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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신뢰 흔들리는 10가지 핵심 이유와 달러 자산 위기 전망

Summary

최근 미국 달러와 달러 표시 자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의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하나의 요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왜 미국 국채가 흔들리고 있는지, 그 배경에 있는 10가지 핵심 요인을 하나씩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감세 정책이 촉발한 재정 적자 확대

가장 먼저, 미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국채 시장을 흔드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감세 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 폐지 및 감세 법안(OBBA)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세수 감소를 가져옵니다. 세금을 덜 걷게 되면 단기적으로 재정 적자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국책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세출 증가로 이어져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미국은 이미 만성적인 재정 적자 국가였는데, 세입은 줄고 세출은 늘어나니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예산국(CBO)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는 감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재정 적자가 GDP 대비 117%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존의 부채 한도가 약 35조 달러였다면, 감세 정책 이후에는 이를 40조 달러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곧 5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추가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채 시장에는 이 물량을 소화할 만한 매수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현재 미국 국채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인입니다.


2. 예측 불가능한 정책 불확실성

두 번째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입니다. '트럼프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Trump is always chaotic)'는 의미의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정책의 일관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력한 관세 정책을 예고하며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가도 갑자기 90일 유예를 발표하고, 또다시 재개한다고 했다가 한 달을 더 유예하는 식의 행보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마치 호떡을 뒤집듯이 수시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모습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정책 방향성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본래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기업과 가계는 불확실성 속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불안정성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과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미국 달러가 정말 안전 자산인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세도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세 번째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보여왔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라"고 직접적으로 압박하거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부적절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법으로 보장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한 국가의 통화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행정부 수반이 노골적으로 독립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그 나라의 화폐와 국채에 대한 신뢰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트럼프는 파월 의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부터 후임자를 거론하며 '그림자 연준(Shadow FED)'이라는 개념까지 동원했습니다.

이는 현직 의장의 리더십을 조기에 무력화시키려는, 이른바 '레임덕'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아직 임기가 남은 파월 의장의 힘을 빼고,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연준 전체를 흔들려는 것입니다. 달러를 발행하는 주체인 연준의 독립성이 이렇게 훼손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선뜻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4.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네 번째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위스나 스웨덴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물가 안정을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관세의 범위, 수준, 지속 기간 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준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 시중 금리는 상대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연준 내부에서는 미국의 적정 중립 금리 수준이 기존에 생각했던 2%가 아니라 3%에 가깝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인하의 최종 목적지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로, 전체적인 금리 인하의 폭과 기간이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금리 인하 연기론' 혹은 '중단론'은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국채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5.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

다섯 번째 요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입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는 기업의 경영 활동과 가계의 소비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법인세, 소비세 등 정부의 세입 감소를 초래합니다.

세입이 줄어들면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빚, 즉 국채를 발행해야만 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감세 정책과 맞물려 국채 발행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작년까지만 해도 2025년 미국 경제가 2%대의 견조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올해 들어 대부분의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미국 예외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처럼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 세입 기반은 약화되고 국채 발행 부담은 커져, 결국 국채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6. 달러 자산의 지위 약화

여섯 번째로, 역설적이게도 미국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는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치면서도, 그의 실제 정책들은 오히려 미국 달러 자산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리한 관세 전쟁이나 동맹국과의 마찰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오히려 중국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주며 '중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됩니다. 미국이 스스로 글로벌 질서를 흔들고 고립주의적 행보를 강화할수록, 달러 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7. 주요국의 미국 국채 매도 흐름

일곱 번째는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최대 보유국이었던 중국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꾸준히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오며 현재는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들도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동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금 가격이 더 가파르게 치솟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미국 국채가 예전만큼 절대적인 안전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이처럼 구조적인 매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국채 시장에는 큰 부담입니다.


8. 달러 약세 유도 정책

여덟 번째, 미국 정부가 앞으로 약달러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달러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미국은 과거 만성적인 무역 적자국이었을 때는 강달러가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유리했지만, 이제 제조업 기반을 자국으로 이전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야 합니다.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려는 투자자는 없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게 되면, 서둘러 달러 표시 자산을 매도하려 할 것입니다. 이는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동시에,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9.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변수

아홉 번째 요인은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입니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을 막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은 이용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코인을 발행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받은 현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여 준비금으로 보유합니다.

즉,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미국 국채를 사주는 새로운 매입처가 생겨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반기에 5조 달러의 국채가 추가로 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스테이블코인 업계가 이 중 1조 달러만 매입해 주더라도 국채 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유동성 공급 장치이기도 합니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하여 대규모 환매 요청(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발행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대거 매도하여 현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국채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더 큰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입니다.


10. 금융 규제 완화(SLR)

마지막 열 번째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입니다. 이는 미국 대형 은행들이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인데, 이 규제를 완화해주면 은행들은 더 많은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여력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풀려나간 유동성의 일부는 자연스럽게 주식이나 채권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SLR 규제 완화는 국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산술적으로 약 0.15% 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와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앞서 언급한 스테이블코인과 마찬가지로 다소 위험성을 내포한 유동성 공급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현재 미국 국채 시장은 감세, 정책 불확실성,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등 수많은 악재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라는 일부 긍정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전개될지 면밀히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