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I 시대에 '버티컬 SaaS' 투자가 정말 위험해진 이유는?

AI와 버티컬 SaaS: 시장 기대가 만들어낸 착시
요즘 벤처 시장에서 AI 기반 버티컬 SaaS에 대한 열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법률, 의료, 건설 등 각 업종 맞춤형 SaaS 서비스에 AI를 얹어서 "이제 시장 전체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죠. 하지만 최근 업계 대화와 실제 투자 사례를 보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장 크기(TAM, Total Addressable Market) 추정이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에 AI를 추가한다고 해서 시장의 크기가 단숨에 10배로 커질까요? 실제로 2024~25년 시장에는 단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이 현상은 진짜 성장세라기보다 일종의 '일시적 집중 현상'에 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도구, 특히 법률 분야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평소 5%였던 수요층이 어느새 100%로 급등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시장 포화(TAM Exhaustion): 우리가 몰랐던 성장의 벽
TAM 고갈, 즉 시장 포화 문제는 이전에는 잘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투자자들도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SaaS 비즈니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확산되는 성장 패턴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AI 붐과 함께 모든 기업이 한꺼번에 솔루션 도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고속 성장세가 나타나지만, 시장이 좀 진정되면 성장률이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둔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버티컬 SaaS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예를 들면, 법률 분야 전문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단기에 수많은 로펌을 고객으로 유치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에서 시장은 빠르게 포화되고 추가 확장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기업은 한 번 솔루션을 바꾸면 업무 프로세스 변경과 직원 교육 등 숨은 비용이 크게 늘기 때문에, 자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착시를 부르는 '모두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상
지금 AI 기반 도구에 투자하거나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모두가 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기 쉽습니다. 실제로 시장 초입에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착시는 소위 코로나 시대(2020년) SaaS 붐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당시 전체 기업이 갑자기 전자 서명·콜센터·원격 협업 등 툴을 도입했고, 일시적 매출 폭증이 이어졌지만 단기간에 성장세가 꺾이고 급락한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AI 도입에 목을 매는 분위기 역시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한 번 도입한 뒤 최소 몇 년 간은 추가 변경을 꺼림
도입 초기엔 시장이 커 보이나 재구매 주기가 매우 길어짐
사업 확장이나 추가 매출은 매우 어렵고, 성장 둔화 이후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음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알아야 할 '확장 한계'
업계 대화에서도 투자자들이 "대형 자본은 이미 시장을 장악한 Winner(대표기업)에만 몰리고, 나머지는 점점 퇴출 압박을 받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75조 원 이상 평가받는 대형 핀테크 기업(예: Revolute)이 있을 때, 그 이하의 틈새 플레이어는 '시장 점유율 1%만 가져가면 된다'는 논리를 펼치지만, 실제로는 그마저도 경쟁력 없으면 빠르게 도태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포화되면, 예전처럼 몇 년씩 여유 있게 성장해 나가기는 힘듭니다.
사업자 입장: 온보딩, 프로세스 변경 등 숨은 비용이 커져서 자주 새로운 클라우드 솔루션 채택이 부담으로 다가옴
투자자 입장: 단기 성장세만 보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면, 구체적 수익 실현까지 갈 확률 자체가 낮아짐
버티컬 SaaS에 투자를 고려할 때, 무조건 'AI를 얹으면 TAM이 10배'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이용자 수요가 실제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지, 그리고 구매 결정 주기와 실제 계약 규모(Deal Size)가 충분히 클지를 냉정하게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자본집약의 위험, 그리고 변동성 커진 경쟁환경
한편, AI 인프라와 관련해서도 '자기 데이터센터 직접 구축(예: Poolside 사례)' 같은 초대형 자본 투입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사업의 고정비 부담과 위험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초기엔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리더기업만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싸움을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인데, 일반 스타트업이 이런 경쟁을 감당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 됐습니다.
미래에는 대형 플랫폼(예: OpenAI, Microsoft, Oracle 등)의 독과점이 강화되고, AI 인프라 수요가 단기에 몰리다가 점차 평준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중소 SaaS의 성장 여지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적용 전에 고려해야 할 포인트
버티컬 SaaS와 AI 기반 툴 투자 혹은 개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현실적인 점을 반드시 짚어보게 됩니다.
첫째, 시장 전체가 지금처럼 뛰어드는 현상은 언제든 일시적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용 솔루션은 한 번 구매 후 몇 년 간 교체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단기적 성장만 바라보고 투자를 단행할 경우 기대수익이 확 꺾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실제 기술 도입에 따른 영업적 파급(Deal Size 확대)이 시장 전체에 비례해서 커질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 사무실 단위로 대형 법률 AI 도구를 도입한다고 해도, 고객군 자체가 제한적이라 특정 규모 이상으로는 성장할 여지가 사전에 막힐 수 있습니다.
셋째, 자본집약 사업 구조의 등장은 진입 장벽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 AI 인프라 경쟁의 최전선에서는 리더기업만 인력·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SaaS 전문 투자자라면 지금처럼 단기적 고속 성장 곡선만 보고 과감히 베팅하는 것은 위험 관리에 불리합니다. 기업의 실제 구매 결정 주기, 기존 프로세스 변화 비용, 시장 포화 여부 등 복합적인 현실적 변수에 유념해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때입니다. 단기 성장 착시에 휩쓸리는 대신, 본질적인 시장 확장의 지속 가능성 여부와 구체적 리스크를 더 중시해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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