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이 글은 대형언어모델(LLM)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얼마나 대체·보조하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관측된 노출(observed exposure)'이라는 새 지표를 제안하고,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와 결합해 초기 영향을 점검한다.
현재 LLM이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실제 업무에서 쓰이는 범위는 훨씬 좁고, 실업률 상승 같은 뚜렷한 충격은 아직 관측되지 않지만, 일부 고노출 직종에서 젊은 근로자의 채용 둔화 조짐이 나타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고객 상담원·데이터 입력원처럼 텍스트·디지털 기반 작업이 많은 고숙련 화이트칼라 직종이 가장 높은 노출을 보이며, 이들 직종 종사자는 평균적으로 더 고학력·고임금이라는 점도 드러난다.
AI 영향 연구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
AI의 노동시장 영향 연구는 이미 상당히 많이 진행됐지만, 과거 경험은 예측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프쇼어링(해외 이전) 가능 직종을 대량으로 특정했던 연구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뒤에도 해당 직종의 고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직업별 고용 전망도 긴 안목에서 보면 단순한 추세 연장보다 크게 낫지 못한 경우가 많다.
로봇 도입이나 중국과의 무역 충격처럼 실제로 큰 사건이었음에도, 연구마다 추정되는 일자리 영향 규모가 크게 갈리는 점은 "사후적 해석"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 글의 핵심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거대한 충격이 모두 코로나처럼 한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며, AI는 인터넷이나 글로벌 무역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유형일 수 있다. 그렇다면 "충격이 이미 끝난 뒤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기부터 구조적인 측정 도구를 만들어 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적 노출과 관측된 노출의 차이
기존 연구(예: Eloundou 외, 2023)는 "LLM이 이론적으로 이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업무(task)별 노출도를 평가했다.
여기서 사용하는 β 값은 세 단계로 단순화된다. LLM만으로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지는 업무는 1, LLM과 도구(검색·이미지 처리 등)를 함께 쓰면 두 배가 되는 업무는 0.5, 그 외는 0으로 본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약 처방 승인 및 약국 전달"은 LLM이 문서 처리 차원에서 충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에는 규제·책임·시스템 통합 등 다수의 장벽이 존재한다.
실제 Claude 사용 데이터를 보면, 관측된 사용의 97%가 β가 0.5 또는 1인 업무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이론적으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만이 현재 플랫폼에서 실제로 수행되고 있으며, 이론적 노출이 실제 활용을 꽤 잘 포착하지만, "이론=현실"은 아니다.
관측된 노출(observed exposure)의 정의와 계산 방식
관측된 노출은 "AI가 이론상 할 수 있는 일 중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업무 현장에서 자동화·보조 형태로 수행되고 있는가"를 수치화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데이터를 결합한다. O*NET의 직무별 세부 업무 목록, Anthropic Economic Index의 Claude 실제 사용 기록, 그리고 Eloundou 외의 이론적 노출(β 값)이다.
먼저 이론적으로 LLM으로 속도 향상이 가능한 업무 중, 실제 Claude 트래픽에서 충분한 빈도로 관측된 업무를 "커버된 업무"로 본다. 이때 개인적 사용보다 업무 관련 사용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어 "실제 직무 수행"에 연관된 사용만을 강조한다.
또한 AI 사용 방식도 구분한다. 완전히 자동화된 구현(API로 돌려놓고 사람이 거의 개입하지 않는 경우)은 1의 가중치를, 사람이 중심이지만 AI가 보조하는 증강적 사용은 0.5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직무별로 각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 비중을 반영해 가중 평균을 내면, 그 직업의 관측된 노출 점수가 된다. 즉, "직업 A의 일 중 몇 퍼센트가 실제로 AI에 의해 자동화·보조되고 있는가"에 대한 추정값이다.
AI가 실제로 닿고 있는 업무와 직업의 모습
이론적 노출과 관측된 노출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간극이 드러난다.
컴퓨터·수학, 사무·행정 같은 텍스트·디지털 중심 직종에서는 이론적으로 LLM이 커버 가능한 업무 비율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컴퓨터·수학 직군의 업무 중 90% 이상이 이론상 LLM으로 속도 향상이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관측된 노출, 즉 실제 Claude 사용 기준으로 보면 이 중 약 3분의 1 수준만 커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영역까지 침투할 수 있지만, 실제 기업·개인이 도입해 업무에 얹어 쓴 부분은 그 일부에 그친다는 뜻이다.
가장 노출도가 높은 직업을 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 고객 서비스 담당자, 데이터 입력원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프로그래머는 코드 생성·리팩토링·디버깅 등에 Claude가 널리 쓰이고, 고객 서비스는 챗봇·자동 응답 시스템을 통해 API 기반 자동화가 활발하다. 데이터 입력원은 문서 읽기와 구조화된 데이터로의 변환이라는 반복 작업이 LLM과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반대로 30% 정도의 노동자는 관측된 노출이 사실상 0에 가깝다. 요리사, 정비공, 라이프가드, 바텐더, 설거지 담당, 피팅룸 도우미처럼 물리적·대면 활동이 핵심인 직종은 현재 LLM 기반 도구와의 접점이 거의 없다.

노출도와 미래 일자리 성장 전망의 관계
관측된 노출이 실제 노동시장 전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2024~2034년 직업별 고용 증가율을 예측하는데, 여기에 관측된 노출을 결합해 보면, 노출도가 높을수록 향후 고용 증가율이 낮게 전망되는 경향이 약하게나마 나타난다.
직업 단위 회귀분석에서 관측된 노출이 10%포인트 높아질 때, BLS가 예측하는 향후 10년 고용 증가율은 약 0.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 지표가 "향후 수요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는 직업"을 어느 정도 포착하고 있다는 의미로, 독립적인 통계 기관의 전망과 방향성이 맞아떨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론적 노출(β 값)만 사용했을 때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가 이론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정보보다 "실제로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가 미래 고용 전망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AI에 많이 노출된 노동자의 특성과 분포
노출도가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은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특성도 크게 다르다.
ChatGPT 등장 직전인 2022년 8~10월의 미국 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를 이용해, 관측된 노출 상위 25% 직업과 노출 0% 직업 그룹의 인구통계를 비교하면, 상위 그룹은 여성 비중이 더 높고, 백인 비중이 약간 높으며, 아시아인 비중은 거의 두 배다.
또한 고임금·고학력 성향이 뚜렷하다. 노출 0% 그룹보다 평균 임금이 약 47% 높고, 대학원 학위 이상 비중도 4.5%에서 17.4%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AI가 먼저 강하게 영향을 미칠 직종이 반드시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만은 아니다"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텍스트·지식 기반 고숙련 직종에서 LLM 활용이 먼저 확산되고 있고, 이들이 비교적 풍부한 자원과 역량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은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배경이 된다.

무엇을 영향 척도로 볼 것인가: 실업, 직업 구조, 공고?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연구는 직종 구성의 변화를 본다. 경제가 재편된다면 직종 비중이 눈에 띄게 변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또 다른 연구는 채용공고 데이터를 사용해 "어떤 직무의 수요가 줄고, 또 늘고 있는가"를 추적한다.
이 글은 그중에서도 실업률에 특히 초점을 맞춘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업 상태란 "일을 하고 싶지만 찾지 못한 상태"이므로, 사회적·정책적 관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 지표이기 때문이다. 특정 직업의 채용공고가 줄어도, 사람들이 비슷한 다른 직업으로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따라서 "AI로 인해 진짜 문제가 생겼는가?"를 보려면, AI에 많이 노출된 직종의 근로자에게 실업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일반적인 경기 변동과 구분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때 패널 구조를 가진 조사(CPS)를 활용하면, 실업자에게 직전 직업과 산업이 기록되어 있어 노출도와 연결하기 좋다.
현재까지 관측된 영향: 실업은 조용하지만, 청년 채용은 둔화 조짐
관측된 노출 상위 25% 직업군과 노출 0% 직업군을 비교해, 2016년 이후 실업률 추이를 따라가 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 시기다.
대면 노동 비중이 큰 저노출 직군에서 실업률이 훨씬 더 크게 튀어 오른 반면, 원격·디지털 중심 고노출 직군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 이후 회복 과정에서는 두 집단의 실업률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고, 특히 ChatGPT 출시 이후 기간을 따로 떼어 보아도 고노출 그룹의 실업률이 의미 있게 더 나빠졌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차분-차분(diff-in-diff) 분석으로 "고노출 그룹과 저노출 그룹의 실업률 격차가 AI 이후 확대되었는가?"를 추정하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미미한 변화에 그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만약 고노출 상위 10% 직종에서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다면 전체 실업률이 4%에서 13% 수준으로 뛰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계산도 제시된다.
하지만 청년층, 특히 22~25세에게는 다른 그림이 살짝 보인다. 이 연령대가 새로 시작하는 일자리 중에서 고노출 직종으로의 진입 비중이 2024년에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저노출 직종으로의 진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 결과 고노출 직종으로의 월별 일자리 진입률이 약 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약간의 통계적 유의성을 가진다.
다만 이것이 "청년 대량 실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청년은 아예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않았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동했거나, 학업을 연장했을 수 있다. 또 패널 조사에서 직장이 바뀌었다는 응답 자체가 노이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청년의 고노출 직종 진입 속도가 살짝 둔화되는 초기 징후"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관찰 프레임워크의 활용과 향후 과제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AI와 노동시장" 논의를 위해 업데이트 가능한 측정 틀을 만들어 두었다는 점이다.
관측된 노출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다. LLM 성능이 향상되고, 더 많은 기업이 다양한 용도로 도입하면, 같은 직업이라도 AI 커버 범위(빨간 영역)는 점점 넓어지고, 이론적 가능 영역(파란 영역)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이 변화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어떤 직업이, 어떤 시점부터, 어느 정도 속도로 AI에 잠식되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이 프레임워크는 특정 국가나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는다. O*NET에 상응하는 타국 직업 분류 체계와, 다른 모델·플랫폼의 사용 데이터를 연결하면 유사한 방식으로 각국의 노출 지도를 그릴 수 있다.
향후 과제로는, 이론적 노출(β)이 2023년 초 기준 모델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최신 모델 성능에 맞게 다시 평가하는 작업, 젊은 고노출 전공자(예: 컴퓨터공학, 회계, 금융 등)의 졸업 후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 그리고 업무 단위가 아닌 팀·기업·산업 단위에서의 재구조화를 살펴보는 작업 등이 있다. 이 모든 작업이 누적될수록, "AI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정말 발생했는지, 또 어디에 집중되는지"를 이전보다 훨씬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인사이트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대재앙"보다는 "미묘한 구조조정의 시작"에 가깝다. 현재까지 관측된 데이터는, 특히 성인 전체 기준으로 보면 실업률을 눈에 띄게 악화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고노출 직종은 코로나 시기에 원격·디지털 특성 덕분에 방어력이 강했다.
그러나 관측된 노출이 높은 직종이 향후 성장률이 낮게 전망되고, 청년층의 해당 직종 신규 진입이 줄어드는 조짐이 있다는 점은, "AI 충격은 채용 단계에서부터 조용히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현직에 있는 사람보다, 막 진입하는 세대가 더 큰 조정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천적 관점에서, 텍스트·코딩·분석·고객 커뮤니케이션 등 LLM과 상호작용이 큰 업무 종사자라면, AI를 '경쟁자'가 아니라 '협업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측된 노출이 높다는 것은 단지 대체 위험만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이동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단기 실업 지원 못지않게 중장기 전환 교육, 특히 청년층과 고노출 전공자의 경력 설계를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와 같은 관측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실제로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지, 아니면 과장된 공포인지"를 객관적으로 가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AI 시대 노동정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출처 및 참고 : Labor market impacts of AI: A new measure and early evidence \ Anthr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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