 덧붙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에서 끝나면 부족합니다. "그래서 단기물 금리는 정책금리 기대를 반영해 상승했고, 장기물은 경기 둔화 우려와 균형을 이루며 반응 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시장 기대에 반영된 수준이라면 실제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합니다. 개인 계좌에서 조금 벌었다는 이야기는 면접에서 큰 장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관 트레이딩은 개인 매매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시장을 어떻게 관찰했고, 어떤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말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7
자동화 시대에 필요한 추가 무기
채권시장도 자동화와 전자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하고 유동성이 높은 상품일수록 자동화 압력이 강합니다. 반대로 복잡하고 비유동적인 상품, 고객 맥락이 중요한 거래, 리스크 해석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인간 판단의 가치가 여전히 큽니다.2
그래서 앞으로의 트레이더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첫째, 전통적인 시장 감각입니다. 둘째, 데이터와 도구를 다루는 능력입니다. 파이썬, SQL, 전자거래 구조 이해, 기본적인 자동화 사고는 점점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12 물론 모든 사람이 퀀트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90일 행동 계획
채권 트레이더가 되고 싶다면 거창한 5년 계획보다 먼저 90일 계획이 필요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결국 데스크로 이어집니다.
첫 30일에는 기초 개념을 정리합시다. 채권 가격, 금리, 수익률, 듀레이션, 수익률곡선, 스프레드를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다음 30일에는 시장 일지를 시작합시다. 중앙은행, 물가, 고용, 국채 입찰 같은 이벤트를 기록하고 시장 반응을 적습니다. 마지막 30일에는 결과물을 만듭니다. 관심 있는 상품군 하나를 정해 2~3페이지 메모를 작성하고, 현업자 한두 명에게 정리된 질문을 보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90일이 끝났을 때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화려한 확신이 아닙니다. 대신 이런 상태면 충분합니다. "나는 채권 시장의 기본 언어를 이해하고, 최근 시장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으며, 더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데스크는 바로 그런 사람을 원합니다.
계획적으로 준비한 사람이 결국 프로 데스크에 선다
채권 트레이더의 길은 짧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매하지도 않습니다. 학교에서 기초를 쌓고, 인턴으로 현장을 경험하고, 주니어로 들어가 관찰과 복기를 반복하고, 한 상품군에서 전문성을 쌓고, 시니어가 되어 판단과 사람을 함께 관리하는 길입니다. 이 경로는 생각보다 분명합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누적된 공부입니다. 다른 하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하는 점입니다. 시장은 냉정하지만, 데스크는 사람과 함께 돌아갑니다. 채권 트레이더는 혼자 천재처럼 번쩍이는 직업이 아니라, 준비와 신뢰와 반복으로 성장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맙시다. 대신 계획합시다. 우연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다음 1년을 설계한 사람이 먼저 프로 데스크에 도착합니다.
참고
1Bond Trader Career Path Guide
2Fixed Income Trading: The Definitive Guide
4FICC and Equities (Sales and Trading)
6Bond Market Careers: How to Pursue and Succeed in the Bond Market Profession
7A Comprehensive Guide to a Career in Bond Trading
8Fixed Income Markets Certification (FI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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