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샘 알트만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머지 랩스’에 베팅한 이유
“생각만으로 ChatGPT를 조종하는 시대가 올까?”
이 질문에 가장 공격적으로 답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OpenAI CEO 샘 알트만입니다. 그리고 그가 꺼내든 새 카드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머지 랩스(Merge Labs), 그리고 여기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한 OpenAI입니다12.
이 글에서는
머지 랩스가 어떤 회사인지,
OpenAI는 왜 여기에 돈과 기술을 함께 넣는지,
그리고 이 흐름이 뉴럴링크와는 어떻게 다른 길을 가려는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OpenAI가 투자한 머지 랩스란? 숫자로 보는 빅딜의 스케일
머지 랩스는 공식적으로 자신들을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을 잇는 연구소”라고 부릅니다1. 말이 조금 추상적인데,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뇌의 뉴런과 AI를 직접 연결해서 인간 능력을 확장하겠다.”
머지 랩스는 스텔스 모드에서 조용히 준비하다가, 2026년 1월 대규모 시드 라운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모은 금액이 무려 2억 5,2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입니다12. 시리즈 A도 아닌 시드 단계에서 이런 규모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머지 랩스의 공동 창업진은 그야말로 “올스타” 조합입니다132.
샘 알트만: OpenAI CEO, 머지 랩스 공동 창업자
알렉스 블라니아 / 산드로 허비그: 월드코인(툴스 포 휴매니티)의 핵심 인물
타이슨 아플라로 / 섬너 노먼: 초음파 기반 BCI를 연구해온 Forest Neurotech의 공동 창업자
미하일 샤피로: 캘텍(Caltech)의 초음파·신경공학 권위자
투자 측면에서 보면, OpenAI는 이 시드 라운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표를 쓴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1. 다른 참여자들로는 베인 캐피털, 게임 개발자 게이브 뉴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2.
재미있는 지점은, 이 딜 구조가 상당히 “순환적(circular)”이라는 것입니다1.
샘 알트만은 OpenAI의 CEO이자
동시에 머지 랩스의 공동 창업자이며
OpenAI는 머지 랩스에 돈을 투자하고,
머지 랩스가 성공하면 다시 OpenAI 생태계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즉, 샘 알트만이 이끄는 회사가, 샘 알트만이 공동 설립한 회사에 투자하고, 그 회사의 성공은 다시 샘 알트만의 다른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구조죠. 그래서 “이보다 더 순환적인 딜이 있을까”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1.
머지 랩스의 기술: 전극 대신 ‘초음파 + 분자’로 뇌를 읽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BCI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회사는 아마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일 겁니다. 뉴럴링크는 머리뼈를 열고, 머리 속에 전극이 달린 칩을 심는 방식으로 신호를 읽어옵니다. 당연히 고도의 외과 수술이 필요하고, 위험도도 존재합니다12.
머지 랩스는 여기서 완전히 다른 방향을 택합니다.
핵심 개념은 두 가지입니다132.
초음파(Ultrasound)
의료용 초음파처럼, 뇌를 통해 깊숙이 전달될 수 있는 물리적 매체를 사용합니다. 초음파는 인체에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안전성이 비교적 검증된 기술입니다.분자 기반 인터페이스(분자 리포터)
전극을 뉴런 바로 옆에 박아서 직접 전기 신호를 읽는 대신, 뉴런에 특수 단백질·분자를 도입해, 이들이 초음파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초음파 신호를 통해 “어디서 어떤 뉴런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간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2.
캘텍의 미하일 샤피로와, Forest Neurotech 팀은 이미 초음파로 뇌 속 깊은 곳의 세포 활동을 읽고, 조절하는 기법을 여러 논문에서 연구해 왔습니다32. 이들은 기존 신경과학에서 흔히 쓰이던 형광 단백질 + 빛(옵토제네틱스) 조합의 “초음파 버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2.
이 접근에는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비침습(Non-invasive)에 가깝다
머리뼈를 열어 칩을 꽂는 방식이 아니라, 초음파 기기와 분자 레벨의 조작을 활용하기 때문에 외과 수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132.뇌 전체를 더 넓게 본다
전극은 보통 뇌의 한 지점(예: 운동 피질, 언어 영역)에만 설치됩니다. 그래서 “마우스 커서 움직이기”, “로봇 팔 움직이기” 같은 특정 기능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죠2.
반면 초음파는 몇 밀리미터가 아니라 몇 센티미터 깊이까지 침투해 뇌 전체를 넓게 커버할 수 있습니다2. 이론적으로는,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읽고 쓰는 BCI가 가능해지는 셈입니다.고대역폭(high bandwidth)
샤피로와 노먼은 “가능한 한 많은 뉴런과, 가능한 한 넓은 범위를, 가능한 한 높은 해상도로” 읽고 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2. 전극 소수로는 한계가 있지만, 초음파 + 분자 리포터 조합이라면 더 많은 뉴런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머지 랩스 공동 창업자들도 아직 구체적인 제품 형태나 상용화 시점에 대해 많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2. 하지만 기술적 방향성은 상당히 분명합니다.
“전극 대신, 초음파와 분자를 사용해 뇌와 대화하겠다.”
이 말 한 줄이 머지 랩스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뉴럴링크와의 경쟁: 수술 vs 비수술, 의료 vs ‘슈퍼 휴먼’
머지 랩스를 이야기할 때 뉴럴링크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습니다. 두 회사는 같은 BCI 시장을 향하지만, 출발점과 상상하는 미래가 조금 다릅니다.
뉴럴링크는 현재까지 매우 의료적이고 실용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로봇 팔을 조종하게 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위해 뇌의 운동 피질에 칩을 심어 신호를 읽어옵니다12.
다만, 이 방식은 뇌를 여는 수술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뇌 조직 손상이나 흉터로 인해 신호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기술적 도전 과제입니다12.
반면 머지 랩스는 첫 목표부터 “의료 + 그 너머”에 있습니다.
머지 랩스가 말하는 비전은 대략 이런 그림입니다12.
잃어버린 기능 회복: 시각·운동·언어 기능 장애 등
정신 건강 개선: 우울, 불안, 중독 등 ‘뇌 상태’ 조절
인간-인간 연결 강화: 감정·생각을 더 정확히 전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AI와의 결합을 통한 ‘슈퍼 휴먼’ 능력 확장
실제로 머지 랩스는 “건강한 뇌 상태를 지원하고, 서로의 연결을 깊게 하고, AI와 함께 상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확장하겠다”는 식의 비전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습니다1.
즉, 뉴럴링크가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실질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인체 실험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면,
머지 랩스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이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대역폭 BCI”를 지향하는 쪽입니다12.
두 회사의 차이를 한 줄로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뉴럴링크: “수술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성능 전극으로 신호를 읽겠다.”
머지 랩스: “수술 부담을 줄이고, 더 넓은 뇌 영역을 다루는 새로운 물리·분자 기술을 만들겠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두 접근 모두 BCI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실험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OpenAI의 진짜 노림수: ‘뇌–AI 직결 인터페이스’ 선점
그렇다면 OpenAI는 왜 굳이 하드웨어, 그것도 가장 위험 부담이 커 보이는 뇌 인터페이스에 직접 뛰어들까요?
OpenAI는 공식 블로그에서 “BCI는 AI와 상호작용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 중심적인 인터페이스 후보”라고 밝힙니다1. 지금은 키보드, 마우스, 터치, 음성으로 AI를 사용하지만, 언젠가는 뇌-직결 인터페이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세 가지 전략적 포인트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 AI OS + BCI = 궁극의 인터페이스
OpenAI는 이미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AI 운영체제 같은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 기기와 앱 위에서 돌아가는 AI 에이전트, 비서, 작업 자동화 시스템 등은 결국 “사용자의 의도를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머지 랩스와 함께라면, 이런 AI OS가 BCI와 직접 연결될 수 있습니다. OpenAI는 BCI와 결합된 AI 시스템이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1.
제한적이고 노이즈가 많은 신호에서도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각 개인에게 맞게 적응하며,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운영체제
쉽게 말하면, 머지 랩스가 “리모컨(뇌 신호)”을 만들고, OpenAI는 “리모컨을 해석해 원하는 동작을 수행하는 OS와 앱”을 만드는 구조입니다1.
둘째, R&D 가속을 위한 도구로서의 AI
OpenAI는 머지 랩스와의 협업을 통해 생명공학, 신경과학, 장치공학 연구를 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1.
기초 과학 연구를 돕는 AI 모델
분자 설계, 단백질 디자인을 돕는 모델
실험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도구
이 모든 것이 머지 랩스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고, 반대로 머지 랩스의 연구 데이터는 다시 OpenAI의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순환적 딜 구조”가 기술 측면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셋째, 하드웨어 전략의 연장선
OpenAI는 이미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io와 손잡고 “화면 없는 AI 기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는 이어버드 형태의 디바이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1.
머지 랩스 투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io: 일상에서 AI를 쓰는 새로운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머지 랩스: 장기적으로 인간의 뇌와 AI를 직접 연결하는 궁극의 인터페이스
단기·중기에는 이어버드나 웨어러블이, 장기적으로는 BCI가 “AI와 소통하는 기본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는 큰 그림이 보입니다.
인간과 AI의 ‘머지(Merge)’는 정말 최선의 시나리오일까?
샘 알트만은 꽤 오래전부터 “머지(Merge)”, 즉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인류의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7년 블로그 글에서 그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AI가 인간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보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미래를 이렇게 묘사합니다1.
인간은 “디지털 지능을 위한 생물학적 부트로더” 역할만 하고, 결국 진화의 곁가지로 사라질 수도 있다.
혹은, 인간과 기계를 잘 ‘합쳐서(merge)’ 새로운 형태의 후손을 설계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그는 두 번째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그래서 머지 랩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질문과 우려도 존재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AI 회사의 서버로 바로 전송되는 세상은 얼마나 안전할까?
뇌 데이터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보인데, 누가 어떻게 관리할까?
의료적 필요를 넘어, “능력 확장”을 위한 선택적 BCI가 대중화되면, 새로운 불평등이 생기지 않을까?
BCI는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영역이고, 규제·윤리·보안 이슈까지 얽혀 있어서 거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머지 랩스와 OpenAI의 협업은 분명 흥미롭고 야심찬 시도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시사점: 우리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기술 이해력’
머지 랩스와 OpenAI의 BCI 베팅이 내일 당장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겁니다. 전극이든 초음파든, 사람의 뇌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 실제 대중 시장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수많은 실험, 임상, 규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 + AI 결합”을 진지하게 실험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챙겨볼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비침습 BCI 기술의 진짜 가능성
초음파·분자 인터페이스가 실제로 어느 정도 해상도와 안정성을 보여줄지, 임상·실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AI 기업의 하드웨어 진출
OpenAI처럼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들이 이어버드, 웨어러블, BCI 등 “인터페이스 하드웨어”에 적극 투자하는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뇌 데이터와 윤리 이슈
“생각”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에는, 개인정보 보호의 개념 자체가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기술만큼이나 제도·윤리 논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머리에 칩을 심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AI와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것인가”를 둘러싼 실험이 다양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공포와 과장 대신,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철학 위에 설계되고 있는지를 꾸준히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그게, 초지능 시대에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력”이자 “경쟁력”일지 모릅니다.
참고
1OpenAI invests in Sam Altman’s brain computer interface startup Merge Labs |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